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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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 작가의 장편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를 읽었다. 표지가 상큼하면서도 기괴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막상 펼쳐보니 내용은 SF를 제대로 담고 있어서 놀랐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체를 기계로 개조하는 일이 흔한 시대를 그린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육체를 의체로 바꾸고 싶어 하는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조사관이다. 수상한 룸메이트 '할루할로'와 수상한 사건에 얽혀 강제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럴듯한 구성과 논리를 지녀야 독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언어조차 달라진 미래를 배경으로 함에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좋았다. 미래에서조차 15초 동안 광고를 봐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이라 웃기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육신과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뇌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기계여도 나 자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소설 내에서도 의체와 육체를 보는 여러 관점이 있었다. 작가의 말과 부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디저트가 있는지 몰랐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본 작품 중 하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최근에 결이 비슷한 작품을 연달아 보는 경우가 꽤 있다. 지금은 드라마 <살인자ㅇ난감>과 소설 《디렉터스컷》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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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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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은 작가의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을 읽었다. 잘나가던 한의사 '승범'은 배신을 당해 시골 마을 우화에 쫓겨나듯 온다. 다시 돈을 모아 서울로 올라가려던 욕망과는 달리 첫날부터 맞은편 한약방 주인 '수정'과 한바탕하고, 한의원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한약방에서 귀신 환자를 고쳐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승범은 비밀을 캐러 매일 한약방을 방문한다.


표지와 제목을 본 친구들이 이번엔 한의원이냐고 물었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을 두고 한 말이다. 백화점, 세탁소, 편의점 등 장소로 끝나는 소설에 익숙해진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이 비슷한 결의 소설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수상한 한의원》은 조금 다른 노선을 택했다. 굳이 꼽자면 《옥토》가 생각난다.


《수상한 한의원》이 기본적으로 힐링의 기운을 뿜고 있고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힐링 소설과 전혀 다르다. 한을 품은 귀신 손님이 한의원을 찾아오고 문제가 해결되며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지 않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호흡이 훨씬 길고 이야기도 더 복잡하다. 수정과 승범의 관계도 한마디로 딱 잘라 정리하기 어려운 애증이다. 이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자로 나눈 듯 인물이 선과 악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다. 모든 인물에 장단점이 있어 이 인물을 응원했다 저 인물을 응원했다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돈밖에 모르는 승범과 고집불통의 수정이 어떤 길을 택하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결말로 향하는 여정이 조금 편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은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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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당신의 도착지는 숙면입니다 -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숙면여행
브레이너 제이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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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으로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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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당신의 도착지는 숙면입니다 -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한 숙면여행
브레이너 제이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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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새벽에 자주 깨곤 했다. 너무 오랫동안 두 번 이상 깨는 생활을 반복했기에 이게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민한 기질로 인해 집이 아닌 곳에서는 잘 못 잔다. 얼마 전에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한데 모여서 잤다가 밤을 꼴딱 새우고 몸살까지 걸려서 후회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언젠가부터 잠을 자기 전에 백색소음을 듣기 시작했다. 빗소리같이 반복되는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왔다.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채널을 발견했다. 바로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이었다. 다양한 신선한 소리들로 수면에 큰 도움을 주었다. 요즘 내가 매일 듣는 소리는 'NASA 최첨단 수면실에서 6시간 회복 숙면하세요!'다.


그런 브레이너 제이가 숙면을 위한 책을 집필했다고 해서 바로 관심이 갔다. 수면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굉장히 체계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부터 기차 여행을 떠나는 느낌의 낭만적으로 구성했는데, 각 장 역시 정류장처럼 만들어 놓아서 이 부분 때문에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이 챕터로, 저 부분으로 수면에 방해가 되면 또 다른 챕터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 몸과 마음의 문제와 환경적 문제까지 다양한 요인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따라 다른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


한 번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며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고쳐 나가고, 이 책의 조언을 따라 하면서 언젠가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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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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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를 읽었다. 주인공 ‘선우혁’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어머니는 눈물을 보인다. 소중한 아들이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기특해서가 아니다. 혁의 형 ‘선우진’이 13년 전 같은 학교에 같은 교복을 입고 입학했단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 《페인트》처럼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도 메타버스가 화제지만 아직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학교가 끝나면 너도, 나도 ‘난’이라는 메타버스에 들어간다. 혁 역시 진이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가상의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의 친구로 보이는 존재 ‘곰솔’을 만난다.


마음이 아려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오래전에 떠난 형의 흔적을 쫓는 동생도, 자식을 잃은 아픔과 남은 자식을 돌봐야 하는 부모님도, 단짝을 떠나보낸 친구도 모두 다 안타까웠다. 한 사람의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상으로 만든 존재는 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할 법한 말을 실제로 하고 목소리도 똑같다면 어떨까. 이 소설을 읽으며 그리운 사람의 기억을 온전하게 보관하는 디지털 세상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결국 이 작품은 전하지 못한 말을 끝내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어떠한 이유로 할 말을 삼킨 채 후회로 묻어놓은 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무거운 돌이 되어 가슴이 짓눌리던 이들을 가볍게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계기로 시큼한 귤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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