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AI

AI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온 말하기 도구

(전략). 21세기의 두 번째 10년 동안 플랫폼 기업의 자연어 처리팀은 점점 커져서 이 분야에서 머신러닝을 가장 집중적으로 활용한 집단이 되었다. - P89

학계의 AI 논의는 주로 자동 생성된 텍스트와 이미지의 저작권과 독창성 또는 문화적 차원의 문제에 주목했다.  - P89

 1997년 제프 호흐라이터 Sepp Hochreiter46와위르겐 슈미트후버⁴⁶가 제시한 순환 신경망 모델 LSTM(Long Short-Term Memory, 장단기 메모리)⁴⁷은 언어 처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었고⁶⁶ LSTM의 최적화는 21세기 초반 10년 동안 음성인식 분야의 비약적 발전을 끌어냈다.



46 슈미트후버의 제자로 그와 함께 순환 신경망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LSTM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66) Siehe Sepp Hochreiter, Jürgen Schmidhuber, 「Long Short-Term Memory」, 『Neural Computation 9』, 8, 1997, 1735-1780쪽, 여기서는 1768쪽 참조. - P90

페이스북 역시 논란을 일으켰던 ‘동영상으로의 전환Shift to Video’⁶⁸ 같은 프로그램으로 뒤를 따랐다.⁴⁸ 돌이켜보면 이는 내부 자동 음성인식 모델을 위해 가능한 많은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사람들의기대를 한껏 모았던 AI를 활용한 미래상은 여전히 실현을 기다리는 중이다.


48 페이스북은 2014년부터 동영상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동영상 중심으로 뉴스 피드를 변경했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동영상이 온라인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미디어 업계의 많은 기업이 기존 인력을 대량 해고하고 동영상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동영상 광고의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동영상 평균 체류 시간‘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68) Alexis C. Madrigal, Robinson Meyer, 「How Facebook‘s Chaotic Push Into Video Cost Hundreds of Journalists Their Jobs」, 『The Atlantic』, 2018, 10, 18,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8/10/facebook-driven-video-push-may-have-cost-483-journalists-their-jobs/573403/, 접속일: 2025.01.10. - P91

플랫폼 구술성

말하는 인간과 읽는 기계

(전략). 글로 쓰인 텍스트와 다르게 구술 언어는 일시적이며 상황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플랫폼에 의한 말하기 도구-장치를거치며 급진적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 기록된텍스트에만 허용되던 특성들이 이제는 구술언어에도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 P94

 사실상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은 구글이 아니라 유튜브와 틱톡이다. - P94

 이러한 상황은 유튜브와 틱톡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온라인 서비스와 그 안의 동영상, 릴스, 숏폼 영상,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에도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구술 언어의 주소 지정 가능성은 여전히 플랫폼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 P95

텍스트 생성에 이어 구술 형태의 발화도 플랫폼의 수익화체계에 편입된 것이다. - P95

플랫폼 구술성은 말하기 도구의 미디어 기술적 변화가 가져온 결과로 약 10년간 관찰된말, 지식, 텍스트 사이의 관계 역전 현상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구술 언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 P96

상호성과 참여적 표현 때문에 그저구술적 특성이 부여된 텍스트가 아니라 진짜 ‘말‘이 소통의 중심이 되었다. 동시에 구술 언어와 텍스트의 관계는 이런 구조 속에서 더욱 복잡해졌다.  - P97

"목소리는 차세대 거대 플랫폼이며, 알렉사가 이를 소유할 것이다."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 Wired가 2016년 쓴 내용이다.⁷⁰

70) Jessi Hempel, 「Voice Is the Next Big Platform, and Alexa Will Own It」, 『Wiredд』, 2016.12.19, www.wired.com/2016/12/voice-is-the-next-big-platform-and-alexa-will-own-it/,
접속일: 2025.01.21. - P99

디플랫폼화deplatforming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서 개인이나 그룹을 퇴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발언에 대한 검색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 P101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말하기 도구‘인 헤드폰은 ‘플랫폼 구술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다. - P102

1980년대 초 워크맨이 등장했을 때 주변 환경과 자기 자신을 차단하는 행위는 문화 비관적담론을 자극하는 요소였다.⁸⁰


80) 이 복합적 현상에 ‘워크맨 효과‘라는 개념을각인시킨 텍스트는 다음과 같다. Shuhei Hosokawa, 「The Walkman Effect」, 『Popular Music 4』, 1984, 165-180쪽. - P103

당시 헤드폰 사용은 소비주의와 탐욕, 반사회적 고립, 자기 도취적이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세대의 현실 도피를 나타낸다고 해석되었다.⁸² 심지어 일부는 공공장소에서의 헤드폰 착용이 현실을 잊게 해 조현병을일으킬 수 있다며 경고했다.⁸³

82) Jesper Verhoef, 「The Epitome of Reprehensible Individualism. The Dutch Response to the Walkman, 1980-1995」,
『Convergence 28』, 5, 2022, 10.01., doi.org/10.1177/13548565211060297}, 접속일: 2025.06. 12, 1310쪽.
83) . Hosokawa, "The Walkman Effect J,
165쪽. ‘청각적 마약‘이라고 할 수 있는 워크맨을둘러싼 논쟁의 격렬함은 Heike Weber와 JesperVerhoff의 서술에서 잘 드러난다: Verhoef, 「TheEpitome of Reprehensible Individualism; Weber, 『Das Versprechen mobiler Freiheit』. - P103

철학자 앨런 블룸Allan Bloom⁵⁴은 인간의 정신 자체는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이성은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출간된 그의 베스트셀러 『미국 정신의종말』에서 워크맨은 무지의 매개체이자, 위대한 고전의 전통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기 위한 도구로 등장한다.

54 앨런 블룸(1930-1992)은 시카고 대학에서 미국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뿌리로 불리는 레오 스트라우스LeoStrauss(1899-1973) 밑에서 수학하며, 25살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당시 시카고 대학의 교수였던 앨런은 『미국정신의 종말』에서 당시의 도덕적 상대주의를 비판하고, 미국 대학이 고전 및 인문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 P104

스마트폰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같은 플랫폼이 생산과 소비의 기관으로서 임계점에 도달한 것은 2010년 경이다. 이제 헤드폰은 마이크와 결합했고 청각적 자기 고립은 일상이 되었다. - P106

말하기 도구는 누군가 말하고 녹음한 내용을 몇 번의 터치와 탭 동작만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헤드폰으로 불러온다. - P107

제3장

가상 대학의 등장


읽어 주는 사람

독자들은 왜 영상 제작자에게 독서를 위임했나?


대중은 대부분의 독서를 레조 같은 영상 제작자에게위임하고 직접 이행하는 일은 드물다. (중략). 플랫폼 구술성이라는 형식에서 입 밖으로 나온 말의 주소화 가능성의 이면에는 유튜버나 팟캐스트 진행자가 편집하고 읽고 설명할 수 있는 글의주소화 가능성이 깔려 있다. - P110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26세 유튜버 레조가 기민당의 파멸이라는제목의 약 1시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⁵⁵

55 당시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가 속해 있는 집권 여당이었으며, 전통적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보수당이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독일 사회의 문제의식이 높아졌던 때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싹 틔운 시위도 한창 일고 있었다. 레조는 메르켈 정권이 오랜 집권 기간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레조는 양극화, 교육 문제, 무기 수출입 문제 등을 지적하며 기민당을 비롯한 기성 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 P111

영상이 비판한 정치권, 특히 기민당은유사한 논리로 당면한 압박에 맞섰으며, 레조를 조회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미디어 경제 체제에 속한 신뢰할 수 없는 미디어 사업가로 프레임을 구축하려 했다. - P111

 기존 미디어는 편집권을 가진 데스크에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쓰기 도구‘를 지키려는 미디어 전략적 판단으로 유튜브나 비메오Vimeo⁵⁶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팟캐스트나 동영상이 확산하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질적 수준도 계속해서 무시해왔다.


56 2004년에 만들어진 동영상 공유 온라인 플랫폼이다. 대부분 창작 콘텐츠가 올라오며, 유튜브에 비해 창작물의 자유는 잘 보장되지만 불법 복제 영상에 대한 규제는 강하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비메오에는 비교적 전문 창작자의 영상이 많이 올라오며, 이용자 수는 유튜브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 P112

말하기 도구와 쓰기 도구가 결합한 레조의발표 형식은 방송 매체나 인쇄 매체 모두에 선례가 없는 방식이었다. - P113

 플랫폼 구술성은 단순한 말하기도구 사용을 넘어서는 것이다. - P113

 레조의 동영상은 그가 읽기 능력을 갖추고 활용할 수 있는 한 명의 독자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 P114

발화자와 청자가 서로의 독해력과 조사 능력을 인정한다는 전제는 전통적 미디어 지형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질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이다. - P114

 기성 정치권은 발언의 휘발성과 상황 재해석 가능성에 의존해 감정적 효과를 노리며 복잡한 정보를 축소했다. 반면 레조는 ‘파멸‘ 같은 거친 표현은 썼지만, 정서적 차별화와 복잡성 증대, 사실 검증 가능성을 보여줬다.  - P115

레조 이후, 독일의 담론 환경에서 이런 형식을 정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은 바이러스 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Christian Drosten과 잔드라 치제크Sandra Ciesek가 진행한 팟캐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업데이트Das Coronavirus-Update‘이다.⁸⁵ ⁵⁷

57 드로스텐과 치제크는 독일의 의사이자 바이러스 학자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직접 참여했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 NDR(Norddeutsche Rundfunk, 북독일 방송)의 팟캐스트 ‘코로나바이러스 업데이트‘에 나와 코로나 19팬데믹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85) 「Coronavirus-Update. Podcast mit den VirologenChristian Drosten und Sandra Ciesek」, YouTube,
youtube.com/playlist?list=PLkKON9te6p3OpxqDskVsxXOmhfW0uPi1H&si=Yii9pk2AKYqREdwI, 접속일: 2025.02.23.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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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내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이야기 1998~2026

2026년 6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500번째 책을출간했습니다. 이로써 단일 시리즈로는 국내 최초로 500권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1998년 여름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삼십 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해마다 평균 스무 권가까이 새 책을 더해 온 셈입니다. (중략). 오늘도 전집의 한 권을 펼치고 있을 독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마침내 500권이 아니라, 이제 겨우 500권일뿐이라고 조금 다급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중략). 2026년은 1966년 설립된 민음사가 창립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후략).


2026년 6월 20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편집자들의 마음을 모아 - P7

삼십여 년 동안쌓아 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실감할 수있도록 말이죠.

500권의 페이지수를 다 합치면 얼마나 될까?
500권 중 가장 긴 제목, 가장 짧은 제목은?
500권 중 제일 긴 책, 제일 짧은 책은?
500권을 빛낸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500권을 모두 쌓으면 얼마나 높을까?
500권을 모두 꽂으려면 책장이 몇 개 필요할까?
500권을 다 읽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내면과 외면에서는 무슨 일이일어날까? 어떤 소리가 날까?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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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실험 10

창조력이 요구되는 직종일수록
도덕성이 낮다고?


하버드대 지노 교수와 듀크대 애리얼리 교수팀의
‘정직과 지능 관련성 연구‘

(전략).
고지식한 사람은 타인을 이용하거나 속이지 않는다. 남을속이려면 상대방보다 ‘현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낮은 도덕성과 불성실함은 지적 능력이 높아서 생긴 특성일 수도 있다. - P64

가령 미국 하버드대학교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Gino) 교수와 듀크대학교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부정직은 지능보다 오히려 창조력에서 유래한다"라고 주장한다. 창조력이 불성실함을 유도한다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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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롭과
문학 사이,
울면서
‘웃는 남자‘들

박민상


1.12월 7일의 밤

윤석열 탄핵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내게 ‘광장‘의 기억은 여성과 노동자, 퀴어 들이 열어낸 아침의 ‘빛‘만큼이나 어떤 남자들과 마주친 ‘밤‘, 광장과 광장사이의 불 꺼진 거리, 난장판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등등에 관한 혼란한 장면들로 다시 가라앉고 있다. - P93

그때, 딱 붙는 검정 티셔츠를 슬랙스 안에 넣어 입은 근육이 다부지면서 슬림한 몸매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듯 "지X하네, 지하네, 지X하네"라고 위협적으로 소리치며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중략).
아마 그것이 내가 ‘도태남‘이 아닌, 내 또래의 ‘극우 남성 청년과 그토록(물리적으로) 가까이 대면한 유일한 경험이었을 테다. - P93

그곳에 있는 세계란 이렇다: 딥스‘¹와 엔추파도스²에 대한 끝없는 비난, 중국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다는 증거와 영원한 계파 갈등, 이준석이 친중 빨갱이인 증거, 신앙 간증과 동서고금 음모론들의 아름다운 화합..

1_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약자로, 세계를 뒤에서 조작하는 가상의 권력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특정한 정당과 정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되레 순수한 이권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비화된다. 딥스 음모론은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음모론에 결합하기도 한다.

2_엔추파도스(Enchufados)는 스페인어로 ‘플러그에 꽂혀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정권 혹은 권력과 연결되어 그를 재생산하는 데 복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이 마두로 정권과 대립각을 연출하면서도 뒤로는 실상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스레드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대정부투쟁에 대한 국민의힘의 소극성을 비난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 P94

이 전장의 전위에, 내가 만난 ‘반반한 극우 남자들의 유니섹스한 실천이있다. 집회 방송 차량 위에서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멋진 팔근육을 뽐내며 발언하는 모습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들어가면, 좌파들을 척결하겠다며헬스장에서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 허리 굵기를 보정한 듯 보이는 화장실 상의 탈의 셀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P94

2. 스레드 극우의 젠더 가속주의

(전략). 히토 슈타이얼이 「대리 정치」에서 소묘한 바 있는 트위터 정치 봇들의 웅성거림에 의해 대체된 ‘공론‘은 이제 되레 인간 행위자에 의해서 젠더를 일개의 총탄 삼아 확전된다. 여기서 도용되는 사진이 언제나 여성의 사진이라는점은, 대중적 보수주의 정치가 여성의 신체와 이미지를 동원해 물화해온 메커니즘을 이들이 일종의 디지털 성폭력으로 모방해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P95

이들의 배후에 있는 극우 개신교의 조직망과 네트워크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⁵ 

5 『역사비평』 2026년 봄호에 수록된 이상록과 정용택의 글은 내란 이후 급격히 가시화된 한국의 극우주의와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그 다변화와 변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용택은 한국 극우 개신교가 ‘구원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기업가적 영성과 능력주의 신앙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한 불안을 혐오로 치환하는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개신교넷 ‘현실 정치‘를 극점으로 하는동시대 한국 극우에 대한 보다 확장적인 해석의 지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상록, 「한국 극우의 혐오정치와 대중심리」: 정용택, 「구원의 자본, 혐오의 정치한국 극우 개신교의 정치경제학, 1945~2025」, 「역사비평』, 2026년 봄호 - P96

 남성 동성 사회에서 남성의 비남성성은 이미 하나의 의례로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애당초 ‘남성성들의 계층화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권력‘의 얼굴 아니었던가. - P96

(전략).
그렇다면, 이 자동화된 남성성의 ‘폭주‘를 멈춰 세우려는 페미니즘적 ‘비판‘은 어떻게 남자들의 ‘배움‘으로 계승되어왔던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대학에서 신입생 시절을 보낸 나를 비롯한 또래 남성들에게 ‘남성성 비판은 너무나 익숙하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에 의해 정당한 몫을 빼앗겼다는 대안 우파 남성들의 정세 판단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 backlash도 결국은 페미니즘적 비판을 향한 기호론적 익숙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  - P97

(전략), 이 환멸 나는 폭력과 오물들을 배설하는 사회적 실재를 전체로서의 남성성과, 남초 커뮤니티의 현란하게 저열한 언어들에 휘말려 특정하게게토화된 남성 부족들tribe의 전유물로 압축해버리는 것일 테다. 이런 오류는 우리를 어떤 남자들의 저급함과 마주치도록 끌어당긴 ‘위기‘가 가진 중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분석 대상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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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차원에서 본다면 읽는 행위 자체를읽을 수 있게 된 현상은 필연이다. - P39

읽음 상태 표시의 또 다른 기원은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의 ‘자리에 있음‘ 표시다.
..
. - P41

커뮤니케이션학을 살펴보면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은 디지털 의사소통 과정에서 현존감과 소속감 경험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 P41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도약이야말로읽음 상태 표시를 표준으로 정착시킨 결정적 계기다. 왓츠앱, 시그널,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이 기능의 비활성화는 그저 부분적으로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 - P42

이로써 읽기 행위는 일종의 수행적 파라텍스트¹⁴ 성격을 갖게 되었다.


14 편집자주: 본문 이외의 부가적 요소로 책의 일러두기, 제목, 서문, 주석, 해설 같은 언어적 요소는 물론 판형, 여백, 서체같은 시각적 요소를 포함하여 의미를 더하는 주변 요소다. - P42

그러나 개별 수신자를 초월해 불특정 대중을 지향하는 글쓰기 행위조차 소셜 미디어의조건에서 읽는 행위를 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계기로 이해하는 독자들을 전제해야 한다. - P43

읽기와 쓰기에 기대하는 핵심 역할은 더 이상서사나 중요 정보 전달이 아니다. 관계 수행을 돕는 역할이 더 주요하다.  - P44

책은 매체 형식의 위계질서에서 가장 높은자리에 놓여 있으며, 여전히 특별한 주의력을 요구하는 고유한 성취로 남는다. ‘표절 검증‘으로 저작권에 대한 의심을 제도화한 이유 역시 이런 평판 경제의 일부다. - P44

인쇄술 발명 후 개인의 독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었다. - P45

 도서 시장은 발행 부수, 베스트셀러목록, 선인세, 흥행 실패 기록 등을 통해 독서를 관찰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한다.²¹


21) 참조. Carolin Amlinger, "Schreiben, Berlin 2021. - P45

책장은 외부로 드러나는 영역과 사적 영역경계에 놓인 대상이다. 책장은 자신이 출판물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로 드러내는역할을 하는 동시에, 어떤 책을 수집·전시하고 있는지를 전달한다. - P46

역사적으로 독서 행위에 대한 관찰은 자기인식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었다.²²


22) Peter Bürger, "Das Verschwinden des Subjekts.
Eine Geschichte der Subjektivität von Montaignebis Barthes, Frankfurt a. M. 1998; ChristianMoser, Buchgestützte Subjektivität. LiterarischeFormen der Selbstsorge und der Selbsthermeneutikvon Platon bis Montaigneд, Tübingen 2006; JulikaGriem, "Szenen des Lesens. Schauplätze einer gesellschaftlichen Selbstverständigung, Bielefeld2021. - P46

 긴 텍스트(예컨대 책)를 읽는 것과 짧은 텍스트(예컨대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 더 규명해야 할 과제다. - P47

(전략)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하나의 문학적 가능성으로 쓰거나 읽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P49

대신 읽기와 쓰기는 메신저라는 내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 P49

 종이책과 신문 독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텍스트 생산과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P50

텍스트 마이닝 text mining¹⁸의 알고리즘 과정, 초대규모 텍스트의 처리 및분석 노하우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핵심 인프라 조건은 지난 30년에 걸쳐 커뮤니티,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쇼핑 포털,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진 읽기와 쓰기의 관찰·축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갖춰졌다.  


18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패턴, 추세, 관계 등 의미 있는정보를 추출하는 기술. - P50

제2장

쓰기 도구, 그리고 플랫폼 구술성


말과 글, 경계가 사라진 텍스트

팟캐스트 시장의 팽창으로 시작된 변화


자동음성인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음성 파형을언어에 대응시키는 것이다. 소리로 발화된 언어는컴퓨터 내부에서 거의 예외 없이 우선 문자 언어, 그러니까 텍스트로 변환된다. 텍스트에는 오랫동안 다듬어진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형식과 프로토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컴퓨터가 텍스트로 변환된 파형을 계속해서 처리할 수 있다. - P70

현재의 인공지능 기반 글쓰기 혁명을 이끈 것은 단순히 글로 쓰인 텍스트뿐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입으로 말해진 구어가 중요했다. - P71

 1950년대부터 (초기) 컴퓨터 공학 담론에서 인간의 언어 표현에 ‘자연스러운‘이라는 속성이 부여되었다.
반면 컴퓨터는 ‘형식formal‘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언어들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며, 형식성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 P72

자동 번역뿐 아니라, 무선 통신과 라디오 방송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는 기술도 계속해서 연구했다. - P73

일반적으로는 오늘날 상업적 인공지능을 위한 혁명은 2012년 알렉스넷AlexNet의 발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³⁸

38 알렉스넷은 컴퓨터의 사진 이해 분류 능력을 겨루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인공지능 모델이다. 알렉스넷은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오류율을 절반가량 낮춰 인공지능의 겨울을 끝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딥러닝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 P74

(전략). 현재 ‘팟캐스트‘는 순수 오디오 스트림, 동영상 스트림,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릴스, 그리고 인터뷰 녹취록에 이르기까지 쏟아지는 다양한 구어적퍼포먼스 사이를 넘나들며 아우르는 용어가 되었다.  - P76

 팟캐스트는 2004년 가디언지 기자 벤해머슬리가 만든 용어다.⁵⁷ ⁴¹
(중략). 2000년, 블로거 트리스탄 루이스는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RSS 프로토콜과 인터뷰 오디오 파일을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에서 무엇인가를 확인하려면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했으나, 그럴 필요 없이 RSS로 블로그 콘텐츠를 자동으로 배달하자는 생각이었다. 

41 2004년 미디어 파일을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특정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업데이트한 새로운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표준 포맷)로 전달하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당시에는 애플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여겨졌기 때문에 기자였던 해머슬리는 아이팟과 방송을 뜻하는 단어 브로드캐스트를 합쳐 팟캐스트라는단어를 만들었다.

57) Ben Hammersley, "Audible revolution -Online radio is booming thanks to iPods, cheapaudio software and weblogs, The Guardianд,
2004.02. 12, www.theguardian.com/media/2004/feb/12/broadcasting. digitalmedia, 49:2025.06.01. - P77

RSS의 목표는 블로그와 팟캐스트 제작의 탈중앙화였다. 하지만 팟캐스트가 점차 플랫폼화되면서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 P78

팟캐스트의 RSS 메타데이터는 AI 기반으로 자동 콘텐츠 추출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 즉 입으로 말해진 언어를 재가공할 때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 P79

쓰기 도구에서 말하기 도구로

말이 글이 되며 생겨난 텍스트 자원

(전략).
미디어 역사에서 팟캐스트는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82

팟캐스트, 특히 동영상은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 시장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되었으며, 소비자의 여가 시간 중 가장 큰 몫을 점유했다. - P83

텍스트로 변환된 내용 일부를 자막으로 사용자가 이용하거나 자동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당 100시간 분량 이상의 동영상이 매일 업로드되며 생산되는 방대한 말뭉치는 여전히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 P85

결국 현재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의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모든 것은 클라우드 내에서텍스트로 변환된다.  - P86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어 처리 분야의 가장 중요한 교재 중 하나가 텍스트 길들이기 - 텍스트를 찾고, 정리하고, 이용하는 방법Taming Text– How to Find, Organize and Manipulate It⁶⁰』이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60) Grant S. Ingersoll, Thomas Morton, AndrewFarris, "Taming Text. How to Find, Organize andManipulate It, Shelter Island 2013. - P86

이른바 디지털 인문학이 다루고자하는 말뭉치의 규모는 아마도 페이스북이나트위터에서 단 하루 동안 생성되는 텍스트 양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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