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현은 그 무렵 컬리에 MD로 합류했다. (중략). 점심시간에 밥 한 끼 먹으러 갈 식당을 고를 때도 가격부터 맛, 상차림 구색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졌다.  - P75

당시 김슬아는 손승현처럼 MD 경력은 없지만,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 P72

손승현에게는 딸기와 무화과가 특히 그랬다. 쉽게 무르는 탓에 오프라인에서도 팔기 까다로운 상품들이었다. 지금이야 온라인에서 딸기를 주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직배송을 제외하고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 P76

문제는 두 가지였다. 배송 중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딸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P77

시행착오 끝에 그는 딸기를 1단으로 포장하는 아이디어를냈다. 이후 농가와 함께 달걀 케이스처럼 구획을 조금더 확실히 구분한 포장 케이스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인 상품 포장 기술이 좋아져 현재는 이 포장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 P77

결국 컬리는 무화과를 ‘하루살이‘ 상품으로 팔기로결정했다. 하루살이 상품은 고객에게 딱 하루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컬리에는 무화과 같은 극신선 과일과 식빵, 해산물, 반찬류 등을 포함해 약 1,000종의 하루살이 상품이 있다. - P78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이 가장 좋을 때만 판매하겠다는 것. 하루 안에 안 팔리면 전량 폐기. - P78

‘어려운 것부터 하기‘는 단지 차별화만을 위해서가아니다. 많은 수고로움 때문에 누구도 나서서 하지 않는일을 해내는 브랜드를 만날 때 고객은 브랜드의 진정성에 신뢰를 느낀다.  - P79

반 발짝 앞선 제안이 브랜드를 만든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떤 채소가 가장 높은 값을 받을까? 의외로 생김새가 예쁜 채소다. 크기가 균일하고, 흠집이 없는 채소 말이다. - P80

2023년 초, 양파와 무 같은 채소 가격이 모두 전년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손승현은 마침내 ‘제각각‘ 채소 시리즈를 선보였다. ‘못났다‘, ‘못생겼다‘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아 팀원들과 논의한 끝에 ‘제각각‘이라는 발음도 쉽고 의미도 좋은 이름을 붙였다. - P81

컬리의 기획은 이미 있는 트렌드에 올라타는 것이아니라, 편견을 깨고 기준을 먼저 제안해 이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P82

컬리다운 고객을 모으는 컬리의 기획


2010년대 들어 유배우자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 비율은 40% 중반대를 유지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46%였던 비율은 2023년 48.2%까지 올라섰다.  - P83

수요자 중심 서비스는 ‘아보카도 한 개‘를 전달하는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중략). 아보카도는 먹고 싶은데 한 망을 구매하자니 너무 많아구매하지 않거나 사더라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리곤 하는 1~2인 가구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기획이다. - P84

고객의 취향을 확대하는 상품 기획

고객을 알아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컬리는 처음부터 예상 고객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김슬아 그 자신이 곧 컬리가 찾는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 P87

그 확신을 기반으로 일상의 미식을 풍성하게 해줄 큐레이션을 본격화했다. 대표적인 카테고리가 치즈다. 김슬아는 "밥보다 치즈를 많이 먹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치즈를 유난히 좋아한다. - P87

피자용 모차렐라 치즈나 네모난 슬라이스 치즈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브리, 카망베르 같은 치즈는 무척이나 낯선 영역이었다. 
- P88

(전략).

이 전략은 치즈에만 머물지 않았다. 발사믹 식초, 베이비 채소, 특수 부위 고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미식 경험을 넓혀갔다. 그로서리팀 MD 박태경은 8년에걸쳐 발사믹 카테고리를 설계했다. - P90

VOC는 컴플레인이 아니라 단서다

컬리 슬랙에서는 최고 경영 책임자 김슬아부터 입사 한 달 차인 인턴까지, 그야말로 모든 구성원이 고객의 불편과 요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의 회사에서는 고객서비스팀이 담당하는 VOC*가 컬리에서는 MD부터 마케터, 물류 담당자, 프로덕트 개발자까지 모든 구성원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된다.



* Voice of Customers, 고객의 목소리. - P91

고객의 니즈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왜 다른 회사들은 이런 제품을 만들지 못할까.  - P94

고객의 목소리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이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 P94

확장하되, 무너지지 않는 기준


컬리의 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컬리의 고객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략).
컬리는 매스 마켓 고객*의 니즈를 품을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mass market customer, 특정 타깃 시장이 아니라, 대중 시장을 이루는 일반 소비자층 - P97

그렇게 컬리는 신라면도 팔고 진라면도 파는 플랫폼이 됐다. 그로 인해 매스 마켓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바스켓 사이즈*도 꾸준히 커졌다.


*basket size, 고객이 한 번의 구매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는 평균 금액 또는 상품 수 - P99

그 결과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한때는 "없는게 너무 많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상품이 점차 보완되면서 이런 불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P100

두바이 초콜릿이 한창 유행 가도를 달릴 때, 컬리의 상품위원회에도 두바이 초콜릿이 올라왔다. 하지만 컬리는 두바이 초콜릿을 팔거나 광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P100

데이터로 ‘사게 하라‘


컬리는 꾸준히 고객을 관찰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어왔다. 고객의 목소리에서 단서를 찾아 상품을 기획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과 광고로 고객과 만났다.  - P113

MD가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 즉 생산자라면 온사이트 마케터는 고객에게 말을 거는 큐레이터인 셈이다. 이들은 유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늘 어떤 상품을전면에 내세울 것인가?‘, ‘오늘 어떤 스토리를 소개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 P114

온사이트 마케팅팀은 여느 회사에서나 흔히 볼 수있는 부서가 아니다. 컬리에서는 큐레이션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모션 마케팅팀에서 하던 일을 분리해 온사이트 마케팅팀을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했다.  - P115

감과 메시지 중심의 마케팅은 끝났다


이제 마케팅은 ‘느낌‘이 아니라 ‘해석과 실험‘의 영역이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한 명의 유저에게서도 수십, 수백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116

물류는 거절하지 않는다:
마감 대신 ‘연결‘하는 방법

좋은 상품과 광고가 고객을 불러온다면, 물류는 고객과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한다. - P119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제대로 포장되어 정확히 배송되게 하는 모든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고객 불만에 응대하고 내부 개선으로 연결하는 전체 사이클을 총괄하는 허태영은 물류를 ‘고객 경험 극대화‘와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바라본다.  - P120

실제 수요와 예측 사이, 그 아슬한 줄다리기


(전략).
물류 업계에는 "수요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예측의 정확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여전히 헤아리기 힘든 현실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P121

컨티뉴이티와 익스텐션을 도입한 이후, 주문 시간과관련된 고객 불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물류 현장의 부담도 한층 가벼워졌다. - P123

‘비용‘은 ‘고객 경험을 우선할 수 없다


컬리 운영의 방향은 언제나 고객을 향한다. 여느 회사가 고객 만족과 비용 사이에서 그때그때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것과 달리, 컬리에서 고객 경험은 가장 우선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모든 결정의 전제 조건이다. - P123

 대표적인 것이 상품의 파손이다. - P124

컬리는 자체적인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허태영은 결국 요거트 판매를 과감히 중단했다. - P124

사실 비용 절감의 유혹은 어디에나 있다. 택배 상자의 종이 두께를 더 얇게 바꾸고 냉장/냉동 상품 포장에들어가는 냉매만 줄여도 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 P125

2025년 6월 도입된 대파 박스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선택이다. 대파 한 단을 떠올려보자.  - P126

개인 보냉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


(전략).
2021년 컬리는 재사용 보냉백 ‘퍼플 박스‘를 도입했다. 상품을 신선하게 전달하면서도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컬리는 이미 2019년에 ‘올 페이퍼챌린지‘를 통해 모든 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 등 퍼플 박스 이전에도 끊임없이 개선해왔다. - P127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인식시키는 언어

브랜드의 언어는 태도를 만들고, 그 태도가 곧 고객의경험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그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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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은 정말로 좋은 여자야..…………. 손 좀 줘볼래?
당황한 그녀가 수줍은 미소를 짓자 에르도사인은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내 사랑, 화난 건 아니지?" - P91

"당신이란 걸 알고 이렇게 말하겠지. ‘엘사, 당신 엘사 맞지? 그렇지?"
(중략).
"그럼 지금 난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야." - P92

"말해 봐. 저 녀석과 잔 거야?"
(중략).
"솔직히 털어놔, 엘사 잤어, 안 잤어?"
"안 잤어."
문간에서는 여전히 대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 P93

어둠의 장막

에르도사인은 어떻게 침대로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린 것 같았다. 온갖 고통과 슬픔으로얼룩진 그의 육신도 이젠 지쳤는지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P93

고통과 슬픔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와 흰 거품을 일으키며 사라져갔다. 그 어디에도 빠져나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 P94

시간이 흐를수록 콘크리트 구덩이 밑바닥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 P95

순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에르도사인은 자신의 존재가 납작하게 짓이겨지는 것을 느꼈다. - P96

(전략).
그리고 갑자기 엘사가 소리친다.
"그래요, 오, 내 사랑. 저도 마찬가지예요."
얼굴이 발그스레하게 상기된 엘사는 가볍게 떨고 있는 남자의 단단한 근육을 황홀한 눈길로 바라본다. - P97

이미 팽팽해져 있던 신경이 무섭게 뒤틀리더니 급기야는 모두 끊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나른한 기운이 전신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 세상에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 P98

엘사의 모습이 그의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 P98

(전략)∙∙∙∙∙. 아, 맙소사! 엘사는 떠나고 없었다………. 게다가 회사에 600페소 7센타보를 갚아야 했다…………. 아니, 수표가 있으니 그 문제는 해결된 거고…………….
아, 이놈의 현실. 넌덜머리 나는 이 현실! - P99

이마와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결국 엘사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바르수트가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까? - P100

에르도사인, 뺨을 얻어맞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바르트라는 것을 알고 에르도사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 P100

에르도사인이 입을 열었다.
"혹시 봤나? 저기 떨어져 있는 권총 말이야. 두 연놈을 죽일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어. 인간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족속이야, 안 그래?" - P102

아닥친 이 상황이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지만,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P103

"이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게. 더 이상 숨기고는 못살 것 같아. 못 믿겠으면 내 가슴에 손을 한번 대봐. 진심이야. 음…………, 바로…………, 내가......, 그러니까 회사에 자넬 고발한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익명으로 투서를 보냈어."
그 말을 듣고도 에르도사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바르수트가 그랬든 다른 사람이 그랬든, 달라질 게 뭐란 말인가? - P104

"이봐, 자네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나도 잘 알아. 마음만 먹었으면 날 죽일 수도 있었겠지. (중략). 폭탄 소포나 독사를 넣은 상자를 자네에게 보낼까 생각한 적도 있어. 아니면 운전기사에게 돈을 먹여 길거리에서 자네를 깔아뭉개 버릴까도 생각했었지. (후략)." - P106

조바심이 난 에르도사인이 다시 그 얘길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던 거야?" - P107

‘에르도사인은 한 시간 전쯤 엘사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레모,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난 행복하니까. 앞으로 당신은 홀로 지내야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열리고・・・・・・ 문 뒤에 바로 내가 서 있을 거야…………. 내가 돌아온 거라고! 그럼 레모, 당신은 얼마나 놀랄까?‘ - P108

에르도사인은 엘사의 말이 그의 영혼을 영원히 구원하게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에도 복수심에 불타는 바르트는 분노를 주절대고 있었지만 말이다. - P109

참, 에르도사인의 이야기를 옮기다 하나 빠뜨린 게 있다. 그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는데, 많은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돌듯 그가 털어놓은 많은 얘기들도 한가지 ‘생각‘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12

에르도사인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뭐 내가 돈이 없어서 자네 집까지 걸어갔겠나. 그건 그렇고, 집에 도착해서 자네를 찾았더니 글쎄그녀는 나와 보지도 않은 채 ‘미안하지만 그냥 돌아가. 지금 남편이 없거든? 이러는 거야. 못된 년 같으니." - P113

"자넨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구먼. 물론 나도몰라. 자네가 말한 그 강박관념, 아니면 망상이 뭔지…………. 그나저나 참 재미있군. 자네가 내 아내를 그렇게 쫓아다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태평스럽게 할 수 있지!" - P114

순간 에르도사인의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그건 좀 있다 다시 얘기하고…………. 자네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회사에서 날 부르더니 그 익명의 투서에대해 말해 주더군. 내일까지 그 돈을 메워 놓지 못하면 난 감방에 가게 돼.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자네도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 순 없겠지. 그러니까 돈 좀 내놔. 내 처지에 그런 큰돈을 어디서 구하겠어" - P115

바르트가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 날 남의 아내에게나 치근대는 개자식으로 만들어놓고 나보고 책임지라고? 제정신이야? 그러니 그녀가 도망 안가고 배겨! 내가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600페소를 내놔" - P115

에르도사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마침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 P116

나는 범죄를 통해서 ‘존재‘ 한다

우체국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한 줄기 불빛이 템페를레이 역 플랫폼을 외롭게 비추고 있었다. - P116

역 우체국의 노란색 유리창 앞으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녀석을 죽일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놈을 죽이는 게 좋을까? 솔직히 말해 보자. 녀석을 죽이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를 죽이든 살리든 별상관이 없는 걸까?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그놈을 죽여야 한다는 의지만은 갖고 싶다. (후략)." - P118

"(전략).
그러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저 멀리 중국에서 일어난 참사 소식처럼 전혀 실감이 나지 않으니 참 이상하지. 지금 살인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니까. 나와 비슷하긴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람, 아니면 영화 속에나 나오는 그림자 인간이 범죄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닐까? (후략)." - P120

역무원이 지나가면서 수상한 듯 에르도사인을 힐끗 쳐다봤다. 낌새를 알아차린 에르도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성술사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름에 가려 달도 보이지 않았다. - P122

살인 계획

점성술사가 막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개도 안 짖는데…………… 이 시간에 대체 누구야?‘
이상하게 여긴 점성술사는 문을 반쯤 열고 내다보았다.  - P122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어서 들어와요."
에르도사인은 서재로 들어갔다.  - P123

‘파타고니아에서 금 찾으러 돌아다니는 자들도 저런 모습아닐까? - P123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만약에..…………, 제 질문에 절대 놀라진마세요……………. 그러니까 그 비밀 조직을 설립하는 데 2만 페소가필요하다고 하셨죠? 그런데 만일 그 돈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만약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겁니까"
뜻밖의 질문에 놀란 점성술사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 P124

"간단하지만 기가 막힌 아이디어예요. 오늘 밤 내 아내가 딴놈이랑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자가……………."
(중략).
"바르트라고, 아내의 사촌입니다..... 그레고리오 바르트. 아내가 떠나고 얼마 안 돼서 그자가 우리 집에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참 기가 막혀서! 자기가 날 회사에밀고했다는 거예요."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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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TWO

컬리다움의 확장

좋은 것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일


컬리는 어떻게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네 개의 현장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는다. 상품 기획, 광고와 마케팅, 운영과 물류, 고객 경험에 이르기까지 컬리는 기존 리테일의 공식을 흔들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왔다. 그 힘은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에서 나온다. - P69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리테일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 형태가 물물교환에서 상점, 백화점, 쇼핑몰을 거쳐 이커머스로 변했을 뿐, (후략). - P71

김슬아는 이런 시장에서 컬리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새로운 리테일강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 P71

김슬아는 컬리를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 모든 의사 결정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 P72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컬리가 시장에 던진 첫 번째혁신은 바로 샛별배송이다. - P73

그렇다면 무엇부터 팔아야 고객이 풀 콜드체인 시스템의 가치를 압도적으로 느낄 수 있을까. - P74

대표적인 것이 ‘장안농장‘의 쌈 채소였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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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가이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해리성 장애의 진단기준을 살펴봤다. DSM-IV의 ‘300.15: 달리 분류되지 않는 해리성장애‘에 포함된 ‘해리성 트랜스 장애‘, 혹은 ICD-10에서 ‘F44.3: 몽환상태와 빙의증‘으로 분류하는…………. - P141

이소가이는 잠시동안 가만히 생각했다. 가나미는 어떻게 자신이 도다 마이코를 진료했다는 걸 알았을까? 그렇지만 대답을 찾을 수없었다. - P142

"빙의 인격은 최면 상태에서 쉽게 나타난다."라고 기술된 전문서를 발견하자 최면 요법도 염두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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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헤이는 정신과 의사가 처음 가나미를 진료한 이후 방 안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점을 눈치 챘다. 첫 단서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노트북과 씨름을 할 때였다. 작업 중인 모니터를 등 너머로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뒤돌아봤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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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다. 성당에서는 하늘도 벽이다. 하늘은 하늘색이고 별들이 총총히 떠 있다.
나는 어떤 것이 저녁별이냐고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는 소리 죽여 나더러 멍청이라고 핀잔을 주고는 기도를 계속한다. - P79

벤델도 제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왔다. 나는 집에서부터 성당까지 벤델의 손을 잡아야 했다. - P80

오르간 바람통에도 자기 이름을 써놓았다. 그것은 멀리서도잘 보인다. 로렌츠는 글자를 그림 그리듯 큼지막하게 쓰는 걸 좋아한다.
중앙 기둥에는 로렌츠+카티라고 쓰여 있다.  - P82

아버지는 거짓말쟁이였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 모두가 침묵을 지킴으로써 거짓말을 했다. - P83

수의사가 뭐라고 끼적이는 동안, 아버지는 이미 수의사의 윗도리 호주머니에 백 레이짜리 지폐를 쑤셔넣었다.
수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계속 끼적였다. 그러더니 송아지가 사고로 죽었다고 쓴 종이를 손에 들었다.
응급상황에서 도살을 허락한다는 승인서였다. - P84

할아버지는 팔을 쭉 뻗어서 직접 팔소매를 높이 걷어붙였다.
나는 무서웠다. 모두들 팔에 털이 나 있었다.  - P85

낯선 개들이 마당에 우르르 모여들었다. 개들은 쓰레기 더미의 지푸라기에 묻은 피를 핥아 먹고 발굽과 가죽 찌꺼기를 타작마당으로 질질 끌고 갔다. 삼촌이 개들의 주둥이에서 그것들을낚아챘다. 개들이 그걸 물고 거리로 나가서는 안 되었다. - P85

그 이튿날 밤에는 아버지가 나더러 송아지를 타라고 강요했다. 송아지는 우리를 풀밭으로 데려갔다. 꽃들이 무성하고 높게 피어 있었다. - P86

젖소는 며칠 동안 텅 빈 밀짚을 향해 음매음매 울었다. 먹이에 입도 대지 않고, 며칠 동안 물만, 차가운 물만 홀짝거렸다.  - P87

어머니는 내가 이제 울 만큼 울었다고 말했다.  - P88

아이들은 절대 부모에게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었다. 부모가 무슨 일을 하든 아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 P88

어머니들은 손을 놀려 집안일을 해치우면서, 머릿속으로는 자기 자신에게서 어디론가 도망칠 궁리만 한다. - P89

어머니들은 울기 위해 신발에서부터 뻣뻣한 두건의 술장식에 이르기까지 검은색 일색으로 차려입는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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