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경기는 지금까지 본 적 없다.
앞으로도 안 볼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구미에 당겼고, 재미있었다.




7장

미국 예외주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겪은 참사는 결정타가 되었다.
이듬해인 2006년에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다시 US 그랑프리가 개최되기는 했으나 버니 에클스턴의 결심은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 P174

엔초 페라리였다면 미국인은 그저 촌뜨기 취급하면 된다고 조언했을지 모르지만, 버니는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 P174

에클스턴은 인디애나에서의 여정이 꼬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내 그렇게 느꼈다. "F1과 미쉐린의 미국 내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 P175

그러니 1980년, 낡은 서킷을 운영하던 회사의 돈이 바닥났을 때도 누구 하나 놀라지 않았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을 안 에클스턴은 대회 장소를 뉴욕주 북부보다 좀 더 화려한 곳으로 주저 없이 옮겼다. - P176

. 1981년 10월의 어느 주말, 에클스턴은 그곳이 포뮬러 1 서킷이라면 어떨지 상상했고 이를 구현했다. 주차장을 구불구불 지나 사막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태였다.  - P177

(전략).
대신 시저스 팰리스의 도박장으로 간 버니는 중국 할머니들이 벌이고 있던 거액의 카드 게임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10만 달러를 잃었다. 미국은 아무래도 에클스턴과 맞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인들은 무엇이든 미국식으로 하길원했어요." - P177

그럼에도 포뮬러 1은 꾸준히 미국을 찾아왔다. - P177

1989년부터 1991년까지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차례였다. 미국에서 여덟 번째로 대회 유치에 나선 도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개최지가 되고 말았다. (중략).
에클스턴은 피닉스와의 5년 계약을 파기할 기회가 오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 P178

특히 그는 미국인들이 F1 대회를 지상파 TV로 중계하지 않는데 크게 실망했다. 1980년대 유럽방송연합 협약 때부터 그는 F1이 무료 시청이 가능한 채널에서 중계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왔다. - P179

프로모터들 역시 불만이 컸다. - P179

에클스턴은 2005년이 상황을 얼마나 더 악화시킬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스포츠는 미국을 감동시킬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미국은 그 작별에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 P180

2005년 어느 월요일 아침 「인디애나폴리스 스타Indianapolis Star」에는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중략).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났다. "안녕, F1. 꺼져줘서 고마워요. 버니 에클스턴" - P180

에클스턴식 F1 캘린더의 비결은 그 누구에게도 정확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계약과 이론적인 날짜는 있었다.
(중략).
형식적으로는 규칙과 F1의 무결성을 책임지는 최종 결정권자인 FIA가 늘 일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어디서 대회가 열릴지는 버니에게 달려 있었다.  - P181

2010년대와 2020년대에 전 세계의 축구나 올림픽 종목의 리더들이 최고가 입찰자에게 영혼을 파는 일이 일상이 되기 훨씬 전부터 포뮬러 1은 충분한 돈과 공간만 있으면 누구에게든 그랑프리 권리를 팔았다. - P181

(전략).
에클스턴은 크렘린과 연관된 상대들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아는 유일한 사실은 그들이 더 정직하고 거래하기 쉬운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내가 ‘악수 한 번으로 계약을 끝내는 사람‘
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걸 압니다. 계약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않습니다. 어차피 읽지도 않고 서명하니까요." - P182

그러나 F1이 찾아간 독재정권이나 인권 유린 정부보다도 이스포츠에 치명적인 결과를 미친 개최지들이 있었다. 바로 ‘충분한 돈을 내지 않으려는 곳‘들이었다. - P183

이것은 F1이 서킷을 선정할 때 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전통이 있는 서킷과 돈 되는 서킷 사이의 균형 말이다. 버니 시대에 F1은 40곳이 넘는 다른 장소를 찾아갔다. 그조차 실제로 추진된 계획의 일부에 불과했다 - P183

2012년에 그는 F1의 수많은 모순 중 하나를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그토록 오랫동안 트랙 안전성을 홍보해 왔는데 이제 와서 모나코에서 대회를 치른다는 게 아이러니죠. 하지만 제 생각엔1년에 한 번 정도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운전하는재미가 대단하니까요." - P185

평균 속도가 가장 낮은데도 불구하고, 매년 모나코 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차의 수가 가장 적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 P185

대회 장소로서의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모나코 그랑프리는 일찍부터 포뮬러 1 전체를 대표하는 강력한 셀링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그 배경에는 1950년대의 신혼부부 한 쌍이 있었다. - P186

머지않아 그녀의 주소록은 곧 그랑프리의 공식 초청 명단이 되었다. 그랑프리 일정이 인근 해안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와 대략 겹친다는 사실도 도움이 됐다. - P186

역대 월드 챔피언들이 깨끗한 거리와 소득세 면제를 누리고자 모나코로 이주한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모나코는 거의 모든 드라이버에게 홈 레이스나 마찬가지였다.  - P188

포뮬러 1 드라이버가 아니면서 요트에서 술이나 마시며 대회를 관람하려는 사람은 막대한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중략). 말보로는 1980년대부터 한 주말 동안 접대비로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 P188

호텔과 카지노, 각종 부동산을 소유한 상장 국영기업인 소시에테 데 방드 메르Societe des Bains de Mer는 그랑프리 주말 단 한 번으로 연간 이익의 5퍼센트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F1을 국가의 상징으로 삼는 평판 가치는, 말 그대로 값을 매길 수가 없다. - P188

그렇다고 공개 석상에서의 허세를 멈추지는 않았다. 이는 다른 서킷에 청구하는 가격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강경 협상가라는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P190

포뮬러 1이 처음으로 아랍 세계에 진출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선택이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지녔는지 알려면 한 가지를 기억할필요가 있다. 오늘날 스포츠계에 ‘오일 머니‘가 몰아치기 전, 당시는 동트기 전 새벽과 같았다는 점이다.  - P191

돌이켜봤을 때 놀라운 점은, 석유와 가스 중심 경제를 갖고 있었음에도 바레인이 아직 중동 초부유층의 전초기지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 P191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레인이 걸프 지역의 다른 국가에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이었다. - P194

아부다비는 분명 포뮬러 1이 열리는 주말을 국가 이미지를 재고하기 위한 글로벌 브랜딩 전략의 핵심으로 보았다. 더 이상 이곳은 오일 머니와 의심스러운 인권 기록을 가진 사막의 고립된 독재국가가 아니었다. - P195

9장

스파이게이트


2007년 6월 초 어느 아침, 트루디 코글런Trudy Coughlan은 서리주에 위치한 평범한 복사 가게에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CD-ROM에 옮기기 위한 780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서류 뭉치가 들려있었다. - P220

이 모든 사실은 트루디 코글런이 가게를 나선 직후, 몬테이스가 인터넷으로 알아낸 사실이다. (중략). 그녀의 남편이 맥라렌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 P221

몬테이스가 추리하기에는 지금 눈에 보이는 780페이지짜리 서류는 어떻게든 적의 손에 들어간 스쿠데리아의 사유 재산이었다. - P222

훗날 ‘스파이게이트Spygate‘로 불리게 된 이 엄청난 사건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점은 스테파노 도메니칼리가 몬테이스의 이메일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열어보았다는 것이다.  - P222

몬테제몰로는 이렇게 말했다. "화가 났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전 세계에 페라리 팬이 있었죠. 영국에도 말입니다." - P223

알드레드는 몬테이스를 자기 사무실로 초대했다. 만나보니 이남자는 페라리를 상대로 정교한 사기극을 벌일 위인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 P223

그는 페라리에 두 가지 선택지를 알려주었다. 이 건을 형사 소송으로 진행하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므로 일이 길어질 위험이있다. 그동안 맥라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운영을 계속할 수도 있다. 단 - P224

코글런은 자신이 780페이지 자료를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트루디를 보내 디지털화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료를 불법이나 속임수로 입수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설명했다.  - P225

그러나 곧 문제가 시끄럽게 터지고 말았다. 바로 그 주, FIA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 P226

데니스는 주말 내내 질문을 최대한 피해 다녔다. 맥라렌의 공식 입장은 어디까지나 한 직원이 혼자 저지른 일탈이라는 것이었다. - P227

데니스가 변호팀을 꾸릴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사안의 중대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P227

(전략).
모슬리가 물었다. "그가 팀에서 한 일은 뭔가요?"
데니스는 말을 더듬었다. "그가 한 일, 그가 한 일은 최종 승인입니다. 업무가 가장 몰리는 기간은 11월부터 1월까지인데, 그때1만장에서 1만 5,000장의 도면이 들어옵니다. 누군가는 그 도면들을 ‘생산 적합‘이나 ‘검토 중‘, 또는 ‘구조 특성 검토 중‘ 등으로판단해야 합니다. 그건 설계 과정이 아닙니다." - P229

데니스가 멈칫하더니 이렇게 반박했다. "맥라렌에는 대회 우승에 공헌하지 않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 P229

"나는 그저 방어적으로 말하는 것뿐입니다." 데니스가 정확한 단어도 고르지 못한 채 끼어들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위협을 느낍니다!" - P230

한편 데니스는 충분히 기뻐할 만했다. 포뮬러 1 퇴출이라는, 맥라렌 제국에 엄청난 파급이 미칠 수 있는 처벌 직전까지 갔다가 사실상 아무런 중징계도 받지 않고 벗어난 것이다. - P231

맥라렌 측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모슬리는 하릴없는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 P232

페라리와 맥라렌의 대결은 FIA 본부 안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트랙 위에서는 말 그대로 칼부림에 가까운 승부가 이어지고 있었다. - P232

가장 추악한 사건은 헝가리에서 벌어졌다. 알론소는 예선을 치르던 도중 피트 레인에 차를 세워 고의로 해밀턴의 진로를 막았고, 그 결과 해밀턴은 마지막 바퀴를 완주하지 못했다. - P233

다음 날 아침, 알론소의 화를 더욱 돋우는 일이 일어났다. 그가 피트 레인 사건에 대한 징계로 그리드에서 다섯 칸 밀려나는 페널티를 받아 폴 포지션에서 6번 그리드로 밀려났던 것이다. - P234

론 데니스는 두 달 만에 콩코드 광장에 돌아와 사진기자 무리를 뚫고 FIA 본부로 들어갔다. - P235

두 번째 청문회에서 모슬리의 태도는 훨씬 덜 공격적이었다. 이미 맥라렌의 덜미를 완벽하게 잡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가였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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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슈마허

(전략).
엔초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루카 디 몬테제몰로는 페라리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 P142

페라리는 화려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 P143

엔초의 시대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환영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몬테제몰로는 마라넬로를 떠나 있는 동안 이탈리아의 다른 스포츠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 P143

그는 독일이 1대 0으로 우승컵을 차지한 것보다 더 따분한 일이 페라리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곧 알게 되었다. - P143

몬테제몰로는 ‘엔진, 출력, 기어박스‘야말로 엔초가 믿는 삼위일체라고 말했다. 페라리를 위기에서 구하려면 약간의 신성 모독과 함께, 2억 달러 정도가 필요했다. - P144

복귀 초기, 몬테제몰로는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 Renzo Piano에게 설계를 맡겨 거대한 풍동 건설을 지시했다. 이 시설은 F1 카의 50퍼센트 축소 모형은 물론 실제 자동차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 P144

몬테제몰로는 그 건물 안에서 모든 관리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페라리의 F1 협력사들을 재검토했다. 그는 그들 모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 P145

몬테제몰로는 로드카 사업에도 똑같은 성실함과 신화의 정신을 불어넣었다. 페라리에서 레이싱과 로드카는 다른 어느 곳보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었다. - P145

몬테제몰로의 첫 조치는 생산량을 즉각 줄이는 것이었다.
(중략).
그는 럭셔리 산업의 핵심 원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브랜드의 독점성을 지키려면 수요보다 한 대 적게 파는 게 좋다. 페라리는 갈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P146

하지만 페라리에서 일하기를 갈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중략).
물론 바너드는 일부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는 했다. - P146

장 토트Jean Todt는 1993년에 몬테제몰로의 제안으로 스쿠데리아의 팀 대표가 될 때까지만 해도 F1 경력이 전무했다. (중략).
토트는 커리어 대부분을 푸조에서 보냈다.  - P147

토트는 페라리가 재건의 초기 단계에 합류했다. 1993년에도스쿠데리아는 우승이 없었고, 오히려 4위로 밀려났다. - P148

시즌 초 어느 날, 토트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두는 노트를 꺼내 할 일 목록에 항목 하나를 추가했다.
‘1996년을 위한 드라이버 문제‘ - P148

1996년 드라이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너무나 분명했다. 페라리가 월드 챔피언 컨스트럭터가 되려면 월드 챔피언 드라이버가 있어야만 했다. - P149

미하엘 슈마허 Michael Schumacher는 아직 역대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 길에 들어선 인물이었다. - P149

그 점은 슈마허의 F1에 입성한 첫 주간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 P149

슈마허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토요일 예선에서 7위를 차지하며, 그 판단이 옳았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 P149

베네통은 1985년에야 등장한 비교적 신생 팀이었다. 패션 기업가 루치아노 베네통 Luciano Benetton은 자신의 화려한 스웨트셔츠를 더 파는 데는 F1에 진출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 P150

유일하게 이례적인 인사 결정은 바로 최고 책임자였다. - P150

의도치 않게 타이밍도 완벽했다. 1994년 시즌은 F1의 규정이 혼란해진 보기 드문 시기였다. FIA는 윌리엄스의 컴퓨터 보조장치를 금지하는 한편, 엔진 규정은 놀랄 만큼 완화하여 페라리의 마력 욕심을 달래려고 했다. - P151

로스 브런은 레이스카가 유일하게 멈추는 순간, 피트스톱pitstop에서 속도 우위를 차지할 참이었다. - P151

슈마허는 운전대를 잡았을 때 철학적인 질문을 별로 하지 않았다. 알랭 프로스트처럼 엔지니어 기질의 드라이버도 아니었고, 아일톤 세나처럼 콕핏을 신성한 영역으로 여기는 타입도 아니었다. - P152

그 사건은 1994년 시즌 마지막에 일어났다. - P152

 슈마허가 1위였고 바로 뒤에 힐이 따라붙었다. 그때 슈마허가 이례적인 실수를 범했다. 좌회전 코너에서 코스를 넓게 벗어나며 타이어가 벽에 닿았다. 힐은 틈을 봤고, 바로 다음 우측 코너에서 인코스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슈마허도 똑같이 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것은 정당한 레이싱 동작일 수도,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한 비열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 P153

힐은 슈마허가 속임수를 썼다고 공개 비난한 적이 없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모든 영국 언론이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 P153

슈마허는 이번에도 마지막 경기에서 단 1점을 앞서며 우승했다. 또다시 슈마허가 1위였고 윌리엄스가 바로 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발로 염색한 프랑스계 캐나다인 자크 빌뇌브 Jacques Ville-neuve가 드라이버였다. - P154

. 몇 주 후 FIA는 슈마허의 행동을 재조사했고, 그것이 고의적이라고 판정했다. - P154

슈마허의 도덕성은 확실히 의심스러웠지만, 그의 헌신만큼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 P155

 메카닉들은 평소처럼 오전 8시 15분에 서킷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슈미는 이미 레이싱 슈트를 입은 채 모터홈 계단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이기고 싶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 - P155

F1 역사에서 슈마허만큼 체력 관리에 진지하게 임한 사람은없었다. 슈마허는 F1 드라이버가 된다는 것이 곧 프로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온전히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 두세 시간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했다.  - P155

슈마허가 스쿠데리아로 옮긴 직후 테크노짐Technogym이라는 이탈리아 회사는 그에게 50만 달러짜리 이동식 운동시설을 만들어주었다. 이 ‘바퀴 달린 고문실‘은 그랑프리든 시험 주행이든 그를 따라다녔다. 페라리는 그를 맞아들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156

로스 브런이 F1 피트 레인에서 귀한 존재였던 이유는, 그만큼보기 드문 자질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 P157

브런은 1978년에 윌리엄스의 패트릭 헤드 밑에서 기계공으로 F1 경력을 시작했다. 낡은 카펫 공장에 차려진 그 팀의 직원은 그를 포함해 겨우 11명뿐이었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승진을 거듭하며 메카닉, R&D 기술자, 공기역학자, 수석 디자이너, 레이싱 전략가, 기술 감독까지 F1의 거의 모든 직책을 거쳤다. 브런은 우편실에서 시작해 이사직까지 오른 인물의 F1 버전이었다. - P158

F1에서의 35년간 브런이 결코 듣지 않았을 비판이 있다면, 규정을 너무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는 말일 것이다.  - P158

 슈퍼 닌텐도를 켜고 ‘위, 아래, 좌, 우, B, A, 그리고 스타트‘를 입력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베네통의 차에는 말 그대로 ‘치트키‘가 감춰져 있었다.
브런은 당연히 결백을 주장했다. 차에 비밀 런치 컨트롤 기능이 있는 것은 맞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 P159

이 사건에서 브런이 얻은 교훈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는 F1 규정집에 수천 가지의 정밀한 사양과 측정치가 있지만, 그중 어디에도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60

마라넬로로 옮긴 지 3년 만에, 브런과 그의 팀은 마침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레이스카를 개발했다. 유일한 걸림돌은 드라이버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 P160

그러나 페라리의 도전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 P161

두 드라이버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하나의 팀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페라리의 목표는 분명했다. 미하엘 슈마허를 월드 챔피언으로 만드는것이었다. - P161

슈마허가 시즌을 거의 통째로 결장하면서, 페라리의 작전은 어바인이 이어받았다.  - P162

브런은 나중에 쓴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명한 것은, 타이어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 P162

그러나 1998년에 포뮬러 1은 사상 최초로 타이어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세나의 사망 사고 이후 시작된 안전 강화 조치에 따라,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의무적으로 앞뒤 타이어에 홈groove이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P163

그래서 1999년 말 프랑스 대기업 미쉐린Michelin이 브리지스톤의 라이벌로 포뮬러 1에 복귀를 선언했을 때, 대부분의 팀은 곧바로 일본 제조사를 버리고 더 가까운 곳의 제품으로 갈아 끼웠다. - P163

브런의 지시로 브리지스톤은 타이어 공급업체라기보다 페라리의 새로운 부서처럼 움직였다. - P164

F1 역사상 그 어떤 팀도 타이어 생산에 이렇게 깊이 관여한 적은 없었다. - P164

다행히 페라리에는 그 일에 딱 맞는 사람이 있었다. 슈마허는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끈질기게 테스트했다. - P165

브런은 이렇게 말한다. "동에서 몇 주 몇 달을 보낸 뒤에 얻는 결과는 고작 한 바퀴당 0.5초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 타이어를 끼우기만 하면 바로 0.5초의 이득을 얻었습니다." - P165

아무도 그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2000년에 슈마허는 맥라렌의미카 해키넨Mika Häkkinen과의 최종전 승부 끝에 페라리의 오랜 드라이버 챔피언 가뭄을 간신히 끝냈다.  - P166

그 시즌 슈마허는 5연속 타이틀과 통산 일곱 번째 챔피언을 여유롭게 따냈다. (중략). 운 나쁘게도 슈마허만 졸졸따라다니던 한 사진작가가 그 전 과정을 필름에 담았고 사건을 담은 사진은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The Sun」에 ‘사고뭉치 슈마허‘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슈마허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미지가 훼손되기는커녕 독자들은 오히려 그가 더 친근하고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 P167

그 이상한 규정은 성공했다. 페라리는 망했다.
2005년 시즌 개막전부터 스쿠데리아의 시대가 끝났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중략).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타이어 규정을 건드리는 일이 F1의 본질에 큰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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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실패에 관한 프로젝트라는 걸 생각할 때, 어쩌면 실상 아무도 감사의 말을 기대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옹호하는 대안적 형태의 지식을 생산하는 정신으로, 나를 상실, 결핍, <네모바지 스펀지밥>뿐만 아니라 실패, 멍청함, 부정성이라는 주제로 인도해준 그 모든 멋진 사람들을 언급해야겠다. - P9

 이 책에는 줄거리 요약이 많이 등장하는데, 바라건대 벌랜트의 것처럼 재미있는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 P10

전복이라는 개념이 슬프게도 유행이 지난 듯 보이는 시대에도 나는 여전히 끈질긴 전복적 지성들로 이루어진 배교자무리에 속하기를 원한다. 폴 아마르, 알리샤 아리존, 카르멘 로 - P11

이 책은 부분적으로 논문 형태로 발표된 바 있다.  - P12

서론

저급 이론


대안은 무엇인가?


(전략). 우리는 모두 꿈이 산산조각나고, 희망이 짓뭉개지며, 환상이 깨지는 일에 익숙하다. 그런데 희망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 걸까?  - P16

 다시 말해, 냉소적 체념도 아니고 순진한 낙관도 아닌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 P16

 이 책은 ‘저급 이론low theory (스튜어트 홀의 연구에서 내가 차용한 용어다)과 대중적 지식을 사용해 대안을 탐구하고, 이원론의 전형적인 덫과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탐색한다. - P17

(전략). 그러나 저급 이론은 대안이 비판과 거부라는, 종종 극도로 어둡고 부정적인 반직관성¹이라는 혼탁한 영역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과 만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 고급 이론과 저급 이론, 대중문화와 난해한 지식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삶과 예술, 실천과 이론, 사고와 행위 사이의 구분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앎과 무지를 둘러싼 더 혼란스러운 영역을끝까지 파헤쳐 볼 것이다.

1 [옮긴이] 반직관성(counterintuitive)은 사회에서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는 도덕적 직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윤리학의 개념이다. - P17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전반의 급격한 경기변동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성공과 실패의 정태적 모형²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 [옮긴이] 정태적 모형(static model)은 특정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형 가운데 정해진 시점을 중심으로 생성한 모형으로, 현실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지 않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많이 쓰이는 경제학의 모형 설정 방식을 말한다. - P18

실패는 퀴어들이 특별히 잘하는 일이자 지금껏 항상 잘해왔던 일이다. - P18

(전략). 또 실패는 확실히 실망, 환멸, 절망과 같은 일련의 부정적 정동을 동반하는 한편, 그런 정동을 이용해 우리 삶에서 해로운 긍정주의 toxic positivity⁴가 지닌 허점을 찾아낼 기회 또한 마련한다.


4 [옮긴이] 상실이나 고난 등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고자 하는 경향을 뜻하는 개념으로, 심리학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 P19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보면 실패는 종종 성공보다 더 나은선택이었다. - P21

여성의 실패를 다루는 익숙한 예시로 실패에 관한 논의를시작해보면 유익하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2006)에서 애비게일 브레슬린이 연기하는 올리브 후버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어린이 미인대회에 선발되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략).
이 영화로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마이클 안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서 이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경멸하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건 바로 루저들입니다!" - P23

(전략). 이것은 사회질서를 설명하는 동력으로서의 긍정적 사고에 의존하는 낙관주의도 아니고, 모든 것을 무릅쓰고 긍정적인 면만을 보고자 하는 낙관주의도 아니다. - P24

규율되지 않은


비가독성 illegibility은 정치적 자율성의 믿을 만한 원천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제임스 C. 스콧, 「국가처럼 보기」

(전략). 진지하게 여겨진다는 것은 시시하고 문란하고 지엽적이게 될 기회를 놓친다는 의미다. 진지하게 여겨지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이미 증명된 지식 생산의 길을 답습하도록 강요하는 힘이다.  - P25

어떤 종류든 간에 훈련은 벤야민식의 지식 접근법, 즉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길을 따라 "틀린" 방향으로 걸어가기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⁹


9 Walter Benjamin, Selected Writings 1913-1926, vol. 1, 1996. - P25

특히 물리학과 수학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는 괴짜 지식인들이 꽤 많아서(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은둔자 테러리스트 유형은 아니다). 논문 출판 압박으로 관습적 지식 생산과 그 경로상의 발자취 많은 샛길에 매여 있게 하는 학계를 거부하고 인적 없는 곳에서 배회하곤 한다. - P26

 일례로 2008년에 뉴요커는 여러 야심찬 물리학자와 수학자처럼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거창한 이론 발견에 열중해 있던 괴짜물리학자에 관한 특집기사를 냈다. - P26

리시가 제창한 ‘모든 것의 이론‘은 결국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럼에도 온전히 새로운 질문과 방법론의 지형도를 제시했다. (중략), 학계에서 거부당하거나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어 영상 세계를 향한 자신들의 꿈을 탐험한 이들이다.⁹ - P27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창조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제를 혁신하는 실험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 P27

이 책은 관습적 지식이라는 감옥 밖으로의 산책이자 실패, 상실, 자발적 퇴행이라는 규제되지 않은 영역으로의 산책으로서, 규범과 일반적 사유 방식을 크게 우회한다. - P28

프레드 모튼과 스테파노 하니는 2004년에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게재한 선언문 「대학과 지하공동체: 일곱 가지 테제」에서 대학과 규율에 관해 급진적으로 다루면서, 학제가 붕괴하고 있으며, 관례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여겨졌던 분과들 사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¹⁴

14 Fred Moten and Stefano Harney, "The University and the Undercommons: Seven Theses," 2004, pp. 101-115. - P29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건립하는것. 이것이 왜 안 될 일인가? - P30

 예컨대 하나의 우회로서 시작된 책 국가처럼 보기: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려는 계획들은 어떻게 실패했는가에서 제임스 C. 스콧은 근대국가가 이윤을 일차적 동기로 삼는 사회적, 농경적, 정치적 실천을 합리화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지역적이고 관습적이며 규율되지 않은 형태의 지식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¹⁷

17James C. Scott, Seeing Like a State: a State: How Certain Schemes toImprove the Human Condition Have Failed, 1999: [국역본]「국가처럼 보기』, 전상인 옮김(에코리브르, 2010). - P30

(전략). 즉, 질서정연함이 우월하다는 논리로 사고하고, 더 지역적인 지식 실천, 덜 효율적이고 시장성이 덜한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할 다른 실천들을 지우고 희생시킨다는 뜻이다. - P32

스콧은 유럽 무정부주의자들의 사유를 빌려와 더 실용적인 형태의 지식에 더욱 주목한다. - P32

사실 우리는 어쩌면 국가와 다르게 보는 방법에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 P33

규율은 자격을 부여하거나 박탈하고, 합법화하거나 비합법화하며, 보상하거나 처벌한다. 무엇보다 규율은 고정된 채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반대 의견을 억누른다. - P33

푸코는 대학이 장려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 지구적이론" 대신 "예속된 지식, 즉 "기능적 일관성 혹은 형식적 체계화에 묻히거나 가려진 지식 생산의 형태로 눈을 돌려 생각해볼 것을 촉구한다.²⁴ (중략).
이것이 우리가 아래로부터의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24 Foucault, Society Must Be Defended, p.7.


- P34

‘예속된 지식‘을 정의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물어야 할것 ‘예속된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어떻은게 규율적 지식 형태를 저지할 것인가? - P35

첫째, 통달mastery에 저항하라. (중략). 예컨대 우리는 실패를 통달에 대한 거부로, 자본주의 내에서 성공과 이윤이 직관적으로 결탁하는 데 대한 비판으로, 패배에 대한 반헤게모니 담론으로 읽어낼 수 있다. - P36

둘째, 나이브함이나 터무니없음(우매함)에 특권을 부여하라. - P37

(전략).. 그러한 교수법을 추구할 때 우리는 이브 세지웍이 말한 것처럼 무지가 "지식만큼 강력한 복수의multiple 것이라는 점, 그리고 배움은 종종 가르침에서 완전히 독립되어 생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³"⁰ 

30 Eve Kosofsky Sedgwick, Epistemology of the Closet, 1990, p. 4. - P38

『무지한 스승』은 과도하게 훈련받은 자가 순종적인 아이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데 의존하지 않는, 해방적인 형태의 지식을 추구하는 반규율적 방식을 옹호한다. 자코토는 자신의 교수법을 이렇게 요약한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르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야만 한다.³³


33 Jacques Ranciére, The Ignorant Schoolmaster, 1991: [국역본]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양창렬 옮김(궁리, 2016), p.15. - P41

예속된 지식에 관한 내 세 번째 논지는 다음과 같다. 기념화 작업memorialization을 의심하라. - P42

이 책에서 망각은 영웅적이고 거대한 기억의 논리에 저항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며, 명백한 증거보다 유령성spectrality에, 유산보다는 잃어버린 계보에, 명문화보다는 삭제와 더 관련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억을 촉발시킬 것이다. - P43

저급 이론

고차원적 추상으로 작동하도록 고안된 개념들을, 마치 그 개념들이 더 구체적인 ‘낮은‘ 차원으로 번역되었을 때도 자동적으로 동일한 이론적 효과를 생산한다는 듯이 ‘독파하려고 시도할 때, 우리는 스스로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스튜어트 홀, 「인종과 민족성 연구에서의 그람시의 적절성」

(전략). 그렇다면 저급 이론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우리를어디로 데려가는가? 왜 그것을 고급 이론의 타자로 위치시키는 이분법을 뒤엎는 대신 승인하는 듯 보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 P44

저급 이론은 이론이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향하는 우회로"라는 스튜어트 홀의 유명한 개념에서 내가 추출해낸 사고 모형이다.³⁵

35 Stuart Hall, "Old and New Identities, Old and New Ethnicities," 1991. P.43 - P44

저급 이론이란 용어는 그람시가 사상가로서 갖는 적절성에대한 스튜어트 홀의 논평에서 가져온 것이다. - P44

비학술적으로 쓰이든 특정한 비판적 사고의 전통을 약칭하든 고급 이론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한 저급 이론의 장은 암시적으로 존재한다. - P45

그람사는 평생 정당에 관여했으며, 오랫동안 여러 차원에서 정치에 참여했다. 중국에 그는 자신의 정치 성향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파시스트 정부의 감옥에서 풀려난 직후 사망했다. - P45

 홀에 따르면, 그 대신 그람시는 진정으로 ‘열린 마르크스주의를 실천했다고 하는데, 당연히 열린 마르크스주의는 정확히 홀이 「보증 없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옹호한 것이기도 하다. - P46

오늘날 대학에서는 반헤게모니 counterhegemony보다 헤게모니를 생각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다.  - P47

홀은 자신의 직업적 경력의 많은 부분을 개방대학Open University에서 보냈으며, 그람시 덕분에 ‘다양한 차원의 추상 작업‘을 할수 있었다. - P47

그림시와 홀 모두에게 경제주의 단지 설교와 값싼 통찰을 이끌어낼 뿐이며, 생산양식을 지탱할 수도 그것을 바꿀 수도 있는 사회관계에 관한 복합적 이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 P48

저급 이론은반헤게모니적 형태의 이론화, 규율되지 않은 지식 생산 영역내 대안들에 관한 이론화의 이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P48

해적 문화



열정적으로 대안을 추구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이 범죄 행위인가?
-디자인 컬렉티브 진, 샤르자드(취리히, 테헤란)



저급 이론에 관한 훌륭한 예시는 17-18세기 자본주의에 대항한 역사를 다룬 피터 라인보와 마커스 레디커의 기념비적 저서 『히드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략).
『히드라』는 모든 대안의 계보학을 통틀어 중심적인 텍스트다. 저자들이 난폭한 무정부 상태라는 여성적 히드라를 굴복시킨 헤라클레스 같은 자본주의 영웅들의 남성적 신화를 거부하고, (후략). - P49

대안적 정치구성체의 역사는 사회관계를 주어진 것으로파악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지배의 맥락에서는 반드시 성공적이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현재를 위한 논쟁과 불화, 불연속성의 모델을 제시하는 정치 행동의 전통에 접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 P51

 거대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기 위해 여러 파생 상품을 동반하며 생산하는 장르에서 대안을 찾는다는 생각에 많은 독자가 반대할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 특히 CGI 기술은 서사의 문을 새롭게 열었고, 유치함, 변혁성, 퀴어성이 예기치 못하게 서로 조우하도록 만들었다.  - P52

<몬스터 주식회사>를 욕망과 계급, 학급에 관한 것으로 읽어내는 프리먼은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에 관한 빌 리딩스의 준열한 고발에 뜻을 함께하며,⁴³ 그 영화가 노동을 뽑아내는 기업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사회적 생산 관계를 매개하기도 하지만 조명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⁴⁴

43 Bill Readings, The University in Ruins, 1997: [국역본] 빌 리딩스, 『폐허의대학』, 윤지관·김영희 옮김(책과함께, 2015).

44 Elizabeth Freeman, "Monsters, Inc.: Notes on the Neoliberal Arts199 Education, 2005, p. 90.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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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학교 총기 난사범들은 높은 확률로 남성이고, 동배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으며, 자살을 시도했거나 생각해봤고, 우울증 전력이있으며, 범행을 저지른 학교에 다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미래의 가해자를 식별해내기엔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 (중략). 즉,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한 총기 난사범은 소수에 그쳤던 것이다. (후략).¹⁶⁰ (이스터에그 3번 참조). - P135

3 비밀경호국 보고서의 한 가지 한계는 폭력적 비디오게임이 널리 확산되기 전에 벌어진 사례들도 몇 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중략), 폭력적 비디오게임에 어느 정도 흥미를 보인 학교 총기 난사범의 비율은 단지 14%에 그칠 뿐이다‘¹⁶⁰ - P149

160. Vossekuil, B., Fein, R., Reddy, M., Bourm, R. & Modzeleski, W. (2002). "The final reportand findings of the Safe School Initiative: Implications for the prevention of school attacksin the United States." Washington, DC: US Department of Education, Office of Elementaryand Secondary Education, Safe, and Drug-Free Schools Program and U.S. Secret Service,
National Threat Assessment Center. - P262

비밀경호국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총기 난사범은 1981년 이후에 태어나 1995년 즈음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난다. - P135

 즉 이들이 자란 세상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을 접하기가 쉬웠을 뿐 아니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이처럼 가상의 유혈과 고어가 널리 퍼져있었음에도 학교 총기 난사범의 단 12%만이 그러한 게임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 P136

폭력적 비디오게임에 대한 무관심은 보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의 범인들에게서 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 P136

여기에는 조승희(버지니아 공대, 2007), 제프리 와이즈(레드레이크 고등학교, 2005), 애덤 랜자(샌디훅 초등학교, 2012) 등이 포함된다.  - P136

총기 난사범들은 폭력적 비디오게임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인데, 이는 이 또래 대부분의 다른 집단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남자 고등학생들의70%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습관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으니 말이다¹⁶² ¹⁶³ - P136

4. 학교 총기 난사범과 전형적인 고등학생 간의 비디오게임 습관이 매우 상이하게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그 차이가 "실재하는 것인지, 유의미한 것인지 아니면 확률상의 우연에 불과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 통계 분석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 P150

162. Griffiths, M. D. & Hunt, N. (1995). "Computer game playing in adolescence: Prevalenceand demographic indicators." Journal of Community & Applied Social Psychology, 5, 189-193.

163. Kutner, L. & Olson, C. (2008). Grand Theft Childhood: The Surprising Truth About ViolentVideo Games and What Parents Can Do. New York: Simon & Schuster. - P262

대량 총기 난사 사건과 비디오게임의 연관성에 대한 믿음이 존속되는 이유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라 불리는 심리학 개념과 관련이 있다. 무엇인가를 강력하게 믿게 되면, 그러한 믿음을 확증해주는 사건에 보다 주목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건은 무시하거나 묵살하게 된다는 것이다. - P137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이나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통해 확인했듯이, 폭력적 게임을 그다지 플레이하지 않았던 총기 난사범들도 희한하게 이 미심쩍은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곤 한다. 처음 추론의 신빙성이 떨어질 때쯤에는, 뭔가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린다. - P137

하지만 다음의 사례를 한 번 보자. 2012년 2월의 어느 금요일, 헌츠빌에 위치한 앨라배마 대학교 University of Alabama 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후략).

이 범인은 제정신이 아닌 폭력 비디오게임 플레이어였을까? 그렇지 않다.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44살의 에이미 비숍Amy Bishop 으로, 이 학부에 재직하던 또 다른생물학 교수였으며 종신재직권을 받지 못한 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 P38

 비숍은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성인 총기 난사범의 사례이자, 비디오게임이라는 주제 자체가 회피된 사례에 해당한다. - P138

정상인 것이 정상이다

총기 난사범 조승희의 비디오게임 습관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승희가 가상의 고어를 즐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23살의 버지니아 공대생인 그가사회적 규범과 다르게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39

. 그의 룸메이트나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승희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플레이하는 비디오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들이포착했던 이상한 점 중 하나였다.¹⁵⁷ - P139

157. Virginia Tech Review Panel (2007). "Mass Shootings at Virginia Tech, April 16, 2007."
Retrieved from https://www.washingtonpost.com/wp-srv/metro/documents/vatechreport.pdf - P262

사람들은 스스로를 독특한 개체로 여기고 싶어한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사유할수 있는 존재로서 우리의 욕망은 다른 이들의 명령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우리 각자는 독특하다. - P140

사회적 집단의 예측에 부합하는 것은 인간 행태의 기본 특성일 뿐 아니라 건강한 정신의 지표이기도 하다.  - P140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약물 복용이 정신적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이 특정한 시기의 버클리에서 청소년의 마리화나 흡연은 규범적 행위였고, 그러한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정의상 일탈에 해당했다는 맥락을 봐야 한다. 마찬가지의 논리에 따르면 약물 사용이 십대에게 규범적 행위가 아닌 곳에서 약물을 기피한 이들은 버클리 연구에서의 기피자들에게서 나타났던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원칙은 물론 약물 사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¹⁶⁵ - P141

165. Tucker, J. S., Ellickson, P. L., Collins, R. L. & Klein, D. J. (2006). "Are drug experimentersbetter adjusted than abstainers and users? A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marijuanause."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39, 488-494. - P262

쉽게 말해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 사이에서 규범이 되는 경험을 찾아나서는 것은 성장 발달의 측면에서 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들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거나 그 경험에 뒤따르는 대가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 P142

아무 생각 없이 관습적으로 동조하는 행위를 무조건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 P142

거절이 유감스럽게도 범행 동기의 원천이라는건 1997년 루크 우드햄 Luke Woodham 사건에서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 P143

많은 학교 총기 난사범들이 거절을 경험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그들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¹⁶⁸ - P143

168. Leary, M. R., Kowalski, R. M., Smith, L. & Phillips, S. (2003). "Teasing, rejection, andviolence: Case studies of the school shootings." Aggressive Behavior, 29, 202-214. - P-1

선천적으로 남다른 사교술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교 능력을 향상시킨다.  - P144

성인들은 종종 게임을 하며 노는 행위의 가치를 간과하곤 한다. 여기서 게임은 비디오게임뿐 아니라 숨바꼭질, 모노폴리 보드게임 등 모든 유형의 게임을 의미하는데, 보통 이런 행위들은 기분을 일시적으로 좋게 해주는 것에 불과한 시간 낭비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아동과 성인에게 있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¹⁷² ¹⁷³ - P144

172. Erikson, E. H. (1977). Toys and Reasons: Stages in the Ritualization of Experience. NewYork: Norton.

173. Vygotsky, L. (1978). Mind in Society: The Development of Higher Psychological Function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d play. Same, and cross-sex friendship in - P263

판타지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사교술이 좋아서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사하며 더 인기가 많고 공감력도 뛰어난 이유¹⁷⁴ ¹⁷⁵는 이처럼 "놀면서 익하는" 대인관계의 기술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 P145

174. Gottman, J. M. (1986). "The world of coordinated play: Same- and cross-sex friendship inyoung children." Cambridge, England: Cambridge University.

175. Connolly, J. A. & Doyle, A. B. (1984). "Relation of social fantasy play to social competencein preschoolers." Developmental Psychology, 20, 797-806. - P263

부모님 집의 지하실 같은데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내성적 비디오게이머라는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과 달리, 게이머의 70%는 친구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다. - P145

요즘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친구들은 거실바닥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모여서 논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같은 게임에서는 1,20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온라인상에서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 P146

(전략).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총기 난사범들과 달리, 폭력적 게임을 플레이하는 청소년들은 왕따거나 사회적 부적응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 P147

 비디오게임과 사교술 간에 이와 같은 연관성을 고려하면, 비디오게임을 매일 플레이하는 어린이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빈도로 "실제 세계"에서 친구들과 상호작용한다는 것¹⁶³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 P147

163. Kutner, L. & Olson, C. (2008). Grand Theft Childhood: The Surprising Truth About ViolentVideo Games and What Parents Can Do. New York: Simon & Schuster. - P262

여기까지 읽었다면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맹목적인 비난Crusade이 가지는 위험만큼이나 사회 관습에 관한 것이고, 이 비난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류투성이며, 비디오게임의 폭력성과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또는 여타 실제의 폭력 행위들 간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 P148

. 이어지는 두 판에서는 그와 같은 부가적인 우려에 대해 다룰 것인데, 그 가운데 우선 비디오게임 중독을 먼저 다룰 것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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