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누가 캇셀프라임에게 인비저빌리티를 써주지요?"
"응? 그야 캇셀프라임이 직접 쓰는 것 아닌가."
"드래곤이 마법도 써요?" - P57

"저, 누구시죠?"
내겐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야 할 이유도, 그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지만 먼저 마음대로 말을 건 쪽은 저 문신 장님 쪽이니까 문신 장님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타이번"
"타이번이라. 드래곤에 대해 잘 아세요?"
"아니, 몰라" - P58

"근처에서는 못 뵙던 분이시군요. 전 칼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 목적을 묻는다면 여생을 마칠 자리를 찾고 있는 늙은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 - P59

"영주님은 헬턴트 자작이시고, 썩 괜찮으신 분입니다. 노인장께서 대륙을 주유하셨다면 영주님께서는 노인장을 초청하여 심원한 지혜, 혹은 머나먼 지방의 재미있는 풍습을 들으시겠지요. 하지만 시기가 안 좋군요." - P60

칼은 친절하게 타이번을 의자에 앉혔다. 주점의 주인인 해너 아주머니는 날 멀거니 바라보더니 피식 웃어버렸다.
"너, 숲속에서 몰래 술 마시고 취한 채 계곡을 달리는 버릇이 있다더니 이젠 아주 당당하게 술집에 들어오는구나?"
어떻게 어제 처음 일어난 일이 내 버릇씩이나 되어 있는 것일까? - P61

해녀 아주머니는 당황해서 말했다.
"저, 선생님, 잘못 던지신 것 아닌가요?"
"음? 모자란가? 이런, 100짜리가 아닌가? 늙긴 늙었나 보군. 손이 무뎌졌어."
타이번은 다시 품을 뒤지려 들었고 해너 아주머니는 황급히 말했다.
"아, 아니 맞습니다."
"그래? 허허. 내 손은 그대로군. 다행이야 자네들도 주문하게." - P62

"우리 마을은 강력하지만 조용한 마을이지. 네드발 군. 대륙 어디를 돌아보아도 우리 마을 같은 곳은 없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대도시에서 보이는 소란스러움과 복잡한 인간관계는 없지. 모두 아무르타트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래서 사람들끼리는 참으로 살갑게 살아가는 마을이지." - P64

"캇셀프라임이 아무르타트를 물리치면, 우리 마을은 원래의 좋은 위치 때문에 크게 번영할 거라네. 우리 마을이 중부 대로에서는 꽤 발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잘 알 테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대륙의 서부로 들어가려면 우리 마을은 그 관문이 되겠지. 어쨌든 뮤러카인 사보네까지 구경할 수 있는 마을이니까" - P65

"그러니까 우리 마을이 이토록 좋은 위치와 비옥한 토지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않는, 그래서 조용하고 사람끼리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마을로 있을 수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아무르타트 덕분이라네." - P66

"그 이야기는 들었네. 그리고, 네드발 군."
그리고 칼은 맥주를 삼키고는 말했다.
"자네 말이 다 옳아요." - P67

칼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취해서 한 말이라네. 잊어요, 네드발군."
난 씩씩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드발 군?"
칼이 불렀지만 난 돌아보지도 않고 달려나가 버렸다. 제기랄, 펍을빠져나오자 오전의 햇살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왔다. 미칠 것 같은햇살이었다. - P67

3

(전략).
"샌슨! 이런, 간 떨어질 뻔했잖아!"
"그러게 왜 놀랄 짓을 해, 임마. 뭐야? 고기 받아가는 거야?"
"고기는 무슨 비곗덩어리지. 그런데 경비 대장이 뒷문에서 뭐하는거지?"
"아, 어젯밤에 술김에 여길 들어오다가 뭘 흘려서………." - P69

"반지군?"
샌슨은 기절할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너, 어, 어떻게......?" - P70

잠시 후 나는 조그만 구리 반지를 찾아냈다.
"샌슨, 찾았어!"
샌슨은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다. 난 건네주며 말했다.
"작아서 손가락엔 못 끼겠군. 또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실에 꿰어 목걸어." - P70

우리 둘은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나무 아래에 앉았다. 샌슨은 그때까지도 반지를 만지작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번에 돌아오면 정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결혼식을 올릴거야"
"돌아오면이라니?"
"그야 아무르타트 정벌에서 돌아오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P71

"아니, 우리 성에 전차가 있었어?"
"응. 영주님 명령으로 우리 아버지가 만드셨어. 짐수레를 개조해서."
난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짐수레도, 개조 전차도 아니라 장의 마차일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다는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 P73

기억이 난다. 젊은 영주 헬턴트 남작. (중략). 하지만 헬턴트 자작의 아들인 알반스 헬턴트가 수도에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자이펀과의 전투에서 뭔가 공을 세운 다음, 헬턴트 남작이 되어 우리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영지를 얻어 돌아왔을 때는 우리들도 좀 헷갈렸다. - P73

"하긴...... 젊은 영주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 영주님은 살아도 곧 그곳이 지옥. 차마 아침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뜨며 아드님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바라보고, 밤마다 감기지 않는 눈을 감으며 아드님이 죽는 악몽 속에 잠드셨겠지." - P73

제미니 어머니의 손바닥에 맞을 바에는 웬만한 남자의 주먹을 맞는 것이 나을 거야. 하지만 17년 동안 단련된 제미니는 까딱없는 모양이다.
"으응. 그런데 웬 기름통이야? 어제 일 끝났다고 했잖아."
"주문이 더 들어왔어.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사용될 양초."
"그래? 얼마나 더 만들어야 되는데?" - P75

"그야 기사들도 별로 없고 작전도 별로 없을 테니까. 다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양초도 많이 필요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잖아. 이번 싸움은 결국 아무르타트와 캇셀프라임의 대결이야. 그러니 기사들이 밤을새워가며 작전을 짤 까닭은 없고... 열흘 거리니까 오가는 데 소모될양을 다 따져봐도 100개 정도 되겠지." - P76

"그런데 영주의 숲지기는 영주님 자신이지? 그러니까 실제로 이 숲에서 나무를 자르고, 과일을 따고, 버섯을 캐고, 사냥을 할 권리는 모두 영주님에게 있잖아."
(중략).
"하지만 사실 숲지기는 네 아빠지 알겠어? 이 숲에서 나무를 자르고 버섯을 캐려면 영주님께 허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야 되잖아." - P77

"캇셀프라임에게 날 태워달라고 부탁해 볼까?"
내 분노는 남김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이고, 그랑엘베르
"・・・・・・ 물론 캇셀프라임은 널 태워줄 거야." - P78

아버지는 옆에서 좀 지시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아예 작업장 근처에도 안 오신다. 어디서 나무 작대기 하나를 깎아와서는 마당에서 휘두르고 계신다. 아마 창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기에 이름이나 붙이지 않았다면 다행이겠다. - P80

난 내가 이런 놈인 줄은 몰랐다. 난 막대기를 뺀다가도 움찔해서 도로 물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네미를 개 패듯이 두드리셨다. 뭐, 피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가만히서 있어도 엉뚱한 곳을 찌를 정도였으니까. 오히려 내가 피하려다가 아버지의 막대기를 찾아가서 맞는 일이 잦았다. - P82

난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말했다.
"아버지 정말 이래 가지고 돌아오시겠어요?"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다. 지휘관이 내 솜씨에 반해서 그대로 수도에 끌고 가 임금님께 알현이라도 시키겠다면 어떻게 하지? 난 이 마을이 좋은데" - P82

"뭐, 작전 지휘관들은 우리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모양이더구나.
어차피 싸움은 거의 캇셀프라임이 맡게 될 테니까."
"캇셀프라임 뒤에 꼭 숨어 있으시고 혹시나 ‘돌격!‘ 어쩌고 하면 그대로 ‘으악! 적의 화살에 맞아버렸나 봐!‘ 하고 쓰러져버리세요." - P83

"그런데 백작쯤 되는 사람이 끌고 온 병사가 고작 그거예요?"
"글쎄. 캇셀프라임을 가리켜 고작 그거라고 말하느냐?"
"하긴 그렇군요." - P83

4

휘파람 휘파람.
하멜 집사를 만나러 성에 가는 길이다. 양초는 이미 100개를 만들어두었지만, 그건 내 예상이며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 알 수가 없다. 무조건 더 만들 수는 없었고, 그래서 하멜 집사를 만나거나 얼굴도 모르는 그 ‘작전 지휘관‘ 씨라도 만나 봐야겠다. - P87

휘파람 휘파람.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그 캇셀프라임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은데. 성 안에서 번져나오는 소문에 의하면 캇셀프라임은 한끼 식사로 황소 다섯 마리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 P88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날 봤다. - P88

몬스터가 쳐들어온 것이다. 어떤 놈일까. 이런 까먹는다! 소피아에게,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함. 잭에게, 계약대로 어머니를 부탁함. 아마 그 남자와 잭은 서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어머니를 맡기로 약속했나보군. 난 갑자기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떠올렸다. 상관없지. - P89

제기랄!
아무르타트, 모든 게 너 때문이야. 아무르타트, 모든 게 너 때문이야.
뭐? 아무르타트 때문에 강한 사람들만 남게 되지 않았냐고? 빌어먹을 웃기지 마! 항상 뒈져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게. 그런 게 강한 거야? 그런 건 개나 줘버려! - P90

난 엉거주춤 일어나며 샌슨을 바라보았다. 샌슨은 이미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왜 혼자야? 부하들은 뭐하는 거야?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내 앞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내 생각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나타난병사들이었다. 여섯 명의 병사들은 일제히 샌슨의 주위에 섰다. 샌슨은빠르게 말했다.
"트롤이다. 아직 한 놈만………… 제길! 더 있군." - P91

"꺄악!"
난 뭣인가에 부딪혔고, 한참 나동그라졌다. 아니, 도대체 눈을 어디다 뒀기에 이런 상황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있다가 나와 부딪히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만큼 멍청한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제미니!" - P92

타이번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스펠을 몸에 새겨서 몸을 마법서로 쓰는 수법이네. 자넨 진귀한 것을 구경하는 거야."
"예, 예?"
타이번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내가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 P95

그 트롤들은 당황한(아마 그랬을 것 같다. 난 트롤들의 표정을 정확히말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 표정으로 떠오른 자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샌슨도 몹시 놀랐다는 표정이지만 그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은트롤 세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트롤들은 각자 손에 든 삽과 괭이로 샌슨을 막아내려 했지만 그건 무기도 아니고 엄청나게 느린 것이다.  - P96

"아차, 그걸 생각 못했군! 이런, 트롤이라면 돌도끼밖에 떠올리지 못한단 말이야. 어떻게 됐어? 세 마리는?" - P97

"이런! 고쳐줬으면 자네들도 어서 뛰어가! 뭐하는 거야? 트롤들이 시민들을 다 죽일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예!"
당황한 샌슨은 그만 경례를 붙여버렸다. - P99

난 내가 떨어뜨린 그대로 주저앉아 아직까지 멍한 표정으로 딸꾹질만 하고 있는 제미니를 가리켰다. 하지만 곧 나는 타이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설명해 주었다.
"조금 전에 트롤이 달려오는 걸 보더니 그만 멍청하게 주저 앉아서 딸꾹질만 하는데요?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아요." - P99

(전략), 타이번은 히죽거리며 제미니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몇 번 튕겼다. 제미니는 딸꾹질을 멈추더니 신음소리를 내었다.
"으음………… 으악! 트롤이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제미니는 바로 앞에 있는 타이번을 절묘하게 피해 돌아와 그 뒤에 있는 내게 안겨들었나 하는 것이다. - P100

식량 창고로 들이닥친 놈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트롤들은 주제에 양동 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 P100

"아니, 무슨 작정으로 술을 먹인 거예요! 타이번!"
"술은 만고의 영약일세. 근심, 걱정, 불안,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주지. 보게. 이 매력적인 미소의 아가씨에게는 내 마법보다도 훨씬 효과가 좋잖은가?" - P102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영주님께서는 틀림없이 마법사님께 크게 사례하실 겁니다."
"사례? 관둬. 캇셀프라임 먹이기도 바쁘고 군자금도 달랑거릴 텐데. 땅을 줄 건가? 허허허. 이 대륙에서 가장 싸구려인이 땅을?"
타이번은 며칠 새 우리 영주님에 대해 꽤 알아버린 모양이다. - P103

난 때론 그냥 돈으로 주면 간단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칼의 말에 의하면 토지는 원래 영주의 소유라 마음대로 줘도 되지만 화폐는 국왕의 소유로 인정된 상태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화폐를 이루는 물질적인 쇠붙이는 모조리 국왕의 것이며 국민들은 화폐의 능력, 즉가치 수단으로서의 능력만을 쓰는 것다. - P103

"음. 이해하겠어. 바쁜 사람 붙잡아둬서 미안하군. 어서 가봐"
"예. 그런데 마법사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
"난 칼의 집에 있어."
샌슨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예? 칼과 아는 분이셨습니까?"
"아니, 그 친구가 혼자 산다며 머물 데가 정해질 때까지 있어도 좋다고 하더군."
"아, 예, 그럼." - P106

"아, 아냐. 미안하군. 후치, 장님의 버릇이야. 평소에 말할 때도 듣는사람을 못 보니 혼잣말 같거든? 그래서 혼잣말을 아무 때나 하게 된다고."
"피곤한 버릇이겠군요. 속마음을 무심코 말해 버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 P107

"뭐? 똑똑해? 웃기는 소리. 그 큐어 드렁큰도 마법은 마법이란 말이야. 취한 상태에서는 캐스트할 수가 없어. 그래서 캐스트하려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러니 무슨 소용이 있겠어?"
"에? 아이고 맙소사・・・・・・ 그런 바보 같은!"
- P108

"간단하지. 술주정뱅이 스승과 며칠 밤을 같이 지내고 나자 제자도 술주정뱅이가 된 거야." - P108

5

마을 앞 들판에 도열한 병사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열병일까. 그저 창검을 가지런히 들고 줄을 맞춰서 있을 뿐이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 P109

나머지 부대들은 아무르타트보다는 회색 산맥에 득시글거리는 몬스터들에 대한 대비일 뿐이므로 구성이 저렇게 간단한 것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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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복싱은 할 수 있다

●끈기 있게 하자

복싱이라고 하는 스포츠는 일견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깊이가 있는 스포츠다.
(전략). 더구나 프로복서가 되기에는 장기간의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다. 복서로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오직 강한 끈기가 열쇠가 된다. - P10

*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선택한다.

복싱이라고 하는 스포츠에서는 어떤 일류 선수가 되어도 기초적인 기술은 매일 연습하여 연마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술만은 언제나 녹이 슬지 않도록 빛이 나고 있어야 한다. - P12

•복싱을 즐기자

흔히 화제가 되는 일이 있는데 아마추어의 ‘기술‘은 프로의 그것에 비하여 열등하다고 판단하는데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술이라고하는 점만에 한정한 경우 아마추어 가운데서는 같은 조건으로 싸운다면 프로보다 기술이 능가하는 선수가 세계에는 많이 있을 것이다. - P12

기술의 순수성만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복싱을 할 경우에는 아마추어로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P13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프로는 기술 플러스 알파도

아마추어, 프로의 해석은 시대와 함께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마추어는 순수한 취미로서 스포츠를 하는 사람을 말하고, 프로는 금전적인 보수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라고 말하고 있다. - P14

그러나 기술이나 경험을 ‘자본화‘하는 프로선수의 경우, 다만 표면적인 테크닉 뿐만으로는 팬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략). 또 때에 따라서는시합을 번성시키기 위하여 ‘연기력‘도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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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물의 매력이
작품의 매력


1장

악당의 매력은
동기에서 나온다



악당을 창조하는 것은 매력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일로, 이번 장에서는 악당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악당의 동기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탐욕, 사랑, 질투, 독선, 야망, 권력, 트라우마, 복수, 절망, 그리고 모래를 싫어하는 마음까지 거의 모든 것이 악당의 동기가 될 수 있다. ㅣ - P105

이번 장에는 ‘주동 인물protagonist‘과 ‘반동 인물antagonist‘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 P105

악당의 가치관을 드러내자

(전략).
반동 인물이 자신의 목표를 어떤 것보다 상위 가치로 두는지 밝히면 그를 반동 인물로서 눈에 띄게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동기와 주동 인물의 동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면 더욱 눈에 띌 것이다. - P106

이에 더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감수할 의지가 ‘없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주면 인물을 다차원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돈과 같이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가치보다 가족, 친구, 사회의 인정 등 많은 독자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치를 반동 인물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지, 혹은 내놓을 수 없는지 그릴 때 더욱 효과적이다. - P107

반동 인물의 목표와 우선순위는 여러 개가 될 수 있으며, 각각의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편 목표들이 서로 충돌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P107

주인공의 반영인 악당


반동 인물의 동기를 주동 인물의 맥락에서 궁리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동 인물의 동기를 반동 인물의 동기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 P107

(전략). 이렇게 반동 인물의 동기는 근본적으로 주동 인물의 동기가 반영된 것이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두 인물은 부딪히고, 자연스레 반드시 둘 중 한쪽이 승리해 정당성을 입증받아야 끝이 나는 성격의 갈등으로 접어든다. - P108

두 번째 방법은 두 인물이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반동 인물도 주동 인물과 같은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 P108

반동 인물이 자신의 동기를 뒷받침하는 가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동 인물과 부딪히는 상황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애초에 두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얽힐 명분이 약해 보이게 된다. - P109

수동적 동기와 능동적 동기

반동 인물의 동기는 ‘수동적‘ 동기와 ‘능동적‘ 동기 사이의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수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은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행동한다. - P109

주기도 한다. 반동 인물의 수동성이 개입될 때 주인공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더욱 큰 주체성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면, 반동 인물은 그에 ‘반응‘한다. 그렇지만 이를 절대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P110

악당은 ‘좋은 사람일수록 강해진다

(전략).
반동 인물이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도록 설정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 통해 《실낙원》의 사탄처럼 믿을 수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존 밀턴은 이 작품에서 사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반동 인물로 그렸다. 앨런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에서도 공권력에 환멸을 느끼며끝없이 서로 싸우는 인간들에 분노하는 오지만디아스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P112

 이는 이러한 복잡성이 반동 인물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묘한 주제에 대해 특정 도덕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반동 인물의 복잡한 도덕적 동기가 사랑, 탐욕, 두려움, 그 밖의 모든 인간적 경험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13

응원하게 되는 악당

‘좋은 사람‘인 반동 인물은 다른 인물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방식으로 이야기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다음과 같은 흔한 조언이 한 가지 있다.

가장 좋은 반동 인물은 패배했을 때 독자가 환호하게 만드는반동 인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와 같은 진술은 열에 아홉이 완전히 틀렸거나 너무 일반적이어서 전혀 쓸모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 P113

주제의 확장성을 좌우하는 악당

반동 인물이 ‘좋은 사람‘일 때는 그의 동기를 이용해 주제를발전시키기도 쉽다. (중략).
일반적으로 주제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여러 과제에맞서 나아가는 모습에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이때 주제는 행간에 감춰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거나 미묘하기도 하다. - P114

반동 인물의 동기가 도덕적 회색 지대에 존재하면 반동 인물이 무조건적인 ‘악‘을 대변할 때와 달리 작가가 주제를 펼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 P114

어쨌든 이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반동 인물이 반드시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행하기도 하고, 두려움이나 중독 때문에 행하기도 한다.  - P115

반동 인물이 스스로를 ‘선‘ 또는 ‘악‘으로 규정하면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약하고, 사실 동기란 훨씬 복잡한 것임에도, 그의 동기를 이분법적 잣대에 따라 단순히 나누게 된다. 그 결과, 반동 인물의 동기와 연결된 주제가 약해지기도 하는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의 문제로 간단히 바꿀 수 있는 주제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 P116

사람을 구해야 세상도 구한다


(전략).
그리고 이렇게 반동 인물이 세상을 파괴하거나 장악하기를바랄 때, 또는 세상을 뒤집어엎어 아포칼립스로 몰아넣고 싶어할 때, 우리는 ‘세상을 구원하는 서사‘에 대해 곰곰이 따져봐야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 순간의 긴장은 그 순간 걸려 있는 이해관계를 과연 독자가 잃을 수 있다고 믿는가에 달렸다. - P117

사람들은 자라면서 비록 죽음을 맞이하는 개개의 인물들은 있을지언정 세상은 계속되고 영웅들은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를 수없이 보았고, 무척 익숙해져 있다. - P117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

1

반동 인물의 동기에 감춰진 가치관을 드러내면 그 인물이 반동 인물이라는점이 부각된다. 또 반동 인물의 동기 수준을 드러내면 그가 어떤 유형의 위협이 될지 보여줄 수 있다. 반동 인물의 목표는 두 가지 이상일 수도 있으며, 이 목표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연출해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중략).

3

수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의 개입은 주인공의 주체성을 돋보이게 한다. 한편 능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은 더욱 위협적인 세력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 - P120

5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클라이맥스에서 긴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한 가지는 세상이 아니라 관련 상황과 인물의 운명을 중심으로 긴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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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이야! 정말 화이트 드래곤이야! 우와 멋있어!"
"홍, 달밤에 뱀 밟았을 때의 네 얼굴만큼이나 창백하군그래?"
"후치 네드발! 네! 그 말 하지 말라고 그랬지?"
나는 피식 웃었다. 제미니는 펄쩍 뛰면서 누가 들었을0세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 P9

"드래곤 라자야 드래곤에게 잡아먹힐 염려는 없겠지만 저 말은 정말 불쌍하군."
"응?"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드래곤 옆에서 저렇게 나란히 걷기 힘들걸."
"어머? 그렇구나" - P10

화이트 드래곤을 귀족으로 바꾸고 백마를 평민으로 바꾸면 꽤나 그럴듯한 은유가 되겠지만 우리 마을의 단순한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제기랄, 내가 이상한 것인가? - P10

"쳇. 드래곤 라자는 나이와 상관없어. 드래곤이 보기엔 다섯 살 꼬마든 여든 살 현자든 모두 어린애로 보이니까."
주위의 어른들은 나에게 놀란 눈길을 보내었고, 갑자기 시선을 받게 된 제미니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이었다. 부끄러워서 몸을 꿈틀거리는 것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여러 가지 하네. - P11

그리고 나라면 1000 셀을 준다고 해도 서고 싶지 않을 자리, 즉 드래곤의 바로 옆에는 말을 탄 어린 소년이 가고 있었다. 말도, 망토도, 입고있는 옷도 그 소년에겐 죄다 너무 컸다. 물론 주어진 의무도 그 소년에겐 너무 크겠지. - P12

"드래곤 라자 할슈타일 만세!"
"할슈타일 만세!"
(중략). 만세라고? 열 살도 안 된 꼬마에게 만세라니 정말 웃기는군. 차라리 ‘무병장수하소서!‘라고 말하지. - P12

"아무르타트를 무찔러요!"
나는 순간 부르르 떨었다.
아무르타트. 그 이름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적어도 이때만큼은 마을 사람들의 외침에도 진실성이 담겨 있었다. (중략).
"빌어먹을, 아무르타트를 죽여버려요! 그 새끼를 박살내!"
내가 흥분하는 바람에 제미니는 하마터면 떨어질 뻔한 모양이다.  - P13

나는 제미니를 너무 겁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제미니는 자기 혼자서는 죽어도 못 가겠다고 내 팔을 붙잡고 늘어졌고, 그래서 난 어쭙잖게도 기사 흉내를 내며 제미니를 에스코트해야되었다. - P15

이윽고 눈앞에 공터가 나왔다. 적당한 몸집에 갈색 머리, 사람 좋게생긴 중년의 얼굴이 보인다. 거리에서 만났다면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할 평범하게 생긴 사나이가 나무를 쪼개고 있었다.
"네드발군이 왔는가?"
칼은 도끼를 내려놓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저것 또한 제미니에겐 불가사의한 일이다. - P17

"참 게으르군요. 칼. 해가 질 때 밤에 쓸 장작을 쪼개다니."
"하하하, 네드발 군. 진짜 게으른 건 그게 아니지. 장작 쪼개기도 귀찮아서 그냥 떨면서 자는 게 정말 게으른 거라네. 오래간만이군요. 스마인타그 양"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제미니가 칼을 어려워하면서도 이렇게 찾아올수 있는 이유이다. (중략). 칼은 제미니의 부모나 마을사람 대부분이 제미니, 아니면 젬이라고 불러서 나도 가끔 잊어먹는 제미니의 성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며 제미니를 이렇게 불러준다. - P18

칼은 잠시 후 한숨을 쉬고는 다시 웃음을 띠었다.
"그러나 음 알았어. 자네가 그럴 결심인 줄은 몰랐군. 언제 출발할건가? 그럼 용맹 무비한 네드발 군이 저 악명 높은 아무르타트를 물리쳐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를……………."
"예?""
"어? 아냐? 그럼 스마인타그 께서?"
"풋 프흡, 프하하하하!"
제미니는 죽어라고 웃어대기 시작했고 나도 헛웃음을 지었다. - P20

"예. 드래곤 라자는 겨우 예닐곱 살 정도던데 드래곤은 어마어마한화이트 드래곤이더군요."
"맞춰볼까?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캇셀프라임이로군?"
제미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난 태연할 수 있어서 기뻤다. 칼은푸근하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 P21

칼은 촛불에 술잔을 비춰보면서 낮게 말했다.
"간단한 덧셈 뺄셈의 결과지. 할슈타일 가에 드래곤 라자의 혈통이허락된 시간은 300년. 그 마지막 300년은 벌써 15년 전에 지나갔다네, 네드발 군. 그런데 그 꼬마는 예닐곱 살이라며? 따라서 그 아이가 할슈타일가의 혈통이라면 드래곤 라자일 수는 없지." - P22

칼은 계속 그 사람 좋은 웃음을 벙긋벙긋 웃으며 말했다.
"자넨 우리 나라의 역사도 모르는가. 300년, 아니 315년 전은 우리나라의 개국 기원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 영광의 7주 전쟁 때 드래곤로드는 할슈타일 공(公)에게 드래곤 라자의 혈통을 약속했다네. 그가문에 300년 동안 드래곤의 우정이 함께하여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지닌 후손들이 태어나기로 했어요. 알았나?" - P23

"할슈타일 가문은 다른 개국 공신 가문에 비한다면 원래 반역자 가문이지? 하지만 대대로 드래곤 라자를 배출하는 집안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영화를 누려왔다네. 그런데 할슈타일 가문에서 더 이상 드래곤라자를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 P24

"네. 스마인타그 양 300년 동안 권세를 누리고도 모자라 그 권세를더 연장시키고자 가난한 부모들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그 가문에 입양시키는 거지요. 물론 그 아이들로서는, 어쩌면 그 부모들에게도 좋은일일지도 모르지요. 가난한 집안보다야 할슈타일 가의 양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어디에나 운이 튀는 녀석이 있어." - P25

(전략).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수였다. 눈앞이 빙 돌면서 다리가 풀렸다. 나무를 짚어 간신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제미니도 일어서서는 내 등 뒤에 숨었다. - P28

삽시간에 사방에서 한 손엔 횃불을 들고 다른 손엔 롱소드를 뽑아든병사들이 나타났다.
"영주의 숲에 밤중에 돌아다니다니, 넌・・・・・・ 아니, 뭐야? 후치, 제미니?"
나와 제미니는 어쩔 수 없이 가장 적합한 태도를 취했다.
"에헤헤헤......."
나타난 병사들은 모두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영주의 병사들이었다. - P30

"음. 후치. 드디어 네가 이 정도의 일을 벌이게 되었군. 돈이 어디서나서 술을 샀냐? 하긴 사랑의 힘으로, 아니 욕망의 힘이랄까? 어쨌든술을 구했군. 그리고 제미니를 잔뜩 취하게 했단 말이지. 의외로 소심하군. 취하게 해놓지 않으면 자신이 없었나 보군?"
"오해예요!"
제미니의 비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 P30

"꽃향기 같은데....... 무슨 꽃인지 모르겠네?"
병사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중략).
"아마 제게서 나는 향기일 거예요."
숲을 헤치고 예닐곱 살 정도의 꼬마가 걸어나왔다. 난 취한 상태에서도 그 꼬마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는 제미니가 확실히 사람을 잘 알아본다.
"드래곤 라자!" - P32

2

숲을 걸어나온 드래곤 라자는 쑥스럽다는 투의 웃음을 지었고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임무를 깨달았다. 간신히 풀려난 샌슨이 말했다.
"할슈타일 공. 따라오시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드래곤 라자는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저, 노랫소리도 들리고 웃음소리도 들려서 별로 위험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나는 그 꼬마를 바라보았다.  - P33

그런데 어떻게 사람 몸에서 저런 냄새가 나지? (중략). 우리 영주님은 돈도 별로 없고 성격도 까다롭지 않아서 계피나 정향 등의 고급 향신료 대신흔한 민트를 쓰는 것이다. 어쨌든 냄새를 없애야 먹을 수 있는 게 고기요리니까. - P34

그 드래곤은 주제에 민트 향을 넣어야 밥을 먹는 모양이구나. 하긴 사람이 싫어하는 냄새를 드래곤은 꼭 좋아하라는 법은 없겠지.  - P35

"저, 민트라면 사바인 계곡에 흐드러지게 나 있어요."
"이야! 그래? 잘됐구나. 좀 안내해 주렴." - P35

 나는 샌슨에게 방향을 지시하며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웃기는 드래곤이군. 냄새가 나서 고기를 못 먹겠다고 그래?"
"항상 민트를 사용해서 먹는다고 그러던데 수도에 있을 때는 항상민트를 가득 준비해 놓는다더군." - P36

"저 드래곤 라자의 이름은 뭐래?"
(중략).
"너 미쳤니? 귀족의 이름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할슈타일 공이지"
괜히 기분이 지저분한걸. 하긴, 우리 같은 평민이 귀족의 이름을 알필요 없지. 언제 이름을 부를 기회가 있겠나? - P37

샌슨이 날 잡아먹으려 드는 소동이 있었지만 어쨌든 병사들과 드래곤라자는 계곡 바닥까지 내려왔다. 병사들은 모두 땀을 닦으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 P38

특히 할슈타일 공께서는 기절할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한마디 건네보았다.
"힘드시죠. 드래곤 라자."
"헉헉. 아, 예. 헉"
"이제 다 온 겁니다. 앉아서 쉬십시오. 바로 저 둔덕이거든요." - P39

"엄마 후치! 너도 좀 도와라"
"내 역할은 여기까지의 안내"
"관두자, 관둬."
"달빛 좋은 밤, 우리의 용사들 가슴에 품은 정열, 민트에 내뿜는다."
병사들은 킬킬거렸다. 난 기세가 올라 더욱 목청껏 소리를 지르기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 P39

아까보다 더 소리가 가까워져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이윽고 돌멩이를 걷어차는 ‘좌르륵!‘ 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다가오고 있었다. 늑대가 횃불로 달려들다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데 달려오다니. 보통 늑대가 아니다.
샌슨은 급히 롱소드를 뽑았다. - P40

우리 앞쪽 약 70큐빗 위쪽의 언덕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을 등 뒤에 받고 있어 실루엣으로 보이는 그 몸은 5큐빗은 되어 보였다. 늑대가 아니다. 두 발로 서 있었고 구부정한 허리 위로 머리를 한두서너 개 더 올려도 충분히 여유가 남을 만한 어깨가 보였다. 어깨 양쪽으로 늘어진 팔에는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대거 같은 발톱들이 보였다.
"위어울프다!" - P41

나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우리의 민트 채집단께서는 아무도 활을 가져오지 않았다. 저렇게 바보처럼 서 있을 때 한방 날려야 되는데, 아니지. 위어울프가 화살에 맞아 죽을까? 왠지 맞으면 그대로 튕겨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 P42

위어울프는 이미 죽었다. 그래서 등에 롱소드가 박혀도 꼼짝도 하지않았다. 샌슨은 롱소드를 뽑아들며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품에서 수건을 꺼내어 그 피를 닦았다. 특히 피를 완전히 뒤집어쓴 해리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샌슨은 이윽고 나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고, 그건 퍽불안했다.
"너 이 자식! 말이 씨가 된다고…………" - P44

드래곤 라자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어떻게 보통 롱소드로 위어울프를?"
샌슨은 롱소드를 들어올려 보였다.
"제 것과 나머지 세 명의 검은 은으로 코팅되어 있지요. 빛이 예쁘지요?"
드래곤 라자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도 우리 영주님을 가난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지 뭐. - P45

"귀, 귀하들은 일개 병사인데……………, 수, 수도의 기사들보다 더 용맹해보이는군요."
"글쎄요. 이곳의 병사들은 아무르타트라는 체에 걸러진 알짜배기들이거든요." - P45

"아무르타트 때문에 이 주위에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지요. 그래서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간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최고로 단련된 병사들뿐이지요. 하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다음번 싸움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아니까 겁없이 싸울 수 있습니다." - P46

내 의문을 알 리 없는 샌슨은 고개를 돌려 위어울프를 조사하고 있던 터너를 바라보았다. 터너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는 얼굴이야"
"그래."
"4년 전 위어울프 침입 때 실종되었던 카르도 씨야. 강 건너에 살았지." - P46

숙취와 중노동, 흥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꿈자리는 무시무시했다.
난 바닥에서 일어나 앉아 멍하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자리는 끔찍스러웠는데, 너무 끔찍해서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P47

"아, 아버지. 다리가 완전히 풀렸어요!"
"잘한다. 어서 못 일어나?"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니까요?"
"갈수록 태산이다. 했던 말 또 하고, 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1년 전부터 그랬지."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날 치매 환자로 몰아가셨다. - P48

(전략).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보며 인자하게 말씀하셨다.
"잘 논다. 귀여워 미치겠구나. 걸음마를 다 하고."
"양초 주문량은 어제 다 만들었지요? 그럼 오늘은 일 없지요?"
"없긴 왜 없냐. 이 자식아! 벌집 모으고 비계도 받아와야지!"
"어? 더 만드실 거예요?"
"성에서 급한 주문이 나왔다.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사용될 양초야."
아무르타트 정벌군이라. 그럼 이번이 제9차 아무르타트 정벌군인가? - P49

드래곤에게는 드래곤으로 맞서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영주님의 간곡한 부탁과 정성(칼과 나의 추측이지만 틀림없이 많은 뇌물이 오갔을 것이다. 불쌍한 우리 영주님. 돈도 별로 없으면서)으로 마침내 제9차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황송스럽게도 수도의 캇셀프라임을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P49

"양초는 오늘부터 네가 만들어라"
"예?"
"난 좀 바빠질 것 같구나 집사님께도 이미 말씀드렸다. 품질이 좀 떨어진 모르겠지만 네가 만들 거라고 말씀드렸고 허락도 받았다."
"품질 어쩌고 하는 부분은 잊겠어요. 무슨 일이신데요?"
"이번에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자원했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P51

나는 아버지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냉정할 수가 없었다.
"농담하지 마세요. 아버진 가면 돌아가실 거예요. 개죽음이라고요!"
"군대에서 작전을 짤 땐 전체에서 사망자 비율이 30퍼센트 이하가 될 수 있을 때 작전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따라서 내가 죽을 확률도 30퍼센트란다."
갑자기 엄청나게 거리감 느껴지는 변명을 들어서 나는 정신이 없었다. - P51

"아무르타트가 쓰러지는 것을 볼 권리가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나도 그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지."
"아버지가 그러시면 어머니가 기뻐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아버지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 P52

난 눈초리를 확 바꿨다. 아버지는 껄껄 웃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내 표정을 잘못 이해하신 것이다.
"그래요! 제가 갈게요!"
"멍청아 군대 징집 하한선도 모르냐? 넌 열일곱 살이야."
아버지는 아주 간단한 말씀으로 내 입이 다물어지게 만들었다.
"……………그거 상한선은 없어요?"
"있지만 내 나이는 아니다. 약오르지?" - P53

난 성으로 걸어갔다.
성에서 버리는 동물의 지방은 유지 양초의 원료로 쓰인다. 그 외에 생선 기름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난 구경도 못해 봤지만 고래 기름으로 만드는 양초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지방으로 만드는 유지 양초는좀 저급품이지만 평민들에게는 굉장히 값진 것이다. - P54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눈은 전부 언덕 위쪽, 영주의 성을 향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뽑아들고 성 쪽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로 거대한 하얀 목이 보였다.
"캇셀프라임?"
(중랴.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다시 내려갔을 때에야 그것이 캇셀프라임의 날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날개는 다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 P55

"예. 어, 그런데 캇셀프라임은 어딜 가는 거지요?"
"글쎄올시다. 날아간 방향으로 보아 회색 산맥이군. 정찰이 아닐까하는데"
"정찰? 정찰이라면 우습네요. 저건 누구 눈에나 뜨일 테고 당연히 아무르타트에게도 보일 텐데." - P56

난 머리를 딱 쳤다. 물론 그게 어떤 원리인지야 나로선 도저히 알 수없지만, 인비저빌리티는 물체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떠올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 P56

하지만 나로서도 변명할 말은 있다고.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법사라고는 딱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제6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한 명, 그리고 제8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두 명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마법사라는 것만 알았지 그들이 마법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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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달라졌네! 둘 다 1씩 떨어졌다. 아니, 이런 잠깐만. 나는 토가에서 스톱워치를 꺼낸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중에서도 일류는 늘 토가 안에 스톱워치를 넣고 다녔다).  - P68

66초
‘측정 속도‘는 66초당 1씩 떨어지고 있다. 재빨리 계산해 보니, 그 말은... 15m/s²이라는 뜻이다. 내가 앞서 계산했던 것과 동일한 ‘중력‘가속도다. - P68

표시된 숫자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상대적인 속도만 표시될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던질 질문은 하나다. 내가 태양을 향해서 가는 것일까,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 P69

나는 헤일메리(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옮긴이) 호에 타고 있다.
이 정보로 뭘 어째야 할지는 모르겠다. - P70

푸른 띠 안에는 검은 원이 있다. 검은 원 안에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작은 세 개의 원이 있고, 각각 가운데에 점이 찍힌 노란 원, 흰 십자가가 들어간 파란 원, 소문자가 들어간 작은 노란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P70

두 사람을 기억하게 되면 마음이 아플 테니까 두뇌가 그들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다. 나는 과학선생이지 외상 심리학자가 아니니까.
나는 눈을 깨끗이 닦아낸다. 지금은 그 기억을 너무 열심히 들여다보기에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다. - P71

(전략).

"실험실 전체가 아르곤 가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공기 배관이 꼬이거나 방호복이 찢기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아르곤 가스를 흡입하면...."
"질식하는 줄도 모르고 숨이 막혀 죽겠죠. 네, 알겠습니다." - P74

"저는 그 샘플이 살아 있는지 그레이스 박사님이 알아내 주기를 바랍니다. 만일 살아 있다면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도요."
(중략).
"그걸 알아내기까지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200년 동안 노력해야 했어요!"
"뭐・・・ 그럼 그것보다 빨리 해보세요." - P75

"아무것도요. 제가 알아낸 바로는 이 점들이 그냥 엑스레이를 흡수해버립니다. 엑스레이가 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요. 아무것도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이상한 일이에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물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 P77

 "하지만 이것들은 태양에서도 사니까요 최소한 얼마 동안은 말입니다. 그러니까 열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것도 말이 되는 것 같네요."
"태양에서 산다고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러니까 생명체라는건가요?" - P77

"뭐, 이것들은 움직입니다.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고요. 그것만으로 이 점들이 살아 있다는 증명이 되는 건 아니죠. 무생물도 정전하든, 자기장이든, 뭐로든 늘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걸 하나 발견했어요. 그게 이상한 건데, 그 점을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 떨어져요." - P78

"네. 그래서 제가 이것들이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내가 말했다. "이 점들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방식으로 저장했다가 추진력으로 활용합니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과정이 아니에요. 복잡하고 방향성도 있죠. 진화 과정을 거친 존재가 분명합니다." - P79

"이것들이 왜 금성으로 이동하는 거죠?" 스트라트가 물었다. "번식은 어떻게 하고?"
"좋은 질문인데요. 저로서는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단세포로 이루어져 자극 반응의 형태로만 활동하는 생명체라면, 아마 체세포분열을 통해 번식할 겁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니까 세포가 반으로 쪼개져서 두 개의 새로운 세포가 된다는...." - P80

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을 애써 떠올렸다. "아스트로파지[별을뜻하는 아스트로(astro)와 세균을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합성어 - 옮긴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네요" - P81

나는 확대된 태양 영상이 떠 있는 모니터를 힐끗 본다. (중략).
자아아암깐.... 맞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은데, 나는 스톱워치를 확인한다. 나는 겨우 10분 정도 공상에 잠겨 있었을 뿐이다. 흑점은 아주 조금만 움직였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면의 절반 정도를 이동했다. 움직였어야 하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까지 - P81

태양의 자전 속도보다 열 배 넘게 빠르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별은... 저 별은 우리 태양이 아니다.
나는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 P82

04

(전략).
나는 ‘아스트로파지‘ 패널을 자세히 살펴본다.

잔량: 20,906kg
소비 속도: 6.056g/s

이 숫자들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아래에 있는 도표다. - P84

연료 구역은 아홉 개의 작은 원통들로 나뉘어 있다. 나는 호기심에그중 하나를 건드려 보는데, 그러자 그 연료통에 관한 화면이 표시된다. ‘아스트로파지: 0.000kg‘라고 적혀 있다. ‘버리기‘라는 버튼도 있다.
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것들이 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리기‘라는 이름이 붙은 버튼은 전혀 건드리고 싶지 않다.
보이는 것만큼 극적인 효과를 낳는 버튼은 아닐지도 모른다.  - P85

스핀 드라이브라・・・ 스핀 드라이브. 나는 눈을 감고 그에 관해 떠올려 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대로 기억을 불러낼 수가 없다. - P86

나는 도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째서 2만 킬로그램의 아스트로파지가 이 우주선에 실려 있는 걸까? 한 가지 강하게 의심되는 가설이 있다. 아스트로파지가 연료라는 가설. - P86

아, 그리고 사방에 온도가 표시되어 있다. 온도가 중요한 요소인 것같다. 선체를 따라서 몇 미터마다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수치에 ‘96.415℃‘라고 적혀 있다. - P87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실험도 해봤습니다. 극소량의 물방울을 가져다가 그 안에 아스트로파지를 집어넣었어요. 몇 시간후에는 물방울 전체의 온도가 96.415도가 되었습니다. 아스트로지가물을 가열한 거죠. 열에너지가 아스트로파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결론은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나는 머리를 긁으려 했지만 비닐 방호복이 방해가 됐다. (중략).
"온혈 미생물이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 P88

"박사님도 진짜 과학자가 맞잖아요. 게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고요, 박사님이 혼자 잘 하고있는데 위험을 무릅쓰는 건 의미가 없어요."
(중략).
"또한, 수많은 치명적 질환에는 2주간의 잠복기가 있습니다."
"저 봐, 결국 그거네." - P90

나는 실험 장비를 뒤진 끝에 필요한 물건을 찾아냈다. 나노 주사기였다. 희귀하고 비싼 물건이었지만, 이 실험실에는 있었다. 기본적으로이것은 매우 작은 바늘이었다. 미생물을 찌르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작고 뾰족한 바늘. 이 녀석을 쓰면 살아 있는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채취할 수 있었다. - P91

내가 구멍을 뚫자마자 세포 전체가 투명해졌다. 더는 아무 특징 없는 검은 점이 아니라, 세포 기관 등 나 같은 미생물학자가 보고 싶어 하는모든 것이 들어 있는 세포가 되었다. 스위치를 탁 켜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아스트로파지는 죽어버렸다. 찢어진 세포벽이 죽더니 완전히 풀어졌다. - P92

"아뇨!" 내가 말했다. "뭐, 맞긴 맞아요 하지만 아주 과학적인 막대기를 가지고 아주 과학적으로 찔렀습니다."
"막대기로 찔러봐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기까지 이틀이 걸리신 거네요"
"당신 진짜... 조용히 하세요."
나는 바늘을 분광계로 가져가 아스트로파지 진액을 받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나는 분광계의 시료실을 봉인하고 열띤 분석을 시작했다. - P93

"물이에요. 아스트로파지는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트라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요? 태양 표면에 존재하는 물질에 어떻게 물이 들어 있을 수 있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부 온도를 96.415도로 유지하기 때문일 겁니다." - P94

하지만 대체 여기 있는 사람이 나인 이유는 뭘까? 내가 한 일이라고는 평생 가져온 신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것뿐이었는데.
그 부분은 나중에 기억날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저게 무슨 별인지 알고 싶다. 왜 우리가 이곳으로 사람을 보낼 우주선을 만들었는지도. - P94

실험실에는 온갖 도구가 있었다. 이걸 비틀어 열 만한 납작 드라이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어이 컴퓨터! 이 판을 열어줘."
(중략).
"음... 비품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줘."
"비품실을 개방합니다." 컴퓨터가 말한다. - P95

통제실의 도면에서 봤듯, 창고는 약 1미터 높이이며 부드러운 용기들로 꽉꽉 차 있다.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해도 그런 짐을 한 무더기는치워야 할 것이다. 굳이 들어가야겠다면 말이지만, 아마 언젠가는 들어가야겠지. 솔직히 말해, 좀 폐소공포증이 생기려 한다. 주택 밑에 파놓은 방공호 같다. - P96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당연히 안다. 야오 사령관. 그는 우리의 리더였다. 이제는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 P97

나는 다른 제복을 꺼낸다. 사령관의 제복보다 훨씬 작다. (중략). 러시아 항공우주국 로스코스모스의 상징이다. 이름은 ‘HJIHOXHHA‘라고 적혀있다. 이것 역시 로고에서 봤던 이름이다. 이건 ‘일류키나‘의 제복이다. - P97

그런 다음, 나는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게 옷을 입히는 우울한 작업을 시작한다. 깡마르고 건조한 그들의 시신에 입히니 작업복은 터무니없이 커 보인다. 양말도 신겨준다. 안 될 것도 없잖아? 이건 우리의 제복이다. 우주 여행자에게는 제복을 입고 묻힐 자격이 있다. - P98

"올레샤 일류키나." 나는 그렇게 말한다. (중략).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이름만큼은 기억난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적당한 말인 것 같다. (중략).
다음으로 나는 야오 사령관을 에어로크로 운반한다. (중략). "야오 리지에" 나는 그렇게 말한다. 그의 이름이 어째서 온전히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 떠올랐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 P99

(전략).

나는 실험실에 고립되어 있었기에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는 바로 어제 스트라트를 위해 그 단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그 단어가 스트라트에게서 대통령에게로, 다시 언론으로까지 퍼져나가다니. 우와.
"음, 그래, 아스트로파지. 그게 태양에서 자라고 있어. 아니면 태양근처에서든지, 확실히는 모른단다." - P101

"너희들도 기후변화에 대해서 알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환경에 어떤 식으로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켰는지 말이야."
"우리 아빠는 지구온난화가 사기래요." 터모라가 말했다. - P101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30년 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해"
바로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안심했다.
"30년이요?" 트랭이 웃었다. "엄청 나중이네!"
"그렇게까지 먼 미래는 아닌데..." 내가 말했다. 하지만 열두 살, 열세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30년이 100만 년이나 마찬가지였다. - P103

나는 서둘러 운전했다. 지나칠 만큼 빠르게. 빨간불도 그냥 지나갔다. 사람들을 칠 뻔했다. 나는 원래 그런 일을 절대로 하지 않지만, 그날만은 달랐다. 그날은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끼익 소리를 내며 실험실 주차장으로 들어가 이상한 각도로 차를 대놨다.
미군 두 명이 빌딩 문 앞에 서 있었다. (중략).
"막아야 되나?" 한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물었다. 나는 답이 뭐든 관심 없었다. - P104

스트라트는 팔에 태블릿을 꼈다. "박사님 꿈이 실현될 예정이거든요. 저는 아스트로파지를 나눠서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실험실 서른 곳에 보낼 생각입니다. 세른(CERN, 순수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1954년에 공동 설립한 가속기 연구소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연구소 중 하나-옮긴이)부터 CIA 생화학 무기 실험실까지 전부 말이죠."
"CIA에 생화학 무기 실험실이 있어요...?" 나는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이 작업을 좀 더 진행하고 싶습니다." - P105

"아뇨, 다 못했습니다. 알아내야 할 게 훨씬 더 많아요."
"당연히 그렇죠."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걸 알아내는 작업을 시작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실험실이 서른 군데 있고요."
내가 앞으로 나섰다. "아스트로파지를 일부라도 여기 남겨 주세요. 조금 더 연구하게 해주십시오." - P105

스트라트는 태블릿을 가리켰다. "이 실험실들은 전부 국가 단위의 거대한 실험실입니다만 각자 대여섯 개의 세포를 받을 겁니다. 그게다예요. 그 정도로 아스트로파지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그 173개의 세포들이야말로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에요. 우리가 그 세포들을 분석한 결과가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게 됩니다." - P106

"지금도 제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론적 모형을 만드는 데에 경력을 다 바친 미생물학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거의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기술을 가진, 쓸모 있는 자원이에요." - P106

스트라트는 한 걸음 물러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내 말을 곱씹으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 다시 나를 보았다. "셋이요. 아스트로지 세 개를 받으세요." - P107

지구가 곤경에 빠져 있다. 태양이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됐다. 나는 우주선을 타고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이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고, 우주선의 승조원들은 국제적으로 모집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항성계를 넘나드는 임무다.  - P108

나는 더 많은 정보를 찾아 화면들을 뒤진다. 대부분의 화면은 우주선에서 볼 법한 것들이다. 생명 유지 장치, 항법 장치, 뭐 그런 것들. 어떤 화면에는 ‘딱정벌레‘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다음 화면에는…….
잠깐 딱정벌레라고?
그래, 이게 무엇과 어떻게 관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우주선에 딱정벌레가 있다면 알아봐야겠다. 그런 것이야말로 알아봐야 할 문제다. - P108

나는 임의로 ‘존‘이라는 딱정벌레를 골라 자세히 살펴본다.
존은 곤충이 아니다. 우주선이 틀림없다. - P109

잠깐... 이 탐사선이 존재하는 의미가 5테라바이트의 저장 공간이라면?
문득 어떤 깨달음이 든다.
"이런, 너무한걸." 내가 말한다.
(중략). 다른 별로 우주선을 보내는 데에는 아마 터무니없는 양의 연료가 필요했을 테니까. 그 우주선을 다른 별로 보냈다가 다시 데려오는 데에는 그 열 배는 되는 연료가 필요할 것이다. - P109

나는 기억을 되살리려고 ‘아스트로지‘ 창을 확인한다.

잔량: 20,862kg
소비 속도: 6.043g/s

소비 속도가 전에는 초당 6.045 그램이었다. 그러니까 약간 줄어든셈이다. 그리고 연료의 양도 줄어들었다. - P110

저게 무슨 별인지는 모르지만, 태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별에서든 1.5g의 중력가속도로 겨우 40일 안에 지구에도착할 방법은 전혀 없다. 아마 지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몇 년이 걸렸을 것이다. - P110

아무튼 이 모든 것의 의미는 한 가지뿐이다. 헤일메리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왕복이 아니라 편도다. 이 딱정벌레들은 내가 지구로 정보를 보낼 방법일 것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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