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1. 자비란 없다

1905년, 존재감을 드러낸 마티스는 기세를 몰아 1907년에 한 번 더 파격을 시도합니다. <푸른 누드>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어떤 파격이 보이시나요? - P249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잔의 ‘다시점(多時點)‘을 적용한 것입니다. 누드를 잘 보세요. 상체와 하체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지 않나요? - P249

더불어, 세잔에게 없던 자신만의 것도 첨가했습니다. 바로 ‘원시성‘입니다. 배경에 열대식물을 그려놓기도 했지만, 인물의 얼굴을 보세요. 아프리카 조각상같이 단순하게 그렸군요. - P251

1906년, 마티스와 피카소는 이미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중략). 자신의 최대 경쟁자가 세잔과 원시미술에 심취해 있다는 것을 곁에서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피카소의 전략은? 정면 돌파였습니다. 이름하여, 마티스의 연구과제 빼앗기! - P251

경쟁자 마티스를 향한 기습적어퍼컷이자, 입체주의 시작을 알린 문제작 <아비뇽의 처녀들>입니다.
이 그림 한 장으로 우리가 아는 피카소가 탄생합니다. 마티스처럼 세잔에게 얻은 유산을 대거 채용하고 있습니다. - P251

입체주의가 잘 이해되지 않나요? 그럼 이렇게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정육면체를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그것을 펼쳐 전개도로 만듭니다. 그리고 가위로 마음대로 자릅니다. 수많은 조각이 생겼죠?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캔버스 위에 붙이세요. 그러면 입체주의 회화 완성입니다! - P253

마티스는 <푸른 누드>에서 두 개의 시점을 사용하는데 그쳤었죠? 피카소는 그 시점의 개수를 ‘무한대‘로 확장시켰습니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시점을 하나의 캔버스에 넣을 수 있는 새로운 회화 언어를 창조한 것입니다.

마티스의 연구과제를 빼앗아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린 피카소, 이는 마티스에게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야수주의를 함께 연구하던 브라크와 드랭이 마티스를 떠나 피카소의 편으로 갑니다. 마티스의 후원자들마저 등을 돌려 피카소의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하죠. - P253

Round 2. 원펀치쓰리강냉이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사람."

피카소의 말입니다. 그는 세잔을 매우 존경했습니다. 실제 말년에는세잔이 사랑했던 생트 빅투아르 산이 보이는 성에 살며 세잔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죠. - P254

. 사실 피카소는 혼자 작업하기보다 협업하기를 좋아했습니다. 타인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켰죠. - P254

 피카소는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이들을 혐오한다. 회화는 탐구이며 실험일 뿐이다."

회화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버린 피카소는 회화를 실험으로 규정합니다. 즉, 자기 작품은 회화 언어를 창조하는 실험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 P255

피카소가 훨훨 날고 있을 때, 마티스는 어땠을까요? 그야말로 혼돈의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피카소에게 세잔의 ‘형태‘ 영역을 완전 빼앗겨버린 마티스가 다시 그 구역을 탈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 P255

하지만 마티스는 쉽게 KO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절벽 끝에서 타개책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그가 그런 근성을 가졌기에 우리에게 야수주의의 거장으로 기억되는 것이겠죠. - P257

Round 3. 최후의 탄알 한 발

피카소가 미술계를 초토화시키고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그럼에도 마티스의 권총에는 탄알 한 발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만의 목표를 추구하며 참호를 구축하고 있었다. 실험, 자유화, 색, 에너지로서의 색, 빛으로서의 색에 대한 문제들."

그 탄알의 이름은 ‘색‘이었습니다. - P257

. 미술계에서 피카소의 지위는 급상승중이었고,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너도나도 입체주의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비평가들은 입체주의가 20세기 회화의 주인공이라고 추켜세웠죠. 그럴수록 마티스는 초라해졌습니다. 색이라는 돌파구를 찾았지만, 결국 그는 슬럼프에 빠집니다. - P258

(전략). 특히 이슬람양탄자와 알람브라 궁전에 새겨진 매혹적인 패턴의 장식 무늬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고통을 견디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영감을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그 작품이 바로 <가지가 있는 실내>입니다. - P259

근본적으로 마티스는 색채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치 다양한 색 무늬를 가진 직물을 가져와 캔버스에 구성한 것 같죠? 형태의 조각을 구성하는 것에 집중한 피카소의 영향인 듯 보입니다. - P259

Round 4. 빼앗기 아닌 영감 얻기

일명 ‘분석적 입체주의‘를 실험하며 사물의 형태를 무한대로 쪼개나간 피카소. 그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사물을 계속 쪼개다 보니그 사물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 P261

<기타>라는 작품을 봅시다. 처음 마티스에게 세잔과 원시 미술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대담한 ‘색면의 구성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분석적으로 잘게 쪼개기를 버리고, 기타의 형태를 가능한 크게 쪼개 구성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림 속 갈색 식물 무늬를 보세요. 마티스가 <가지가 있는 실내>에 그린 무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피카소는 그런 게 아닙니다. 무늬가 있는물 체를 붙였습니다. 파피에 콜레(Papier Colle)의 등장입니다. - P261

승자는 누구?

‘아방가르드 선도자‘라는 타이틀 건 세기의 대결! 과연 그 승자는………? 마티스와 피카소 둘 다입니다. 한창 싸우던 당시에는 오직 한 사람만 그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 두 사람 모두 미술계의 거성으로 평가받습니다. - P262

 시간이 흐르면서 피카소의 작품은 ‘색채의 에너지‘가 넘실거렸고, 말년의 마티스는 ‘종이 오려 붙이기‘만으로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들의 삶과 예술은 서로가 키워준 것입니다. - P263

◆마티스의 야수주의? 피카소의 입체주의?

회화는 19세기 말까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는데요. 그럼에도 ‘회화는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완전히 깨부순 화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20세기 초, 두 화가가 그 명제를 깨부쉈습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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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천재‘로 불리는 피카소

알고 보면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놈? - P244

‘미술 천재‘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파블로 피카소, 그의 작품을 보면한시도 멈추지 않는 변화무쌍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죠. 정말 천재라고추앙받을만합니다. 앗, 그런데 충격적인 속보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어느 선배의 아이디어를 슬쩍슬쩍 훔쳤다고 합니다. - P245

야수주의 리더 마티스, 입체주의 리더 피카소. 실제 둘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있었습니다. (중략). 바로 ‘아방가르드 선도자‘입니다.
둘은 절실하게 저 타이틀을 원했습니다. 20세기 새로운 미술 창조를선두에서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었던 것이죠 - P246

홍코너~마티스!

 (전략). 단연 세잔이었습니다. 전에 없던 혁신적 표현을 담은 세잔의 그림은 마치 새로운 회화 창조를 위한 비밀이담긴 보물상자 같았습니다. 너도나도 세잔의 유산을 먼저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그 와중에 세잔이라는 거대한 고지를 선점한 자가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앙리 마티스입니다. - P246

마티스 본인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던 작품, 공개한 후에도 많이 걱정했던 작품, 그림의 모델이었던 자기 부인마저 말렸던 작품 <모자를 쓴 여인>입니다. 당시 그만큼 미친 척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작품입니다. 무엇이 파격일까요? - P247

 때때로 ‘자연에서 본 색‘과 다른 색을 썼던 세잔, 고갱, 반 고흐의 작품에서 마티스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모자를 쓴여인>은 그 힌트를 극단적으로 작품 전체에 적용한 것입니다. 자연에서 본 색이 아닌 자신이 느낀 색을 표현하겠다고 생각한 거죠. - P248

청코너~ 피카소!

마티스가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때, 열두 살 어린 피카소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  - P248

그런 피카소가 살롱 도톤 전시회에 걸린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지적 충격을 받습니다. ‘그림을 이렇게 그릴 수도 있다니!‘ 그리고 마티스의 그림을 통해 지금껏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이 매우 구식이었다고 깨닫게 됩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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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물의 얼굴을 보고 나오미는 놀라서 흠칫 발을 멈췄다. 잘아는 얼굴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표를 보고서야 ‘닛타‘라는 성씨가 생각났다.
닛타는 나오미를 보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다시 표정을 환하게 가다듬고 조지 화이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P52

전화를 끊고 뭔가 메모한 뒤, 그는 나오미가 돌아온 것을 눈치챘는지 "오랜만이에요"라면서 돌아보았다.
나오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몇 년 전과 똑같이 형사라고생각되지 않는 세련되고 기품 있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 P53

"이번의 무모한 수사에 대해서는 이나가키 경감님께서 얘기 해주셨지만, 설마 벌써 시작했을 줄은 몰랐네요. 더구나 이 플로어 카운터에 와 있다니. 저희 호텔로서는 특히 중요한 곳이라는건 알고 있나요?"
"알고 있죠. 리뉴얼하면서 이 특별 카운터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렇다면 꼭 경험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구가 씨와 몇 차례 리허설을 했는데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 P54

"아차, 고객님이라고 해야지. 영어보다 우리말이 훨씬 더 어렵다니까."
"그런가요? 전화를 끊기 직전에는 어떤 말을 하셨지요?"
엇, 하고 당황한 듯 닛타는 눈이 큼직해졌다.
"천만에요. 라고 하셨어요." 나오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투를 쓰면 안 됩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라고 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 전에 수영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이라고 했는데 역시 예의에 어긋납니다. 수영장을 이용하실 경우에는 저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라는 게 제대로 된 응대예요." - P55

"아니, 닛타 씨는 내일부터 1층 프런트에 서게 될 테니까 담당자는 다른 사람이 될 거야. 이쪽 플로어는 다른 형사분이 교대로 투숙객으로 위장해 감시에 나서게 되지. 닛타 씨 외에는 프런트클러크로 위장할 수 있는 형사분이 없는 모양이니까." - P56

"우지하라 씨에게는 그런 내용이 이미 전달되었습니까?
"응, 전달했어."
"놀라지 않았나요?"
그야 당연히, 라고 구가는 입가를 풀며 웃었다.
‘상당히 놀라더라고 지난번 사건 때 우지하라 씨는 여기 없었지만 누구에겐가 이야기를 듣고 형사를 프런트에 세우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내심 어이없어졌던 모양이야 그런데 그것과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형사와 한조가 되라는 지시를 받았으니 당황하는것도 당연하지" - P57

"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로비를 둘러보고 닛타가 절절한 어조로 말했다. "이 유니폼을 입고 야마기시씨와 함께 있게 될 줄이야."
"완전히 동감이에요." 나오미가 응했다. "반갑다, 라는 태평한말을 쓸 마음은 들지 않는군요. 요즘에도 생각하기만 하면 몸의떨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어요." - P59

나오미는 가슴을 살짝 뒤로 젖히면서 입을 열었다.
"컨시어지는 어떤 곤란한 요청에도 결코 노라고 말해서는 안되고 도망쳐서도 안 되기 때문이에요. 이런 일에 냉큼 휴가를 내버린다는 건 너무 무책임하죠. 우리를 기대하고 찾아주시는 고객님도 계실 텐데. 다만 나 이외의 다른 컨시어지는 아직 경험이부족한 데다 지난번 사건을 잘 모르고, 당연히 경찰의 잠입 수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죠. 그런 직원을 긴요한 컨시어지 데스크에 세워둘 수는 없잖아요. 결국 내가 맡는 수밖에 없어요." - P60

닛타는 입술을 깨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범인이 나타날 일시와 장소를 정확히 적었으면서 왜 범인의정체는 밝히지 않았는지, 밀고자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아직 밝혀진 게 없어요. 그래도 경찰로서는 무시할 수가 없죠. (후략)." - P61

닛타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로비를 둘러보았다.
"듣기로는 이 호텔에서 개최되는 카운트다운 파티가 아주 특이한 취향으로 공들여 만들어졌다던데요?"
"맞아요. 다행히 호평을 얻어서 재방문 고객님이 아주 많죠.
구가 매니저님에게서 설명을 들은건가요?"
"잠깐 얘기도 들었고, 티켓도 봤어요. 파티를 예약한 투숙객에게는 체크인 때 그 티켓을 건네줘야 한다고 해서." - P61

"단순한 코스튬 파티가 아니에요." 나오미는 집게손가락을 휘휘저었다. "참가자 전원이 얼굴을 가린다는 게 약속 사항이에요"
"그야말로 가면무도회군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 그 파티, 뭐라고 했죠? 뭔가 꽤 기다란 이름을 붙였던데." - P62

5

(전략).
가슴에 단 이름표에 시선을 던지고 흠칫했다. 우지하라, 라는 글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도 닛타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을 향해왔다. "구가 매니저님은 어디 계시지요?" - P63

우지하라가 작게 헛기침을 한 뒤에 숙박표를 집어 들고 남자손님에게로 갔다.
"구사카베 도쿠야 고객님이시지요."
"응. 맞아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부터 4박, 로열스위트를 이용하시는 것으로 괜찮겠습니까?"
"좋아요." - P64

"구사카베 고객님, 결제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현금입니까, 아니면 신용카드로 하시겠습니까?" 구사카베가 숙박표 기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지하라가 물었다.
신용카드로, 라고 말하면서 구사카베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중략).
로열스위트에서 4박이라면 요금은 백만 엔이 넘게 나온다. 이런 고액을 떼어먹고 도망가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호텔 측으로서는 예치금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복사해두는 것이 통례다. - P65

최상층만 가입할 수 있는 블랙카드였다. (중략).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이 객실 키입니다. 구사카베 고객님, 저희 호텔 이용은 처음이십니까."
"그렇습니다." - P66

"잘 알겠습니다. 아, 자네가 고객님의 짐을 방까지 옮겨드리도록 해." 우지하라가 말했다. 그 ‘자네‘라는 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닛타는 한순간 깨닫지 못했다.
"아니, 됐어요. 내가 직접 들고 갈 테니까." 구사카베는 가방을들고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 P67

우지하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구가를 보았다.
"일반적인 수속이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오버부킹이나 더블부킹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죠? 혹은 워크인의 고객님이 나타났을 때는?"
"1층 프런트라면 모르지만 이쪽 카운터에서는 그런 일은 있을수 없죠."
"그건 모를 일입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요." - P69

우지하라가 다시 명함을 내밀었다. 받아서 들여다보니 프린트 오피스 어시스턴트 매니저 우지하라 유사쿠‘라고 적혀 있었다.
"그쪽 명함도 주시겠습니까?" 우지하라가 말했다.
"명함? 아, 죄송합니다. 탈의실에 두고 왔어요. 경찰 배지라면 휴대하고 있는데………."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P70

다.
우지하라는 턱을 쓰윽 치켜들고 닛타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
"그게 좋아요. 이발을 하고 유니폼만 입으면 누구라도 호텔리어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도 주의하세요."
"네, 주의하겠습니다." 닛타는 대답했다. 얼굴을 홱 돌리며 혀를 끌끌 차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았다. - P71

(전략).
"어떤 방식입니까?" 닛타가 물었다.
"기본적으로 프런트에 있을 때는 내 지시에 따라주세요 접객을 비롯한 업무는 내가 할 테니까 닛타 씨는 일절 관여하지 마시고요. 내가 없을 때는 절대로 프런트에 서지 말 것. 프런트에 걸려 온 전화는 받지 말 것. 함부로 고객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금지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P71

맞은편 자리에서 모토미야가 입을 삐죽거렸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 다 금연이니까 그건 이해하겠는데 아예 흡연실까지 없애버리는 건 대체 뭐야 호텔 쪽에는 흡연 가능한 객실이 있는데 직원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건좀 이상하잖아?"
"유니폼에 냄새가 배어서 근무 중에는 금연이에요. 냄새에 민감한 고객님도 많으니까요." - P74

오늘은 12월 28일이고 31일까지는 사흘 동안의 여유가 있는데 이렇게 일찍 잠입해봤자 별 의미도 없는 거 아니냐고 닛타는 말했었다. 하지만 되도록 빨리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 라는 것이 이나가키에게서 내려온 지시였다. - P75

보고를 들으면서 닛타는 내심 놀랐다. 통상 호텔 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자료는 제출해주려 하지않는다. 이번에 이렇게까지 수사에 협조적인 것은 호텔 측이 본격적으로 위기감을 품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 P76

"밀고장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범인이 무슨 이유로이 호텔을 찾아오느냐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모토미야가 말했다. "밀고자는 어쩌면 그 이유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P77

"혹시 이런 얘기인가?" 세키네가 대답하기 전에 닛타가 말했다. "범인은 이즈미 하루나 씨 외에도 꼭 죽여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 살인을 12월 31일에 이 호텔에서 실행하려고 마음먹었다. 즉 이건 연쇄살인 사건의 일부다. 그런 거야?" - P77

"12월 31일 밤에 최고급 호텔에서 살인이라니. 세상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 자가 있겠느냐고 웃어넘기고 싶기도 해.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엉뚱한 점이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쪽도 엉뚱한 수사 방법으로 대항하는 것이지." 진지한 눈빛을옆자리의 모토미야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네,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 P78

"밀고장에는 단순히 이 호텔에 나타난다고 한 것이 아니라 카운트다운 파티장에 나타난다고 일부러 콕 집어서 밝히고 있습니다." 와타베라는 베테랑 형사가 말했다. "그 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P79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새해 카운트다운 매스커레이드 파티 나이트 너무 길어서 간단히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라고 줄여서 쓰고 있습니다. (후략)."
(중략).
"이미 300명 이상이 신청했습니다. 이런 파티가 있다는 것을알지 못한 채 체크인했던 투숙객이 나중에 신청하는 일도 적지않다고 합니다. 예년의 실적을 통해 추산해보면 앞으로 100명이상이 막판에 예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P80

"몇 군데로 영역을 나눠서 재즈 연주, 마술쇼, 서커스 등을 하게 됩니다. 맥주, 와인, 칵테일은 무한 제공, 그리고 가벼운 먹을거리도 준비한답니다. 일반 입식 파티와 다른 점은 참가자 전원이 코스튬을 한다는 것입니다." - P80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는 어떤 호텔에서나 다 하고 있거든요. (중략). 모르는사람들끼리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상당히 재미있게 진행되는모양이에요. 다만 코스튬과 가면 쓰기는 자정까지예요.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서 제로가 된 순간에 참가자 전원이 일제히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냅니다. (후략)" - P81

"그 파티, 예약제라고 했지? 참가자 목록은 입수할 수 있겠나?" 이나가키가 닛타에게 물었다. - P81

"참가자 대부분은 투숙객이잖아. 가명이라면 카드가 아니라 현금으로 결제하겠지. 그걸 단서로 잡는 것만 해도 목록 체크는 쓸데없는 일은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이미 체크인한 사람 중에 12월 31일 밤까지 계속 투숙하는손님은 어느 정도나 되지?" - P82

(전략). "또 한 명 남자 손님이 체크인했습니다. 오늘 밤부터 4박입니다. 게다가 로열스위트."
와아, 라고 탄성을 올린 것은 세키네였다. 벨보이로서 로열스위트에 가본 적이 있어서 그 호화스러움을 잘 아는 것이다.
"그런 넓은 방을 혼자서 쓴다는 건가?" 이나가키가 물었다.
"예약 내용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나중에 일행이 합류할지도 모르지요. 신용카드를 복사하도록 내준 것을 보면 가명은 아닌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파티에는 아직까지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 P83

"아 참, 그렇지. 피해자는 임신 중이었지만 범인이 꼭 남자라고는 할 수 없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선입견은 버리도록 한다. 이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 모두가 용의자라고 생각하도록.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후략)." - P84

7

(전략).
"피해자가 야마가타 출신이라는 건 지난번에 얘기했었지? 그래서 일부러 야마가타까지 출장을 나갔던 젊은 형사가 귀가 솔깃한 정보를 보내줬지 뭐야. 이즈미 하루나 씨의 중고등학교 때친구가 거의 같은 시기에 도쿄에 왔다는 거야. 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거였어. 그 어렵다는 닛타 씨의 모교야. 게다가 의학부." - P85

"상당히 친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하더라고.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부터 친해졌고 졸업 후에는 같은고등학교에 들어갔어. 이즈미 씨가 그녀의 집에 자주 놀러 오기도 한 모양이야. 학교 성적도 엇비슷해서 시험 답안을 함께 맞춰본 적도 많았다. 단지 도쿄에 올라온 뒤에는 생활 패턴이 달라서점점 왕래가 뜸해진 모양이야. 의대생과 전문학교에 다니는 사회인이었으니 시간을 맞추기가 좀 어려웠겠지." - P86

"딱히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동아리 활동도 안했고, 적극적으로 남들 앞에 나서는 타입이 아니라서 점심시간 같은 때는 주로 책을 읽는 일이 많았대."
"남자를 사귄 적은?"
"자신이 아는 한 그런 일은 없었고, 아마 절대로 없었을 거라고 했어. 상당히 자신 있는 말투였으니까 틀림없을 거야." - P87

"옷차림은 보이시했지만 결코 여자애다운 것을 싫어한 건 아니라고 했어. 웬만한 장식품이나 필기도구 같은 것은 오히려 소녀 취향이었대."
"양면성이 있었다는 뜻일까요?" - P88

"학업을 포기할 만큼 애견미용사가 되고 싶었을까요? 그렇다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바로 그 점인데, 레지던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
"왜요?"
"자신이 기억하는 한, 하루나에게서 애견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거야. (후략)." - P89

"역시 그렇군. 나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피해자의 입에서 이호텔 이름을 들었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증거 수집팀 친구들도 피해자의 방을 샅샅이 훑어봤는데 이 호텔과 관련된 것은전혀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 (후략)." - P91

"노세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실은 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요. 살인을 저지른 인간은 여열이 식을 때까지 되도록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게 마련이잖아요. 파티장이라는 화려한 자리에 나온다는 건 반드시 그럴 만큼 중대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죠."
"동감이야. 게다가 나는 처음부터 이 사건에서 독특한 냄새가난다고 느꼈어." 그렇게 말하며 노세는 자신의 코를 손끝으로 튕겼다. - P92

"요컨대 이즈미 하루나 씨를 살해한 것이 이 범인에게는 첫 번째 살인이 아니었을 거라는 말씀이군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 P93

"그 사진 말인데요, 왜 몰래 숨어서 찍었을까요? 밀고자는 이즈미 하루나 씨가 살해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을까요?"
노세는 입을 시옷 자로 하고 머리를 내저었다.
"글쎄 나도 그걸 모르겠다니까. 범인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밀고자에 대해서도 전혀 손에 잡히는 게 없지 뭐야. (후략)." - P94

 노세가 말했다. "혹시 이 밀고자는 원룸 안의 상황이 다 보였다는 건가?"
"네, 그것밖에 없겠죠. 사체가 발견되었을 때, 원룸 창문은 어떤 상태였지요? 특히 커튼은? 완전히 닫혀 있었던가요?" - P95

8

컨시어지 데스크 업무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나오미가 오픈준비를 하고 있는데 프런트 클러크 유니폼을 차려입은 닛타가다가왔다. - P97

"아차, 실례." 그는 급히 호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냈다. 잠깐만 어리광을 피워도 금세 이런 지적을 받고 만다.
"그래서요? 프런트에 서고 싶은데, 왜 그러고 있어요?"
닛타는 코끝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튕겼다. "나 혼자 프런트에 서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어요."
"누가요?"
"어제 했던 이야기에 등장한 우지하라라는 사람" - P98

"칭찬해드린 건데? 어쨌든 앞으로 계속 그 사람과 함께 지낼생각을 하니 우울해지네요. 범인이 카운트다운 파티니 뭐니 할거 없이 좀 더 빨리 나타나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냉큼 체포해버리고 철수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닛타 씨, 나한테 하소연하려고 오신 거예요?"
"아, 하소연은 그냥 서론이죠. 실은 연락 사항이 있어요." - P99

"만일 그 사람이 이곳에 들른다면 어떤 내용의 상담을 했는지나중에 좀 알려줄래요? 12월 31일 밤까지 투숙하는 손님에 대해서는 철저히 정보를 수집해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어서요."
"살인 사건의 범인이 컨시어지에게 볼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 P100

"상담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죠.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으니까."
닛타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알고 있어요? 지금 비상사태라고요."
"잘 알죠.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 문제예요. 고객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다만, 이라고 나오미는 말을 이었다. - P100

이 사람은 손님을 상대할 때 외에는 표정이나 말투에 거의 기복이 없다.
"로열스위트의 고객님이 컨시어지 데스크의 이용시간을 물어본 모양이던데요. 12월 31일 밤까지 투숙하시는 분이니까 뭔가 상담했을 경우에는 그 내용을 알려달라는 얘기였어요."
우지하라의 눈이 안경 렌즈 너머에서 가늘어졌다. "설마 그러겠다고 하지는 않았겠지?"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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