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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가 맨 끝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 형사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은 데이터에서 뭔가 찾아낸 거 없었나?"
"전과 기록의 데이터베이스에 그런 이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는 동일한 이름이 있었어요. 도쿄에 거주하는 남성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에시마는 노트북을빙글 돌렸다.
닛타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표시된 면허증 사진을보고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야." - P159

"어떻게 된 거야. 운전면허가 없는 건가" 이나가키가 중얼거리듯이 의문을 입에 올렸다.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자동차 운전을 못해서는 미국에서 살기가 어려워요." 닛타는 단언했다. - P160

어때, 라고 이나가키가 닛타에게 물었다.
"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인이 미국 운전면허를 딸 경우, 국내에서 취득한 면허증을 제시하고 시험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저희 부친도 그렇게 했습니다. 단 일본에서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미국에 건너가 면허를 따는 것도 가능해요. 오히려미국 쪽은 시험이 간단합니다." - P160

닛타가 서류를 내밀었다. "체크인은 모두 합해 142팀, 그중 1월 1일까지 체재하는 건 45팀입니다."
이나가키가 숨을 헉 들이쉬는 표정을 보였다. "단숨에 많아졌잖아."
"내일은 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P161

"그 사람,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것은 벨보이 차림 그대로 회의에 나온 세키네였다. "방금 전에 룸서비스로 샴페인을 주문해서 제가 가져다줬거든요. 잔이 두 개였어요."
"이 남자를 실제로 본 거야?" 이나가키가 노트북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뇨, 문 앞에서 여자 손님에게 건네줬기 때문에 방안까지는들어가지 않았어요." - P162

"이제 이틀 남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범인은 반드시 이 호텔에 나타난다. 아니,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하고 각자 신중하게 행동해주기 바란다. 경찰이 잠복 중이라는 것은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하라. 이상." - P163

"일본인은 연말이 닥쳐오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모양이에요. 미국인은 아예 휴가를 떠나거나 집에서 가족과 느긋하게 보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말이에요.-아, 잘 먹겠습니다." 닛타는우선 하이볼 캔을 집었다. - P165

닛타는 하이볼 캔을 책상에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유념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야카와 씨의 말에 따르면, 이즈미 하루나 씨가 보이시한 옷을 입기 시작한 게 중학교 2학년 여름부터였대. 그리고 그게 집안 사정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단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즈미 씨 본인에게 확인한 것도 아니기때문에 ‘억측‘이라고 한 거야." - P166

"어머니가 전통 화과자점의 후계자였다는 얘기는 지난번에했었지? 사귀게 된 남자가 총무여서 그 가게를 실질적으로 꾸려온 사람이었어. 그야말로 측근과 사귀게 된 것인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서로 은근히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중략).
"그 아저씨를 절대로 아빠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도 했던 모양이야." - P167

"이즈미 하루나 씨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남자가 아예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모양이야. 그 무렵부터 이즈미 씨도 별로 투덜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만 포기했거나 아니면 익숙해진 모양이라고 하야카와 씨 나름대로 해석했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는?" - P168

"모친이 교제하던 남자에게서 못된 짓을 당한 거군요." - P169

"보이시하게 이미지를 바꿔버린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이었겠네요. 그러면 남자가 이상한 마음을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응, 아마도." 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대로 어떻게든 도쿄로 떠나고 싶어 한 이유도 이걸로 확실해졌어. 한마디로, 그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 P170

"과거의 미해결 사건 중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것이 있는지 키워드로 검색해달라고 부탁하셨다면서요. 근데 그걸 찾아낸 거예요?"
"응, 찾아낸 것일 수도 있어." 노세는 신중한 말투였다. "기간을1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더니 감전사라는 키워드에 걸리는 사건이 몇 건 있었다는 거야. 그중에 ‘롤리타‘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는 것이 있었어." - P171

"진짜 상황이 비슷하네요. 피해자는 여성이었어요?"
"26세의 여성이었어. 게다가 상당한 미인이야. 지방 출신이고사망했을 때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는 점도 똑같아. 평소 옷차림은 평범했는데 옷장 안에 롤리타 취향의 의류가 여러 벌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롤리타라는 단어가 보고서에 남아 있었던 거야." - P172

16

아침에 컨시어지 데스크에 앉으면 나오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옆에 놓인 작은 날짜 패널을 확인하는 것이다. 야간 타임의 프런트 클러크가 프런트 카운터에 있는 패널을 바꿀 때 함께 바꿔주기로 되어 있다. 오늘의 표시는 정확히 12월 30일이었다.
올 한 해도 마침내 이틀이면 끝이 나는가. - P174

정산을 마친 화이트가 컨시어지 데스크를 향해 걸어왔다. 그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떠 있었다.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고마워요. 이번에도 나오미 씨 덕분에 쾌적하게 잘 지냈어요." 악수를 청해왔다. - P175

화이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로비를 둘러보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십니까?" 나오미가 물었다.
화이트는 잠깐 머뭇거리는 표정을 보인 뒤,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기에 오면서부터 줄곧 느꼈던 건데,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라요." - P176

화이트가 말한 대로 다른 손님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중대한 사건이발생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 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게 틀림없다. - P178

"잠깐 상담 좀 해도 되겠습니까?" 남자 쪽이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간사이 사투리 억양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략).
남자는 옆의 여자를 흘끔 돌아보고 나서 시선을 되돌렸다.
"우리가 그저께 체크인을 했어요. 그래서 어제는 오전에 외출했다가 호텔에 돌아온 게 밤 10시쯤이었는데요." 다시 한번 여자쪽을 흘끔 돌아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 친구가 자기 가방을 누군가 뒤진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 P179

문이 열리고 경시청 수사 1과의 이나가키가 나타났다. 그의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분명 모토미야라는 이름의 형사다. 처음 봤을 때는 완전히 야쿠자 같은 인상이어서 아무리 손님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호텔 안에 있는 것조차 민폐로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에 이어 얼굴을 내민 것은 닛타 형사였다. 험상궂은 모토미야 다음이라서 그런지 인사하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였다. - P180

이나가키는 팔짱을 끼고 허공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표정은 없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옆의 모토미야는 명백히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장본인일 것이다, 라고나오미는 짐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닛타가 질문을 던져왔다.
"곧바로 이그제큐티브 하우스키퍼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나오미는 옆에 있는 하마시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 P181

나오미는 크게 숨을 내쉰 뒤에 입을 열었다.
"그 시점에는 아직 단정할 수 없었지만, 고객님을 계속 기다리시게 할 수도 없어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었다는 전제에 따라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P182

"얘기를 들어보니 야마기시가 짐작한 대로 저 역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라고 생각되는데, 뭔가 반론이 있나요?"
(중략).
"잠깐 들여다본 것뿐인데 맨 위에 넣어둔 것이 맨 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오미는 입을 툭 내밀며 말했다. - P183

"하지만 아무리 특수한 사정이라도 결코 범해서는 안 되는 규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고객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게 바로 그런 규칙입니다. 사건과 관계가 없는 고객님에게는 평소와 똑같이, 아니, 평소보다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P184

후지키는 살짝 가슴을 젖혔다.
"호텔 내부의 감시는 인정하겠지만 인터컴의 사용은 되도록 삼가주십시오. 고객님에의 검문은 웬만한 일이 아닌 한, 자숙해주시고요. 또한 앞으로 하우스키핑에 입회한 수사원이 고객님의 짐에 손을 댈 경우, 그 이후의 입회는 일절 거부하겠습니다. 객실 담당자에게는 수사원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하마시마, 모든 담당자에게 그렇게 전달하세요." - P187

"총지배인님, 생각 좀 해보세요." 이나가키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 호텔에서 범죄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요. 그것을 저지하는 게 무엇보다 최우선 아닙니까?"
후지키가 꿈틀 눈썹을 치켜들었다.
"처음에 하셨던 말씀과는 얘기가 다르군요. 카운트다운 파티장에 살인범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하셨지 범죄 예고 같은 건 없었잖습니까." - P188

"체크인하는 고객이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할 경우, 그 티켓을 고객에게 내줄 때…………." 이나가키는 명함을 얼굴 옆까지 올리면서 말했다. "이 정도 높이까지 올려달라고 해주십시오."
후지키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그건 말하자면 카운트다운 파티에 참가하는 고객님인지 아닌지 로비에서 감시 중인 수사관이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가요?" - P190

"자네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코르테시아 로스앤젤레스가 이번에 리뉴얼을 하기로 했어. 그 참에 일본인 스태프를, 그것도 프런트 오피스를 맡길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는 모양이야. 나한테도 누군가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 후지키가 나오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네를 추천하려고 하는데, 의향이 어떤지 물어보려는 거야."
뜻밖의 제안에 나오미는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 P192

17

(전략).
"신경 쓸 거 없어. 별일도 아닌데." 이나가키는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응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손님의 짐을 조사할 수 없게 됐잖아요." - P192

모토미야의 말에 이나가키는 흐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건 안 되지. 이번처럼 고객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올 우려가있으니까 짐에 손을 대는 건 중지하라고 강경하게 말하긴 했지만, 수상쩍은 고객의 방을 형사가 체크해주는 것 자체는 총지배인도 원하는 일일 거라고. 실제로 정보 제공이나 파티 참가자의체크에 관해서는 양보해줬잖아. 이번 협상을 통해 그 사람은 호텔 측이 경찰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부하 직원들에게 여실히 보여준 셈이야." - P193

"이래저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닛타가 머리를 숙였다.
야마기시 나오미가 흘끗 올려다보았다.
"진짜 말도 안 돼, 고객님의 짐을 마음대로 뒤지다니." - P194

나카네 미도리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심각한 얼굴로 정면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닛타 옆을 지나갈 때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네봤지만 이쪽을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아름다운 분이네요." 어느새 야마기시 나오미가 닛타 옆에 와있었다. "저 여자분이 무슨 문제라도?"
"약간 애매한 점이 있어서요."
닛타는 숙박표에 기재한 나카네 미도리는 가명이고 아마 본명은 마키무라 미도리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 P196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우선 그 여자에 대해서알려줬으면 해요. 티라운지에서 찻값을 방 번호로 달아놓는 것 같았으니까 이 호텔 투숙객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카페오레를 마셨는데, 곁들여 나온 쿠키에는 손도 대지 않은 걸 보면 단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중략).
구사카베는 의아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 여자요 그 여자 방금 둘이서 지켜봤던 그 여자歴 - P198

"저어, 구사카베 고객님." 야마기시 나오미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고객님은 아직 그 여자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그런데도 운명의 여성이라고 단언하셔도 괜찮은 걸까요?" - P199

"당신은 컨시어지잖아요." 구사카베가 야마기시 나오미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손님의 요망에 응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닙니까? 나는 내일, 즉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그 여자를 식사에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식사 중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떤 화제가 필요한지 알아야죠. 어때요. 그건 안 됩니다. 라고 대답할 겁니까?" - P199

11

(전략).
"구사카베 고객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나오미는 말했다.
"다만 다른 고객님의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법률로도 금지된 일이에요. 알려드려도 좋을지 어떨지 본인에게 여쭤보고 흔쾌히 승낙해주셨을 경우에는 알려드린다. 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구사카베가 짜증 난 기색으로 두 손을 허리에 척 얹었다. "이런 답답할 데가 있나." - P200

"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그녀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단둘이 만났을 때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 그러니까 야마기시 씨는 그녀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해주세요. 내일 밤 6시. 어떤 레스토랑으로 할지는 야마기시 씨에게 맡길 테니까." - P201

구사카베는 턱을 치켜들고 썰렁해진 눈빛을 나오미에게로 던졌다. "대체안은?"
"예?"
"컨시어지는 원래 안 됩니다. 라는 말은 할 수 없다면서요? 반드시 뭔가 대체안을 제시하라고 교육을 받는다던데? 그래서 내가 그걸 묻는 거예요. 비용에 관해서는 걱정할 거 없어요.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 P202

"이런 건 어떨까요. 구사카베 고객님이 이 호텔을 떠나시기 전까지 그 여자분과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를 만든다, 라는 것은?"
(중략).
"그거라면 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네,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 P203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요? 그건 나한테 언제쯤 알려줄 수있어요?"
"지금 당장은 좀 어렵고,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내가 지금 외출해야 하는데저녁때는 돌아올 거예요. 그때까지 뭔가 방법을 좀 생각해봐요."
"잘 알겠습니다. 대체안을 준비해두겠습니다."
"드디어 얘기가 마무리됐네." 구사카베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 P204

"난처해하는 것 같아서 나는 도와줄 생각으로…………….
"전혀 아무 도움도 안 됐어요. 애초에 닛타 씨는 이 호텔 사람도 아니니까 수사와 관계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그 마키무라라는 여자는 우리 쪽 감시 대상중의 한 사람이라고요."
나오미는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 P205

"솔직히 현재로서는 노 아이디어예요. 지금부터 생각해볼 거예요. 다만 31일 저녁 식사는 어렵더라도 잠깐 만나는 것뿐이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닛타 씨의 설이 옳다면 그렇다는 얘기지만."
"내 설이라면, 나카네 씨와 그 동행의 관계가 러브 어페어, 즉불륜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에요?" - P206

 "우선 고객님의 정보부터 파악해야겠어요."
"방은 1701호실, 코너 스위트예요." 닛타가 뒤따라오면서 알려주었다.
나오미는 컨시어지 데스크로 돌아가 단말기를 두드렸다.
예약자 이름은 나카네 신이치로로 되어 있었다. 이 호텔은 처음 이용하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한 것 외에 호텔안의 다른 시설이나 레스토랑에 예약한 내용은 없었다. - P207

"31일은 어때요? 어딘가 예약한 거 없어요?"
"내일은......." 나오미는 단말기를 두드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밤에는 인룸다이닝을 예약했어요. 물론 두 명으로, 12월 31일은 룸서비스가 특별 메뉴라서 예약이 필요하거든요."
"방에서 식사를 할 생각인가. 이거, 점점 더 불륜의 의혹이 짙어지는군요." - P208

닛타가 스마트폰을 얼굴에서 떼고 나오미 쪽을 보았다.
"아까 총지배인실에서 얘기했던 하우스키핑에 수사원이 입회한다는 거, 실은 1701호실도 그 대상이에요. 이제 곧 나갈 모양인데 내가 입회하기로 했어요. 야마기시 씨도 같이 갈래요?"
"나카네 미도리 고객님의 방에 간다는 거예요?"
"그렇죠. 뭔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어때요?" - P209

방을 아주 깨끗이 사용했다. 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중략).
하지만 나카네 신이치로와 나카네 미도리 커플은 상당히 매너가 좋은 손님이었다. 젖은 수건이나 목욕가운이 아무 데나 내동댕이쳐져 있는 일도 없고 스낵과자를 사방에 흘려가며 먹은 흔적도 없었다. - P210

"내가 담배를 안 피워서 피우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이것저것 조사했던 적이 있어요."
나오미는 그의 얼굴을 새삼 골똘히 바라보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네요. 나도 선배에게 자주 그런 충고를 들었어요. 취미나 기호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라고." - P211

"이건 좀 마음에 걸리는데..
닛타는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하기 시작했다. 뭔가 검색해보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렇군."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뭔데요?"
"이 소설, 올봄에 문고본이 나왔어요. 그런데 왜 굳이 양장본을 들고 왔지?" - P212

두 명의 하우스키퍼는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건 교환, 소모품 보충, 쓰레기 처리 등이다.
닛타는 한쪽의 하우스키퍼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쓰레기통속의 내용물을 비닐봉투에 옮기는 참이었다.
잠깐 실례, 라면서 옆에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미가 뒤따라가자 닛타는 옷장 문을 열어보고 있었다. - P213

닛타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세면대를 가리키며 하우스키퍼에게 뭔가 묻고 있었다. 젊은 하우스키퍼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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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단선적 척도

지능장애, 즉 백치에서 치우, 노둔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unilinear) 척도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물학적 결정론에서 공통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지능을 단일하고 측정가능한 실체로 물화(物化)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턴의 두개골 (113~138쪽을 보라)에서 젠센(Jensen)이 이야기한 일반 지능의 보편적 척도화(universal scaling ofgeneral intelligence, 500~505쪽을 보라)로까지 확장되는 가설, 즉 단선적 진보에 대한 진화의 이야기다. - P273

과연 지능장애라는 제목하에 모여 있는 수많은 원인과 현상들을 한 가지 요소의 상대적 양에 의해 서열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 P273

어쩌면 고더드는 가장 무딘 유전적 결정론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기능이 하나의 실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단선적인 지능장애 척도를 사용했다. 또한 지능에 관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선천적이며 가계 내에서 유전한다는 사실이라고 가정했다. - P274

고더드는 선천적 지능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현상의 범위를 확장하여, 마침내 인간행동에 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지능에 포함시켰다. 노둔자에서 시작한 척도를 더욱 정교화해서 대부분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의 원인을 범죄자의 유전적 지능장애로 돌렸다. - P274

어리석음의 다음 수준에서 우리는 땀흘리며 일하는 육체노동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고더드는 이렇게 말한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천역(賤役)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에게 적합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1919, p.246)." - P275

척도를 멘델의 구성요소로 분해하다

만약 지능이 단일하고 나눌 수 없는 척도라면,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P276

고더드가 연구를 하던 시기는 멘델 법칙의 재발견과 유전성에 대한 기본적 해독이 환영받고 그 흥분감이 처음으로 꽃피우던 시기였다. (중략). 그러나 초기의 많은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특징이 멘델이 사용한 완두콩의 색깔, 크기, 주름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순진하게 가정했다. - P277

고더드는 지능의 물화에 대한 시도에서 궁극적인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 분명한 이 가설을 받아들여 일시적인 악대차에 편승했다. 그는 비네랜드 학교에서 지능장애아의 가계를 추적해 ‘정신박약‘이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른다고 결론지었다. - P278

고더드는 갈망이나 편견이 아닌 증거의 압박에 의해 이처럼 있음직하지 않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제기된 모든 이론과 가설은 자료 자체에서 제기된 것이며, 자료를 구성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도출되었다. 일부 결론은 저자에게도 놀랄 만한 것이었고, 저자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듯이 많은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1914, p.viii). - P278

노둔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부양(번식이 아닌)

지능장애가 단일 유전자의 결과라면, 그 궁극적인 제거를 위한 방법은 이미 우리 앞에 분명히 놓여 있다. 즉 그들이 아이들을 갖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 P279

만약 노둔자가 인류를 위해 자신의 성충동을 제어하고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와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허용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 P280

격리시설에서는 노둔자들의 성충동이라는 생물의 기본적 욕구만이 부정되며,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수준에서 만족하게 생활할 수 있다. - P280

노둔자의 이민과 번식 금지

고더드는 정신박약의 원인을 단일 유전자에서 찾았기 때문에 그 치유책도 지극히 간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노둔자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과 외국인 노둔자들을 내쫓는 방법이었다. - P251

미국에서 비네 척도가 적용된 이 최초의 사례에 고무된 고더드는 좀더철저한 조사를 위한 약간의 기금을 모았고, 1913년 봄에 두 명의 여성을2개월 반 동안 엘리스섬에 보냈다. 그녀들은 외관상 정신박약자를 골라내도록 교육받았다. 그것이 고더드가 그 여성들에게 기꺼이 부여한 임무였다. 그는 그 여성들에게 선천적으로 뛰어난 직관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 P282

(전략).
고더드의 수치는 두 가지 이유. 하나는 명백하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서 훨씬 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우선 명백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고더드가 처음 번역한 비네 척도는 너무 엄격해서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까지도 노둔자로 분류했다. - P283

명백한 이유로 영어를 구사할 수 없고, 삼등선실에서 대서양 항해를 견딘 겁먹은 남녀 무리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가난해서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고, 연필이나 펜을 손에 쥐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다. - P284

날짜, 또는 심지어 연도나 달조차 몰랐는가?


(전략).

유럽이나 그 인접 지역의 환경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고더드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이들 이민자들의 지능이 놀랄 만큼 낮다는 일반적 결론을 피할 수 없다 (1917, p.251)." - P285

그로부터 10년 이내에 입법화될 이민제한법을 예고라도 하듯이, 고더드는 자신의 결론이 "미래에 이루어질 과학적·사회적·법률적인 조치를 위한 중요한 고찰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1917.
p.261). 그러나 이 무렵 고더드는 노둔자를 특별격리해야 한다는 초기의 엄격한 입장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할 많은 숫자의 둔감한 노동자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 P286

고더드의 연구는 처음부터 예정된 결론에 뿌리를 둔 억측에 불과했다.
그의 방법은 항상 그렇듯이, 외관으로 정신박약을 식별하는 직관력있는 여성의 훈련에 의존했다. - P287

고더드는 한 장의 그림을 살펴보고도 지능장애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과 연관된 어려움을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것이 분명하다. - P288

코더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다

1928년이 되자 고더드는 마음을 바꾸어 자신이 처음에 곡해했던 알프레드 비네의 옹호자가 되었다. 무엇보다 고더드는 노둔의 상한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을 인정했다. - P292

고더드는 과거에 자신의 이론체계를 떠받치던 두 개의 기둥을 스스로 무너뜨렸고, 다음과 같이 결론내렸다(1928, p.225).

1. 정신박약(노둔)은 불치가 아니다(강조는 고더드).
2. 정신박약은 일반적으로 특수시설에 격리될 필요가 없다.

고더드는 "내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적군에 투항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p.224). - P294

*이 말을 고더드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 그는 노둔이 유전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노둔자 부모는 다시 노둔자 아이를 가지겠지만 그들은 교육에 의해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다만 노둔자 부모가 특별히 더 낮은 지능장애자를-백치나 치우-낳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 P294

터먼의 직업별 1Q 작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능이란?


임신에서 유치원 연령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천 개의 질문자를 토대로 자신들이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인근의 정신을 큰소리친다. 이것은 분명 연구에 의해 획득심어준 결과이다. 나는 그 결혼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약 이러한 테스트가 정말 지능을 측정하는 것이들의하는생각그런 일은 층 공더구나 미리 결정된 아이들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트렌드는 인상의 진다는 그는 뒤로로 바람직할 것이다.

-월터 리프맨과 루이스 터먼의 논쟁 중에서 - P295

대중에게 실시된 스탠퍼드-비네 테스트

루이스 M. 터먼(Lewis M. Terman)은 인디애나주 한 농가에서 열네 명의 형제들 중 열두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가 지능연구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아홉 살에서 열 살 무렵 그의 집을 방문했던 보따리 서적상인이자 공사학자였던 어떤 사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P295

터먼은 유전적 결정론의 토대로 267쪽에서 확인된 두 가지 오류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신의 연구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그는 두 가지 가능한입장 중에서 첫번째를 지지했고, 테스트의 평균점수를 일반 지능이라 불리는 ‘실체‘로 물화했다(1906, p.9). - P296

 터먼은 다음과 같은 문항을 비네 테스트에 추가했다.

난생 처음 거리로 내려온 인디언이 길에서 탈것에 타고 있는 백인을보았다. 그 백인과 엇갈린 인디언은 이렇게 말했다. "백인은 게으르다. 그는 앉은 채 걷는다." 인디언이 "앉아서 걷는다"라고 말한 백인의 탈것은 무엇인가?

터먼은 자동차나 그밖의 탈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이 물음에 대한 유일한 정답으로 간주했다. 그 이유로 다른 탈것에서는 다리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P297

만약 학교들이 1923년에 발간된 터먼의 책에서 선전되고 손다이크, 여크스, 그리고 터먼 자신을 포함하는 위원회에 의해 작성된 다음과같은 테스트를 채택했다면, 30분 동안 이루어지는 다섯 종류의 테스트가 아이들에게 평생의 낙인을 찍었을 것이다. - P300

터먼은 고도 지능장애자들의 한계와 그 불가피성을 가혹하게 역설했다. 그는 IQ 75의 아이 때문에 고통받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양친의피나는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그들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P302

터먼이 제시한 IQ에 따른 직업

만약 그것이 옳다면, 지능 테스트 검사관의 감정적이고 세속적인 만족감은 대단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정말 지능을 측정하는 것이라면, 또한 지능이 고정된 유전적 양(■)이라면 한 아이가 학교에서 차지하는 위치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대학에 가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직종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니면 막노동을 해야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관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다면, 신권정치(, theocracy)의 붕괴 이래 어떤 지식인도 향유할 수 없었던 권력을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매력적이다.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취감에 빠질 정도이다. 지능이 유전성에 의해 고정되어 있고 검사관이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될 수 있기만 하다면, 아니 최소한 사람들이 그렇게 믿을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꿈 같은 미래인가! 이 무의식적인 유혹은 과학적 방법을 비판적으로 옹호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미묘한 통계적 착각이나 복잡하게 뒤얽힌 논리적 오류, 또한 몰래 가지고 들어온 부수적 의견* 등의 조력을 받아 대중을 속이기 위한 사전준비로서의 자기기만이 거의 자동적으로 행해질 것이다.
-월터 리프맨와 루이스 터먼의 논쟁 중에서 - P303

터먼은 사회 저변층을 극단적으로 폄하해서, 우리가 효율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능이 극도로 낮은 사람들을 제한하고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04

정신박약자는 불운한 유전에 의해 이중의 짐을 진다. 지능의 결여만으로도 버거운데 그것이 다시 부도덕성으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 P304

실제로 터먼은 IQ 100 이하의 사람들을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 보수가좋은 직업에서 내몰았다(1919, p.282). 그리고 "실질적인 성공"은 IQ 115에서 120 이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능 척도의낮은 문턱에 위치한 사람들을 서열화하는 데 훨씬 큰 관심을 나타냈다. - P306

터먼은 직업별 IQ를 조사해서 지능에 의한 불완전한 할당이 이미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만족스러운 결론을 발표했다. 그는 골치아픈 예외가 나타나도 능숙하게 발뺌했다. - P307

(전략). 다른 연구에서 터먼은 팔로 알토의 ‘떠돌이 노동자 합숙소‘에서 256명의 뜨내기 일꾼과 실직자들의 표본을 수집했다. 그는 그들의 평균 IQ가 그의 목록에서 최하위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89라는 평균은 그들이 상당한 지능의 소유자임을 시사했다. 이것은 운전사, 여점원, 소방대원, 그리고 경찰관보다 높은 수치였다.  - P307

설령 터먼이 실력에 기반한 능력주의(meritocracy)를 옹호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의 엘리트주의는 비난받았을 것이다. 반면 그가 옹호한 것이 강한 동기부여와 힘든 일에 대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체계였다면박수갈채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 P307

과거 천재들의 화석 IQ

한 사회는 기계를 돌리기 위해 수많은 "약간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터먼은 한 사회의 번영이 높은 IQ를 가진 소수의 천재들의 지도력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고 생각했다. - P308

터먼은 이미 프랜시스 골턴에 대한 예비적 연구를 발표했고(1917), 이 지능검사의 선구자에게 200이라는 경이적인 IQ 수치를 부여했다. - P309

이렇듯 번거로운 실제적인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이 연구의 기본적논리는 처음부터 구제할 수 없는 결함을 포함하고 있었다. 콕스가 피실험자들에게 기록했던 IQ의 차이는 그 사람들의 다양한 업적을 측정한것이 아니었고, 그들의 타고난 지능을 나타낸 것도 아니었다. 이 차이는콕스가 대상 인물들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대해 수집할 수 있었던 다양한질(質)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낸 방법론적 인공물(methodological artifact)이었다. - P310

콕스 연구의 두 가지 기본적 귀결은, 그녀가 추론한 IQ가 천재들의 진정한 업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의 기록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IQ는 한 사람의 평생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연구에서 나온 평균 A, IQ는 135이고, 평균 A: IQ는 그보다 상당히높은 145이다. (중략). 둘째, 콕스는 세르반테스와 코페르니쿠스를 포함한 몇몇의 탁월한인물들에 대해 우려스러울 정도로 낮은 IQ를 부여했다. 두 사람 모두105였다. - P311

 가난한 아이들은 이중의 불이익을 당한다. 어린시절을 기록할 사람이 없을 뿐더러 빈곤의 직접적인 결과로 그 지위를 강등당하기 때문이다. 콕스는 우생학자들이 선호했던 방법을 채택해서 직업이나 사회적 신분을 토대로 부모의 선천적 지능을 추정했다! - P312

(전략). 그러나 콕스는 한 사례에서만은 자신의 방법이 제시하는 불유쾌한 결과를 도저히 기록할수 없었다. 비천하게 태어나 유년 시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셰익스피어의 점수는 100 이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 P313

콕스와 터먼의 사회적 편견을 반영하는 IQ 수치 산정의 기묘함 중에서, 몇 사람의 조숙한 소년들은(특히 클라이브, 리비히, 스위프트)* 고전학습을 싫어했고 학교에서 반항적이었다는 이유로 그 지위가 강등되었다. 또한, 권말 목록에서 최하위인 군인 바로 위에 작곡가들이 그룹으로) 배열된 것으로 미루어 콕스가 예술 활동에 적대감을 가졌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 P314

볼테르의 신에 대한 유명한 경구**를 바꾸어 말하면, 가령 역사상 저명인사의 IQ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이 그것을 날조한 것은 아마도 필연이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주)
 "만약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를 창조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는 볼테르의 말을 뜻한다. - P315

사회적 지위와 IQ의 상관관계

터먼의 경험적 연구는 통계학자들이 IQ의 "집단 내 편차(within-group variance)"라고 부르는 모집단(예를 들어, 한 학교의 모든 어린이)내에서의 점수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 P315

터먼은 모든 유전적 결정론자들이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이어처구니없는 외삽(外挿)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진정한 병리학적 이상의 원인과 정상적인 행동에서 나타나는 변이의 원인을 혼동해서 자신의 오류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 P316

그러나 IQ 유전적 결정론자들은 최소한 그들의 선배격인 두개학자들이 여성에 대해 내린 가혹한 판정은 따르지 않았다. - P316

그리고 터먼은 여성들의 제한된 취업기회가 지적 재능을 잘못 이용하고 허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1916, p.72: 1919, p.288). 그는 IQ에 상응한 금전적 보수를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일반적으로 IQ가 100에서 120인 여성은 교사나 고급 속기사로, IQ 85인 남성이 운전사, 소방대원, 경찰관으로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쓰고 있다(1919, p.278). - P317

사회적 지위와 IQ의 상관관계가 겨우 0.4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터먼은(1917) "문제시되는 여러 가지 특성의 본질을 결정하는데, 환경은 타고난 소질만큼 중요하지 않다(p.91)"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섯 가지 주된 근거를 제시했다. - P317

따라서 그는 낮은 IQ가 이러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생물학적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설에서 이루어진 일부 테스트는, 고학년과 중간 학년에 정상이하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설령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낮은 사회계급의 아이들이다(p.99).


터먼은 20명의 아이들이 고아원에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이들의 생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모두 "낮은 사회계급" 출신이라는 그의 주장도 확실한 것이 아니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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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나는 태생부터 긱geek이었다. 그네를 타기 전에는 가상의 스위치를 사용해 그네를 켜고, 그네를 다 타고 나면 스위치로 그네를 껐다고 한다. 기계를 보면 내부 동작을 바로 알 수 있었다. - P15

돌이켜 보면, 나는 뉴저지에서 매우 초현실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온갖 것을 뜯어 고치다 종종 엄마의 신경계를 교란시키기도 했다. 부모님은 50가지 전자 회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 키트를 많이 사주셨는데, 키트에 들어 있는 이런저런 부품을 서로 연결해 책에 없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하자 난감해하셨다. - P15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문 배달을 했지만, 나는 텔레비전과 스테레오를 수리했다. - P15

학교 밖에서는 부모님이 나를 보이 스카우트와 (야구) 리틀 리그에 등록해주셨다. 나는 보이스카우트를 좋아했지만 리틀 리그는 싫어했다. 보이 스카우트를 통해 말타기부터 야외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전하게 불을 다루는 법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리틀 리그에서는 내가 팀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 P16

최근 많은 학생이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찾을 수 있지만,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찾을 수 있는 곳이 없는지 계속 질문했다. 나는 이 책이 그렇게 백과사전처럼 집대성된 자료가 되도록 집필했다. - P17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주변의 자잘한 물건을 분해하거나 수리하고 변경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기업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같은 법률을 악용해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장치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다행히 일부 지역에서는 ‘수리할 권리‘라는 법률이 생겼다. - P18

1939년에 나온 고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마법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커튼 뒤에 있는남자에게 신경 쓰지 말아줘."라고 울부짖는 멋진 장면이 있다. 이 책은 이 마법사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커튼 뒤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P18

옮긴이의 말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20

다뤄야 하는 분야가 많고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번역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다. 번역 원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점을 고치도록 지원해주신 김희정 사장님을 비롯한 책만 출판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열심히 번역을 했지만, 혹 있을지 모르는 실수는 모두 역자인 나의 탓이다. 한편 추천글을 써주신 강유, 권정민, 박재호, 오명운, 오창훈, 이두희, 이일민, 이제현 님께도 감사드린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오현석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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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바깥에서까지 설계사를 만나려는 고객들은 대체로 인간관계에 목말라 있었고 고양이를 길렀다. 그 유연하고 버릇없는 털북숭이가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업무를 방해한다는 게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고양이를 다른 방에 넣어두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물으면 고객들은 연쇄살인마라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P73

"촬영에서 이야기한 대로야. 나한테는 사무소 광고가 필요했고 릴리한테는 친구가 필요했던 거지. 서로 좋은 일을한 거야."
"면허 취소는?"
"나쁜 짓을 들키면 벌을 받아야지. 원래 그런 식이잖아." - P74

원하는 게 대체 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인공지능 설계사 직함을 그토록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게, 내가 바라는 게 뭘까? - P75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인간보다 유능해진 시대에이런 위험 요소를 남겨두는 건 구태라고밖에는 말할 수가없다. 그런데도 인류가 수동 조작 기능을 잃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영향력과 통제욕에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 P75

시영이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안다. 서른네 해를 살았는데 그 반응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학습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고백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게임은 내가 즐길만한 게 아니고, 나는 이미 시영에게 충분히 좋은 서비스를제공해줬다. 그래서 전략적인 퇴각을 택했을 뿐이다. 내가잘못한 것인가? - P76

. 인간관계를 최종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총점의 평균이 아니라 불합리한 과락 조건이니까. - P76

"그거. 약 꼬박꼬박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정말로."
참, 사소한 이야기지만 단약을 시작했다. 개에게서 메일을 받은 날부터니까, 거의 한 달째다. 혈관에서 약의 흔적이 씻겨 나가는 게 시시각각 느껴진다. - P77

설계사 면허를 발급받으면 협회는 전용 워크스테이션을하나씩 보내준다. 인공지능 설계에 최적화된 고급형 컴퓨터다. 물리적 보안키가 내장되어 있는데 협회의 데이터 라이브러리(데이터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웬만한 건 유료다)에 접근하고 전용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하다. 게다가 보안키 일련번호는 지문처럼 신경 관계망패턴 곳곳에 찍혀 나오기까지 한다. - P78

내 출근이 하루 미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다큐멘터리의논조에서부터 다자 계약의 세부 사항까지, 큰 방향을 다시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다. - P79

"한 달만이네요. 갑자기 연락이 와서 ・・・ 놀랐어요."
출근의 부작용인지 시영은 바닷가의 카페에서 보았을때보다 안색이 더 나빠져 있었다. 내가 인사치레를 마치자마자 애완 화분 이야기를 꺼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P80

(전략).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자연스러운 분리정책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 일대가 400제곱킬로미터 규모의 경제특구로 묶여 있다는 건 기본소득자와 나머지의거주지역이 명확히 나뉜다는 의미였고, 특구 안에서 거의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 P81

(전략). 하지만 서른여덟살의 설계사는 그 호칭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가윤의얼굴에 쾌활한 웃음이 일었다.
(중략).
가윤은 깊게 따지지 않았다. 그냥 쉬는 데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 P82

"전채는 글라블락스와 오징어 세비체였습니다. 이제 바질 소스와 올리브유에 절인 건조 토마토를 곁들인 합성육스테이크가…………."
웨이터의 어깨가 허공에 사출하고 있는 홀로그램 입자는 합성육이 55퍼센트의 소고기와 35퍼센트의 돼지고기,
그리고 10퍼센트의 사슴고기로 구성되었으며 등심과 안심의 중간적인 식감이라는 정보를 추가로 알려줬다. - P84

나는 웨이터의 미소 짓는 얼굴(곡선 세 개)을 응시하다가그게 등을 돌리는 타이밍에 맞춰 고개를 돌렸다. 가윤이 익숙한 태도로 합성육 스테이크를 자르고 있었다. 나이프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고기의 절단면으로부터 새어 나온 육즙이 달궈진 돌판에 닿아 치직 소리를 냈다. - P85

"농담이 아니라, 생각이 나서 선배님이 놀라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까 말했지만, 사무소는 정리했고 예약도 더 안 받고 있어요. 여기 올라온 것도 그것 때문이고."
(중략).
"엠바고가 걸려 있어요. 나중엔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될걸요." - P87

동생에게 고객들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특히 두 번째 고객에 대해서는, 나는 급조한 변명을 읊으면서 티 나지않을 만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몸을 돌렸다. 거실 어딘가에 카메라가 있는 걸까? 아니면 아파트 현관에 CCTV가설치되어 있나?
"저녁 약 안 먹었지?"
"아직."
"가져와서 거실에서 먹어." - P90

동생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씻은 다음 머리가 마르길 기다리면서 서재의 생쥐들을 구경했고, 얌전히잠들었다. - P90

릴리/ 내레이션

"이 업계 이야기부터 해보죠. 아이돌이든, 인플루언서든,
슈퍼스타든 간에 사람을 팔아먹는 업계 말이에요. - P91

릴리 / 내레이션
"진짜를 파는 거죠. 열광할 만한 진짜요. 맞춤형 인공지능과는 달리 돈을 아무리 바쳐도 갖지 못하니까, 도리어모든 돈을 퍼부을 수 있는 거. 차마 건드릴 수 없을 것 같고 억지로 말을 듣게 할 힘도 없지만, 그래도 내 말을 들어줄 듯한 거. 그게 바로 공연에 관객석이 있는 이유죠. (후략)." - P92

이모지 박사

"그 사건이 터지고 3시간이 흐른 뒤에, 릴리가 연락했습니다. ‘닥터 이모지 라이브‘ 출연 전날이었죠. 대본을 수정해야겠다고 말하지 뭡니까. 라이브 쇼지만 질문이나도입부의 멘트 같은 건 사전 합의를 거치거든요." - P94

개/ 내레이션
"인간들은 사물을 외형에 따라 판단하는 습성이 있죠. 기계들도 예외는 아니고요. (후략)." - P96

어머니

"인기가 끔찍해? 정말로 신경 쓸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것 같니? 화면에 잠시라도 안 보이면 금방 잊히는데, 그잠깐을 못 참아?" - P98

릴리 / 내레이션

"인기는 정말로 순간적인 걸까요? 말없이 잠적했다면 정말로 잊힌 채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내가 느낀 건 완전히 다른 거였죠. 발밑에 관심이 쌓이면서 나를 점점 높은 곳으로 올려보내는 것만 같았어요. (후략)." - P99

행인 2
"시간 낭비하지 마.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정신병자가한둘이야? (중략), 울면서 웃고 있네. 몸도 떨리고, 경찰을 불러야하는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는걸. 마약사범이 보통 어디로 가지?" - P100

릴리
"원래는 물리학계에 투신해보려 했어요. 시간을 돌리는것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죠. 대학교 원서를 쓰려면 집에 돌아가야 했는데, 좀 멀리 왔던 거예요. 휴대폰이 없으니 택시를 부르기도 곤란했고, 부모님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당연히 안될 일이었어요. (후략)."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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