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가 맨 끝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 형사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은 데이터에서 뭔가 찾아낸 거 없었나?" "전과 기록의 데이터베이스에 그런 이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는 동일한 이름이 있었어요. 도쿄에 거주하는 남성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에시마는 노트북을빙글 돌렸다. 닛타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표시된 면허증 사진을보고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야." - P159
"어떻게 된 거야. 운전면허가 없는 건가" 이나가키가 중얼거리듯이 의문을 입에 올렸다.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자동차 운전을 못해서는 미국에서 살기가 어려워요." 닛타는 단언했다. - P160
어때, 라고 이나가키가 닛타에게 물었다. "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인이 미국 운전면허를 딸 경우, 국내에서 취득한 면허증을 제시하고 시험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저희 부친도 그렇게 했습니다. 단 일본에서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미국에 건너가 면허를 따는 것도 가능해요. 오히려미국 쪽은 시험이 간단합니다." - P160
닛타가 서류를 내밀었다. "체크인은 모두 합해 142팀, 그중 1월 1일까지 체재하는 건 45팀입니다." 이나가키가 숨을 헉 들이쉬는 표정을 보였다. "단숨에 많아졌잖아." "내일은 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P161
"그 사람,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것은 벨보이 차림 그대로 회의에 나온 세키네였다. "방금 전에 룸서비스로 샴페인을 주문해서 제가 가져다줬거든요. 잔이 두 개였어요." "이 남자를 실제로 본 거야?" 이나가키가 노트북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뇨, 문 앞에서 여자 손님에게 건네줬기 때문에 방안까지는들어가지 않았어요." - P162
"이제 이틀 남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범인은 반드시 이 호텔에 나타난다. 아니,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하고 각자 신중하게 행동해주기 바란다. 경찰이 잠복 중이라는 것은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하라. 이상." - P163
"일본인은 연말이 닥쳐오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모양이에요. 미국인은 아예 휴가를 떠나거나 집에서 가족과 느긋하게 보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말이에요.-아, 잘 먹겠습니다." 닛타는우선 하이볼 캔을 집었다. - P165
닛타는 하이볼 캔을 책상에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유념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야카와 씨의 말에 따르면, 이즈미 하루나 씨가 보이시한 옷을 입기 시작한 게 중학교 2학년 여름부터였대. 그리고 그게 집안 사정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단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즈미 씨 본인에게 확인한 것도 아니기때문에 ‘억측‘이라고 한 거야." - P166
"어머니가 전통 화과자점의 후계자였다는 얘기는 지난번에했었지? 사귀게 된 남자가 총무여서 그 가게를 실질적으로 꾸려온 사람이었어. 그야말로 측근과 사귀게 된 것인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서로 은근히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중략). "그 아저씨를 절대로 아빠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도 했던 모양이야." - P167
"이즈미 하루나 씨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남자가 아예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모양이야. 그 무렵부터 이즈미 씨도 별로 투덜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만 포기했거나 아니면 익숙해진 모양이라고 하야카와 씨 나름대로 해석했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는?" - P168
"모친이 교제하던 남자에게서 못된 짓을 당한 거군요." - P169
"보이시하게 이미지를 바꿔버린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이었겠네요. 그러면 남자가 이상한 마음을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응, 아마도." 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대로 어떻게든 도쿄로 떠나고 싶어 한 이유도 이걸로 확실해졌어. 한마디로, 그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 P170
"과거의 미해결 사건 중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것이 있는지 키워드로 검색해달라고 부탁하셨다면서요. 근데 그걸 찾아낸 거예요?" "응, 찾아낸 것일 수도 있어." 노세는 신중한 말투였다. "기간을1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더니 감전사라는 키워드에 걸리는 사건이 몇 건 있었다는 거야. 그중에 ‘롤리타‘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는 것이 있었어." - P171
"진짜 상황이 비슷하네요. 피해자는 여성이었어요?" "26세의 여성이었어. 게다가 상당한 미인이야. 지방 출신이고사망했을 때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는 점도 똑같아. 평소 옷차림은 평범했는데 옷장 안에 롤리타 취향의 의류가 여러 벌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롤리타라는 단어가 보고서에 남아 있었던 거야."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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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컨시어지 데스크에 앉으면 나오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옆에 놓인 작은 날짜 패널을 확인하는 것이다. 야간 타임의 프런트 클러크가 프런트 카운터에 있는 패널을 바꿀 때 함께 바꿔주기로 되어 있다. 오늘의 표시는 정확히 12월 30일이었다. 올 한 해도 마침내 이틀이면 끝이 나는가. - P174
정산을 마친 화이트가 컨시어지 데스크를 향해 걸어왔다. 그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떠 있었다.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고마워요. 이번에도 나오미 씨 덕분에 쾌적하게 잘 지냈어요." 악수를 청해왔다. - P175
화이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로비를 둘러보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십니까?" 나오미가 물었다. 화이트는 잠깐 머뭇거리는 표정을 보인 뒤,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기에 오면서부터 줄곧 느꼈던 건데,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라요." - P176
화이트가 말한 대로 다른 손님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중대한 사건이발생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 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게 틀림없다. - P178
"잠깐 상담 좀 해도 되겠습니까?" 남자 쪽이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간사이 사투리 억양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략). 남자는 옆의 여자를 흘끔 돌아보고 나서 시선을 되돌렸다. "우리가 그저께 체크인을 했어요. 그래서 어제는 오전에 외출했다가 호텔에 돌아온 게 밤 10시쯤이었는데요." 다시 한번 여자쪽을 흘끔 돌아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 친구가 자기 가방을 누군가 뒤진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 P179
문이 열리고 경시청 수사 1과의 이나가키가 나타났다. 그의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분명 모토미야라는 이름의 형사다. 처음 봤을 때는 완전히 야쿠자 같은 인상이어서 아무리 손님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호텔 안에 있는 것조차 민폐로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에 이어 얼굴을 내민 것은 닛타 형사였다. 험상궂은 모토미야 다음이라서 그런지 인사하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였다. - P180
이나가키는 팔짱을 끼고 허공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표정은 없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옆의 모토미야는 명백히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장본인일 것이다, 라고나오미는 짐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닛타가 질문을 던져왔다. "곧바로 이그제큐티브 하우스키퍼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나오미는 옆에 있는 하마시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 P181
나오미는 크게 숨을 내쉰 뒤에 입을 열었다. "그 시점에는 아직 단정할 수 없었지만, 고객님을 계속 기다리시게 할 수도 없어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었다는 전제에 따라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P182
"얘기를 들어보니 야마기시가 짐작한 대로 저 역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라고 생각되는데, 뭔가 반론이 있나요?" (중략). "잠깐 들여다본 것뿐인데 맨 위에 넣어둔 것이 맨 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오미는 입을 툭 내밀며 말했다. - P183
"하지만 아무리 특수한 사정이라도 결코 범해서는 안 되는 규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고객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게 바로 그런 규칙입니다. 사건과 관계가 없는 고객님에게는 평소와 똑같이, 아니, 평소보다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P184
후지키는 살짝 가슴을 젖혔다. "호텔 내부의 감시는 인정하겠지만 인터컴의 사용은 되도록 삼가주십시오. 고객님에의 검문은 웬만한 일이 아닌 한, 자숙해주시고요. 또한 앞으로 하우스키핑에 입회한 수사원이 고객님의 짐에 손을 댈 경우, 그 이후의 입회는 일절 거부하겠습니다. 객실 담당자에게는 수사원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하마시마, 모든 담당자에게 그렇게 전달하세요." - P187
"총지배인님, 생각 좀 해보세요." 이나가키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 호텔에서 범죄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요. 그것을 저지하는 게 무엇보다 최우선 아닙니까?" 후지키가 꿈틀 눈썹을 치켜들었다. "처음에 하셨던 말씀과는 얘기가 다르군요. 카운트다운 파티장에 살인범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하셨지 범죄 예고 같은 건 없었잖습니까." - P188
"체크인하는 고객이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할 경우, 그 티켓을 고객에게 내줄 때…………." 이나가키는 명함을 얼굴 옆까지 올리면서 말했다. "이 정도 높이까지 올려달라고 해주십시오." 후지키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그건 말하자면 카운트다운 파티에 참가하는 고객님인지 아닌지 로비에서 감시 중인 수사관이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가요?" - P190
"자네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코르테시아 로스앤젤레스가 이번에 리뉴얼을 하기로 했어. 그 참에 일본인 스태프를, 그것도 프런트 오피스를 맡길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는 모양이야. 나한테도 누군가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 후지키가 나오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네를 추천하려고 하는데, 의향이 어떤지 물어보려는 거야." 뜻밖의 제안에 나오미는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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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신경 쓸 거 없어. 별일도 아닌데." 이나가키는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응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손님의 짐을 조사할 수 없게 됐잖아요." - P192
모토미야의 말에 이나가키는 흐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건 안 되지. 이번처럼 고객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올 우려가있으니까 짐에 손을 대는 건 중지하라고 강경하게 말하긴 했지만, 수상쩍은 고객의 방을 형사가 체크해주는 것 자체는 총지배인도 원하는 일일 거라고. 실제로 정보 제공이나 파티 참가자의체크에 관해서는 양보해줬잖아. 이번 협상을 통해 그 사람은 호텔 측이 경찰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부하 직원들에게 여실히 보여준 셈이야." - P193
"이래저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닛타가 머리를 숙였다. 야마기시 나오미가 흘끗 올려다보았다. "진짜 말도 안 돼, 고객님의 짐을 마음대로 뒤지다니." - P194
나카네 미도리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심각한 얼굴로 정면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닛타 옆을 지나갈 때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네봤지만 이쪽을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아름다운 분이네요." 어느새 야마기시 나오미가 닛타 옆에 와있었다. "저 여자분이 무슨 문제라도?" "약간 애매한 점이 있어서요." 닛타는 숙박표에 기재한 나카네 미도리는 가명이고 아마 본명은 마키무라 미도리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 P196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우선 그 여자에 대해서알려줬으면 해요. 티라운지에서 찻값을 방 번호로 달아놓는 것 같았으니까 이 호텔 투숙객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카페오레를 마셨는데, 곁들여 나온 쿠키에는 손도 대지 않은 걸 보면 단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중략). 구사카베는 의아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 여자요 그 여자 방금 둘이서 지켜봤던 그 여자歴 - P198
"저어, 구사카베 고객님." 야마기시 나오미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고객님은 아직 그 여자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그런데도 운명의 여성이라고 단언하셔도 괜찮은 걸까요?" - P199
"당신은 컨시어지잖아요." 구사카베가 야마기시 나오미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손님의 요망에 응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닙니까? 나는 내일, 즉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그 여자를 식사에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식사 중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떤 화제가 필요한지 알아야죠. 어때요. 그건 안 됩니다. 라고 대답할 겁니까?"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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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구사카베 고객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나오미는 말했다. "다만 다른 고객님의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법률로도 금지된 일이에요. 알려드려도 좋을지 어떨지 본인에게 여쭤보고 흔쾌히 승낙해주셨을 경우에는 알려드린다. 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구사카베가 짜증 난 기색으로 두 손을 허리에 척 얹었다. "이런 답답할 데가 있나." - P200
"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그녀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단둘이 만났을 때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 그러니까 야마기시 씨는 그녀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해주세요. 내일 밤 6시. 어떤 레스토랑으로 할지는 야마기시 씨에게 맡길 테니까." - P201
구사카베는 턱을 치켜들고 썰렁해진 눈빛을 나오미에게로 던졌다. "대체안은?" "예?" "컨시어지는 원래 안 됩니다. 라는 말은 할 수 없다면서요? 반드시 뭔가 대체안을 제시하라고 교육을 받는다던데? 그래서 내가 그걸 묻는 거예요. 비용에 관해서는 걱정할 거 없어요.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 P202
"이런 건 어떨까요. 구사카베 고객님이 이 호텔을 떠나시기 전까지 그 여자분과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를 만든다, 라는 것은?" (중략). "그거라면 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네,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 P203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요? 그건 나한테 언제쯤 알려줄 수있어요?" "지금 당장은 좀 어렵고,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내가 지금 외출해야 하는데저녁때는 돌아올 거예요. 그때까지 뭔가 방법을 좀 생각해봐요." "잘 알겠습니다. 대체안을 준비해두겠습니다." "드디어 얘기가 마무리됐네." 구사카베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 P204
"난처해하는 것 같아서 나는 도와줄 생각으로……………. "전혀 아무 도움도 안 됐어요. 애초에 닛타 씨는 이 호텔 사람도 아니니까 수사와 관계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그 마키무라라는 여자는 우리 쪽 감시 대상중의 한 사람이라고요." 나오미는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 P205
"솔직히 현재로서는 노 아이디어예요. 지금부터 생각해볼 거예요. 다만 31일 저녁 식사는 어렵더라도 잠깐 만나는 것뿐이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닛타 씨의 설이 옳다면 그렇다는 얘기지만." "내 설이라면, 나카네 씨와 그 동행의 관계가 러브 어페어, 즉불륜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에요?" - P206
"우선 고객님의 정보부터 파악해야겠어요." "방은 1701호실, 코너 스위트예요." 닛타가 뒤따라오면서 알려주었다. 나오미는 컨시어지 데스크로 돌아가 단말기를 두드렸다. 예약자 이름은 나카네 신이치로로 되어 있었다. 이 호텔은 처음 이용하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한 것 외에 호텔안의 다른 시설이나 레스토랑에 예약한 내용은 없었다. - P207
"31일은 어때요? 어딘가 예약한 거 없어요?" "내일은......." 나오미는 단말기를 두드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밤에는 인룸다이닝을 예약했어요. 물론 두 명으로, 12월 31일은 룸서비스가 특별 메뉴라서 예약이 필요하거든요." "방에서 식사를 할 생각인가. 이거, 점점 더 불륜의 의혹이 짙어지는군요." - P208
닛타가 스마트폰을 얼굴에서 떼고 나오미 쪽을 보았다. "아까 총지배인실에서 얘기했던 하우스키핑에 수사원이 입회한다는 거, 실은 1701호실도 그 대상이에요. 이제 곧 나갈 모양인데 내가 입회하기로 했어요. 야마기시 씨도 같이 갈래요?" "나카네 미도리 고객님의 방에 간다는 거예요?" "그렇죠. 뭔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어때요?" - P209
방을 아주 깨끗이 사용했다. 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중략). 하지만 나카네 신이치로와 나카네 미도리 커플은 상당히 매너가 좋은 손님이었다. 젖은 수건이나 목욕가운이 아무 데나 내동댕이쳐져 있는 일도 없고 스낵과자를 사방에 흘려가며 먹은 흔적도 없었다. - P210
"내가 담배를 안 피워서 피우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이것저것 조사했던 적이 있어요." 나오미는 그의 얼굴을 새삼 골똘히 바라보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네요. 나도 선배에게 자주 그런 충고를 들었어요. 취미나 기호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라고." - P211
"이건 좀 마음에 걸리는데.. 닛타는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하기 시작했다. 뭔가 검색해보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렇군."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뭔데요?" "이 소설, 올봄에 문고본이 나왔어요. 그런데 왜 굳이 양장본을 들고 왔지?" - P212
두 명의 하우스키퍼는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건 교환, 소모품 보충, 쓰레기 처리 등이다. 닛타는 한쪽의 하우스키퍼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쓰레기통속의 내용물을 비닐봉투에 옮기는 참이었다. 잠깐 실례, 라면서 옆에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미가 뒤따라가자 닛타는 옷장 문을 열어보고 있었다. - P213
닛타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세면대를 가리키며 하우스키퍼에게 뭔가 묻고 있었다. 젊은 하우스키퍼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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