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갈등이 적혀있지만, 이를 자본주의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 생각하던 것과 어울리는 책을 발견해 기쁘다.

미국인의 시민적 삶이 마찰을 빚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이 성난 군중을 선동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력 행위를 조장했다. 의회가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조 바이든 Joe Biden 시대인 지금까지도 공화당원들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에게 돌아가야 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믿고 있다. - P8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때 추진했던 일들의 결과가 빚어낸 여파는 미국민주주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시민적 차원의 여러 문제는 트럼프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며 그의 패배로 끝나지도 않았다. - P8

승자와 패자 사이에 난 분열의 골은 수십 년에 걸쳐 깊어졌으며, 정치에 독이 되어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로 엘리트 지배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작업을 진행했다. - P9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을 패배자에게도 나눌 수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땅한 보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 P9

정부는 경제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균형추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 완화 흐름에 동참하면서 선거 기부금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 - P9

구제금융과 저임금 국가로의 일자리 역외 이전에 시민은 분노했고, 대중적으로 타오른 분노의 불길은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정치 스펙트럼전반으로 확산됐다. - P9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가 외치던 인종차별적 호소에 호응했다. 트럼프 자신도 정당한 불만에서 비롯된 분노를 이용했다. 지난40년 동안 이어진 신자유주의 통치는 1920년대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며 사회적 계층의 이동성을 더욱 정체시켰다. - P10

주류 정당들은 노동자에게 불평등과 임금 정체를 해결하려고 맞서려 하기보다 대학 학위를 따는 방식으로 세계화에 맞춰서 스스로를 개선하길 강요했다. - P10

그러나 엘리트층과 그들이 추진하는 세계화 프로젝트에 대해 트럼프가 보인 적대감은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는 비용을 멕시코에게 부담하게 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적대감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 P10

전 세계가 미국의 힘과 의지를 우습게 여기고 또 세계화 현상이 빚어낸 다문화적이고 세계적인 정체성 때문에 애국심과 소속감이라는 전통적 발상이 혼란을 겪던 시점에 등장한 장벽 건설 조치가 ‘미국을 다시 한 번 더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 P11

이 책의 초판이 나온 1996년에는 냉전이 끝나고 미국판 자유주의와자본주의가 유일하게 살아남아 승리하는 체제처럼 보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종말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11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끈질기게 이어진다. 팬데믹, 극단적 당파주의, 극악한 인종차별,
유독한 소셜미디어 등으로 촉발된 오늘날의 불만은 사반세기 전보다 훨씬 더 예리하고, 한층 더 원한이 깊으며, 심지어 치명적이다. - P12

자치 프로젝트가 위축되자 시민들 사이의 유대감도 약해졌다. 글로벌협치 기관들로서는 시민의식의 전제조건인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이해 및 상호의무의 정신‘을 키워나갈 수 없었다. 국경선이 갖는 경제적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국가를 향한 충성심도 약해졌다. - P12

기업도 지구 반대편에서 노동자와 소비자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자국민들에게 덜 의존하게 됐다.
반면 생계의 끈이 생활 터전으로 한정됐던 노동자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했다. 경제 활동을 조직하는 세계화라는 새로운 방식은 불평등을 고조시키고 일과 노동의 존엄성을 약화시키며 국가 정체성과 충성심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 P12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가 편협한 인식으로 치부된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애국심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즉 갈등 없는 개방된 세상을 마다하고 그로부터 도피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 P13

2016년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일곱 달 뒤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 체제에서 특권적 혜택을 누리던 대도시의 엘리트들에게 충격을 준 결과였다. - P13

 심지어 유럽연합도 그렇다. "초국가적 supranational 통치기구로서 가장 성공한 실험으로 평가받는 유럽연합조차도 구성원들 사이에 경제적·정치적 통합체의 메커니즘을 지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한 유럽의공동 정체성을 배양하는 일에는 지금까지 실패"했다.³ - P13

자치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경제적 강자에게 민주적 책임을 지우는 정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시민은 자신들이 공동의 사업에 참여한다고 여길 정도로 서로에 대한 동일성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 P14

미국인은 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집단들에 사로잡혀 그들의 이익만 대변하느라 일반 시민의 발언권은 깡그리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좌파와 우파의 진영을 넘어 정치적 스펙트럼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 P14

한편 미국 사회는 뿌히 깊이 분열돼 있다.
(중략)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에 사는 사람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에 사는사람들, 도시 거주자와 시골 거주자,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않은 사람들 등이 점점 더 분리된 채 살아간다. - P15

우리가 처한 곤경의 두 가지 측면, 즉 경제적 강자의 책임 회피와 양극화의 고착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둘 다 민주주의 정치를 무력하게 만든다. - P15

민주주의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이어졌던 기술 관료주의 정치에 가린 두 가지 질문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 P15

하나는 ‘경제가 민주적 통제에 순응하게 하려면 어떻게 경제를 재구성해야 할까‘이고, 다른 하나는 ‘양극화를 누그러뜨리고 효과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날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공적 삶을 재구축해야 할까‘이다. - P16

전자는권력과 제도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정체성과 이상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두 개의 작업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 P16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대세에 어긋난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을 시민으로 생각하기보다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대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목격할 때 시민사회의 건전성이 훼손되길 걱정하기보다 독과점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을 걱정한다. - P16

루이스 브랜다이스 Louis Dermbitz Brandels 가 ‘거대함의 저주 curse of bigness‘라고불렀던 현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치의 작동에도 문제가 된다. 제약 산업이 너무 강력해지면 건강보험 개혁을 방해할 것이고, 심지어 팬데믹의와중에도 복제약 및 복제백신 제조를 장기적으로 금지하는 특허 보호를 주장할 것이다. - P16

그러나 오늘날, 빅테크와 소셜미디어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거대함‘
이 퍼붓는 ‘저주‘는 높은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님을 상기시킨다. 페이스북은 무료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확산에 뒤따르는 피해로 민주주의가 훼손된다. - P17

시민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결과를 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들이 대중의 주의력 유지 능력을 부식시키는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다. - P17

익숙하지 않다. 경제 정책을 다루는 토론 주제는 대부분 경제 성장과 (이것보다 비중이 적긴 하지만) 분배정의distributive justice 다. 즉 ‘파이를 어떻게 하면 크게 만들까‘와 ‘파이를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분배할까‘를 두고 토론한다. - P17

즉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의 통제 대상이 돼야 한다는뜻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조건에서 상당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어야 하고, 직장과 공적인 분야에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공동선 common good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제공하는 폭넓은 시민 교육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8

 나는 한층 폭넓은 시민성 차원의 경제 논쟁 전통을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 politicaleconomy of citizenship‘이라고 부른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전통은 실종됐지만 미국 역사의 많은 부분에서 공적인 담론을 구성하던 한 축이었다. - P18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뒤로 사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났는데, 그동안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이 불만은 민주주의의 미래가 암울하게 보일 정도로 깊고도 예리하다. - P19

초판에서는 전체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하나는 미국의헌법적 전통, 다른 하나는 경제에서의 공적 담론을 다루면서 당대의 ‘자유주의 공공철학 public philosophy‘이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설명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헌법 부분을 빼고 ‘경제‘ 주제에 집중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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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았던 영화, ‘다크 워터스‘가 생각난다. 거기서 뜬금없이 중간에 한국 뉴스 장면이 나와서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과학이 가치와 관련된 더 최근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2014년 12월에 세상을 떠난 테오 콜본은 환경 오염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갈채를 받았다. 그녀는 독성 화학 물질과 관련된 위험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환경 운동의 선구자인 레이철 카슨과 자주 비교된다. - P27

반면에 그녀는 이 지역의 동물들이 겪고 있는 어러 가지 놀랍고 이상한 일을 관찰했다. 예를 들어 일부 재갈매기 군락에서는 암컷만두 마리가 사는 둥지들이 발견되었는데, 분명히 수컷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많은 조류 종의 어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새들은 정상적일 때보다 둥지를 더 자주 비우고 알을 잘 품지 않았다. - P28

콜본은 궁극적으로 여러 가지 발견을 종합해서 환경 오염에 접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개발을 주도했다. 그녀는 오대호의 생물들이겪는 많은 문제가 특히 오염 물질에 노출된 개체의 번식과 성장에 관련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28

특히 태아가 발달하는 민감한 시기에는 생물들이 극히 낮은 수준의 호르몬에도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환경 오염 물질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 P29

이 책의 목적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가치가 콜본의 내분비 교란의 선구적 연구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첫째, 그녀는 환경 보호의 열정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했다. 그녀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환경과학자로서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대호의 야생동물이 처한 곤경을 연구하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P29

우리는 5장에서 콜본이 환경적 가치 때문에 부족한 증거로 지나치게 대답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논란을 다시 다룰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관찰을 언급할 수 있다. 첫째, 콜본의 이야기와 바빌로프의이야기는 모두 가치의 영향이 언제 적절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더 주의 깊게 생각해보아야 함을 알려준다. 둘째, 콜본의 경우가치의 영향이 복잡하지만, 바람직한 역할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 P30

 예를 들어 그녀와 공동 저자들은 《도둑맞은미래》에서 자신들이 내놓은 해석의 약점과 한계를 인정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연구자들이 접근하고 평가할 수 있는 더 수준 높은 저작에호소했다. 또한 그녀를 비판한 사람들은 반대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압력을 받지도 않았다. - P31

과학 연구 현장에서 일어난 이 두 에피소드를 보면 과학에서 가치가 하는 역할을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가치는 특정한 주제를 추구하도록영감을 주거나, 연구가 추구하는 질문과 방법을 바꾸거나, 결론에 필요한 증거의 양을 바꾸는 등 다양한방식으로 과학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가치가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가치가 개입하면 중요한 아이디어가 억제될 수있고, 이용 가능한 증거를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할수 있으며, 과학 연구의 상태에 대해 연구자들이 대중의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 - P31

어떤 학자들은 ‘가치 배제의 이상 value-free ideal‘을 추진해왔다. 이 관점에서는 과학적 추론의 중심적인 측면, 즉 어떤 방법론 또는 표준을 채택할지 결정할 때 가치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 P32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과학의 정치화를 우려하듯이, 가치가 과학을 훼손할 가능성은 오늘날 중요한 문제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경향은 대부분 보수적인 견해에서 나오는 것으로보인다. - P32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 가치 배제의 이상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이상이 도달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 모두에 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 P33

과학적 추론에서 가치를 배제하면 과학의 실행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숨겨진 가치가 부주의하게 영향을 주게 된다. 가치를 배제하려는시도는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부엌에서 칼을 쓰지 말자는 주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 칼이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듯이 가치도 과학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현명하지 못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문제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치는 과학적 추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33

 2장은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 선택에 가치가 어떻게 타당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탐구한다.
(중략)
그러나 윤리적·사회적 우선순위에 어울리는 연구를 성취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는 것을 앞으로 보게 될 것이다. 2장에서는 이러한 점들 몇 가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 알아본다. - P34

 3장에서는 연구 방법의 선택이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는) 가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같은 시대의 농업 연구자가 유전공학적으로 종자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도 있고, 여러 작물과 동물 종을 함께 키우는 생태 친화적인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 P34

4장에서는 특정한 맥락에서 연구의 목적을 결정할 때도 가치가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 · 방법 · 모형을 개발할 때 다양한 이론적·실용적 목표를 저울질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중요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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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유전적인 가치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마르크스적인 사상이라는 것이 올바른 추론인지는 모르겠다.


1943년 1월 26일, 러시아의 유명한 과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가 소련의 감옥에서 죽었다. 조국과 세계를 위해 평생을 바친뒤에 굶어 죽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특히 끔찍하다. 유전학자이자 농학자였던 그는 식물 육종가들이 주요 식량 작물이 진화한 최초의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통찰을 얻었다. - P21

바빌로프의 이야기는 과학에서 가치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조국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도 결국 감옥에 가게 된이유는 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유전학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 P21

게다가 스탈린은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실패한 집단농장 사업의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이 필요하기도 했다. - P21

 바빌로프와 콜본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함께 탐구할 두 가지 주요 질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첫째, 가치는 어떤 방식으로 과학적 추론에 영향을 주는가? 둘째, 그러한 영향이 바람직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P22

러시아 국민을 도울 농업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바빌로프는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200회 이상의 탐험을 했고, 수십만 개의 식물에서 씨앗을 채취했다. - P22

1927년에는 아비시니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를 여행했다. 이 탐험에서 일행은 감시병들에게 브랜디를 선물해 그들이 취해 잠들었을 때 몰래 도망친 적도 있다. - P23

바빌로프의 연구는 소련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26년에 그는 과학 활동에 주어지는 소련 최고의 상인 레닌상을 받았다. 1929년에는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최연소 정회원으로 선출되었고, 레닌농업아카데미 원장이 되었다. - P23

그는 레닌그라드에 25만 개 이상의 표본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종자은행을 만들었고, 그가 감독하는 소련 전역의 300개 실험장에서새로운 식물 품종을 시험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레닌그라드를 포위해서 도시 주민들이 굶주릴 때도 바빌로프 연구소의 직원들은 씨앗을 충실히 지켰고, 일부 직원들은 굶으면서도 수집한 표본을 끝까지 건드리지 않았다. - P23

스탈린의 정책은 실패했고, 그렇지 않아도 소련을 괴롭히던 식량사정은 훨씬 더 나빠졌다. 스탈린정부는 바빌로프에게 농업 수확량을 최대한 빨리 늘리라고 압박했지만, 바빌로프는 육종 기술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발전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저항했다.  - P24

바빌로프는 리센코의 연구에 감탄했지만, 바빌로프와 동료농학자들은 리센코의 연구가 오류이거나 과장되었거나 심지어 속임수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센코의 방법은 유전적 형질보다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집권 공산당의 마르크스주의 철학과 매우 잘 어울렸다. - P24

오랫동안 바빌로프는 리센코와 잘 지내려고 노력했고, 농업과학에 대한 리센코의 환경적 접근이 바빌로프가 추구하던 유전적 번식 전략과 보완적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바빌로프를 따르는 여러 동료 유전학자들은 리센코를 비판했다. 리센코는 소련의 서열 체계에서 점점 더 권력을 얻으면서 유전학 분야가 과학에 대한, 잘못된 서구적 ‘부르주아적‘ 접근이라고 공격했다. - P25

몇몇 유전학자가 처형되었지만, 바빌로프는 한동안 자유로웠다. 바빌로프의 국제적 명성이 도움이 되었고, 스탈린이 자신의 공포 정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련 지도부는 결국 바빌로프가 우크라이나 서부로 탐사 여행을 떠나있는 동안 그를 조용히 체포할 음모를 꾸몄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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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이트풀 8‘이 생각난다.
같은 작가의 ‘방황하는 칼날‘은 공감을 너무 앞세워서 싫어한다.



"우선의 방침은 단 한 가지, 피해자 유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본다는 거야." 이나가키가 말했다. "이 경우 피해자라는 건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야. 그들이 과거에 일으킨 사건의피해자들이야. 각각의 유족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인간관계를 샅샅이 조사할 것. 반드시 어딘가에서 세 건의 사건이 연결될 거야. 당분간 특별수사본부는 현재 체제로 가겠지만, 뭐든 관련된 점을 포착하면 정식으로 합동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때부터는 터널의 출구가 바로 코앞에 보일 것이다." - P29

"과장님 생각이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닛타가 말했다.
"범인은 이걸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을 죽었을 뿐이라는 거겠죠."
"복수라는 얘기지? 실은 우리 팀 쪽 사건에 관해서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해." 모토미야가 동의했다. - P30

"그건 우리 쪽 사건도 마찬가집니다." 닛타가 말했다. "이번피해자 이리에 유토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대학생의 혈육은어머니뿐이에요. 그래서 철저히 지켜보려고 오늘도 미행 중입니다. 다만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는 확실했어요." - P31

"무라야마 신지가 6년 전 리벤지 포르노 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피해를 당한 소녀가 자살했다는 것은 조금 전에 아즈사 경감이 설명했지요? 거기에 원한을 품고 보복한 게 아닌가 하고 우리도 소녀의 유족, 구체적으로는 부모에대해 조사했어요. 수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소녀가 자살한 뒤로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렸고 그게 해마다 심해져서 현재는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라는군요.
(후략)" - P31

"실은 저도 실행범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을 찾아보던 중이었어요." 닛타가 말했다. "유족인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해준 사람, 그 어머니와 똑같을 만큼 사망한 대학생을 소중히 여겼던사람이 혹시 주위에 있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오늘 여기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건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인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드는데요.‘ - P32

아, 그렇지, 라면서 책상을 친 것은 노세였다.
"예전에 인기를 끌던 드라마가 있었어요, <필살 시리즈>라는 사극, 극악무도한 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 불쌍한 서민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전문 살인청부업자가 차례차례 악인을 처단한다는 스토리였어요. 근데 살해 방법이 한 건 한 건 아주 기발해서…………." - P33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닛타가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그런 은밀한 비즈니스가 넘쳐나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아즈사 경감은?"
"그럴 가능성이 있죠." 아즈사는 무표정한 얼굴을 짧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 P33

"팀장님이 아주 잘 아시는 곳이에요."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뒤를 이었다.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의 로비에 와 있습니다. 조금 전 오후 3시에 가미야 요시미가 체크인을 했어요." - P34

가미야 요시미가 무엇 때문에 도쿄의 호텔에 숙박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사관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가미야는 근무처인병원에 휴가까지 신청했다. 일을 쉴 만큼의 사정이란 대체 무엇인가. - P34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지만, 아즈사 경감이 아주 실력 있는 형사라고 소문이 났던데요?"
"우수한 사람이지. 야심도 있고, 그 나이에 수사 1과 팀장이 됐잖아. 닛타 씨에 필적할 만한 엘리트야. 여자로서 핸디캡이 없지 않았을 텐데 그걸 힘들어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대단한 인물이야." - P35

"와아, 오랜만이네." 노세가 반가운 듯 입구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여기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적어도 업무로는."
"저도 그렇습니다."
이 호텔에서는 과거에 두번이나 살인 미수 사건이 있었다. - P35

닛타는 저절로 프런트 카운터 옆으로 눈길이 갔다. 그곳에 있었던 컨시어지 데스크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예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 스태프에게 큰 신세를 졌던 것을 닛타는 다시 떠올렸다. 그녀의 도움 없이는 사건이 해결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P36

"아니, 실은 이런 사람입니다." 닛타는 상의 안주머니에서 경찰수첩을 꺼내 보이고 상대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확인한 뒤에 다시 챙겨넣었다. "구가 씨 계십니까?"
"구가・・・・・・ 숙박부장님 말씀이십니까?"
"아, 그새 바뀌었나요? 예전에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였던 분인데, 닛타라는 자가 왔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경시청의 닛타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 P37

"그건 제가 할 얘기지요. 여러분 덕분에 큰 사건으로 번지지않고 끝났으니까요."
각자 명함을 교환했다. 노세와 구가는 뜻밖에도 면식이 없었다. 노세가 과거 사건에서도 수사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고 구가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 P39

"프런트 클러크가 겸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배우는 게 많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실은 그건 공식적인 이유일 뿐이고, 한마디로 경비 절감 때문이에요." - P40

 닛타는 빙긋이 웃고는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실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서 저희가 점찍은 참고인이 조금 전에 이 호텔에 체크인했습니다."
"이 호텔에…………." 구가의 얼굴에 불안한 빛이 떠올랐다. - P40

닛타가 머리를 숙이자 옆에서 노세도 따라했다.
구가는 큰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닛타 씨를 비롯한 수사팀이 몇 번씩 우리를 구해주셨잖습니까 믿을 만한 분이라는 건 잘 알지요. 그러니 오늘은 호텔의 공식적인 대응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보여드리는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법적 증거로 필요할 때는 정식으로 신청해주시는 것으로 하고." - P41

그가 가리킨곳은 내일 예약자 목록 중에 ‘마에지마 다카아키‘라는 이름이었다.
"이 이름이 왜요?" 닛타가 재차 물었다.
노세는 닛타 쪽을 향해 몇번 눈을 끔벅거린 뒤에 말했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로 자살한 여중생의 아버지야." - P42

이나가키가 답답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글씨가 어떻든 상관없어. 알아보기만 하면 돼."
네, 라고 대답하고 닛타는 다시 화이트보드를 향해 메모해온 내용을 쏙쏙 적어 내려갔다.

이리에 유토 상해죄 (소년원 송치). 피해자 가미야 후미카즈, 유족 가미야 요시미(모친)

고사카 요시히로-강도 살인죄(징역18년). 피해자 모리모토도시에, 유족 모리모토 마사시(장남)

무라야마 신지-리벤지 포르노(징역3년 집행유예 5년). 피해자 마에지마 유카, 유족 마에지마 다카아키 (부친) - P43

"이건 예상 밖의 상황인데요?"
"누가 아니래. 닛타에게 처음 얘기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어."
"저도 설마설마했죠." 닛타는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이건 우연이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 P44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나가키가 화이트보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과거에 사람을 죽인 자들이 연달아 살해됐다. 그리고 그 과거 사건의 피해자 유족 세 명이 오늘 똑같은 호텔에숙박하기로 했다……?"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겠지요." 닛타가 말했다. - P45

"어쩌면 전부 공범이 아닐까요?" 아즈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전원의 시선이 아즈사에게로 향했다. - P45

"그래, 그거야!" 모토미야가 손가락을 따악 튕겼다. "교환살인!"
"맞습니다. 내가 죽이고 싶은 상대를 다른 사람이 대신 죽여주고, 나도 누군가를 대신해 살인을 한다, 그렇게 하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죠."
"흠, 그럴듯하군." 이나가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 P46

닛타는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던졌다. 그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혹시…………."
"응? 뭔데?" 이나가키가 물었다.
"네 번째가 있을지도…………."
"네 번째?"
"아, 그렇군!" 노세가 무릎을 탁 쳤다. "원팀이 반드시 세 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예요." - P47

"우선 오자키 과장님께 보고하고 올게. 그동안에 자네들끼리 대책을 강구해봐." 이나가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급한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대책을 강구하라니, 말이 쉽지 그게 술술 나오겠냐고." 모토미야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이건 일단 사이버범죄 전문가와 상의해야 할 일입니다." 아즈사가 말했다. - P48

"잠깐 나도 한마디 할까." 둘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던 모토미야가 입을 열었다. "그자들이 그런 사이트나 SNS에서 서로 알게 됐다고 해도 이번 살인 계획 얘기를 그런 데서 주고받았을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아즈사는 즉시 부정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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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오류.


구리하라 : 집 구조만 보고 뭐라고 딱잘라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저 같으면 안 살 겁니다. - P27

구리하라 : 실은 이 방에도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어요.
도면상에 샤워실이 있죠? 즉, 그 옆쪽 서양식 방은탈의실을 겸할 텐데, 그러면 침실에서 탈의실이 휜히다 보여요.
필자 : 그러고 보니 방 사이에 문이 없네요.
- P26

필자그래서 1층과 2층 평면도를 포개어 봤는데…… 1층에 있는 공간이 아이방과 욕실 모서리에 딱 겹치더더라고요. 마치 두 방 사이에 걸린 다리처럼. - P29

필자 : 그래서 ・・・・・… 뭐, 이건 아마추어의 말도 안 되는 생각이겠지만, 어쩌면 1층에 있는 이 공간은 통로 아닐까요? - P31

구리하라 : 그렇다면 침대 수가 하나 많네요. 부부는 2층 침실에서 잘 테고, 아이는 아이 방에서 자겠죠. 그럼 1층에 있는 침실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 P33

구리하라 : 자자, 이건 어디까지나 제 망상이니까요.
알몸에 맨손, 거기에다 술기운이 돌아서 정신까지알딸딸한 손님은 무슨 일인지 갈피를 못잡고 저항도 못 하죠. 아이는 몇 번이고 손님의 등에 칼을 꽂습니다. 피가 철철 흐르겠죠. 손님은 곧 아무것도모른 채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듭니다.
즉, 이 집은 살인을 위해 만들어진 집인 셈이에요. - P36

구리하라 : 말이 나온김에 망상을 하나더 해보죠. 아까 ‘비밀구멍을 감추기 위해 선반장을 놓아두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아이 방에는 선반장이 하나 더 있어요.
그렇다면 그 선반장 밑에도 비밀 구멍이 있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요? - P38

구리하라 : 네. 평면도를 보세요. 이 집에는 창문이 몹시 많습니다.
헤아려 보니 총 열여섯개네요. 마치 밖에서 들여다보라고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건 결코 남들이 봐서는 안 될 방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위장 공작일거예요. - P42

애당초 ‘살인 청부업자 일가가 만든 살인 주택‘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믿는 게 이상하다. 구리하라 씨는 어쩌면 처음부터 날 놀릴 작정이었는지도 모른다. - P44

야나오카 : 아, 실은 말이죠. 괜히 마음 쓰시게 부탁드려 놓고,
사과를 드려야 하겠네요.……… 그 집, 결국 안 사기로 했어요.
필자 : 어! 왜요?
야나오카 : 이미 아시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 P45

새로 지은 단독주택을 고작 1년 만에 처분했다는 뜻이다.
짧아도 너무 짧다.

필자 : 저어, 그냥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그 집 전주인은 지금 어디 사는지 아십니까? - P46

그러다 친분이 있는 편집자에게 이 이야기를 해 봤다. 그러자 그는 "그 집을 소재로 기사를 써 보면 어때? 기사를 읽은사람이 정보를 제공해 줄지도 모르잖아." 하고 제안했다.
솔직히 망설였다. 실제로 존재하는 집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을 쓰려니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됐다. - P48

구리하라 :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좀 더 파고들어 보자면, 부모는 아이를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요. 2층 전체 구조를 보세요.
뭐랄까, 모든 방이 아이 방을 은폐하듯이 배치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뭐, 애당초 아이 방에는창문이 없으니까 밖에서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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