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이트풀 8‘이 생각난다.
같은 작가의 ‘방황하는 칼날‘은 공감을 너무 앞세워서 싫어한다.



"우선의 방침은 단 한 가지, 피해자 유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본다는 거야." 이나가키가 말했다. "이 경우 피해자라는 건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야. 그들이 과거에 일으킨 사건의피해자들이야. 각각의 유족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인간관계를 샅샅이 조사할 것. 반드시 어딘가에서 세 건의 사건이 연결될 거야. 당분간 특별수사본부는 현재 체제로 가겠지만, 뭐든 관련된 점을 포착하면 정식으로 합동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때부터는 터널의 출구가 바로 코앞에 보일 것이다." - P29

"과장님 생각이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닛타가 말했다.
"범인은 이걸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마땅히 죽여야 할 사람을 죽었을 뿐이라는 거겠죠."
"복수라는 얘기지? 실은 우리 팀 쪽 사건에 관해서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해." 모토미야가 동의했다. - P30

"그건 우리 쪽 사건도 마찬가집니다." 닛타가 말했다. "이번피해자 이리에 유토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대학생의 혈육은어머니뿐이에요. 그래서 철저히 지켜보려고 오늘도 미행 중입니다. 다만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는 확실했어요." - P31

"무라야마 신지가 6년 전 리벤지 포르노 방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피해를 당한 소녀가 자살했다는 것은 조금 전에 아즈사 경감이 설명했지요? 거기에 원한을 품고 보복한 게 아닌가 하고 우리도 소녀의 유족, 구체적으로는 부모에대해 조사했어요. 수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소녀가 자살한 뒤로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렸고 그게 해마다 심해져서 현재는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라는군요.
(후략)" - P31

"실은 저도 실행범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을 찾아보던 중이었어요." 닛타가 말했다. "유족인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해준 사람, 그 어머니와 똑같을 만큼 사망한 대학생을 소중히 여겼던사람이 혹시 주위에 있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오늘 여기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건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인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드는데요.‘ - P32

아, 그렇지, 라면서 책상을 친 것은 노세였다.
"예전에 인기를 끌던 드라마가 있었어요, <필살 시리즈>라는 사극, 극악무도한 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 불쌍한 서민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전문 살인청부업자가 차례차례 악인을 처단한다는 스토리였어요. 근데 살해 방법이 한 건 한 건 아주 기발해서…………." - P33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닛타가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그런 은밀한 비즈니스가 넘쳐나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아즈사 경감은?"
"그럴 가능성이 있죠." 아즈사는 무표정한 얼굴을 짧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 P33

"팀장님이 아주 잘 아시는 곳이에요."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뒤를 이었다.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의 로비에 와 있습니다. 조금 전 오후 3시에 가미야 요시미가 체크인을 했어요." - P34

가미야 요시미가 무엇 때문에 도쿄의 호텔에 숙박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사관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가미야는 근무처인병원에 휴가까지 신청했다. 일을 쉴 만큼의 사정이란 대체 무엇인가. - P34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지만, 아즈사 경감이 아주 실력 있는 형사라고 소문이 났던데요?"
"우수한 사람이지. 야심도 있고, 그 나이에 수사 1과 팀장이 됐잖아. 닛타 씨에 필적할 만한 엘리트야. 여자로서 핸디캡이 없지 않았을 텐데 그걸 힘들어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대단한 인물이야." - P35

"와아, 오랜만이네." 노세가 반가운 듯 입구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여기 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적어도 업무로는."
"저도 그렇습니다."
이 호텔에서는 과거에 두번이나 살인 미수 사건이 있었다. - P35

닛타는 저절로 프런트 카운터 옆으로 눈길이 갔다. 그곳에 있었던 컨시어지 데스크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예전에 그 자리에 있었던 여성 스태프에게 큰 신세를 졌던 것을 닛타는 다시 떠올렸다. 그녀의 도움 없이는 사건이 해결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P36

"아니, 실은 이런 사람입니다." 닛타는 상의 안주머니에서 경찰수첩을 꺼내 보이고 상대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확인한 뒤에 다시 챙겨넣었다. "구가 씨 계십니까?"
"구가・・・・・・ 숙박부장님 말씀이십니까?"
"아, 그새 바뀌었나요? 예전에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였던 분인데, 닛타라는 자가 왔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경시청의 닛타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 P37

"그건 제가 할 얘기지요. 여러분 덕분에 큰 사건으로 번지지않고 끝났으니까요."
각자 명함을 교환했다. 노세와 구가는 뜻밖에도 면식이 없었다. 노세가 과거 사건에서도 수사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고 구가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 P39

"프런트 클러크가 겸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배우는 게 많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실은 그건 공식적인 이유일 뿐이고, 한마디로 경비 절감 때문이에요." - P40

 닛타는 빙긋이 웃고는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실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서 저희가 점찍은 참고인이 조금 전에 이 호텔에 체크인했습니다."
"이 호텔에…………." 구가의 얼굴에 불안한 빛이 떠올랐다. - P40

닛타가 머리를 숙이자 옆에서 노세도 따라했다.
구가는 큰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닛타 씨를 비롯한 수사팀이 몇 번씩 우리를 구해주셨잖습니까 믿을 만한 분이라는 건 잘 알지요. 그러니 오늘은 호텔의 공식적인 대응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보여드리는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법적 증거로 필요할 때는 정식으로 신청해주시는 것으로 하고." - P41

그가 가리킨곳은 내일 예약자 목록 중에 ‘마에지마 다카아키‘라는 이름이었다.
"이 이름이 왜요?" 닛타가 재차 물었다.
노세는 닛타 쪽을 향해 몇번 눈을 끔벅거린 뒤에 말했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로 자살한 여중생의 아버지야." - P42

이나가키가 답답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글씨가 어떻든 상관없어. 알아보기만 하면 돼."
네, 라고 대답하고 닛타는 다시 화이트보드를 향해 메모해온 내용을 쏙쏙 적어 내려갔다.

이리에 유토 상해죄 (소년원 송치). 피해자 가미야 후미카즈, 유족 가미야 요시미(모친)

고사카 요시히로-강도 살인죄(징역18년). 피해자 모리모토도시에, 유족 모리모토 마사시(장남)

무라야마 신지-리벤지 포르노(징역3년 집행유예 5년). 피해자 마에지마 유카, 유족 마에지마 다카아키 (부친) - P43

"이건 예상 밖의 상황인데요?"
"누가 아니래. 닛타에게 처음 얘기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어."
"저도 설마설마했죠." 닛타는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이건 우연이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 P44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나가키가 화이트보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과거에 사람을 죽인 자들이 연달아 살해됐다. 그리고 그 과거 사건의 피해자 유족 세 명이 오늘 똑같은 호텔에숙박하기로 했다……?"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겠지요." 닛타가 말했다. - P45

"어쩌면 전부 공범이 아닐까요?" 아즈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전원의 시선이 아즈사에게로 향했다. - P45

"그래, 그거야!" 모토미야가 손가락을 따악 튕겼다. "교환살인!"
"맞습니다. 내가 죽이고 싶은 상대를 다른 사람이 대신 죽여주고, 나도 누군가를 대신해 살인을 한다, 그렇게 하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죠."
"흠, 그럴듯하군." 이나가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 P46

닛타는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던졌다. 그 순간, 번쩍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혹시…………."
"응? 뭔데?" 이나가키가 물었다.
"네 번째가 있을지도…………."
"네 번째?"
"아, 그렇군!" 노세가 무릎을 탁 쳤다. "원팀이 반드시 세 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예요." - P47

"우선 오자키 과장님께 보고하고 올게. 그동안에 자네들끼리 대책을 강구해봐." 이나가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급한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대책을 강구하라니, 말이 쉽지 그게 술술 나오겠냐고." 모토미야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렸다.
"이건 일단 사이버범죄 전문가와 상의해야 할 일입니다." 아즈사가 말했다. - P48

"잠깐 나도 한마디 할까." 둘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던 모토미야가 입을 열었다. "그자들이 그런 사이트나 SNS에서 서로 알게 됐다고 해도 이번 살인 계획 얘기를 그런 데서 주고받았을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아즈사는 즉시 부정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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