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투브에서 짧게 누군가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어하는 것은 그것에 내제된 문제가 있어서라고.


우리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의 감각계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감각들은 세계에 관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일과 방금 벌어진 일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 앞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도 제공해준다 - P95

. 이 감각계란 무엇인가? 감각계는 몇 가지이며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 어떻게 감각계는 기억 및 사고와 같은 내적표현과 상태를 다룰까?  - P95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오감‘을 배운 기억이 있다. 기억에 관해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기억은 기껏해야 부정확하며 어쩌면 완전한 허구일것이다. 어쨌든 내게는 그런 기억이 있다 - P95

우리는 감각 결핍에 관해서 또는 청각이나 시각을 상실한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관해서 많이 배우지 않았다. 감각 통합, 가령 시각과 청각이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았다. 그냥 5가지 감각이있다고만 배웠다.  - P96

 선생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교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교실에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조금 기억난다. 이것은 감각기억이다. 지금 말해놓고 보니 이 기억은비록 구체적이긴 하지만 진짜가 아닐 수 있다. 아마도 1학년 때였고, 맞는듯하지만, 어쩌면 유치원 때였는지도 모른다. - P96

요점을 말하자면, 나는 위에서 말한 내 기억을 진짜로 믿지 않는다. 기억을 통해 그때의 상황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게 아주 정확하다고 믿지는 않는다. 현재 지니고 있는 회상적 경험을 나 스스로도 믿지 않는 셈이다.  - P96

보이는 것은 정말 믿을 만할까

감각을 믿어야 한다는 말은 다음 표현들에서처럼 흔한 관용어다. ‘너의 감각을 믿어야 한다‘, ‘너 자신의 눈을 믿어라‘, ‘보이는 것을 믿어라‘, ‘보는것이 믿는 것이다‘ - P97

이런 생각이 우리 문화에 널리퍼져 있기에 언어에도 반영된 셈이다. 사실, 보이는 것을 믿지 말아야 한다거나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스스해질 수밖에 없다. 조지오웰은 「1984」에서 이렇게 썼다.


당은 당신의 눈과 귀의 증거를 거부하라고 말했다. 그들이 내린 최종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명령이었다. - P97

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 하는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은 옳은가? 내가 보기에는 많은 경우에 그 반대 즉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가 실제로 더 정확하다. 이 장의 서두에 나는 여러분이 왜 감각을 믿지말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들, 즉 착시현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 P98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지 않으며,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앞에 있는 대상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결합해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 P99

착각에 관한 연구

(전략)
마찬가지로 우리는 종종 감각적 착각이란 감각계가 우리를 속이려는 시도라고 여긴다. 더 적절한 설명을 하자면, 착각이란 감각 입력을 활성화시키는 부분과 뇌의 나머지 부분이 감각 입력을 해석하는 방식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 때문에 생기는 속임수 현상이다. 감각과 지식 사이의 충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편을 들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 P99

따라서 착각은 실제로는 기만이 아니라, 이전의 증거를 선호해서 종종자기도 모르게 내리는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다. 착각을 통해 엿볼수 있듯이, 우리 뇌와 마음은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예측을 하려고 애쓴다. - P99

가령,
여러분의 뇌는 누락된 말소리를 채워서 완전한 문장을 구성한다. 이는 실제로 없었던 것을 지각한다는 의미에서 착각이긴 하지만, 유용한 예측이기도 해서 실제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 잘못 알아듣지 않도록 해준다. - P100

이런 것들이 전부 착각의 예지만, 착각의 발생 과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쉬운 반면에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아주 단순한 시각적 착각(착시)부터 살펴보자. - P100

뮐러-라이어 착시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착시 중 하나는 뮐러 - 라이어 착시 Maller-Lyerillusion 다. 여러분도 설령 이름은 모르더라도 뮐러 - 라이어 착시를 분명 보았을 것이다. - P100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차이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top-down‘ 지식에서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사물이 삼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여러분이 이미 지니고있는 가정으로 인해 생긴다. - P102

이 깊숙이 뿌리박힌 가정이 하는 역할은 그 이미지를 돌려서 세로로 보면 쉽게 드러날 수 있다(그림 3.2). - P102

 이제 오른쪽 그림을 보면서는 건물의 바깥모서리를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이 세로선 역시 두 벽이 만나서 모서리를 이루는 곳이며, 화살표는 멀리 후퇴하는 사각형 건물의 맨 위와 맨아래다. 왼쪽 그림의 세로선은 보는 이로부터 가장 먼쪽일 것이며, 오른쪽 그림의 세로선은 보는 이한테서 사물의 가장 가까운 쪽일 것이다. - P103

둘째, 똑같은 물체는 멀고 가깝고에 관계없이 일정한 크기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이를 가리켜 ‘크기 항상성 size constancy‘ 이라고 한다. 여러분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데, 한 명은 가까이에 있고 한 명은 멀리 있다고 치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망막에서 훨씬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체로 여러분은 한 사람이 더 크다고 여기지 않으며, 두 사람을 똑같은 크기로 본다. - P103

 이것은 실제로 교정에 가깝다. 삼차원 공간의 거리에 관해 깊게 뿌리박힌 암묵적 지식이 망막에서 곧바로 나오는 정보를 무시하고 여러분의 실제 인식도 무시해버린다. 그래서 착시를느끼게 된다. - P104

모순적인 상황이 있을 때, 여러분은 거의 언제나 그런 가정을 선호하는 쪽으로 상황을 해소한다. 그게 지각의 문제점 중 하나다. 입력이 들어올 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 P104

모순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떤 단절이 생기면 대체로 그런 매우 뿌리 깊은 암묵적 지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소한다. 중요한 점을 하나 말하자면, 이 해결책은 믿음 또는 지식에 의해서 배척당하지 않는다. - P104

요약하자면, 이 단순한 착시 현상은 우리에게 시각 세계에 관한 깊게뿌리박힌 가정이 있음을 증명해준다. 이런 가정은 믿음이나 심지어 낮은수준의 모순적인 상황에 의해서도 배척당하지 않는다. - P104

뮐러-라이어 착시는 인위적인 착시다. 모순적인 상황을 조장하려는 과장된 시도이기에, 시각계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대단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와 달리, 자연계는 대체로 그런 가정들과 어긋나지않고 그에 부합하는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 P105

달 착시

그런 예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름달이 뜬 맑은 날 밤에 경험할 수 있는
‘달 착시‘라는 현상이다. 처음 듣는 독자에게 간단히 설명하자면, 달 착시는 뜨거나 질 때의 보름달이 머리 위에 높이 뜬 보름달보다 훨씬 더 크게보이는 지각 경험이다. - P105

어쨌든 달은 지구에서 아주 멀기 때문에, 지평선에 있는 머리 위에 있든, 밤에 달을 관찰하는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거리에 있다. 이 효과는 거리 때문이 아니며 분명 달은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 P105

달 착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 달 착시에 관심이있었던 그리스·이집트 수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현상이 착시임을 알아차렸다. 원인은 지평선에서 대기의 굴절과 머리 위 하늘에서 대기의 굴절의 차이라고 보았다. - P106

겉보기 크기 가설에 따르면, 달 착시는 삼차우ㅗㄴ 물체에 관한 우리의 암묵적 지식이 감각계로 입력된 정보와 충돌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런 암묵적 가정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지평선의 소실점을 항해서 후퇴하는 물체와 관계가 있다. - P107

 가령 새 한 마리가 여러분의 머리 위에서 날다가 계속지평선 쪽으로 날아가면, 새는 여러분한테서 멀어지면서 지평선에 가까워진다. 이 새는 멀어질수록 더 작아 보인다. 땅에 있는 물체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위아래가 반대일 뿐이다. - P107

그런 점이 어떻게 달 착시를 일으킬까? 이 과정을 우리가 뮐러-라이어착시에서 했던 대로 분해해보자. 아래의 세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물체는 멀든 가깝든 크기가 똑같다.
• 가까운 물체는 먼 물체보다 커 보인다.
ㆍ 지평선에 있는 물체는 머리 위나 발밑에 있는 물체보다 멀다. - P107

 따라서 지구에 묶인 지평선 가정이 마땅히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암묵적 지식에 따른 가정은 모든경우에 적용될 때에라야 심리적으로 유용하다. 그래야 세계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8

이 모순적인 상황을 해소할 방법 한 가지는 지평선의 달이 멀리 있으며, 머리 위의 달보다 크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평선의 달이 머리 위의 달보다 실제로 더 크다면, 두달이 망막에 동일한 크기의 영상을 맺을 수 있다. 또한 모순적 상황이 해소될 것이다.  - P108

 뮐러-라이어 착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달착시의 경우 우리 눈은 동일한 두 물체를 보는데도 우리 마음은 이들 물체에 어떤 가정을 부여한다. - P108

물론 이는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달이 똑같은 크기임을 안다. 또한 눈이 우리를 속이는 것도 아닌데, 눈은 두 경우에 대해 똑같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혼동하는 주체는 우리 마음이다. - P108

지평선 위에서 달이 얼마나 거대하게 솟아오르는지 보고, 사진을 찍으면 결코 더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얼마 후에 밖에 나가서, 머리 위에 있는 달을 다시 바라보면 달이 더 작고 더 밝게 보일 것이다. - P109

이런 착시들로 볼때, 이 장의 제목 ‘감각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가 제기하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착시들을 근거로 ‘아니오‘라고답하고 싶겠지만, 이런 착시가 생기는 까닭은 우리가 감각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 P109

아울러 우리의 인지 체계는 가장 잘 작동하기 위해서 가끔씩 기꺼이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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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어도르 존 카잔스키의 저서 ‘산업사회와 그 미래‘가 생각난다.
읽고는 싶지만 도서관에 없어 사야한다.
돈 배분의 문제다.


미래사회는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는 편리한 사회이지만, 위험한 사회이다. 과학과 기술은 인간에게 수많은 편리한 환경을제공하고 질병과 같은 위험 속에서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처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기기들의 오작동으로 과거보다 더 인간을 위협한다. - P279

오늘날 현대인의 생활은 자연에 쉽게 분해되기 어려운 화공약품들이 처리된 상품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으며,
과도한 소비생활로 인해 수많은 포장용지와 생활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배출해낸다. - P279

인간은 인공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생활한다. 분업과 전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사회는 수많은 전문가를 요구한다.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전문가 집단에의존하고, 위험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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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뒷다리가 가져온 전기 연구의 새로운 길

바로 전류 개념이다. 전하가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것을 전하의 흐름, 즉 전류라고 한다. 전류가 생기려면 전기가 흐르게 하는 장치인 전지가 있어야 한다. - P133

전지 발명의 초석이 된 중요한 실험이 하나 있다. 바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해부학 교수였던 루이지 알로이시오 갈바니 (Luigi Aloisio Galvani,
1737~1798)의 개구리 실험이다. - P133

갈바니의 발표는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개구리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과학자들 중에는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갈바니의 친구였던 알레산드로 주세페 안토니오 아나스타시오 볼타(Alessandro Giuseppe Antonio Anastasio Volta, 1745~1827)도 있었다. - P134

볼타는 처음에는 갈바니의 생각에 동조했다.
그는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금속이 개구리 근육에닿을 때 개구리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갈바니의 실험을 직접 해보았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금속을 연결했을 때는 개구리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지 않았다. - P134

갈바니가 죽은 지 2년이 지난 1800년에 볼타는 전지를 만들어 냈다. 볼타는 은과 아연이 소금 용액 속에서 접촉하면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류를 생성하는 데는 개구리와 같은 생물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보였던 것이다. - P135

그는 은과 아연으로 만든 원판과 소금물에 적신 판지를 준비한 다음, 은, 아연, 판지 순서로 쌓아 올렸다. 12겹 이상 쌓고 난 뒤에 마지막은 아연으로 끝나게했다. 맨 위의 아연과 맨 아래쪽의 은을 금속선으로 연결하면 연속적인 전류가 생성되었다. - P135

어떤 물질이 물에 녹올 때 입자들이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나뉘어 진하를 띠는 것을 ‘이온화‘라고 한다. 이온화되는 물질을 전해질이라고 하고, 진해질이 녹으면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 P136

아연과 구리 중에서는 아연의 이온화 경향이 더 크다. 즉 아연이 전자를 더 잘 잃는다. 아연이 양이온이 되어 녹으면 아연이 있던 곳에 상대적으로 전자가 많아진다. - P136

볼타 전지와 그 뒤를 이어 등장한 다양한 전지들은 본격적인 전류 연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전류 연구는 자기 연구와 결합해 전자기학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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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 책을 읽을까.






오늘날 우리가 화제로 삼는 모든 책과 개념, 정치적 의견과 아이디어에는 저마다 배경 이야기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반드시 지난 아이디어들의 맥락 속에서 존재하기에, 배경과 맥락을 조금 알면 그 개념을 더 쉽고자세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21

인지심리학의 역사는 뜻밖에도 흥미진진하다. 시기적으로도 계몽시대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학문 분야에는 혁명을 비롯해 치열한 의견불일치가 이어져왔으며, 학계의 거물 또한 여럿 등장했다. - P21

즉, 중요한 주제들이 무엇인지,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연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 P22

대다수의 대학 웹사이트에 가보면, 심리학과에 ‘인지심리학‘에 관한 교과목이 있거나 그 주제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 분야가 있을 것이다. 이런 질서정연한 결과를 대하면, 인지심리학 분야에는 어느 정도 통일성과 내적인 일관성이 있으리라는 인상을 받는다. - P22

사실 이 연구 분야들을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유를 하나 들자면, 많은 인지심리학자가 다른 분야 및 학문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인지와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을 연구한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심리학 연구가 학습 향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연구한다. - P22

가령, 지각 연구가 전문분야인 심리학자와 시과학자Vision Scientist 중에는 자신들의 연구가 인지심리학 자체라고 여기지 않는 이들이 있다. 사고, 추론 및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중에는 행동경제학자라고 해야 더 알맞은 이들이 있다. 동기가 인지 과정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중에는 자신을 사회심리학자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 P23

 그러나 책의 목적상 경계선을 그을 수밖에 없기에, 나는 폭넓게 정의된 다음 3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바로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인지신경과학이다. 이 3 분야의 관심사는 뇌와 마음이 무엇을 하는지, 뇌가 사고와 인지를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아울러 그것이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주고 특정한 행동을 유발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 P23

당연히 이 3분야는 겹치기도 하며, 이런 구분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우리의 논의상 최상의 구분이며, 여러 면에서 심리학의과학적 연구에 앞섰던 예전 분야들의 후예다. - P23

즉, 내 연구 주제는 이렇다. 기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어떻게 우리는 무언가를 구분하고 범주화하는가? 어떻게 우리는 어떤 일에는 주목하고 다른 일은 무시하는가?  - P24

하지만 내 연구를 ‘신경과학‘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신경과학은 독자적인 전통과 체계를 갖춘 매우 폭넓은 학문인데, 나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신경심리학rupsychology‘이나 ‘인지신경심리학cognitive neuropsychology‘ 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분야들은 인지심리학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뇌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는방법을 다루는 편이기 때문이다. - P24

우리는 전부똑같은 것을 연구하면서 용어만 다르게 쓰고 있지는 않을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연구를 설명하려고 2가지 이상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 용어들은 결코 똑같지 않다. - P24

 사고와 행동을 측정하기 위한 다른 기법이 없다면, 자기성찰은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 초기의 내성 전통은 흥미로운 통찰과 개념을 내놓았지만, 사실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초기 연구 중 일부는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후에 나온 연구에 영향을 미친 방식이 좋은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 P25

현대 심리학의 전신은 무엇일까? 뒤로 너무 멀리 가고 싶진 않으니, 유럽 계몽시대 철학자 몇부터 간략히 살펴보겠다. 예를 들어, 17세기 후반에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많은 업적을 통해 당대에 영향을 끼쳤고 정치학과 경제학, 철학에 공헌했다. - P25

로크의 주장에 따르면, 마음은 태어날 때 ‘빈서판‘이다. 라틴어 표현으로는 ‘타불라라사tabula rasa‘라고 한다. - P26

우리가 어떻게 지식을 얻고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확장시키는지에 관한 로크의 사상은 데이비드 흄의 연상과 귀납에 관한 연구로 더욱발전했다. 흄과 귀납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할 말이 많지만, 우선적으로소개하자면 그의 업적은 빈 서판 개념에 관한 제약 사항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로크가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고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에, 흄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 P26

흄과 로크 이전 사람들은 생각과 사고, 관념이 선천식·천부적이라고 가정했다. 사고가 선천적이라는 이런 생각은 우리가 타고난 능력을 부모한테서 물려받는다는 가정을 훌쩍 뛰어넘는다. 생득설nativism의 신봉자가 보기에, 사고와 개념은 표현되기 이전에 이미 내면에 존재한다. - P27

 데카르트가 가톨릭교도였다는 점을 떠올리니, 그가 이원론을붙들고 고심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갔다. 마음을 근대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신이 만사에 관여하는 중세식 사고의 틀에도 들어맞는 이론을 내놓아야 했으리라. 데카르트는 경계에 걸터앉은 셈이다. - P27

사고가 내부에서 온다는 생각에 직관적으로 끌리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경험주의의 기본 개념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선천적 개념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 P28

그렇기에 생물학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간의 사고가 데카르트적 의미에서 선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식과 사고의 일부 측면을 선천적인 과정으로서 연구하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의 사고와 관념 및 지식이 외부에서 온다는 발상에끌리는 점은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생겼던 일들에 관한 기억에 기대서 행동을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는 까닭은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과 상황 때문이다. - P28

이처럼 우리의 사고가 타고난 선천적 능력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과 후천적 습득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 사이의 긴장을 가리켜 종종 ‘본성 대양육 nature y‘s nurture‘의 구분이라고 한다. - P28

 마음은 일종의 신경생물학적인 빈 서판인데, 이는 생물학에서 나온 원리들에 지배를 받으면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규칙과 제약, 편향,
원리를 지닌 빈서판인 셈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 서판의 작동을 관장하는 이러한 규칙과제약, 편향, 원리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 P29

처음으로 이를 진지하게 시도한 사람은 1800년대 후반의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다. (중략) 물론 문제는 혈액 흐름과 내장, 뼈와 체액 등은 관찰할 수있고 관찰 내용을 기록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론을 개발할 수 있지만 생각은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이다. - P29

 좋은 측정과 기록은 과학에 필수적이다. 측정과 기록이 없는 과학은 단지 짐작과 허구일 뿐이다.
산업혁명이 현대적인 20세기를 낳았듯이, 과학자들은 마음을 정량화하고 측정할 방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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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바퀴
함부르크로


좁은 이마에 우울해 보이는 주름을 새기고, 충혈된 탁한 눈으로 원망스러운 듯이 이쪽을 노려보는 남자 같은 도시, 골격은 탄탄하지만,
키에 비해 어깨 폭이 너무 넓어 팔근육이 묵직하게 매달려 있다. 아니, 이건 좀 지나친가 당신은 린츠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다.  - P102

빈에서 출발한 야간열차는 열시 반이 넘어야 이곳에 도착하고, 당신은 그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죽여야 한다. 시간을 죽인다는 말은 얼마나 끔찍한 표현인가. 마치 시간이 파리라도 되는 것 같다. 시간파리라는 종류의 파리가 있다. 타임 플라이스 라이크언 애로Time flies likean arrow.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쏜살같이 이 문장을 컴퓨터 번역기에 돌리면, ‘시간파리들은 화살을 좋아한다‘는 번역문이 나온다는 얘기를 어제 막 읽은 참이었다. - P103

선로처럼 배후에 궤적을 남긴다. 달팽이는 전철의 일종일까. 머리에 안테나 두 개가 뻗어 있어 멀리 있는 누군가와 통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P103

. 지난주에 댄스 워크숍에 왔던 참가자 중 한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식물원이에요. 춤추고 싶어하는사람이 식물처럼 움직임 없는 것에 끌리는 게 이상할진 모르지만, 전늘 뭔가를 생각할 때면 식물원을 찾아요." 당신은 식물 같은 데 흥미를가져본 적이 없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왠지 식물원에 가보고 싶어졌다. - P103

식물의 움직임에 비한다면 달팽이는특급열차 급이 아닐까. 느린 동작은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쉽게 지친다. 해바라기처럼 한 시간 동안 고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라고 한다면 큰일이다. 해바라기는 어떻게 그렇게 움직이고도 피곤하지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무작정 식물원으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 P104

식물에게는 양성구유가 보통인 것이다. 당신은 문득 자기 마음속에도 여자와 남자가 다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란은 홀연히 피었다가 꽃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홀연히 떨어져버릴 것 같다.
수국은 아무리 햇살이 내리쬐어도 비 내리는 날의 기억을 살갗에 머금고 촉촉이 피어 있다. - P104

어느새 오솔길 양옆으로 떡갈나무가 서 있었다. 당신은 떡갈나무라면 질색한다.
소위 알레르기가 있어 가까이 가면 재채기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황급히 발길을 돌린다. 떡갈나무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축축하고 어둡다. 공기 중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입자가 떠다녀서 그것이콧속 점막을 찌른다. - P105

온실로 들어선 순간, 온몸에 꿀을 들쓴 것 같았다. 팔에 닿자 끈적끈적하다. 숨을 들이마시자 콧속 점막도 축축해져서 편안했다. 그래, 이대로 내 몸이 녹아드는 대로 두고 녹아들면 되는 거야, 하고 생각했다. - P105

아직 저녁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오후 후반이다. 시간을 때우는게 상당히 힘든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미술관에 가자.
"그 전람회는 봐두는 게 좋을 거야"라는 목소리가 아직 귓가 어딘가에 남아 있으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런 전람회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 최근에는 미술도 메인스트리트뿐이니까." 누구의 목소리더라. 역시 워크숍에 왔던 사람이다. 이미 이름도 잊어버렸다. - P106

그러나 밤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는 당신에게는 밝은 태양 따윈 그저 우울할 뿐이다. 저토록 밝으면 밤은 아직 멀다. 그러나 현대회화로 장식한 미술관에는 낮에도 밤이 있다. 그래서 홀로 찾는다. 아아 그건 그렇고 이 얼마나 희한한 그림인가, 마치 초점이 어긋난 흑백사진 같고, 늦은 밤에 열차 창가에서 플래시 없이 찍은 역 사진 같기도하다. - P106

크기는 밤기차 창과 같다. 이제 곧 야간열차를 타야 해서 모든 그림을 야간열차와 연결짓게 되는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걸까. 물어보고 싶지만 주위에는 한 사람도 없다. 나는 오직 혼자 언제까지고 이 훌륭한 건물 내부를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 P107

미술관에서 나오자 당신은 갈 곳이 없다. 도서관도 식물원도 동물원도 다 닫았으니 술집에 갈 수밖에 없을까. 당신은 술집에 가고픈 마음은 없었다. - P107

어딘지 모르게 빛깔이 으스스한 날 도나우 강변을 따라 산책이라도 할까. 강변길도 불쾌할지 모른다. 작년에 왔을 때,
바짝 깎은 머리에 하켄크로이츠* 문신을 한 무리가저다리 밑에 떼지어 있지 않았던가. 가고 싶지 않다.


* 나치의 상징으로 쓴 갈고리 십자형의 휘장 - P108

우연하게도 열차 이야기로, 같은 객실에 마주앉은 초로의 숙녀와 젊은여성이 친해져 식당차에서 같이 차를 마시기도 했는데, 초로의 여성이도중에 모습을 감춰버린다. 걱정이 된 젊은 여성은 차량의 맨 앞부터뒤까지 찾으며 돌아다니지만 끝내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이상하게도같은 객실의 다른 사람들도 식당차의 보이도 그런 여성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한다. - P108

영화가 끝나자 노면전차를 타고 역으로 가기에 딱 좋은 시간이 되었다. 플랫폼은 어둡고, 역무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행선지 표시판만고독하게 함부르크 - 알토나행‘이라는 표시를 밝히고 있었다. - P109

4인실이었고,
나머지 세 침대는 이미 구릉처럼 이불이 봉긋이 솟아 있었다. 당신은오른편 위쪽 침대였다. 살며시 사다리에 발을 얹고 위로 올라간다. 그순간 당신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짙은 꽃향기를 들이마셨고, 어쩔어찔해져서 하마터면 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딜 뻔했다. - P109

기겁하며 도움을 요청하듯 침대 테두리를 움켜잡고 바로아래 침대를 들여다본다. 그러자 거기에는 수국 꽃이 누워 있다. 말도안 돼. 승무원에게 말해서 내 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자. 아니지, 노이로제라면서 이상한 수면제를 먹이면 곤란하다. 그럴 바엔 나만의 비밀로 덮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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