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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비치는 빛


1969년 7월 21일,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앨드린은 달 표면에 반사체가 배열된 작은 판을 지구를 향해 설치했다. 같은 시간 달에서38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서는 천체물리학자 두 팀이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와 텍사스 맥도널드 천문대에서 두 대의 천체망원경에 각각 작은 장치를 설치했다. 이 천문학자들은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위치를 세심하게 탐색했다. - P9

이 실험에 사용된 광원인 루비 레이저는 겨우 9년 전인 1960년에 처음 선보인 장치였다. 사실은 사람이 달에 도착하기 전인 1968년 1월에 무인우주선이 달에 착륙했고, 이 우주선에 장착된 텔레비전 카메라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이후 칼텍으로 표기한다. 옮긴이]의 제트추진연구소가 로스앤젤레스 근처에서 발사한 레이저 광선을 감지했다. 이 레이저의 출력은 겨우 1와트에 불과했다. - P10

레이저 광선의 반사로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레이저의 놀라운성질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레이저는 일상에서 수많은 곳에 쓰일 뿐만 아니라 특수한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 P10

사물의 본질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에서 얼마나 큰 성과가 나올지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연구에서 어떤 길이 기술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내기도 매우 어렵다.) 여기에서 단순한 진리가 나온다. 연구에서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는 정말로 새롭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발전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P10

 리버모어 연구팀은 오염물질이나 방사성 폐기물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 팀은 또한 국립점화시설(National Ignition Facility)에서 훨씬 더 강력한 레이저를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레이저 출력을 세계 기록보다 10배 높은 1,000조 와트로 높였고, 이것을 다시 작은 점으로 집속시켰다. 이 펄스는 1조분의 1초도 지속하지 못하지만, 작동하는동안에는 지구 전체가 그 순간에 사용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큰 출력을 낸다. - P12

리버모어 연구소의 레이저 핵융합 계획은 레이저 빔으로 물질을 변화시키는 꽤 특별한 사례이며, 조금 더 평범하게 물질을 가공하는 방법은 수백가지가 있다. - P12

과학자들은 엄청나게 강력한 출력의 레이저 빔을 만들어냈지만, 반면에현미경으로 초점을 맞춘 약한 레이저 빔으로 작은 입자들을 부드럽게 이리저리 옮길 수 있고, 살아 있는 세포의 기관도 이동시킬 수 있다. - P13

대기 오염을 감시하는 기관들은 도시 상공의 공기가 얼마나 더러운지를 여러 가지 색의 레이저 빔이 흡수되는 정도를 비교해서 현장에서 곧바로알 수 있다. 굴뚝 위의 공기를 검사해서 그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성층권의 특정 화학물질을 바로 측정할 수도 있다. - P13

레이저가 발명되자 사람들은 군대에서 살인광선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상상했고, 실제로도 레이저를 이용한 미사일 격추 시도에 엄청난 돈이 쓰였다. 이런 시스템이 얼마나 실용성이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미사일 공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축복이 될것이다. - P14

실제로 살인광선으로서의 군사용 레이저는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매우 드물고 특수한 예일 듯하다. 그러나 레이저에는 실제로 중요한 군사적 응용이 있다. 통신이 그렇다. 물론 이런 용도는 군대에 국한되지않는다. 현대의 탱크, 폭탄, 미사일이 과녁을 몇 미터 차이로 정확하게 때리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 주로 레이저를 이용한다. - P15

레이저는 실용적인 일을 해낼 뿐만 아니라 다재다능한 연구 도구가 되기도 한다. 과학 연구에서 레이저의 장점은 높은 정밀도이다. 레이저는 극단적으로 순수한, 거의 균일한 파장과 비범한 지향성을 가진 광파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광파를 ‘결맞다(coherent)‘고 한다. 결맞다는 말은 모든 파동들이 서로 보조가 맞는 것을 일컫는 전문 용어이다. 결맞는 빛과 전자기파는 매우 정밀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레이저와 메이저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현할 수 없었다. - P16

광파는 전자기파의 한 형태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기파는 서로 얽혀서 이동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다. 작은 점으로 집속한 레이저 빔은 태양 표면보다 수십억 배 강한 빛이 될 수 있고, 따라서 레이저가 쬐는점에는 강한 전기장과 자기장이 형성된다. 이 특별한 능력을 바탕으로 물리학과 공학에서 비선형 광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다.  - P17

과학에서 레이저는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달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실이나 기계공작실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할 때도 레이저를 이용한다. 이제 거리 단위는 표준화된 레이저의 파장으로 정의된다. - P17

이제는 중력파 탐지에 레이저를 사용하는 실험이 준비되고 있어서,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초신성이 폭발하는 동안에 별의 핵이 붕괴하는 것처럼 거대한 질량이 갑작스럽게 움직일 때 공간과 시간의 구조에서 일어날수 있는 미약한 파문을 탐지하려고 한다. [중력파 탐지는 2016년에 성공했다.- 옮긴이] 중력파를 탐지하려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원자 지름의 10억분의 1 정도의 정밀도로 측정해야 하는데,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이처럼 정밀한 측정을 해낼 방법이 없다. - P18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은 대기를 통해 전달되면서어쩔 수 없이 번지는 이미지를 레이저를 이용해 훨씬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밤하늘을 쳐다보면, 별은 늘 조금씩 깜빡거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효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 P18

레이저의 개발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1945년쯤부터 물리학자들이 레이저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할 수있을 것이다. 오늘날 레이저는 엄청나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1945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런 뛰어난 기술을 실험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9

지금까지 메이저와 레이저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이 여섯 번 주어졌고,
그중 하나는 레이저의 발명에 주어졌다(1964년 니콜라이 바소프, 알렉산드르 프로호로프, 찰스 타운스, 1971년 데니스 가보르, 1978년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 1981년 니콜라스 블룸베르헌과 아서 숄로, 1989년 노먼 램지, 1997년 스티븐 추, 클로드 코엔타누지, 윌리엄 필립스). 나는 메이저와 레이저에 주어지는 노벨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화학과 생물학 분야가 유망하다고 본다. - P20

레이저의 원리


레이저는 복사의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자이다. (메이저는 복사의 유도 방출에 의한 마이크로파 증폭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radiation의 약자이다.) 레이저는 빛이 분자.원자·전자와 상호작용하는기본적인 방식에 따라 작동한다. - P21

20세기 초부터 닐스 보어, 루이 V. 드브로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들이 분자와 원자가 빛(또는 다른 전자기파)을 어떻게 흡수하고 방출하는지를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생겨난 수학적인 물리학을 양자역학이라고 부른다. 원자나 분자가 빛을 흡수하면, 증가된 에너지에 의해 원자의 일부가 앞뒤로 흔들리거나 빙빙 돈다고 말할 수 있다. - P21

<그림 1>(위)은 원자(굵은 점으로 표시된다)에흡수되는 광자(구불구불한 선으로 표시된다)를 보여준다. 원자 또는 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질 때, 그것들이 흡수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파장을 가진 광자를 방출한다. 이것은 대개 자발적으로일어나고 형광등이나 네온등처럼 보통의 상황에서 분자나 원자가 반짝일때 방출하는 빛이다. - P23

레이저의 원리를 기본적인 열역학의 언어로 명료하게 밝힌 사람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 P23

흡수와 자극 방출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다. 빛이 들어오면서 낮은 에너지 상태의 원자를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하고, 동시에 높은 상태의 원자를 낮은 상태로 떨어지게 한다. 낮은 상태에 있는 원자보다 높은 상태의 원자가 더 많으면 흡수되는 것보다 더 많은 빛이 방출된다. 즉, 빛이 더 강해진다. 빛이 들어갈 때보다 더 밝아지는 것이다. - P23

레이저를 만드는 비결은 물질 속의 분자 또는 원자의 에너지를 아주 비정상적인 조건으로, 즉 들뜬상태가 바닥상태(또는 더 낮은 상태)보다 더 많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물질 속에서 적절한 진동수를 가진 전자기 파동이 지나가면 에너지를 잃는 게 아니라 얻게 된다. 광자의 증가가바로 증폭이며, 다시 말해 자극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이다. 파동이 물질을 한 번 통과할 때 일어나는 증폭이 그리 크지 않으면, 더 크게 증폭할 수있다. - P25

이 책에서는 물리 법칙을 이렇게 다루는 방법이 발견된 과정, 시작 단계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 실현 과정에서의 막다른 골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과학자로서 나의 모험과, 예측할 수 없었지만 어쩌면 자연스럽게메이저와 레이저로 연결된 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것은 여러 중요한기여자들이 협력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놀라운 이야기이며, 이것을 과학사회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P25

2

물리학, 퍼먼 대학교, 분자, 그리고 나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은 주로 아버지가 구입한 시골 농장을 무대로 펼쳐진다. 나의 아버지 헨리 키스 타운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북서쪽 구석에있는 블루리지산맥 근처 그린빌 변두리에 8만 제곱미터 넓이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집안은 대대로 이 지역에서 목화와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과 사과, 복숭아, 고구마 등을 재배했다. - P27

나는 자연에서 처음 얻었던 영감과 함께, 과학은 대략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친구는 주로 형 헨리와 사촌들, 그리고 집 주변의 도마뱀, 새, 바위, 곤충 등이었다. 형은 천성적으로 생물학을 좋아해서 푹 빠져 있었고, 나도 형의 열정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집밖의 창살에서 뱀을 키웠고, 애벌레 먹이인 나뭇잎을 침실에 숨겨두었다. 부모님도 결국 이런 일에 익숙해졌다. - P28

우리의 놀이는 대부분이 실용적인 물건을 만들거나 탐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한 사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기를 좋아했다. - P29

나는 가끔 해안에 있는 찰스턴까지 가서 그 지역 박물관의 자연사 전시물을 구경했다. 평평한 해안과 만에서 본 동식물과 내가 살고 있는 피드몬트 지역 동식물의 차이에 매료되었다. 두 지역의 지질학적 차이도 인상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형과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새와 물고기 등을 언제나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돌을 뒤집어서 밑에 어떤 생명체가있는지 알아봤는데, 이런 생물들은 돌을 뒤집어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우리는 야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즐기는 취미도 있었다. - P29

어느 해 여름 산속에 있는 할머니의 피서지에 갔을 때 잊지 못할 일이일어났다. 나는 살루다강의 지류에서 그물로 작고 화려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다. 피라미의 일종 같아 보였지만, 표준어류도감에는 이 물고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그림이 없었다. 나는 이 물고기를 포름알데히드에 넣어서 이 물고기의 종이 무엇인지 문의하는 편지와 함께 워싱턴 D.C. 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연구소로 보냈다. 답장이 왔는데, 이 물고기가 새로운 종이거나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잡종으로, 같은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서 보내달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 P30

아버지는 아마추어 자연학자였다. 어쩌면 아버지는 과학자가 될 수도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젊었을 때 과학은 현실적인 진로가 아니어서, 아버지는 법학을 공부했다. 부모님은 교회, 바른 행동, 학교에 대해엄격했다. 학교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어려운 일을 겪었다면, 부모님은 그 일을 더 익히도록 해서 우리가 더 잘하도록 했다. - P30

우리는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뿌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했다. 남북전쟁에서 남군의 패배는 20세기 초에도 여전히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나라의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 생겨난 여러가지 영향들 중 하나는 사회적 지위의 원천으로서 부를 외면하는 문화였다. 어쨌든 가질 수 있는 부 자체가 많지 않았다. - P31

이 모든 일을 생각할 때, 우리가 이러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교육을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의무로 여기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나는 꽤 열정적인 학생이었고,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따분해하자 7학년을 월반하도록 해주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11학년까지만 있었다. 열여섯 살 여름이 지나고, 나는 당연히 우리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 P32

퍼먼 대학교는 내가 교수님들을 대부분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았고,
어떤 학과에서든 특별히 뛰어난 강의는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학사 운영도유연했다. 나는 개설된 강좌들 중에서 정말로 좋은 과목들을 거의 다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물리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현대 언어에서도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형 헨리는 생물학에서 수석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 P33

진로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형과 공유한 자연사에 대한 취미 덕분에 생물학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 P34

생물학 다음으로, 처음에는 수학을 가장 선택하고 싶었다.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나의 먼 친척이자 훌륭한 선생님인 마셜 얼이었다. 그러나 2학년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물리학 수업을 받으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 수업을 담당한 교수는 퍼먼 대학교 물리학과 하이든 토이 콕스 교수였다. 물리학은 풍부한 수학적 논리를 가지고 있었고, 수학보다 현실과 더 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매력적이었다. - P34

3학년 물리학 수업은 교과서를 모두 다루지 못했고, 나는 나머지 부분을 여름방학 동안에 스스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 여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블루리지산맥에 있는 할머니의 작은 별장 근처에서 개울이내려다보이는 이끼로 덮인 바위에 앉아 무릎 위에 특수상대성에 관한 부분을 펼쳐 놓고, 아인슈타인의 논리에 실수가 있다는 놀라운 확신에 도달했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갔고, 몇 시간 뒤에 돌아와서 책을 펼쳤다.  - P35

나는 대학 시절에 물리학과 언어만 배우지는 않았다. 물리학 전공의 필수과목은 네 개뿐이었고, 그중 상당 부분은 교과서 공부였다. 나는 또 대학 박물관을 새롭게 꾸미고, 생물학 수집품을 다시 정리하고, 수영 팀에서400미터를 수영하고, 미식축구 응원단에서 트럼펫을 연주했다. 한번은 로즈 장학금을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동의했지만 합격하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그 장학금은 받지 못했다. - P36

콘스턴트 교수는 기계를 만지면서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는 밴더그래프 가속기 운용에 서툴렀다. 그래서이것이 내가 한 일이었다. 아직 완전히 인지되지 않고 자세하게 알려지지않은 사실의 물리학 이론을 밝혀내고 정리한 것이다. - P37

나는 1936년 봄에 밴더그래프 연구를 마쳤고, 이것으로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콘스턴트 교수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그의 말은 분명 크게 잘못되었다. "음. 자네는이제 학위 논문을 끝냈어. 하지만 사실 우리 학교에서 1년 만에 석사를 끝낸 사람은 아무도 없네, 그게 무조건 좋아 보이지는 않아. - P38

칼텍 - 낮은 점부터 높은 점까지


내가 듀크 대학교를 그렇게 빨리 떠난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물리학과의 전일제 펠로십에 지원했지만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내가 아니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즉 칼텍에서 온 대학원생에게 돌아갔다. 이것은 나름대로 합당한 일이었다. - P39

어떤 의미에서 나는 실패했다. 내가 처음에 지원한 대학원에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칼텍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것은 내가 언제나고마워할 만한 실패였고, 운이 좋은 실패였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내가 정말로 원한 것을 바로 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39

패서디나까지 가는 길은 긴 버스 여행이었고, 공원과 버스에서 잠을 잤다. 나는 앨라배마에서 친척 아주머니 한 분을 방문했고, 텍사스를 관광했고, 뉴멕시코에서 칼즈배드 동굴을 구경했다. 그리고 사막의 뜨거운 더위와 갈증을 겪으면서 그랜드캐니언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다. 그때나는 초콜릿바 두 개만 가져갔고, 초보의 무지함으로 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때는 여름이어서 나는 협곡의 꼭대기로 돌아오며 선인장의 과육을 빨아먹고 있었다. - P40

당시에 좋은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하기는 오늘날만큼 어렵지 않았기때문에, 물리학과 학생들은 정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진짜 문제는 비용이었다. (나는 칼텍에서 한 학기를 마친 뒤부터 조교가 되었고, 남은 대학원 공부를위한 비용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함께 지내기에 흥미로웠다. 그들은 좋은 이야기를했고, 삶에 대해 흥미롭고 다양한 태도를 가졌지만, 몇몇은 그리 좋은 물리학자는 아니었다. - P41

칼텍은 학생 수도 많지 않고 캠퍼스도 크지 않았으며 격식에 얽매이지않아 학문들 사이에 흥미롭고 건강한 교류도 활발했다. 예를 들어 이미 화학과 학과장이 된 라이너스 폴링은 내가 듣고 있던 리처드 톨먼의 통계역학 강좌를 청강했다. - P42

그 시절 정부는 물리학 연구 지원에 매우 인색했으며, 리서치 코퍼레이션과 같은 민간단체나 개인이 연구비를 대고 있었다. - P43

나는 이런 태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물리학을 포기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은 적이 있지만, 그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눈이 자꾸 말썽을 부려 전문가와 상담했다. 그는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러니 다른 진로를 알아보라고 했다. - P43

그 시절 칼텍에는 여성이 없어서 (내가 입학하기 몇 년 전에 한 여학생이 착오로 입학한 적은 있었다) 수도원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주 좋은 곳이었다. 나는 패서디나 바흐 협회라는 합창단에 가입했는데, 그 모임에는 몇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나는 그 도시가 좋았다. 그 시절에는 스모그도 없었고, 지역 주민들은 칼텍 학생들에게 매우 우호적이었다. - P44

물론 우리는 모두 당시의 세계 정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전쟁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도 징집될지 모른다는 느낌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표현에 따라 "평화의 행진을 벌이며,
그들이 보기에 전쟁광들과 전쟁으로 돈을 벌려는 사기업들에 항의하고 있었다. - P44

나의 연구실 겸 사무실은 물리학과 건물 지하에 있었다. 벽토를 바른 크고 튼튼한 이 건물은 밀리컨이 시카고에서 온 후에 지어졌고, 칼텍에 지어진 주요 사각형 건물의 일부였다. - P45

동위원소를 분리하려면 이 장치를 약 3주 동안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고장 없이 계속 끓여야 했다. 그래서 나는 장치의 작동을 감시하느라 자주밤을 지새웠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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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성이란 의미 있는 잡음과 의미 없는 잡음 모두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경향임을 상기하라.³⁸ 우리의 사고에서 이 특징이 진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사고 실험을 해보자. - P120

38 Michael Shermer, The Believing Brain: From Ghosts and Gods to Politics and Conspiracies-how We Construct Beliefs and Reinforce Them as Truths (New York: Henry Holt, 2011, 59-86. - P374

음모 탐지 능력이 진화했다는 증거는 복잡성, 보편성, 영역 특이성, 상호 작용성, 효율성, 기능성 등 모든 심리적 적응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⁴² 음모론은 패턴 및 행위자 탐지, 동맹 탐지, 위협 관리 같은 복잡한 소인을 포함하고, 보편적이며 인간의 삶과 사고 영역에 특화되어 있고, 다른 인지 영역과 상호 작용하며, 탐지 단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촉발한다. - P122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며 건설적 음모주의를 기본 태도로 여길 수 있다.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해를 입지 않은 것에 더해 약간의 편집증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건설적 편집증을 갖는 것은 보상을 받는다. 다시 말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라! 이 모델에서 건설적 음모주의는 일종의 패턴으로 우리 조상들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집중함으로써 이득을 얻었던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 P122

42 David P. Schmitt and June J. Pilcher, "Evaluating Evidence of Psychological Adaptation:How Do We Know One When We See One?," Psychological Science, 15, no. 10 (2004),
643-649. - P375

그러므로 건설적 음모주의는 패턴성의 형태로 - 뇌에 깊은 진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더 많은 것이 있다. 음모론은 보통 사악한 일을 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다른 사람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 패턴에 의미, 의도, 행위자를 불어넣는 경향인-행위자성 개념을 설명 모델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 P123

예를 들어 어두운 방에서 빛을 반사하는 점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피험자는 특히 점이 두 다리와 두 팔 모양을 하고 있다면 그 점이 사람이나 의도적인 행위자를 나타낸다고 추론한다.⁴⁴ 아이들은 태양이 생각을 하며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믿는다. 태양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종종 웃는 얼굴을 추가하여 태양에 행위자성을 부여한다.⁴⁵ - P123

44 Bruce M. Hood, Supersense: Why We Believe in the Unbelievable (New York: Harper Collins,
2009), 213.

45 Hood, Supersense, 183. - P375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움직이는 삼각형 모양 같은, 인간이 아닌 물체가 마치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즉 다른 사람이보지 못한 곳에서 의미와 동기를 추론해 낸다."⁴⁸ - P124

마지막으로 음모론 신봉자는 얼마나 편집증적일까? 이 질문은롤랜드 임호프 Roland Imhoff와 피아 램버티 Pia Lamberty가 ‘편집증과 음모론 믿음 사이의 연결과 단절에 대한 더 세분화된 이해‘를 위해던진 질문이다. 이 연구자들은 한 건의 메타 분석과 두 건의 상관관계 연구를 조사하여 둘 사이의 연관성을 추정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둘 다 타인의 불길한 의도를 가정하지만 음모론에 대한 믿음은 편집증(모든 사람)보다 타인이 누구인지(권력 집단)에 대해 더 구체적이다. 반대로 편집증은 음모론(사회 전체)보다 부정적인 의도의 대상이누구(자기 자신)인지에 대해 더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점과 음모 믿음이 편집증 같은) 개인 (간의) 통제 및 신뢰가 아니라 정치적 통제및 신뢰와 뚜렷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음모믿음이 정치적 태도를 반영하는 반면 편집증은 자기 관련 믿음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를 서로 다른(비록 상관관계는 있지만) 구성으로 취급할 것을 제안한다.⁴⁹ - P125

49 Roland Imhoff and Pia Lamberty, "How Paranoid Are Conspiracy Believers? Toward aMore Fine-Grained Understanding of the Connect and Disconnect Between Paranoiasand Belief in Conspiracy Theorie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8, no. 7 (2018),
909-926. - P375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간략한 역사

음모주의의 과학을 향하여


2019년 3월 15일 금요일, 총기 다섯 정을 소지한 28세의 호주남성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모스크 두 곳에 난입해총기를 난사하여 5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 P59

범인이 2012년 프랑스 작가 르노 카뮈 Renaud Camus가 출간한 같은 제목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쓴, 74페이지 분량의 장황한 선언문 《거대한 대체 The Great Replacement》에서 한 가지 해답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² - P59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 간략한 역사



2 Norimitsu Onishi, "The Man Behind a Toxic Slogan Promoting White Supremacy,"
New York Times, September 20, 2019, https://nyti.ms/2Q9WVBu/.
Dicht - P365

뉴질랜드 살인범의 이름은 브렌튼 해리슨 태런트Brenton HarrisonTarrant이며 그의 선언문은 세 번 반복되는 "그것은 출산율이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이 음모론에 초점을 맞춘 백인 우월주의적 비유로 가득하다.⁴ - P60

4ㅍBrenton Harrison Tarrant, "The Great Replacement: Towards a New Society, 74-pagemanifesto, https://bit.ly/3sse/iT/. - P365

레인은 음모론에 빠져 쓴, 나치 총통이 으르렁대는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가 싸우는 목적은 우리 민족과 인민의 존립 및 번식, 자녀의 부양과 피의 순수성,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여 우리 민족이 우주 창조주가 부여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성숙하게 하려는 것이다. 모든 생각과 사상, 모든 교리와 지식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되고 그 유용성에따라 사용되거나 거부되어야 한다.¹⁰ - P61

10 Barry Balleck, Modern American Extremism and Domestic Terrorism: An Encyclopedia ofExtremists and Extremist Groups (Santa Barbara, CA: ABC-CLIO, 2018), 40 - P365

앞 장에서 음모를 두 명 이상의 사람 또는 집단이 비도덕적, 불법적으로 이득을 얻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비밀리에 모의, 행동하는 것으로, 음모론을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음모에 대한 구조화된 믿음으로, 음모론자 또는 음모주의자를 실제 여부와관계없이 가능한 음모에 대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으로 정의한 것을 상기하라. - P62

역사학자 앤드루 맥켄지 - 맥하그Andrew McKenzie-McHarg는 1967년 CIA 긴급 문건 1035-906를 토대로 ‘음모론‘이라는 꼬리표가처음 사용된 시기를 추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어는 존 F.
케네디 암살을 둘러싼 의심이 커지면서 《워런위원회 보고서 WarrenCommission Report (케네디 대통령 암살은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며 다른 어떤 인물이나 단체가 개입되지 않았음을 천명한 보고서. 이 보고서가 오히려 불신을 촉발했다. 옮긴이)에 ‘음모론이라는 경멸적인 꼬리표‘
를 붙이기 위해 사용됐다.¹⁵ - P63

15 Andrew McKenzie-McHarg, "Conspiracy Theory: The Nineteenth-Century Prehistoryof a Twentieth-Century Concept," in Joseph Uscinski (ed.), Conspiracy Theories and thePeople Who Believe The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9), 62-81. - P366

정치학자 랜스 드헤이븐스미스 Lance deHaven-Smith는 "오늘날 음모 믿음에 대한 전면적 비난은 정의상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196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워런위원회 보고서》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망신 주려는 시도를 예로 들었다.¹⁹ - P64

19 Lance deHaven-Smith, Conspiracy Theory in America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3), 25-27.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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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출간 준비를 하면서 글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면서 구성을 약간 바꾸었다. 추가한 내용은 현대미술을 둘러싼 상황 리포트, 수정한 것은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가십‘과 ‘견해‘라고 대치해도 좋을 듯싶다. - P9

견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가십거리도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이 ‘미술(美術)‘이 아닌 ‘지술(知術)‘인 이상(6장 참조), 미술계의 움직임이나 미술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는 작품의 가치를 크게 좌우하며, 작품의 감상법을 바꾸기까지 한다. 시장에서 - P9

연재가 끝난 2017년, 현대미술은 아니지만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큰 화제가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예수그리스도의 초상화로, 그해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수료포함 4억 5,031만 2,500달러(약 5,000억 원)에 낙찰되었다. 미술품 낙찰가로는 (그 당시) 사상 최고가다.
정말로 다빈치의 손으로 그린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작품의 진위는 따지지 않고자 한다. 문제는누가 이런 고액의 미술품을 손에 넣었느냐인데, 주요 언론 보도로 유추해보면, 아무래도 무함마드 빈 살만인 듯하다. - P11

그러나 왕세자는 부를 쌓는 데에 열을 올려, 비밀리에 개인적인 물욕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잇따른 특종에 의하면, 20151년에는 한눈에 반한 중고 요트를 약 6,500억 원에, 파리 교외에 있는 루이 14세의 성이라 불리는 대저택을 약 3,900억 원에 사들였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와 합치면 1조 5,00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재산이다. 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일을 시켜, 그로 인해 생긴 불로소득으로 한 쇼핑이다. - P12

"선택하고,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마르셀 뒤샹이정한 ‘현대미술의 규칙‘은 항상 그 기저에 있으며 이는 변함이 없다. 감상자가 작품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구도도 거의 정착되었다. - P12

2017년에 개최된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테마는 「Viva Arte Viva」였다. 지난 회와는 확연히 달라진 다소 가벼운 주제에, 미술계의 식견있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반면, 「도큐멘타 14」는 그 어느 때보다 급진적이었고(7장 참조),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017에도, 베니스의 각국 파빌리온의 일부에도 뛰어난 정치적인 작품은 있었다. - P13

『뉴스위크』(일본판)의 연재에 쓴 「중국의 검열에 가담한 히로시마시 현대미술관」도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 한 예이다. 일본의 공립 미술관에서도 이런 추악한 행태가 은밀히 벌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언론이나 아트 저널리즘은 그에 관한 후속 기사를 한 줄도 쓰지 않는다. - P13

미술은 훨씬 자유롭고 유연한 것이어야 한다.
8장에서 언급할 현대미술의 일곱 가지 창작 동기 중 하나만 돌출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 P14

한마디로 말하면, 이 시대는 광기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2002년에 간행한 졸저(편저) 『백 년의 우행』은 20세기에 인류가 범한 우행에 대한책인데, 2014년에 속편 속 · 백 년의 우행을 내면서, 영문 제목을 『OneHundred Years of Idiocy』에서 『One Hundred Years of Lunacy』로 변경했다. 속편은 2001년의 미국 9.11 테러 사건부터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를 다루고 있다.  - P14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6장에서 다룰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죽은 상상력을 상상하라." 외람될지 모르나 이 말을 모든 미술애호가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상상력의 죽음은 현대미술의 죽음일뿐더러, 인간성의 죽음임에 다름 아니다.


마르셀 뒤샹 서거 50주년, 교토에서
오자키 테츠야 - P15

3장 비평가

비평과 이론의 위기


. 이리하여 동아시아에서는 21세기 초에 우선 일본, 이어서 한국. 그리고 중국에 영어 혹은 2개 국어로된 현대미술 잡지들이 잇달아생겨났고, 경제 침체와 함께 조용히 사라져 갔다. 일본에서 내가 창간한 『아트 잇』(Art iT)은 현재는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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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날 밤은 하마마쓰초의 호텔이었다.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교코는 기운을 쥐어짜서 출근했다. 막판에 못 간다고 하는 일이 많으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게다가 다른 컴패니언들을 만나면 뭐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 P56

고통의 2시간이 지나가고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아야코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 얘기 들었어? 에리하고 사장이 사귀는 사이였다는거."
교코는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누구한테 들었어?"
"다들 알고 있어. 진짜 굉장한 뉴스지?" - P57

"뭔 소리야? 사장이랑 관계가 틀어지는 바람에 자살한 게틀림없잖아."
여기서 아야코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 P57

호텔을 나와 지하철역까지 교코는 아야코와 함께 가기로했다.
"아까 그 얘기 말인데."
아야코는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교코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에리가 실은 삼각관계로 고민하다가 자살했다. 진짜 바보 같아."
"삼각관계?" - P58

"사장과 요코 팀장은 상당히 깊은 사이야. 그러니까 에리와는 잠시 잠깐 불장난이었어. 근데 에리는 진지하게 좋아했고 혼자 속을 끓이다가 결국 자살까지 한 거겠지."
"에리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그거 말고는 자살할 이유가 없잖아."
그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 P60

4


본인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날 밤 교코와 시바타는 호텔앞에서 서로 스쳐 지나갔다. 시바타가 에자키 요코의 진술을 듣기 위해 호텔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에자키 요코가 대기실에서 받은 전화는 시바타가 건 것이었다. - P61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
가토가 운을 떼자 마루모토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다 교코가 말했던 대로 긴 얼굴이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어딘지 기복이 부족한 밋밋한 얼굴이어서 기품 없는옛 귀족 같은 풍모였다. 37세라고 했지만 그보다 나이 들어보이는 건 구부정한 어깨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과 에리 씨의 교제가 시작된 게 언제부터죠?" - P62

"오늘 아침에 여기 소속 컴패니언 몇 명을 만나봤는데 그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꽤 오래전부터 사귀던 여자가 있을거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같은 컴패니언 동료라던데요?
그 여자의 이름까지는 묻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말을 하면서 가토는 핥듯이 마루모토를 지켜보았다. - P63

"에리 씨는 당신과 요코 씨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시바타가 물었지만 마루모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비밀로 하긴 했지만 어쩌면 눈치를챘는지도 모르죠."
"당신, 에리 씨를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요? 단순히 장난삼아 만났어요?"
"아뇨, 장난삼아 만난 건 아니었어요. 진심이었습니다."
"그럼 요코 씨 쪽이 장난이었나?" - P64

에자키 요코는 약속한 8시 40분에 딱 맞춰서 나타났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긴 머리가 검은 스웨터 어깨까지 흘러내렸다. 오다 교코나 죽은 마키무라 에리를 생각해보면 컴패니언은 대부분 그 비슷한 체형의 여성을 뽑는 모양이다.
"아직도 물어볼 게 있으신가요?"
요코는 약간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낮에도 다른 수사원이다녀갔기 때문일 것이다. - P65

요코의 차가운 말투는 변함이 없었다.
"당신은 마루모토 사장과 에리 씨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던데, 맞습니까?"
"네."
그녀는 새침한 얼굴로 턱을 쓰윽 치켜들었다.
"그 일로 마루모토 사장과 얘기한 적은 없었어요?"
"얘기라니, 뭘요?"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든가, 그런 얘기로 다툰 적은 없어요?" - P66

"마루모토 사장은 당신과도 에리 씨와도 헤어질 생각이었다고 하던데요?"
"네, 그랬나 봐요. 하지만 나한테는 아직 헤어지자는 말은안 했어요."
"이제 곧 할지도 모르죠."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뭐, 그것도 괜찮아요."
"그것도 괜찮다니, 헤어져도 된다는 말입니까?"
"네." - P67

5


(중략). 에리에 대한 소식은 그날 이후로는 더 이상 신문에 실리는 일도 없었다. 장례식이 어딘가에서 치러졌을 테지만그녀의 유해를 누가 인수해갔는지도 교코는 알지 못했다.
에리의 원룸에 전화를 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옆집 형사는 계속 집에 돌아오는 기척이 없었다. - P68

"며칠째 경찰서에서 잤더니만, 꼴이 말이 아니죠? 밤늦게이런 집에 들어와봤자 편히 쉴 수도 없고."
얼핏 들여다보니 현관 앞까지 이사 박스와 비닐 봉투가 그대로 쌓여있었다. 아직도 이삿짐 정리를 못한 모양이었다.
"여태 밥도 못 먹었어요?"
시바타의 손에 들린 컵라면을 보고 교코가 물었다. 그는아랫입술을 툭 내밀고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이었다. - P69

"교코 씨가 클래식 팬이라는 건 예상을 못 했는데요?"
그가 감탄한 듯 말했다.
"아니에요, 이제부터 팬이 될 생각이죠." 교코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아까 레코드 대여점에서 빌려온 거예요."
"왜 갑자기 클래식 팬이 될 생각을 하셨을까?"
"신데렐라의 조건이거든요. 내가 찍은 왕자님이 클래식을좋아하셔서." - P70

"그 사건 말인데요. 아무래도 자살로 결론이 날 것 같아요."
교코는 카펫에 자리를 잡고 그를 올려다봤다.
"뭔가 밝혀진 거예요?" - P71

"에리가 어떻게 그런 걸 갖고 있었죠?"
교코가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며 캐물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어요. 조사해보니 본가에서 가져왔더라고요."
"본가라뇨?" - P72

"에리 씨가 사건 발생 사흘 전에 본가에 갔었어요. 청산화합물은 그때 가져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청산화합물을 본가에서? 에리의 본가가 도금공장 같은곳이에요?"
교코의 말에 스파게티를 먹던 시바타가 켁 하고 사레들린소리를 냈다. 서둘러 물을 마시더니 교코 쪽을 보았다.
"도금공장에서 청산화합물을 사용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 P73

"아니, 약간 다른 의견이 있긴 해요."
시바타의 말에 교코는 얼굴을 들었다.
"다른 의견이라면, 자살이 아니라는?"
"아뇨, 결과적으로 자살이라는 건 다름이 없지만, 독극물을 입수한 시점에는 동반자살을 할 계획이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에요. 하지만 결국 자기 혼자 죽기로 했다. 뭐, 그런 설이죠." - P74

"그래서 결국 범죄 혐의는 없다는 거네요?"
교코가 말했을 때, 시바타 옆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교코는 그쪽 의자에 앉아 수화기를 귀에 댔다. 그리고 네, 라는 대답만 했다. 장난 전화일 경우를 대비해 먼저이쪽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오다 교코 씨입니까?"
남자 목소리였다. 어딘지 귀에 익었다.
"네, 그런데요."
"지난번에 만난 다카미라고 합니다만, 기억나십니까?" - P75

"왕자님이 전화해주신 모양이죠?"
"네, 그래서 말인데, 형사님께 부탁이 있어요."
교코는 오른손으로 시바타의 무릎을 잡고 왼손으로는 공손히 손 인사를 했다.
"내일 우리 회사에 전화해서 저녁에 오다 교코를 조사할게 있으니 일을 좀 빼달라고 말해주세요."
시바타는 어엇, 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 P76

"에리하고도 자주 얘기했었어요. 꼭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자고 돈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당연히 더 좋잖아요?"
"그건 흠, 글쎄요."
시바타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죽은 참에 불경스럽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행운의 기회를 잡으면 에리도 기뻐해줄 거예요. 어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글쎄요, 난 모르겠네요." - P78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
시바타는 옆에 있던 컵을 움켜쥐며 말을 이어갔다.
"그 호텔방에는 원래 유리컵 두 개가 비치되었어요. 그중하나를 에리 씨가 사용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또 다른 컵에도 살짝 물기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누군가 또 한 사람이썼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 방이라면 우리 컴패니언들이 먼저 이용했어요. 그러니까 컴패니언 중의 누군가가 컵을 썼는지도 모르죠. - P79

"자,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교코 씨라면 이 컵에 독을어느 정도나 넣을까요?"
"(중략)."
"이 물을 어떻게 마시죠? 단숨에 마실까요, 아니면 조금씩 홀짝홀짝 마실까요?"
"물론 단숨에 마시겠죠. 찔끔찔끔 마시면 괜히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 P80

"여기서 의문이 생겨요. 자살자의 심리를 살펴보면 대개는 단숨에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렇다면 에리 씨가 맥주를 선택한 건 이상하죠. 지난번에교코 씨에게도 물어봤지만, 에리 씨는 술이 그리 세지 않아서 맥주 한 잔이 적정량이라고 했어요. 즉 그녀에게 맥주는 결코 마시기 쉬운 음료가 아니었어요. 실제로 죽을 생각이었다면 역시 물이나 주스 쪽을 선택하지 않겠어요?"
(중략). 아닌 게 아니라 이승의 마지막 음료로 그리 좋아하지도않는 맥주를 선택한 것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P81

3장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1

다음날 오후, 시바타는 퀸호텔에 찾아가 사체 발견 당사자인 지배인을 만났다. 도쿠라라는 이름의 지배인은 마흔이넘은 마른 체형의 남자였다.
"그 사건은 이미 해결된 거 아닌가요?"
도쿠라는 명백히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눈치였다.
"잠깐 몇 가지만 확인하면 돼요." - P84

시바타는 그 사슬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예전에 사슬 한 개를 펜치로 벌려서 풀고 외부로 탈출한 뒤에 다시 이어놓는 트릭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조작을 한 흔적은 없었다.
(중략).
이름은 모리노라고 했었다.
"처음에 마루모토 씨와 함께 이 방에 왔을 때, 분명 도어체인이 걸려있었던가요?"
"네, 확실합니다." - P86

"그 펜치 말인데요, 그걸 항상 비치해두는 거예요?"
"그건 말이죠." 도쿠라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뒤를 이었다.
"이번 같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리 호텔에서는 미리 철저히 준비해둔 겁니다."
"그렇군요. 도어체인을 절단하고 안에 들어간 다음에는어떻게 했는지, 얘기해주세요."
"그 얘기라면 지난번에도......."
"아, 다시 한번 듣고 싶어서요." - P87

"그렇습니다. 마루모토 씨가 밤비 뱅큇 사람이 아직 호텔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찾아봐달라고 해서……………."
그렇다면 그 시점에 이 방에 남아있던 사람은 마루모토와도쿠라뿐이다. 게다가 도쿠라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시바타의 시선이 욕실로 향했다. 그곳에 범인이 숨어있었고 마루모토가 그를 도주하게 해줬을 가능성은 없을까. - P88

"도쿠라 씨, 체인을 자를 때 나온 파편이 없는데요? 그건어디 있죠?"
"어디냐니, 그야 경찰에서 가져갔죠. 조사한다면서."
"아 참, 그렇지."
시바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도 몇 번이나 고개가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 알겠네. 그렇게 된 건가. 그런 수법을 쓰다니 대단하네…....... - P89

범인, 마루모토 본인이거나 마루모토의 공범은 역시 아까생각했던 대로 펜치 등을 사용해 사슬 하나를 벌려 밖으로나가고 그다음에 다시 한번 그 사슬을 이어둔 것이다. 하지만 그대로는 펜치의 흔적이 남아버린다. 그래서 나중에 펜치를 쓸 때 그 사슬 부분부터 절단했다. - P90

다만 이 추리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때, 이 호텔에서는 반드시 펜치를 사용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어야 한다.
"도쿠라 씨, 펜치를 항상 준비해둔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그걸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까?"
"있었죠." 도쿠라가 대답했다. - P90

"절단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 사슬하나를 펜치 같은 것으로 벌린다는 방법도 있지 않나요?"
(중략).
"그것도 가능하긴 한데,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왜죠?"
"현재 거기에는 없지만 도어체인에 가죽커버가 씌워져 있어요. 사슬 하나를 풀기 전에 우선 그 가죽커버부터 벗겨내야 합니다. 그러느니 아예 한꺼번에 잘라내는 게 빠르죠." - P91

가죽커버가 씌워져 있었다면 사슬 하나를 벌리고 탈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아무도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할 텐데……."
"그래서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습니까." 도쿠라가 내뱉듯이 말했다.
"도어체인은 안쪽에서가 아니면 걸 수도 풀 수도 없어요.
더구나 바깥쪽에서는 절대로 풀 수가 없다니까요." - P92

 2

(중략).
"너무 일찍 왔나요?"
"아뇨, 딱 좋았어요."
교코의 말에 그는 다시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오늘 타고 온 차는 소어러였다. 교코가 조수석에 앉고 그가 핸들을 잡았다. - P93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 중에 어느 쪽이 좋으냐고물어서 교코는 이탈리아라고 대답했다.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해요?"
"네, 《장미의 이름》을 보고 이탈리아 팬이 됐어요."
"아, 숀 코넬리? 나도 그 영화 봤어요. 아주 재미있던데요."
그런 식당이라면 아마도 아오야마 근처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소어러는 세타가야의 주택가 한복판을 달려갔다. - P94

그렇게 다카미가 적당히 주문을 했다. 와인도 시켰는데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게 아닌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지난번 일은 그 뒤에 어떻게 됐어요?"
웨이터가 나간 뒤, 다카미가 물었다. 지난번 일이라니, 하고 어리둥절했지만 곧바로 에리 얘기라는 걸 알았다.
"잘은 모르지만, 자살일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에요." - P95

"교코 씨는 컴패니언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요?"
"대략 말하면......" 교코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헤아려봤다. "3년 정도?"
"계속 지금 그 회사였어요?"
"아뇨, 1년 전에 다른 곳에서 옮겨왔어요. 지금 회사는 설립한 지 아직 1년 반밖에 안 됐거든요."
웨이터가 와인을 가져와 두 사람의 잔에 따라주었다. - P95

"상당히 재미있는 사업인 것 같아서………….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지 궁금했어요."
"별로 재미있는 일도 아니에요."
"그래요?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오르되브르가 나와서 대화가 끊겼다. 굴을 입에 넣으며교코는 다카미의 표정을 관찰했다. 이 사람은 오늘 무엇 때문에 나를 만나자고 한 걸까………….. - P96

"프리마돈나 모리시타 요코 씨는 역시 대단해요. 요즘 한창 궤도에 올랐다고 할까. 완성 단계라고 할까. 지난번에《백조의 호수》를 보고 왔는데 정말 훌륭했어요. 제3막의 흑조에서 서른두 번의 턴을 발끝 위치가 거의 밀리는 일 없이 해내더군요."
잘 알지 못하는 이런 화제가 나올 때, 교코는 방실방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머릿속에서는 발레 책도 사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가 다시 사건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식후의 에스프레소 커피가 나왔을 때였다. - P97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올 때, 다카미는 그녀에게 자동차 키를 건넸다.
"미안하지만 먼저 타고 있을래요? 점장에게 인사하고 올테니까 금방 끝나요."
소어러 조수석에 앉아 교코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많이 먹었는데도 그리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카미는 왜 그렇게 에리의 죽음을 궁금해하는 걸까. - P98

교코는 괜히 원망스러워서 그 전화를 흘겨보았다. 하필이럴 때 울릴 게 뭐람.
하지만…………….
만일 그의 가족의 급한 전화라면 어쩌지? 교코가 전화를받지 않은 것을 나중에 알고서 센스 없는 여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 여자라면 다카미 슌스케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는데... - P99

교코의 귀에 뭔가 들려왔다. 소음인가? 사람 소리인가? 교코는 수화기에 귀를 바짝 댔다.
그것은 흐느껴 우는 소리였다. 전화 너머에서 누군가 울고있었다. 그것은 깊고 음울한 슬픔에 휘감긴 듯한 소리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것은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 P99

그때 톡톡 소리가 나서 그녀는 작은 비명을 올렸다. 돌아보니 다카미가 창유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후우 안도하며그녀는 도어록을 풀었다.
"미안해요." 그가 사과하면서 차에 올랐다.
"어때요.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이었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아, 내 얼굴에 뭔가 묻었습니까?"
"아, 아뇨." 교코는 고개를 저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프랑스 요리를 잘하는 곳을 소개하죠. 맛있는와인을 종류별로 구비한......."
말을 끊은 것은 다시 전화가 울렸기 때문이다. - P100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화기를내려놓고 차의 엔진을 켰다. 하지만 사이드브레이크를 풀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교코 쪽을 보았다.
"혹시 전화・・・・・・ 받았어요?"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아뇨."
교코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할 만큼 서툰 연기였다.
다카미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 P101

3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교코는 조금 전의전화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먼저 그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물어보면 안 될 듯한 뭔가가 다카미의 옆얼굴에서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만나고 싶군요."
교코의 원룸에 도착했을 때, 그가 말했다. 무슨 목적으로만나려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교코는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이 어떻든 상관없다.
(중략).
일단 자주 만나다 보면 기회도 생길 것이다.
"네, 다음에는 제가 직접 요리해서 대접해드릴게요."
마음먹고 말을 꺼냈다. - P102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시바타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부루퉁한 굵은 목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어떻게, 왕자님과의 만남은 잘됐어요?"
그는 교코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무승부라고나 할까요."
그런 영문 모를 대답을 하고 교코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 미안해요. 덕분에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잠깐 들렀어요." - P103

"실은 오늘 교코 씨 회사에 다녀왔어요."
시바타가 캔의 마개를 치익 당겼다.
"어머, 나 때문에 일부러 간 거예요?"
"교코 씨의 땡땡이만을 위해 내가 거기까지 갔겠어요? 마루모토 사장의 평판을 다른 직원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러갔죠."
"사장을 의심하는 거네요?"
"발견자를 의심하는 건 수사의 기본이에요. 덕분에 딱 두가지, 마음에 걸리는 걸 발견했죠." - P104

"첫째로 마루모토와 에리 씨의 관계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에자키 요코와의 관계는 아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중략).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마루모토의 출신지예요. 그자도 나고야 사람이더라고요." - P105

시바타가 맥주를 풋 하고 뿜었다.
"교코 씨가 왜 거길?"
"아니, 나도 갈 수 있죠. 에리의 장례식에도 못 갔는데 이참에 향불이라도 올려주고 싶어요. 게다가 내가 함께 가면 형사님도 말하기가 훨씬 수월하잖아요."
"회사는 또 땡땡이?"
"그건 괜찮아요. 내일은 다행히 일이 없거든요. 어때요. 정해졌죠?"
"허참." 시바타가 쓴웃음을 지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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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하시고 존경하며 흠모하는 영주님,
잘츠부르크 대주교이자 군주이신 볼프강 테오도릭 님께¹
베네 사람² 조반니 보테로 올림



1) 볼프 디트리히 폰 라이테나우(1559~1617). 1587년부터 1612년까지 잘츠부르크의 군주이자 대주교였다. 강력한 권력자였던 알템프스 추기경 마르코 지티히 폰 호헤넴스(바로 아래에서 언급됨)의 조카이자 밀라노 대주교이자 추기경인 페데리코 보로메오의 사촌이다. 그는 1588년 5월 20일 로마로 가서 알템프스 추기경의 궁에 머물렀는데, 당시 보로메오를 수행하여 이미 그곳에 있었던 보테로는 이때 그를 만났던 것 같다.

2) 보테로는 지금의 이탈리아 북서쪽 피에몬테 지방의 베네 바지엔나 출신이다. - P41

 저로서는 이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는 것도(제가 종종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저술가에 대해 잠시 살펴보았더니, 간단히 말해서 마키아벨리는 양심의 부재 위에 국가이성이라는 것을 세워놓았고, 티베리우스 카이사르는 극히 야만적인 반역법으로 자신의 폭정과 잔혹성을 은폐하였으며,³ 또한 세상의 지극히 비천한 여인뿐만 아니라, 비록카이우스 카시우스가 최후의 로마인은 아니었지만,⁴ 로마인조차도 도저히참지 못했을 다른 여러 방식으로 그렇게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티베리우스는 군주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반역법(lex maiestatis)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이 고대법은 원래 로마 인민의 주권(maiestas)을 침해하는 행위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아우구스투스를 계승한 티베리우스는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이 법을 실시하였다(Tacitus, Annales, I. 72.2~4). 이는 법으로 위장한 불의의 전형적인 경우였다. 이 법이야만적이라는 보테로의 판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수에토니우스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이 법이 가차 없이 적용되었다고 말한다. Suetonius, De Vita Cesarum, Tiberius, 58.

4) 카이우스(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는 브루투스와 함께 카이사르 암살의 주모자 중 하나이다. 기원전 42년 10월, 안토니우스에게 패하자 그는 적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자살하였다. 브루투스는 "카시우스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면서 그를 최후의 로마인이라 불렀다"(Plutarkos, Vioi Paralleloi, "Broutos," 44, 2). 공화주의자가 아닌 것이 분명한 보테로가자신의 저작 서두에 공화적 대의의 상징인 이 구절을 써놓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P42

분노인지 열의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에 떠밀려 저는 이들이 군주의 통치와 정책에 유입함으로써 신의 교회에서 생겨난 모든 추문 및 그리스도 교계의 모든 불화를 야기한 갖은 부패의 양상에 대해 글을 쓸 마음을 여러 번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고명하신 영주님께 드리는 이 책 『국가이성론』에서 적어도 그중 어떤 것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되었습니다.⁵

5) 원래 1589년판, 1590년판, 1596년판에는 "적어도 그중 어떤 것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된것입니다"라는 구절 대신에 다음의 더 긴 구절이 들어 있었으나, 1598년판에서는 대부분 삭제되고 위의 짤막한 구절만 남아 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먼저, 군주가 위대해지고 인민을잘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진실하고도 왕자다운 방도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부패의 양상에 대한 저의 논고가 아무런 신뢰도 권위도 가지지 못할 것임을 고려하여, 첫 번째생각을 다음으로 미루고 적어도 두 번째 생각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된 것입니다." - P43

당신은 목자의 염려와 군주의 엄중함을 보기 드문 형태로 결합하고있는데, 당신을 향한 신민의 깊은 존경심은 전자 덕분이며, 모두가 경탄하는 당신의 명성은 후자 덕분입니다. 끝으로 당신은 모든 행동에서 군주로서든 성직자로서든 어느 쪽에 더 위엄을 두는지 의아할 정도로 잘 처신하고 계십니다. 저는 제가 이 작은 노고의 결실을 당신께 보내고 바치게 한 이유를 고명하신 영주님께서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당신께 어울리는 도량과 예로써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꺼워하리라 감히 자신합니다. 제가 바치는 것이 너무 보잘것없어 다른 사람이라면 그것을 물리칠 수도 있겠으나, 저는 오히려 그 때문에 당신의 은전을 더 확신하면서 그것을 당신께 드리고자 합니다. - P44

1권


[1]
국가이성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인민에 대해 확고한 지배권을 가진 영지이며,¹ 국가이성이란 그러한 영지를 창건하고 보존하며 확장하는 데 적합한 수단에 대한 지식이다. 

1) State un dominio fermo sopra popoli" 이 구절은 1596년부터 나타난다. 본 역서의원문 텍스트를 편집한 로맹 대상드르 보테로가 국가를 지배권 혹은 영지로 축소한 이러한정의를 통해 권력의 행사를 무한정한 조건에서가 아니라 오직 인민에게 한정하려는 것처럼보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정권, 영주권, 혹은 ‘도미나 - "군주가 재산과 인민의 영주(도미누스)가 되어 가부장이 노예를 부리듯이 인민을 통치하는"[Bodin, Les Six Livresde la République(1576), I, p. 570]-의 의미를 보존하고자 하는 법학자의 용어로 국가를 정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stato‘에 대한 보테로의 이러한 정의는 "인민에 대한 통치권을 가졌거나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 모든 영지는 예나 지금이나 공화국이거나 군주국이다"라고 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1장 첫머리를 연상하게 한다. 인민(uomini/popoli)에대한 통치권을 가진 영지(dominii/dominio)를 국가(stati/stato)와 동일하게 보고 있는 것이똑같다. 따라서 보테로의 국가이성이 본질적으로 국가 통치를 위한 일종의 법이라는 데상드르의 주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fermo‘란 형용사는 안정성과 힘이라는 두 가지 함의를 갖는데, 로마공화국을 지칭한 ‘res publica firma‘를 연상하게 한다(Cicero, De Re Publica, II.
1: Sallustius, De Catilinae coniuratione, 52). 16세기 정치 언어에서 복수형으로 나타나는
‘popolf‘는 여러 민족이라는 뜻이 아니라 인구의 다수를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용법은 홉스에게서 다시 나타나는데(Thomas Hobbes, De cive, VIII, 1), 그는 왕국을 다수의 사람에대한 지배권"으로 정의한다. - P47

[2]
영지의 구분


영지에는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빈한한 것, 부유한 것, 그리고 이와 유사한 여타의 성격을 지닌 것 등 많은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에좀 더 맞추어서, 영지 중 어떤 것은 우월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며 또어떤 것은 자연적이고 어떤 것은 획득되었다고 하자. 여기서 자연적이라함은, 통치자가 왕의 선출에서와 같이 명시적으로든 권력에 대한 적법한승계처럼 묵시적으로든 신민의 의지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 P49

무력으로 획득하는 경우, 전력(戰)을 사용함으로써 혹은 조약을 맺음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또한 조약은 승자의 재량으로 혹은 협상을 통해 맺을 수 있다. 획득 과정에서의 저항이 클수록 영지의 질은 나빠진다. 더욱이 영지 중에는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으며 또 중간 크기도 있다. 물론 크기는 어디까지나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인접국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 P49

[3]

신민에 대하여



신민 - 이것이 없이는 영지가 존재할 수 없다 - 은 본성상 한결같거나 경박하거나, 혹은 온순하거나 거친데, 상업에 종사하거나 군대에 복무하며, 우리의 신성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어떤 분파에 속할 수도 있다. - P50

분파가 진리에서 더 멀어지고 그것에 더 반할수록 그들에 대한 평가는 틀림없이 더 나빠질 것이다. 게다가 모든 신민은 동일하거나 상이한 법과 형태로 복속된 어떤 방식 아래 있는데, 이는 에스파냐의 아라곤인과 카스티야인 및 프랑스의 부르고뉴인과 브르타뉴인에게서 보는 바와 같다. - P51

[4]

국가 멸망의 원인에 대하여


자연의 산물은 두 종류의 원인에 의해 쇠락하는데, 어떤 것은 내적이고 또 어떤 것은 외적이다. 내적 원인이란 기본 성질이 과도하거나 부패한 것을 말하며, 외적 원인이란 칼과 불 그리고 다른 형태의 폭력을 가리킨다. - P51

내적 원인은 군주의 무능으로, 그가 너무 어리거나 기량이 모자라거나 어리석거나 혹은명성을 상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민에 대한 잔혹함과 함께, 특히 귀족 및 도량이 큰 사람의명예를 더럽히는 음욕(淫慾) 역시 내적으로 국가를 멸망하게 한다. - P51

반면에 외적 원인은 적의 계략과 힘이다. 그래서 로마인은 마케도니아인을 야만인은 위대한 로마를 멸망시켰다. - P52

[5]

국가를 확장하는 것과 보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 일인가


의심할 나위 없이 국가를 보존하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사란 마치 달이 그렇듯이 거의 자연적으로 영고성쇠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융성할 때 그것을 안정시켜 쇠락지 않게 지탱하는 것은 특출하고도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뛰어난 업적이다. 국가의 획득에는 기회, 적의 무질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 등이 큰 역할을 하겠지만,
획득한 것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어떤 탁월한 덕의 결실이다. - P53

 힘은 다수가 지니고 있지만 지혜는 소수의 몫이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는 최악의 인물이 힘을 가지며, 평화와 평온의 시기에는 선한 자질이 필요한 법이다."¹¹

11) Tacitus, Historiae, IV, 1, 3. - P53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이런 견해를 갖고 있었는데, 그는 『정치학』에서 입법자의 주요 과업은 도시를 만들고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¹⁵


15)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구절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는 보테로의 자유로운 해석으로 보인다. - P54

[6]

크거나 작거나 중간 크기의 제국¹⁸ 중
어느 것이 더 영속적인가


중간 크기의 제국이 유지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18) 보테로가 사용하는 ‘제국(imperii)‘이라는 말은 위계상 왕보다 상위인 황제의 통치권 혹은그가 다스리는 국가 물론 이는 반드시 근대 ‘국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라는 뜻이 아니라, 타국을 병합하여 식민지로 삼거나 협약을 통해 보호령으로 유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영토가 혼재된 국가를 의미한다. 앞의 2장 말미에서 보듯이 제노바공화국이나 에스파냐왕국이 제국으로 지칭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이다. 또한 텍스트 여기저기서 ‘제국‘ 외에도
‘국가‘, ‘왕국‘, ‘영지‘ 등의 말이 그냥 ‘국가‘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는 정도로 쓰이고 있다.
‘제국‘을 ‘국가‘와 유사한 의미로 쓰는 이러한 용법은 고전 고대적 용례에서 유래하는데, 실제로 로마공화국 시절이나 제국 시절이나 로마인은 스스로의 국가를 가리켜 ‘임페리움 로마눔, 즉 로마제국이라 불렀다. 직역하자면 로마의 통치권(역)이라는 뜻이다. - P56

 단순 소박함은 기만에, 선은 악의에 굴복하며, 그리하여 국가가 커짐에 따라 견고함의 기초는 약화하게 된다. 철에 그것을 갉아먹는 녹이 발생하고 익은 과일에 그것을 망가뜨리는 벌레가 나타나듯이 큰 국가일수록 점차, 때로는 단번에, 그것을 무너뜨리는 악습들을 낳는 법이다. 이로써 큰 국가의 경우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한 것 같다. - P58

[7]

결합된 국가와 분리된 국가 중 어느 것이 더 영속적인가


영토가 나뉘어 있는 국가를 분리된 국가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중간에 적이나 적으로 의심될 만한 강력한 군주가 끼어 있어 상호 지원을 할 수 없거나, 혹은 지원이 가능한 두 경우가 있다. 지원하는 방법에는 돈의 힘으로 하거나(하지만 이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그의 영토를 지나가야 하는 군주와 잘 협의하거나, 또는 제국의 모든 영역이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해군력으로 쉽게 유지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중략).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멸망의 내적 원인에는더 취약한데, 위대함은 자만을, 자만은 부주의함을, 그리고 부주의함은 명성과 권위에 대한 경멸과 그것의 상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힘은 부를 가져오는데, 이러한 부는 환락의 원천이며 환락은 모든 악습의 원천이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영지가 번영의 절정에서 쇠퇴하는 원인인데, 세력이 증가하면 용맹함은 감소하며 부가 넘치면 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 P60

만약 군주가 나태하고 무능하다면, 결합된 국가는 분리된 국가보다 더 쉽게 피폐하고 부패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적에 더 취약해질 것이다. 반면 분리된 국가는 결합된 국가보다 외국인에게 더 취약한데, 이는 물론 분리 상태가 그것을 허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62

(전략). 설사 이런 국가가 본성상 결합된 국가보다 더 취약하다고 해도, 그것은 또한 많은 이점도 갖고 있다. 첫째 그런 국가를 동시에 공격하기란 쉽지 않으며 각 지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러한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왜냐하면 한 군주가 혼자 그렇게 할 수는 없으며, 여럿이 함께 연합하기도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지의 한 지역이 공격받으면 그렇지 않은 다른 지역이 언제나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 P62

[8]

보존의 방법에 대하여


국가의 보존은 신민의 평온과 평화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소요 및 전쟁이 자신의 신민에 의한 경우와 외세에 의한 경우로 나뉘는 것과 같다. 신민에 의한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고통을 겪는데, 서로 싸움으로써 내전이라 불리거나 혹은 군주에 대항함으로써 반란혹은 모반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 P64

(전략). 그리하여 이 두 가지가 신민을 복종시키고 평화롭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왕의 선출에 더 큰 힘을 갖는 것은 명성과 사랑중 어느 것인가?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명성인데, 인민이 공화국 정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은 그들을 기쁘게 하거나 그들의 호의를 얻으려 함이 아니라 공공선과 안녕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P65

마르쿠스 리비우스는 자신이 받은 치욕과 불명예로 인해 오랫동안 사람들에 의해 수없이 경멸과 비난을 겪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눈밖에 난 지 오래되었으나, 공화국이 필요로 하자(온갖 야심의 기술을 발휘하여 인민의 사랑과 총애를 얻으려 했던 인물을 모두 제치고) 집정관직에 앉아 군지휘관으로 한니발의 동생에 맞섰다. 명성은 루키우스 파울루스를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 마리우스를 킴브리인과의 전쟁에, 폼페이우스를 미트라다티스와의 전쟁에 불러들였다. - P65

 한 인물의 선량함과 완전성이 평범한 것을 넘어서서 어떤 뛰어난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가 자신의 선한 본성으로 얼마나 사랑받든 간에 이러한사랑은 탁월성에 의해 추월되며, 다시 탁월성은 그에게 사람의 사랑보다는 존경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존경이 신앙과 경건함에 토대를 둔다면 그것은 숭경(崇敬)이라 한다. 만약 그것이 정치적, 군사적 기술에 토대를 둔다면 그것은 명성이라 불린다. - P66

정의보다 더 사랑받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 P66

[9]

군주에게 덕의 탁월함은 얼마나 필요한가


모든 국가의 주요한 토대는 상위자에 대한 신민의 복종이며, 이는 군주의 덕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달려 있다.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와 몸이그 고귀한 본성 때문에 천체의 운동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하며 천계 간에도 하위의 것이 상위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처럼, 인민 역시 뛰어난 덕이 찬란히 빛나는 군주에게 기꺼이 무릎을 꿇는다. - P67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군주의 우월성이 부적절하거나 거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에서가 아니라 기백과 재능을 고양하고 거의 하늘과 신에 필적할 만한 위대함을 드러내도록 하며, 그 인물을 다른 사람보다 진정으로 더 뛰어나고 더 낫게 만드는 그런 일에서 발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P67

[10]

군주가 지녀야 할 덕의 탁월함의 두 종류에 대하여


그런데 이러한 탁월함은 절대적이거나 부분적이다. 절대적이라 함은 모든 혹은 많은 덕에서 범상함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이며, 부분적이라 함은 통치하는 자에게 적절한 어떤 특정한 덕에서 다른 사람을 앞서는 경우이다. - P68

[11]

어떤 덕이 사랑과 명성을 얻는 데 가장 적절한가


그러나 설사 모든 덕이 그것으로 장식한 사람에게 사랑과 명성을 가져오는 데 적합하다고 해도, 그럼에도 어떤 덕은 명성보다는 사랑에 더 적합하고 또 어떤 덕은 그 반대이다. 첫 번째 범주에는 전적으로 유익함을 주는 덕들이 들어가는데, 이는 인간성, 정중함, 자비 등으로서 모두가 정의와 관용으로 환원 가능한 것들이다. 두 번째 범주에는 대업에 적합한 어떤 위대함이나 강력한 의지 및 뛰어난 재능을 동반하는 덕들이 있는데,
강인함, 군사 및 정치의 기술, 항심(恒心), 굳센 의지, 기민한 재능이 그러한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분별과 용맹함이란 이름 아래 넣을 수 있다. - P71

[12]

정의에 대하여


그런데 신민을 이롭게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정의를 통해 자신을 보존하면서 각자에게 그것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며, 평화와 더불어 인민 간의 화합을 굳건히 하는 토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71

고대의 시인은 유피테르 또한 정의의 도움 없이는 사람을 적절히 다스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플라톤은 정치에 관한 자신의 책에 ‘정의에 대하여‘란 제목을 붙였다.⁵⁰
왕에게 법을 세우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은 없다.

50 플라톤의 국가를 가리킨다. - P72

[13]

왕의 정의의 두 측면


왕의 정의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 하나는 왕과 신민 간의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신민과 신민 간의 정의이다. - P74

[14]

왕과 신민 간의 정의에 대하여

인민은 군주에게 자신들 사이에 정의를 유지하고 적의 폭력에서 그들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권력을 부여해야만 한다. 또한 군주는 이러한 권력의 한계에 만족하고, 그들의 힘에 부치는 지나칠 정도의 과세로 인민을 괴롭히고 학대해서는 안 되며, 탐욕스러운 장관들이 세금을 통상적이고 적절한 정도를 넘어 부풀리거나 갈취하도록 놔두어서도 안 된다. - P74

(전략). 이와 마찬가지로, 군주는 수입(그의 종신들의 피와 땀과 다르지 않은)을 결코 헛되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민에게는 군주의 위대함을 북돋우고 국가를 유지하도록 자신들이 곤경과 고통을 겪으며 준 돈을 그가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허영이란 끝도 없고 잴 수도 없는 법이기 때문에, 돈을 헛되이 쓰는 사람은 무질서와 결핍에 빠지게 되어,
결국 사기와 악행을 범하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 P75

 즉 군주가 덕에 기뻐하면 덕으로, 그가 허영에 차 있으면 아첨으로, 그가 잘난 체하는 성격이면 화려한 의식으로, 그가 탐욕스러우면 돈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기량에 따라서가 아니라 선호에 따라서 지위와 관직을 주는 것보다 왕에게 더 해로운 일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덕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은 제쳐놓고라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잘것없는 사람이 더 선호된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종종 봉사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을 것이며, 또 그 같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인민은 장관에 대한 미움으로 군주 그 자신을 경멸하여 그에게 반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 P76

[15]

신민과 신민 간의 정의에 대하여


신민 간의 모든 일이 정의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군주의 의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과 도시를 폭력과 사기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폭력은 유배자, 도둑, 살인자, 흉악범에 기인한다. 그들은 강력한 조치와 공포로써 반드시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78

 설사 군주가 봉신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해도, 만약 국가의 이익에 대해 염려하지도 그것에 기여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개개인의 부를 소모할 뿐인 고리대금업자의 탐욕에 그들을 희생시키도록 놔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고 그 피해가 어찌 개개인에만 국한될 것인가? 고리대금업은 재정을 고갈시키고 공공수입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 P79

. 그런데 돈이 투여되지 않는다면 상업이 제대로이루어질 수가 없다. 또한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고자 하는 사람은, 무역은 포기하고(왜냐하면 이는 손해 볼 위험을 감수하고 몸과 마음을 소진할 각오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시간을, 또 일부는 돈의 사용을파는 셈인 종잇조각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빈둥거리면서 다른 사람의 돈으로 자기 자신을 살찌운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 P79

[16]

법관에 대하여


군주 자신이 법령을 관장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므로,
자신을 위해 이 일을 할 유능한 관리들을 충분히 임명해야 한다. 관리를 뽑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81

장관직을 파는 군주는 큰 비난을 받을 것인데,
이는 법정에다 정의가 아니라 탐욕을 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이다. 네로가 "그 지붕 아래서는 탐욕도 야심도 결코 관용되지 않는다"⁶⁷라고 했을때, 그는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규준을 제시한 것인가! 선물을 받는 법관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신이 말씀하시듯이) 선물은 현자조차도 눈멀게 하기 때문이다.⁶⁸



66) Historia Augusta, 45, 6.
67) Tacitus, Annales, XIII, 4, 2. - P81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쿠르고스의 법을 비판했는데, 왜냐하면 관직(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에 적임자인 사람에게 안배되어야 하는)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필히 유세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⁷¹


71) Aristoteles, Politica, II, 9, 1271a 10. - P82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 제도는 법에 따라서가 아니라 적절한 장관 선발 과정을 통해 시행된다. 왜냐하면 현명한 군주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정의의 집행과 인민의 통치를 위해 승진시키려는 사람의 능력과 성실함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82

삶의 일관성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겸손과 절도(節度)도 필요한데, 침착한 마음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행동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관대함과 자선 역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해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쉽게 불의를 행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과 명성도 중요한 논거가 되는데,
그것은 거의 속이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직에 (덕 이상으로) 명성과 신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83

고대의 입법자는 부자가 아니면 관직을 가질 수 없도록 했는데,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은 착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별로 중요성이 없는 논점이다. 필요한 것은 내적 선과 양심으로몸과 마음을 제어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다른 좋은 치유책은 없다. 왜냐하면 탐욕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될 때 그것을 끝없이 추구하는 것은 부자가 빈민보다 훨씬 더 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빈민이 부자가 되려 하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자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궁핍으로 인해빈민이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악의 근원인 탐욕은 부자가 훨씬더 큰 악행을 범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84

[17]

장관을 통제하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장관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일단 임명되면 이후 부패하지 않을지 모든 경계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수많은 비둘기가 까마귀가 되며 양이 늑대가 되기 때문이다. 관직보다 사람의 내면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없는데,⁷⁹ 그것이 손에 권력을 쥐어 주기 때문이다.


79) 이는 7현인의 하나로 불리는 프리에네 출신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비안테의 금언을 번역한것으로 보인다. 특히 귀차르디니는 이탈리아사를 "왜냐하면 관직이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의 가치를 명료하게 드러나게 해준다는 속담이야말로 진정 사실일 뿐 아니라 최고의 칭송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끝맺음으로써, 그 금언을 되새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Guicciardini, Storia d‘Italia, XX, 2. - P86

 왕은 법관에게 식량, 숙소, 가구 및 각종 용기(用器), 관리인, 하인 등 그들의 편안함과 위엄에 맞는 모든 것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정의를 집행하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직분을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생각도 갖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그들은 매우 엄격하고 엄정한 규칙하에 있었기 때문에, 공복 상태가 아니면 법정에 들어갈 수도 심리(審理)를 할 수도 없었다.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음료 한 잔혹은 그와 유사한 것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⁸¹


81) Juan González de Mendoza, Historia de las cosas mas notables, ritos y costumbresdelgran reyno de la China (Roma, 1585), libro III. - P87

정의를 훌륭히 집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 사항은,
군주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장관에게 결코 최종 판결에 대한 재량과 전권을 부여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판단은 유보하고 반드시 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따라야 할 것은 법이지 이런저런 감정에 휘둘리는 다른 사람의 판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 P87

로마인은 스스로가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의해 제어되었다. 왜냐하면 그 도시는 야심 찬 경쟁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그 누구도 언제나 자신을 압박하고 깎아내릴 만한 기회만 노리는 정적을 갖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 P88

람프리디우스에 따르면, 알렉산데르 세베루스는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부패할 여지가 있기에, 아무에게도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신뢰할 만한 인물을 통하여 모든 사람의 행적에 대해 알고 있었다."⁸⁵ 그래서 토스카나 대공 코지모는 비밀 첩자를 이용하였는데, 그들은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이런저런 일에 끼어들어 관리들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들은 모든 사항을 대공에게 알려주었다.⁸⁶



85) Historia Augusta, 23. 2. 아일리우스 람프리디우스(Aelius Lampridius)는 이 책을 쓴 여러저자 중의 하나로 전해오는 인물이다.
86) 코지모 1세는 1537년에서 1569년까지는 피렌체 공작이었다가 1569년에서 1574년까지 토스카나 대공작으로 재위하였다. - P88

궁정의 사정에 정통한 한 신사는 왕이 진실한 사정을 알려고 한다면 수많은 가짜 보고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귀머거리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높은 망루 위에서 거울로 모든 일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는 할 수 없기에,
첩자를 쓰고, 때로는 몸소 심의를 진행하고, 변장을 한 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사안과 무관한 사람에게서 진실이 무엇인지 듣도록 하자.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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