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와 나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슬은 교류 전기의 변압 과정을 떠올렸다. 고리 모양 철심에 2개의 코일을 감고 한쪽 코일에 교류 전원을 연결하면 상호 유도작용에 의해 반대편 코일에도 전기가 흐르게 된다. 이때 양쪽 코일에 전선을 감은 횟수의 비율에 따라 전압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데, 이 성질을 이용한 장치가 변압기다. - P97

3지오의 물음에 나기가 답했다. 원리적으로 알고 있어도 이 현상이 신기한 건 나기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미션은 깼지?"
인자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기와 금슬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지오만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실패했어. 아까 철사를 만진 게 실수였나봐."
지오는 빨갛게 변한 핸드폰 화면을 들어 보였다. - P98

"번개가 전기란 걸 밝힌 사람은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가 이 사실을 증명한 방법은 단순하다. 비 오는 날 먹구름 근처까지 연을 날린 것이지.
참고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던 물리학자 게오르그 리히만은 번개에맞아 죽었다. 절대 절대, 따라 하지 마라." - P100

"핵 연료의 분열 과정에서 나온열로 물을 끓여 발전기를 돌립니다."
잠시의 침묵 끝에 인자가 답했다.
"정답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발전 과정은 운동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렇다면, 발전기를 돌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P101

"태양광 발전입니다."
다시 인자가 답했다.
"정답이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에너지로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 이동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이 과정을 ‘광기전 효과‘라고 한다." - P102

"마침내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패러데이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판도는 완전히 뒤집힌다.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를 이어 주는 매개물의 진행 속도가 광속과 같음을 증명하고, 전자기학의 핵심 방정식이라 할 수 있는 ‘맥스웰 방정식‘을 제시한다. 이 식들은 너무나 간결하고 명쾌해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은 ‘이 식을 쓴 건 신인가?‘ 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패러데이의 오랜 싸움이 마침내 결실을 거둔 순간이었다." - P103

다음 날, 시큰둥하게 등교했던 태한의 기분은 운동화 마니아의 등장으로 180° 달라졌다.
"야, 이거 아이오나이즈 한정판 아냐? 맞지?"
"어."
"와, 색깔 봐! 쩐다! 당첨이야?"
"리셀이지."
"리셀? 요즘 거래 가격 80만 원도 넘지 않아?"
"뭐, 그쯤."
와 씨, 쩐다! 와, 부럽다! 아 진짜 개예쁘다!" - P105

"새 운동화구나? 발이 안 맞아서?"
태한은 미로가 운동화를 알아보거나 소문이라도 들었길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둘 다 해당 사항은 없는 것 같았다. 태한은 운동화 가격을 말할까 하다가 표현을 아꼈다.
"한정판이라 긁히는 게 싫어서."
"그런데 왜 오늘 그걸 신고 왔어?" - P106

물에 살지만 물을 거부하는 나를 찾아라‘라는 문제를 풀고있는데, 완전 꽉 막힌것같아요. 오빠는 이게 뭘 거 같아요?"
"떠오르는 건 있지만, 이건 직접 푸는 게 재미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 봐. 물고기라거나, 수생 식물이라거나…" - P107

부레옥잠은 공처럼 둥근 잎자루에 공기가 들어 있어 물에 뜨는 식물이었다. 그 부력은 생각보다 대단해서 방글라데시 등지에선 부레옥잠을 수상 농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 P108

"오빠, 이 뚜껑…."
바로 다음 순간, 미도는 맨홀을 둘러싼 타일에 새겨진 꽃잎무늬를 발견했다. 겹겹이 싸인 꽃잎은 분명 연꽃 모양이었다.
미도는 거대한 연꽃 무늬 가운데 서 있었다.
"왜, 뭐라도 찾았어?"
‘어쩜.…‘
천연덕스럽게 자신을 돌아보는 지오를 보며, 미도의 마음은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 찼다. - P109

금슬이 나기에게 말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 봐야 한 문제에 100포인트니 관심을 끌기엔 부족하지. 문화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정보는 진작부터 돌았으니까, 매점에서 쓸 수 있다고 해 봤자 남은 포인트 터는 용도밖엔 안 될걸?"
금슬의 추리를 뒷받침하듯 과학특성화중학교 매점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었다. - P110

이 문제를 이어서 풀 수 없다는 게 나기는 무엇보다 답답했다. 그런 나기의 모습을 보며 금슬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너나 인자가 1등을 할 게 뻔하니까 그렇지.‘ - P111

"지구 온난화나 기후 위기에 대해서 수없이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이 없다. 내 집도 못 사는 마당에 북극곰 집까지 걱정해 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위성 선생의 비유에 아이들은 소리 없이 웃었다. - P111

지오는 나기나 인자를 떠올렸다. 그 두 사람은 이 피라미드의첫 번째 층이나 두 번째 층에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지오는 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의문문을 썼다가 지우개로 지웠다. - P113

"4번 미션에 필요한 점수가 900점, 5번 미션에 필요한 점수가 1400점이었잖아. 지금 같은 추세라면 방학식까지 2000점을 간신히 넘을 것 같아. 앞으로도 새로운 미션에 500점 정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건 다음 미션이 마지막일 것 같아. 그게 끝이 아니라면 이번 학기에 비밀을 푸는건 불가능하고." - P114

 벽 안쪽엔 10cm 간격으로 눈금이 그려진 바닥이 있었고, 4m 지점에 투명한 벽이 있었다. 투명한 벽의 바닥근처엔 붉은 테이프로 된 손바닥보다 작은 사각형이 있었고, 사각형 가운데엔 구멍이 있었다. 구멍 뒤쪽엔 플라스틱 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 P115

나기와 지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금슬이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런데 저거 무슨 경고 표시 아닌가?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그림이면." - P117

아이들은 저마다 그림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잠시 고민하던 나기는 ‘실험실 안전 표지‘를 검색했다.
"찾았다! 저건 고압가스 주의 표시였어!"
지오가 병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던 그림은 가스통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기는 구석에 놓인 스툴 뚜껑을 들어올렸다. 과연 사각형 스툴 안엔 귀마개와 고글 세트 10개가 들어 있었다. - P118

지오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닫고 머쓱하니 목 뒤를 긁적이고 있을 때 밖에서 인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 나는 뭔지 보지도 못했는데 통과냐?"
2학년 때도 반장이 된 인자는 운동회 관련 회의에 참석하느라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서둘러 복도를 달려오던 인자는 폭발음이 들린 직후 문밖에서 통과 메시지를 받았다. 황당한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들어 보이는 인자의 모습에 나기와 금술과 리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 P119

"오빠는 문제 많이 푸셨어요?"
"문제는 진작 다 풀었지. 다른 애들 푸는 거 기다리고 있어다른 애들도 어느 정도 풀어야 미션이 열리거든"
"와-대단하다. 최근에 푼 미션은 뭐였어요?"
미도의 질문에 지오는 포물선 운동 미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지오의 이야기에서 위험 요소가 있을수 있다며 아이들을 제지한 건 나기가 아닌 지오였다. - P122

"그리고 너 말하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리던데, 내용이 내가 기억하는 거랑 좀 다르더라?"
리나의 한마디에 지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의 허풍이 친구들 귀에 들어갈 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 말하다 보니 좀 흥분해서…."
"이번 한 번은 참을 거야. 하지만 또 네 허풍 때문에 나기를바보로 만들면 그땐 용서 안해." - P124

공위성 선생의 질문에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중력을 이용해지 않고 질량을 재는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공위성 선생은 돌연 옆에 있던 권지오를 지목했다. - P128

"아이디어를 내 봐라."
"일정한 힘을 줬을 때 가속도를 측정하면 질량을 알 수 있습니다."
"음, 좋다. 힘은 질량과 가속도(F=ma)를 곱한 것이므로, 용수철이나 금속판 등을 이용해 일정한 힘을 가하고, 그때 물체의 가속도를 측정하면 질량을 알 수 있다. 다음, 주나기 친구.." - P126

"음, 그렇지, 운동량 보존 법칙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지상태의 초기 운동량은 0이니, 자신의 질량 m_1을 알고 있을 때 분리 이후 자신과 물체의 속도를 측정하면 m_1×v_1+m_2×v_2=0이라는 식이 성립해서 미지의 질량 m2를 알 수 있다." - P126

아이들의 분위기가 한순간 술렁였다. 많은 학생이 우주 정거장의 무중량 상태는 원심력과 중력의 평형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27

"우주 공간에서 무중량 상태를 경험하는 건, 만유인력이라는힘의 특성 때문이다. 만유인력은 여러분을 구성하는 원자 하나하나에 모두 작용하며, 우주 정거장의 나사 하나하나에도 같은 비율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여러분과 여러분을 둘러싼 시스템이 마찰력이나 수직항력, 장력 따위로 서로 힘을 주고받지 않아도 완벽하게 같은 운동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무중량 상태의 본질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무중량 상태는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중략) - P127

공위성 선생의 설명을 듣던 지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미도가말했던 ‘영원히 추락하는 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영원히추락하는 자‘는 궤도 운동을 하는 인공위성이 틀림없었다. - P128

"어떤 자식이 관중석 쪽으로 콩주머니를.…!"
발끈하던 인성은 콩 주머니가 날아온 방향을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중석을 향해 던졌다기엔 머리 위에서 떨어진각도가 설명되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인성은 곧 콩 주머니가 발사된 지점을 발견했다. - P131

경기가 끝나고 쉬는 시간 동안 미로는 대기열 뒤에서 태한과 만났다. 운동회 당일까지 모든 힌트를 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미로는 목에 수건을 걸친채물을 마시며 대한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뭐, 아- 그거? 게임하느라 깜빡했어."
"뭐?!"
미로는 황당한 표정으로 태한을 노려봤지만, 그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며 눈을 피했다. - P132

"뭐 대충 현무랑 비익조의 공통점이나 차이에 관한 문제 같은데, 좀 기다려봐. 어느 순간 영감이 딱 떠오르거든."
태한은 다시 음료수를 마시며 곁눈질로 비로의 반응을 살폈다. 그가 보통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역시 천재는 다르다거나 ‘영감이 온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따위의 말을 했다. 하지만 미로는 미련 없이 뒤돌아서 걸어갔다. - P133

지오는 인공위성에 관해 설명해 줄 기회를 놓친 게 무척 아쉬웠지만, 다행히 전통 설화는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였다.
"현무는 북쪽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물과 겨울을 관장해.
흔히 뱀과 거북이 한 쌍으로 되어 있는 모습으로 그리지만, 전설에 따르면 현무는 뱀과 거북이 자웅동체를 이룬 한 몸이야.
비익조는 동아시아 설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로, 암수가 각각1개의 눈과 날개만 가지고 있어 한 쌍이 되어야만 날 수 있는새지." - P134

지오는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서는 그녀를 불러 세웠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진 않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지오는 자신의 18번 아재 개그를 꺼내 들었다.
"손오공이 사오정한테 매점에서 빵 하나 우유 하나를 사 오라고 했는데, 사오정이 뭘 사 왔을까?"
"빵이랑 우유를 사 왔겠죠?"
"아니, 바나나 우유를 사 왔대."
"빵하나 우유···. 바나나 우유...."
"... 아하~!" - P135

"그거네, 현무는 자기, 비익조는 전기 자기는 N극과 S극, 전기는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이루어져 있지. 전기는 양성자와 전자로 쪼갤 수 있지만 자기는 N과 S를 따로 쪼갤 수 없어. 큰 자석을 쪼개면 2개의 작은 자석이 될뿐이고, 이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결국 자성을 잃어버리거든." - P138

"이것은 물리학자 찰스 패브리와 헨리 뷔슨이 1950년대에 발견한 공기의 층입니다. 단파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육상 생물이 출현하는 데 도움을 준 이것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 P139

"밴앨런대는 도넛 모양으로 영어 표현은 밴 앨런 벨트(Van Allen Belt)기 때문에, 밴앨런고리도 정답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밴앨런대 또는 밴앨런 복사대이니 주의해 주세 - P140

"마지막 문제입니다. 이것은 미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버크민스터 풀러가 발명한 구조물입니다. 이것은 통상적인 구조물 대신 장력을 이용해 물체를 고정하기 때문에 마치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구조물은 가볍고 튼튼하지만, 설계와 시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영어로 장력과 구조 안정성의 합성어인 이것은 무엇일까요?" - P141

그때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연달아 하늘로 솟아오르는 폭죽에 나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축제의 날 쏟아지는 유성우를 막아라.‘
나기는 들고 있던 화이트보드를 던지듯 내려놓고 관중석으로달려갔다.
"위험해! 모두 도망쳐!" - P141

백화란 선생이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불꽃놀이도 곧 끝이 났다. 주변이 침묵에 휩싸이자나기는 뒤늦게 현실 감각을 되찾고자리로 돌아갔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을 향해 폭죽을 쏠리가…" - P142

인성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되면 No.3 아니에요?"
"아무도 못 봤을 것 같지?"
인자의 한마디에 인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인성이 표정 관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인자는 관심도 없다는 듯 그를 비웃었다.
"쭉 그렇게 살아. 난 No.2 지만, 넌 아무것도 아니야." - P143

운동회가 끝나자마자 미로는 태한과 아지트를 방문했다. 아지트엔 TV와 소파가 놓여 있었고, 문에는 디지털 잠금 장치가 달려 있었다. 미로가 태한에게 물었다.
"그래서 현무의 알이랑 비익조의 알은 뭐였어?"
"자석이랑 건전지."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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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가 등장할 때마다 수학자들은 실질적인 의미와 사용처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이 검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여 현재까지 살아남은 수 체계는 그림 16과 같다. - P53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수를 활용하고 있다. 아내의 수를헤아릴 때에는 자연수로 충분하고, 금의 무게를 계산할 때는 분수가 동원된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들은 등변직각삼각형의 빗변의길이를 나타내기 위해 2^0.5와 같은 무리수를 개발했고, 르네상스시대의수학자들은 3차방정식의 해를 구하다가 (-1)^(1/2)과 같은 허수를 도입했다.‘ - P54

일요일에서 출발하여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즉, -1은 토요일이므로 -1=6이고, 이와 비슷하게 -2=5이다.
이런 식으로 수를 할당하면 정수 전체를 ‘일주일‘이라는 작은 원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이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그림 18과 같다. - P55

 그런데 3 × 6은 3+3+3+3+3+3과도 같아야 한다. 혹시 다른 답이 나오지 않을까? 다행히 이 값도 4로 떨어진다. 또한 7에기반을 둔 나머지연산에 따르면 3 = 10이므로 3 ×6 = 10×6 = 60=4이다.
어떤 경우에도 동일한 답이 나오고 있으니 상황은 꽤 긍정적이다. - P59

《산술학 연구》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정의로 시작된다.

두수 B와 C의 차이가 a로 나누어떨어질 때, 와 는 a에 대하여 ‘합동congruent‘이다..…" 이런 경우 a를 ‘모듈modulus‘이라 한다. - P60

예를 들어, 1=8이고 3 = 10 (모듈 7) 이므로 1 +3=48 +10=18과 합동이며, 1×3=38×1080과합동이다. [확인: (a‘+b‘) - (a+b)에 해당하는 14 와 ab‘ - ab에 해당하는 77은 모두 7로 나누어 떨어진다.] - P63

모듈 10으로 합동인 수를 이용하면 모든 제곱수(자기 자신을 두 번곱한 수)가 0, 1, 4, 5, 6, 9로 끝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든 정수는 0~9 중 하나와 모듈 10으로 합동이므로, 모든 완전제곱수는 0, 1,2,3,4,5,
6,7,8,9의 제곱 중 하나와 합동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곱하면 0, 1, 4,9,
6, 5, 6, 9, 4, 1이 되고 정수를 10으로 나눈 나머지는 1의 자리 수와 일치하므로, 1의 자리가 2, 3, 7, 8로 끝나는 제곱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 P60

그러므로 위의 합동방정식이 y라는 해를 가지려면 p는 q에 해당하는 가로줄 어딘가에 있어야한다. 그리고 해가 하나밖에 없으려면 p는 q에 해당하는 가로줄에서 단 한 번만 등장해야 한다(두 번이상 등장하면 p/q의 값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 P65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곱셈표에 ‘0‘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즉, 0이 아닌 두 수를 곱했을 때 0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2×3 = 0 (모듈6) - P66

모듈이 합성수일 때 나눗셈이 불가능한 이유는 쉽게 증명될 수 있다.
모듈 m이 m = a×b로 표현된다고 가정해보자 (a와 b는 m보다 작은 정수이다.). a와 b는 0과 합동이 아니지만(모듈 m), a×b는 0과 합동이다. 이것은 앞서 확인했던 2×3 = 0(모듈 6)을 일반화한 것으로, 거기서 1/2을 정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1/a(또는 1/b)도 정의할 수 없다. - P67

따라서 t(u-v)는 p로 나누어떨어진다(모듈에서 0이라는 것은 p의 배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두 수의 곱이 소수p로 나누어떨어지려면 적어도 둘 중 하나는 p의 배수여야 한다. 만일 가의 배수라면 t=0 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가정에 위배된다는 0과 합동이 아닌 임의의 수였다.). 그리고 (u-v)가 t의 배수라면 u = v(모듈p) 여야 하는데, 이것도
"u, v는 모듈 p에서 서로 다른 임의의 수라는 가정에 위배된다. 즉, t에 해당하는 가로줄에 같은 수가 두 번 등장한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에 해당하는 가로줄(t+1번째 가로줄)에는 하나의 수가 두 번 나타나지 않는다. - P68

처음 몇 개를 나열해보면 3, 5, 17, 257, 65, 537………… 등 모두 소수이다.
그런데 1732년에 오일러가 틀린 사례를 찾아냈다. n=5일 때 페르마의 수는 2^32+1이 되는데, 이 수는 641 로 나누어 떨어진다. 오일러는 이 사실을 일일이 손으로 계산하여 알아냈지만, 모듈연산을 이용하면 훨씬쉽게 증명할 수 있다(사실은 증명이 아니라 반증이다.). - P69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영국의 수학자 에릭 템플 벨Eroc TempleBell이 남긴 말을 마음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모든 세대에 걸쳐 정상적 지능을 보유한 사람 100만 명 중 기초적인 수학지식만으로 이 증명을 적절한 시간(예를 들어, 1년) 안에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도 안될 것이다." - P70

 이것은 정수론에서 매우 중요한 정리로, 흔히 ‘페르마의 정리 Fermar‘s theorem‘로 알려져 있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Fermat‘s Last Theorem와는 다른 정리이다!). - P74

 그러므로 임의의 소수에 대하여1×2×.….×(p-1) = -1 (모듈 p)이다. 이것은 윌슨의 정리Wilson‘s theorem로 알려져 있다. - P77

임의의 수 q가 소수인지 합성수인지 쉽게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
1×2×..×(q-1) + 1이 q로 나눠서 떨어지면 q는 소수이고, 그렇지 않으면 합성수이다. - P77

그러나 숫자가 커지면 이 방법은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17 이 소수인지 확인하려면 1×2×.….×16+1=20,922,789,888,001을 17로 나눠야 하는데, 대형 컴퓨터로 계산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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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
이주희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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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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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이 영혼의 이상적인 언어라고 믿는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 P152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의 음악은 난해하고 복잡합니다. 슈만은 피아노곡과 리트Lied(피아노 반주와 함께하는 독일 가곡)를 많이 남겼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들에게 슈만에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그는 쇼팽처럼 온화하고 따뜻했던 남자도 아니었고, 리스트처럼 현란한 기교와 훌륭한 언변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슈만은 진중하고 엄숙한 사람이었습니다 - P155

 슈만은 장황한 미사구 대신 시적이고 담백한 언어를 사용하는 은유의 미학을 사랑했습니다. 특히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의 시를좋아해서 음악에도 그의 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슈만은 작곡가이기도 했지만 《음악신보》라는 잡지의 발행인이자 비평가이기도했습니다. - P156

슈만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사랑했던 연인 클라라입니다. 슈만은 부인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담아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가 음표로 써내려간 은밀한 사랑의 밀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만나볼까요? - P156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점은 어린 슈만의 놀이터였습니다. 서점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으면 그때부터 그곳은 온통 슈만의 독차지였지요. 슈만이 열세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그에게 책에 실을 글을 써보라고 했고, 출판될 책을 직접 편집까지 해보게했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편집장 역할을 경험해본 것이지요.
부모님의 이와 같은 뒷받침 덕분에 슈만은 음악적 재능을 키워가는 동시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 P157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슈만의 세 살 손윗누이 에밀리가 투신자살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슈만의 형도 자살했고, 슈만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 P158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슈만에게 법대 진학을 권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였지요. 슈만은 처음에 고향 근처의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했다가 이후 하이델베르크 법대로 옮깁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인지 결국엔 음악으로 전공을 바꿉니다. - P158

자신의 첫 작품에서부터 슈만은 자신의 시그니처인
‘음악 속 숨은 그림찾기‘를 선보인 것이지요. 슈만의 음악 속에는 이런 식으로 그만의 음악 언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 P159

 슈만은 보다 자유롭고 기교 섞인 연주를 위해 약지(넷째손가락)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려고 연습을 하다 무리를 하여 결국탈이 나고 맙니다. 약지는 다섯 손가락 중 가장 약한 손가락입니다. - P159

 이들은 모두 슈만이 임의로 만들어낸 인물인데, 이 인물들은 슈만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가상의 단체인 ‘다비드 동맹‘의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다비드 동맹 무곡,
Op.6》은 이들이 등장하는 피아노곡입니다. 이 인물들은 마치 요즘 가상현실 게임 속 캐릭터와 비슷한데요. 예술가들의 상상력에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대단함이 있습니다. - P160

그 무렵 슈만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형 율리우스와 친척 로잘리가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가족의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남은 사람에게 상처를 납깁니다. 아버지, 누나에 이어서 형과 사촌까지 세상을 떠나자 슈만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급기야 우울증에 걸려 4층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 그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위대한 작곡가도 결국은 연약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니까요. - P161

 슈만은 비크 선생으로부터 한창 음악을 배우던 스물네 살 무렵 그의 또다른 제자였던 일곱 살 연하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전제로 약혼까지 올립니다. 그러나 이후 스승의 딸인 열다섯 살의 클라라를 만난 후 약혼녀를 뒤로한 채 클라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 P162

앞에서도 짧게 언급했지만,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알파벳기호로 바꾸면 ‘CDEFGABC‘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슈만은 음악에 자신이나 그 음악의 주인공만 알아챌 수 있는 단어를 항상 숨겨놓았습니다. - P163

한동안 슈만의 클라라에 대한 감정이 증오와 복수심으로 변했는데,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1837년 슈만은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레이들라브와 사랑에 빠집니다. 지적이고 우아한 레이들라브가 라이프치히로 직접 찾아와 슈만을 만났다고 하니 그들도 보통 사이는 아니었을 겁니다. 슈만은 레이들라브에게 《환상소곡집,
Op.12>를 작곡해 헌정하고 급기야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다시 클라라에게로 돌아갑니다. - P164

 당시에는 스물한 살 이하의 미성년 여성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결혼이 가능했으므로 어린 클라라와 결혼하려면 아버지 비크 선생의 허락은 슈만에게 꼭 넘어야 하는 산이었습니다. - P165

드디어 1840년 9월12일, 클라라의 생일 하루 전날 라이프치히 근교 쇠네펠트 교회에서 둘은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립니다. 처음 만나서 법정 공방까지 걸친 끝에 6년 만에 결혼에 성공한 겁니다. 라이프치히에는이들 부부가 신혼 때 살았던 슈만하우스가 있습니다. - P167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은 슈만은 창작력도 샘솟아 이후 여섯 권이나 되는 가곡집을 펴냅니다. 가히 ‘가곡의 해‘라고 불릴만했지요. - P169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은 하이네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곡으로 그중 첫 번째 곡인 <아름다운 오월에>가 가장 유명합니다. 열두 달 중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은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시작되는 바리톤의 중저음 목소리는 정말 감동적이지요. 이 노래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클라라가 되기를 꿈꿉니다. - P170

클라라는 슈만의 부인이자 연인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이 당대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의 결혼 전 이름은 클라라 조세핀 비크Clara Josephine Wieck. 그녀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아버지비크와 소프라노 성악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마리안의 둘째로 태어납니다. 클라라는 다섯 살 때부터 일찌감치 천재 소녀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됩니다. - P171

그는 베토벤의 아버지가 베토벤에게 그러했듯, 클라라를 집 안에가둬둔 채 오로지 피아노 공부만 하게 했습니다. 클라라는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갔지요. 클라라는 독재자 같았던 아버지의 지나친 사랑으로 늘 답답했고, 그런 아버지가 지긋지긋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그와 같은 갑갑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슈만과 결혼했는지도 모릅니다. - P172

슈만과 클라라는 슬하에 총 여덟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일찍세상을 떠난 아들 에밀을 제외한 나머지 자식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았습니다. 슈만 부부는 각자의 초청 연주 스케줄 때문에 둘다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슈만은 클라라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클라라의 그늘에 가리워진 자신의 위치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내심 무대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가 부러웠던 것이지요. - P172

슈만이 서른 살 되던해 결혼해서 마흔여섯 살에 세상을 떠났으니 슈만 부부의 결혼생활은 16년간 이어졌습니다. 클라라는 그사이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고, 슈만이 사망한 해에는 배 속에 유복자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슈만보다 아홉 살 연하였으니, 서른일곱의 나이에 일곱 명의 아이를 건사해야 하는 청상 과부가 된 것이지요. - P173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라는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비롯해 자신의 삶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은 클라라 자신이 스스로 택했던 결혼에대한 부정이요, 자신의 힘든 삶을 인정해버린 격이었을 테니까요. - P174

클라라는 실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지만 직접 창작한 곡들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프로 작곡가였습니다. 물론 당대에는 슈만의 작품이 우선적으로 출판되느라 그녀의 작품은 그 뒤에 가려졌지만 최근에는 클라라 슈만이 작곡한 작품들도 자주 연주되는 추세입니다. 그녀가 창작한 곡중 1841년 스물두 살에 작곡한 <스케르초 제2번 C단조 Op.14>를 추천합니다.  - P174

 사랑하는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그들만의 언어와 세계를 창조합니다. 누가 들을세라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고 암호를 만들어 은밀한 대화를 나눕니다. 슈만과 클라라 역시 그러했습니다. - P175

슈만은 자신이 남긴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의 도입 부분에서 이 클라라 코드를 사용합니다. 전공자가 아니면 조금 어려운 설명일 수 있겠지만, 그들 사이에 음악적 암호가 있었다는 정도만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 P175

슈만은 일찍부터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시키고 싶었지만 ‘환상곡‘이라는 제목의 1악장만 발표하고 전 악장을 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 후 클라라의 격려와 위로에 힘입어 용기를 내서 나머지 2. 3악장을 완성합니다. 즉,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클라라를 위한, 클라라에 의해 탄생한 곡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P176

 이 시절 슈만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에 이듬해부터 점차 몸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귓속에서 계속 노랫소리가 들리는 청력 이상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 P177

말년에 슈만은 라인강에 투신하여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생전(1850년)에 그는 <교향곡 제3번 ‘라인‘ E♭장조, Op.97>을 작곡하여 이 도시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P178

그는 심신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1854년 2월, 마지막 작품인 <유령변주곡, WoO.24>를 완성하고 라인강에 투신합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낚시꾼에 의해 구조되고 청년 브람스가 그를 도와 슈만은 죽음으로부터 목숨을 건집니다. - P180

생의 많은 기간을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던 그였지만, 슈만의 음악에는 은밀함과 은유로 빚어낸 환상이 가득합니다. 슈만의 음악은 바흐나 베토벤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슈만은 그저 자기 감정이 흐르는 대로 마음껏 솔직하게 음악 안에서 유영했습니다. - P181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는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오늘 하루, 슈만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음미하고 감상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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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카에 대해 생각했다.왜 유서를 훔쳤을까?
유카는 유산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할 아가씨는 아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가난을 못 견디는 성격이지만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위험한 도박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모녀에게는 지금도 그 정도의 재력은 있을 것이다. - P216

그렇다면 유카가 유서를 훔친 이유도 설명이 된다. 엄마가동반자살 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훔친 것이다. 어쩌면 엄마가 딸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살해당한 걸까? 동반자살 사건과는 상관없이 유산 상속분을 늘리기 위해 소스케, 요코, 나오유키 중 누군가가 죽인 걸까? - P217

얘기를 마치자 경감은 만족스러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고맙습니다."
"뭘요. 저기, 지금 하신 질문들은 연못에서 발견한 발자국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넌지시 물어봤더니 경감의 얼굴색이 변했다.
"누구한테 들으셨습니까?" - P218

"아직 단정하긴 그렇습니다만 만약 그게 범인의 것이라면상당히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형태가 선명하지 않아서 누구를 지목하는 건 어렵겠지만요."
"범인은 유카 양의 방을 나온 뒤 연못을 건너 어디론가 도주했겠군요."
외부인이 범인일 거라는 내 말에 경감은 다른 의미가 포함된 대답을 했다. - P219

"역시 좋은 찻잔을 쓰는군요." 야자키는 한모금 마신 뒤 찻잔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하더니 그대로 시선을 내 쪽으로옮겼다. "예전에 다도를 가르치신 적이 있다고 하던데…
"아아...……… 옛날 일인걸요."
그런 얘기를 기쿠요 부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남자가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러자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경감이 말했다. - P220

"다도는 저도 잠깐 배운 적이 있죠. 그런데 거품을 잘 내는게 참 어렵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고생했답니다." 나는 적당히 얘기를 맞춰주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서투른 건 당연한 거군요." - P221

"어쩌면 혼마 씨에게 먹이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잠을 재우면 유서를 훔치는 게 훨씬 쉬울 테니까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지만요."
"나이가 들면 일찍 잠자리에 든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경감님은 반년 전의 동반자살 사건과 이번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보세요?" - P222

"무엇보다 왜 하필 이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을까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장소, 예를 들면 기리유 씨가 자살한 절벽 같은 곳을 선택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요." 열띤 어조로 말하던 경감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상하게과거 사건에 집착하게 됩니다. 우선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데 말입니다." - P223

"조만간 이치하라 집안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모두 회랑정이라는 료칸에 묵을 거야. 다카아키 씨는 되도록 그때 자기 아들을 사람들한테 소개하고싶대. 그러니까 그전에 너에 대해 보고를 했으면 해."
지로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아도 역시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확신했다. - P224

사고 당일 밤, 나는 내가 묵고 있는 방의 유리창을 열어두었다. 그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잔뜩 흥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 낸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비극이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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