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의 감각계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이런 감각들은 세계에 관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일과 방금 벌어진 일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 앞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도 제공해준다 - P95
. 이 감각계란 무엇인가? 감각계는 몇 가지이며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 어떻게 감각계는 기억 및 사고와 같은 내적표현과 상태를 다룰까? - P95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오감‘을 배운 기억이 있다. 기억에 관해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기억은 기껏해야 부정확하며 어쩌면 완전한 허구일것이다. 어쨌든 내게는 그런 기억이 있다 - P95
우리는 감각 결핍에 관해서 또는 청각이나 시각을 상실한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관해서 많이 배우지 않았다. 감각 통합, 가령 시각과 청각이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았다. 그냥 5가지 감각이있다고만 배웠다. - P96
선생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교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교실에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조금 기억난다. 이것은 감각기억이다. 지금 말해놓고 보니 이 기억은비록 구체적이긴 하지만 진짜가 아닐 수 있다. 아마도 1학년 때였고, 맞는듯하지만, 어쩌면 유치원 때였는지도 모른다. - P96
요점을 말하자면, 나는 위에서 말한 내 기억을 진짜로 믿지 않는다. 기억을 통해 그때의 상황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게 아주 정확하다고 믿지는 않는다. 현재 지니고 있는 회상적 경험을 나 스스로도 믿지 않는 셈이다. - P96
보이는 것은 정말 믿을 만할까
감각을 믿어야 한다는 말은 다음 표현들에서처럼 흔한 관용어다. ‘너의 감각을 믿어야 한다‘, ‘너 자신의 눈을 믿어라‘, ‘보이는 것을 믿어라‘, ‘보는것이 믿는 것이다‘ - P97
이런 생각이 우리 문화에 널리퍼져 있기에 언어에도 반영된 셈이다. 사실, 보이는 것을 믿지 말아야 한다거나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스스해질 수밖에 없다. 조지오웰은 「1984」에서 이렇게 썼다.
당은 당신의 눈과 귀의 증거를 거부하라고 말했다. 그들이 내린 최종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명령이었다. - P97
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 하는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은 옳은가? 내가 보기에는 많은 경우에 그 반대 즉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가 실제로 더 정확하다. 이 장의 서두에 나는 여러분이 왜 감각을 믿지말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들, 즉 착시현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 P98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지 않으며,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앞에 있는 대상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결합해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 P99
착각에 관한 연구
(전략) 마찬가지로 우리는 종종 감각적 착각이란 감각계가 우리를 속이려는 시도라고 여긴다. 더 적절한 설명을 하자면, 착각이란 감각 입력을 활성화시키는 부분과 뇌의 나머지 부분이 감각 입력을 해석하는 방식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 때문에 생기는 속임수 현상이다. 감각과 지식 사이의 충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편을 들어서 생기는 현상이다. - P99
따라서 착각은 실제로는 기만이 아니라, 이전의 증거를 선호해서 종종자기도 모르게 내리는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다. 착각을 통해 엿볼수 있듯이, 우리 뇌와 마음은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예측을 하려고 애쓴다. - P99
가령, 여러분의 뇌는 누락된 말소리를 채워서 완전한 문장을 구성한다. 이는 실제로 없었던 것을 지각한다는 의미에서 착각이긴 하지만, 유용한 예측이기도 해서 실제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 잘못 알아듣지 않도록 해준다. - P100
이런 것들이 전부 착각의 예지만, 착각의 발생 과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쉬운 반면에 어떤 착각은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아주 단순한 시각적 착각(착시)부터 살펴보자. - P100
뮐러-라이어 착시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착시 중 하나는 뮐러 - 라이어 착시 Maller-Lyerillusion 다. 여러분도 설령 이름은 모르더라도 뮐러 - 라이어 착시를 분명 보았을 것이다. - P100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차이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top-down‘ 지식에서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사물이 삼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여러분이 이미 지니고있는 가정으로 인해 생긴다. - P102
이 깊숙이 뿌리박힌 가정이 하는 역할은 그 이미지를 돌려서 세로로 보면 쉽게 드러날 수 있다(그림 3.2). - P102
이제 오른쪽 그림을 보면서는 건물의 바깥모서리를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이 세로선 역시 두 벽이 만나서 모서리를 이루는 곳이며, 화살표는 멀리 후퇴하는 사각형 건물의 맨 위와 맨아래다. 왼쪽 그림의 세로선은 보는 이로부터 가장 먼쪽일 것이며, 오른쪽 그림의 세로선은 보는 이한테서 사물의 가장 가까운 쪽일 것이다. - P103
둘째, 똑같은 물체는 멀고 가깝고에 관계없이 일정한 크기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이를 가리켜 ‘크기 항상성 size constancy‘ 이라고 한다. 여러분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데, 한 명은 가까이에 있고 한 명은 멀리 있다고 치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망막에서 훨씬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체로 여러분은 한 사람이 더 크다고 여기지 않으며, 두 사람을 똑같은 크기로 본다. - P103
이것은 실제로 교정에 가깝다. 삼차원 공간의 거리에 관해 깊게 뿌리박힌 암묵적 지식이 망막에서 곧바로 나오는 정보를 무시하고 여러분의 실제 인식도 무시해버린다. 그래서 착시를느끼게 된다. - P104
모순적인 상황이 있을 때, 여러분은 거의 언제나 그런 가정을 선호하는 쪽으로 상황을 해소한다. 그게 지각의 문제점 중 하나다. 입력이 들어올 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 P104
모순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떤 단절이 생기면 대체로 그런 매우 뿌리 깊은 암묵적 지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소한다. 중요한 점을 하나 말하자면, 이 해결책은 믿음 또는 지식에 의해서 배척당하지 않는다. - P104
요약하자면, 이 단순한 착시 현상은 우리에게 시각 세계에 관한 깊게뿌리박힌 가정이 있음을 증명해준다. 이런 가정은 믿음이나 심지어 낮은수준의 모순적인 상황에 의해서도 배척당하지 않는다. - P104
뮐러-라이어 착시는 인위적인 착시다. 모순적인 상황을 조장하려는 과장된 시도이기에, 시각계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대단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와 달리, 자연계는 대체로 그런 가정들과 어긋나지않고 그에 부합하는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 P105
달 착시
그런 예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름달이 뜬 맑은 날 밤에 경험할 수 있는 ‘달 착시‘라는 현상이다. 처음 듣는 독자에게 간단히 설명하자면, 달 착시는 뜨거나 질 때의 보름달이 머리 위에 높이 뜬 보름달보다 훨씬 더 크게보이는 지각 경험이다. - P105
어쨌든 달은 지구에서 아주 멀기 때문에, 지평선에 있는 머리 위에 있든, 밤에 달을 관찰하는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거리에 있다. 이 효과는 거리 때문이 아니며 분명 달은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 P105
달 착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다. 달 착시에 관심이있었던 그리스·이집트 수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현상이 착시임을 알아차렸다. 원인은 지평선에서 대기의 굴절과 머리 위 하늘에서 대기의 굴절의 차이라고 보았다. - P106
겉보기 크기 가설에 따르면, 달 착시는 삼차우ㅗㄴ 물체에 관한 우리의 암묵적 지식이 감각계로 입력된 정보와 충돌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런 암묵적 가정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지평선의 소실점을 항해서 후퇴하는 물체와 관계가 있다. - P107
가령 새 한 마리가 여러분의 머리 위에서 날다가 계속지평선 쪽으로 날아가면, 새는 여러분한테서 멀어지면서 지평선에 가까워진다. 이 새는 멀어질수록 더 작아 보인다. 땅에 있는 물체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위아래가 반대일 뿐이다. - P107
그런 점이 어떻게 달 착시를 일으킬까? 이 과정을 우리가 뮐러-라이어착시에서 했던 대로 분해해보자. 아래의 세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물체는 멀든 가깝든 크기가 똑같다. • 가까운 물체는 먼 물체보다 커 보인다. ㆍ 지평선에 있는 물체는 머리 위나 발밑에 있는 물체보다 멀다. - P107
따라서 지구에 묶인 지평선 가정이 마땅히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암묵적 지식에 따른 가정은 모든경우에 적용될 때에라야 심리적으로 유용하다. 그래야 세계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8
이 모순적인 상황을 해소할 방법 한 가지는 지평선의 달이 멀리 있으며, 머리 위의 달보다 크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평선의 달이 머리 위의 달보다 실제로 더 크다면, 두달이 망막에 동일한 크기의 영상을 맺을 수 있다. 또한 모순적 상황이 해소될 것이다. - P108
뮐러-라이어 착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달착시의 경우 우리 눈은 동일한 두 물체를 보는데도 우리 마음은 이들 물체에 어떤 가정을 부여한다. - P108
물론 이는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달이 똑같은 크기임을 안다. 또한 눈이 우리를 속이는 것도 아닌데, 눈은 두 경우에 대해 똑같은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혼동하는 주체는 우리 마음이다. - P108
지평선 위에서 달이 얼마나 거대하게 솟아오르는지 보고, 사진을 찍으면 결코 더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얼마 후에 밖에 나가서, 머리 위에 있는 달을 다시 바라보면 달이 더 작고 더 밝게 보일 것이다. - P109
이런 착시들로 볼때, 이 장의 제목 ‘감각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가 제기하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착시들을 근거로 ‘아니오‘라고답하고 싶겠지만, 이런 착시가 생기는 까닭은 우리가 감각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 P109
아울러 우리의 인지 체계는 가장 잘 작동하기 위해서 가끔씩 기꺼이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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