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건설적 음모주의
편집증, 비관주의, 음모 인식의 진화적 기원

2016년과 2020년 대선 이후 봇이 운영하는 가짜 계정으로 소셜 미디어를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러시아 요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측근 간의 밀실 거래까지 러시아가 미국 정치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많이 제기되었다. - P107

공화당이 음모의 고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선거 운동 기간에 공화당은 다음과 같은 날조된 이야기를 꾸며냈다.
힐러리 클린턴은 뇌전증을 앓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다.²

• 선거 유세 연설 후 차에 올라타다가 비틀거리는 영상에서 알 수 있다.
• 2016년 대선에 대한 뮬러 특검의 수사는 조작되었다(결과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나오기 전에는 그랬지만 유리한 결과가 나온 후에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수사였다).
•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
• 힐러리와 FBI는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반대하는 음모를 꾸몄다.
• 딥스테이트는 힐러리가 기밀 이메일을 잘못 처리한 혐의로 인한기소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힐러리를 감옥으로!‘라는 구호에도불구하고).
• 최고의 음모자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 사기를 일으킨 중국인을 비난했으며 그전에는 전임 대통령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 -• 중간이름을 강조가 외국에서 태어났다고 수년 동안 비난했다. - P107

4장 건설적 음모주의


2 Joseph Uscinski, "The 5 Most Dangerous Conspiracy Theories of 2016," Politico,
August 22, 2016, https://politi.co/3e6BJEo/. - P372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진보주의자가백악관을 점령했을 때 민주당 음모주의자는 잠잠했던 반면 공화당 음모주의자는 다음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음모 측정기의 수치를 올렸다.⁶

• 오바마가 연루된 지역사회 활동가 그룹 에이콘Acorm은 불법 유권자 등록 관행에 관여했다(이에 대한 증거는 없음에도.
• 오바마케어에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누가 살고 죽을지를 결정하는 죽음위원회, 이른바 ‘데스 패널‘이 포함되어 있다.
• 오바마는 1억 명의 무슬림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있다.
• 오바마는 무슬림 형제단의 영향을 받거나 통제를 받았다.
• 오바마는 대통령 집무실을 중동 스타일로 개조했다.
• 오바마는 사우디 왕자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오바마의 출생증명서는 가짜이며 실제로는 케냐에서 태어났다. - P109

6 Asawin Suebsaeng and Dave Gilson, "Chart: Almost Every Obama Conspiracy TheoryEver," Mother Jones, November 2, 2012, https://bit.ly/3x4y21f/. - P372

 음모론자들이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고 폭로함으로써 세상에 긍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믿는, 부정적 시각의 반대편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위협이 존재하며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음모 연구자인 얀-빌렘 반 프로이옌은 큐어넌을 표본으로 인용하며 이렇게 지적했다.⁸ - P110

00Jan-WillemvanProoijen, personal correspondence, May 17, 2021. - P372

매년 여름 파푸아뉴기니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보내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친구이자 동료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가 말하는 ‘건설적 편집증‘ 또는 ‘위험도는 낮지만 자주 마주치는 위험 요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⁸ - P110

9Jared Diamond, "That Daily Shower Can Be a Killer," New York Times, January 28,
2013, https://nyti.ms/3duLAVv/. - P372

다이아몬드의 ‘건설적 편집증‘은 음모론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이다. 만일을 대비해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을 건설적 음모주의라고 부르자.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류학적인 예를 들어 건설적 음모주의가 인간 본성에 굳어질 수 있는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지적하기도 했다.¹⁰ - P111

10 Steven Pinker, Rationality. What It Is, Why It Seems Scarce, Why It Matters (New York:Viking, 2021), 307-308. - P372

 1990년대 인간 본성의 특성을 둘러싼 ‘인류학 전쟁‘을 주제로 나와 했던 인터뷰 기사에서 굿은 이렇게 설명했다.

야노마뫼의 땅에서 신뢰는 도덕적 원칙은커녕 어떤 종류의 기준으로도 고려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살아갑니다. 도둑질, 강간, 심지어 살인까지도 어떤 도덕적 사안이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사회적 행동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하고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킵니다. 한 남자가 일어나서 자기 구역의 밭에서 과일을 훔친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며 꾸짖으면, 그 사람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나도 나를 보호하고 당신도 당신을 보호합니다. 당신이 뭔가를 시도하면 내가 당신을 붙잡고, 내가 당신을 막을 것입니다.¹² - P112

12 Interview with Kenneth Good, December 5, 2000, in Michael Shermer, "Spin-DoctoringScience: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ness of the Anthropology Wars," ScienceFriction: Where the Known Meets the Unknown (New York: Henry Holt, 2004), 69-90. - P372

인류학자 로렌스 킬리 Lawrence Keeley는 수렵 채집 무리의 분쟁과 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우리 조상들에게 연합 음모가 얼마나 흔하고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전쟁은 소수의 인원이 적의 영토에 들키지 않고 들어가서 의심하지 않는 고립된 개인을 매복하여 살해하고 난 다음, 사상자를 내지 않고 신속하게 철수하는 (일종의) 습격이다."¹⁴ - P113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에 대한 이러한 편집중은 음모 믿음의더 깊은 심리적 이유, 즉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Roy Baumeister와 동료들의 논문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Bad Is Stronger ThanGood"에 나온 부정성 편향을 드러낸다.¹⁶ 행동 경제학자는 투자자가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연구하며 손실 회피라는 현상을 발견했는데 손실은 이익보다 두 배나 더 아프게 느껴진다는 것이다.¹⁷ - P114

16 Roy F. Baumeister, Ellen Bratslavsky, Catrin Finkenauer, and Kathleen D. Vohs, "Bad IsStronger Than Good,"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5, no. 4 (2001), 323-370.
17 Thomas Gilovich and Gary Belsky,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s andHow to Correct Them: Lessons from the New Science of Behavioral Economics (New York:Fireside, 2000). - P373

비관주의와 부정적 편견은 삶 어디에나 존재한다. 심리학자는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주는 기쁨보다 비판과 부정적인 피드백이 주는 상처가 더 강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찾아냈다.²⁰ - P115

20 Roy F. Baumeister and Kenneth J. Cairns, "Repression and Self-Presentation: WhenAudiences Interfere with Self-Deceptive Strateg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Psychology 62, no. 5 (1992), 851-862. - P373

 돈과 친구를 잃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얻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²¹ - P115

21 John M. Atthowe, "Types of Conflict and Their Resolution: A Reinterpret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59, no. 1 (1960), 1-9; Sharon L. Manne, Kathryn L.
Taylor, James Dougherty, and Nancy Kemeny, "Supportive and Negative Responsesin the Partner Relationship: Their Association with Psychological Adjustment AmongIndividuals with Cancer," 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 20, no. 2 (1997), 101-125. - P373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은 도덕적으로 좋은 행동보다 타인의 도덕적 평가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²⁶ - P115

26 Dwight R. Riskey and Michael H. Birnbaum, "Compensatory Effects in MoralJudgment: Two Rights Don‘t Make Up for a Wro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103, no. 1 (1974), 171 - 173 - P373

1만 7000개가 넘는 심리학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69퍼센트가 부정적인문제를 다룬 반면에 긍정적인 문제를 다룬 논문은 31퍼센트에 불과했다.²⁷ - P115

27 J. Czapinski, "Negativity Bias in Psychology: An Analysis of Polish Publications," PolishPsychological Bulletin 16 (1985), 27-44. - P374

심리학자 폴 로진 Paul Rozin과 에드워드 로이즈먼 Edward Royzman은 최초로 이런 효과를 부정성 편향이라고 불렀다. "부정적인 사건은 긍정적인 사건보다 더 두드러지고 강하며, 조합에서 지배적이며, 일반적으로 효과적"이다.²⁹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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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이 책에는 뇌에 관한 기본 정보와 더불어 기억과 학습, 문제 해결, 창조적 사고를맡고 있는 핵심적인 여러 인지 기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다양한 인지 기능을 사용하는 문제를 쉬운 단계부터 어려운 단계까지 차례대로 풀어보며 이론을 실습해볼 것이다. - P5

왜 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까?
(전략). 당연하게도 이 두 부위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근육과 심혈관, 내장 기관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 신체의 모든 기관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뇌의 입맛에 맞는 운동은 고맙게도 땀을 흘릴 필요가 없는운동이다. 건강한 뇌를 갖고 싶다면, 인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새로운 과제나 경험에 도전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 P5

항상 비슷한 두뇌 운동을 하면 나중에는 별로 힘들지 않게 된다. 문제의 내용과 그풀이법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도쿠나 십자말풀이의 고수가 그런 문제를 풀고 난 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문제를 끝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뿐이다. - P7

인지 기능

살면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은 생겼다가 이내 사라진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친구가 하는 말, 영화를 볼 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 P7

뇌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는 당장 중요하지 않은 것을 무시하는 동시에, 잠재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나타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도중에 갑작스레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다른 친구가 우연히 지나가다 이름을 불렀을 때를 위해서 말이다. - P8

인간이 지닌 가장 높은 수준의 인지 기능에는 창의성과 추론 능력이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인류는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 P9

1.13 비밀번호 외우기

점수아래에 나오는 질문들을 가리고, 여기에 나온 4개의 비밀번호를 1분간 외워보자.
시간이 다 되면 아래의 질문들을 보자.
은행 현금카드 비밀번호: 3971
이메일 비밀번호: D14MOND
경보장치 비밀번호: 468123
직장 비밀번호: 01f2f3i4c5e - P46

위의 내용을 가리고,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1. 은행 현금카드 비밀번호는 무엇인가?
② 이메일 비밀번호의 숫자를 비슷한 모양의 알파벳으로 바꿨을 때, 어떤 영어 단어가나오는가?
② 직장 비밀번호에 숫자를 빼면 어떤 영어 단어가 나오는가?
④ 4개의 비밀번호가 다 포함하고 있는 숫자는 무엇인가?
5 경보장치 비밀번호의 숫자 6개를 모두 더하면 총합은 얼마인가?
6. 홀수만 포함된 비밀번호는 무엇인가? - P46

꾸준히 하기

뇌의 단기 기억 저장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뇌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뇌와 연결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필요 없는 수많은 자극을 막아주는 필터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 P64

단기 기억 문제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웅얼거리며 반복하기 subvocal rehearsal‘이다. 머릿속에서 정보를 끊임없이 되새겨 기억 속에 확실하게 남아있도록 하는 기억법이다. 아마 평소에 많이 쓰는 방법일 것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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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나는 종이 책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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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CG 위로 개죽이가 걸어다닙니다
-사진에서 파생한 합성 소스

사진을 원본으로 하는 개죽이⁶ 짤방은 (짤방보이보다 먼저 탄생했지만) 그림이나 만화를 원본으로 하는 합성 소스에서 한 차례 더 진보한다. 그림 합성 소스가 원작자의 영향 아래 있는 반면 사진을 원본으로 하는 합성 소스는 더 이상 원본에 구속받지 않게 된다.

6 다른 밈과는 달리 개죽이의 저작권은 이 사진을 처음으로 찍은 권한일(닉네임 Nills)에게 있다. 그는 개죽이가 공공재라고 생각하기에 굿즈를 출시하는 행위를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2022년 12월 26일을 기점으로 디시와 권한일은 협업해 개죽이를 NFT로 지급하기 시작한다. (추억의 ‘개죽이‘, 20년 만에 NFT로 귀환, 2022.12.26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F1WVOQ46, 탄생 8년 ‘개죽이‘ 행방 추척해보니..., 2009.04.25., 머니투데이 https://m.news.nate.com/view/20090425n02191?mid=e02) - P87

이 개 사진을 올린 이미지의 저작권자 권한일은 당시 영화CG 업체인 모션팩토리의 직원이었다. 그는 이 이미지를 촬영할 당시에 개가 대나무를 붙들고 있는 포즈를 취하게 한 뒤에 손으로 받치고 촬영한 다음 손을 지웠다고 이야기했다.⁷

7 개죽이, 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0%9C%EC%A3%BD%EC%9D%B4 - P88

(전략)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의의는 CG기술에 있다. 포레스트검프와 1961년도 아카이브 푸티지 속 케네디JFK가 악수하는 장면에서, JFK는 포토샵으로 프레임을 하나하나 그려서 연출된 것이다. 포토샵이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JFK와 닮은,
JFK를 연기하는 배우가 등장했을 장면이다. - P89

디시 유저였던 남경운은 포토샵으로 [사진14]를 [사진15]속의 웃는 개죽이로 변형했다. 개죽이가 인위적으로 상황을연출한 것이라면, 웃는 개죽이는 대상 자체를 왜곡하면서 탄생했다. [사진15]는 [사진14]를 원본으로 하나 강아지 털 색깔을 제외하면 원본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 P90

 오히려 그 사진의 소유자가 지표마저 자의적으로 변환할 수 있다. 즉 지표는 사용자 간의 자의적인 설정으로 의미가 변경될 수 있다는 상징¹⁰이 되는 셈이다.

10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는 기호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도상,
하나는 상징, 하나는 지표다. 도상은 대상과의 유사성을 지니는 기호다.
상징은 대상과의 관계가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기호다. 마지막으로 지표는그 대상과의 인접성과 인과성이 생기는 기호다. 도상은 도圖라는 한자어로도 알 수 있듯, 세계 지도나 화장실 문 앞의 남녀 픽토그램 등 대상과 비슷하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상징은 자의적이기에 기호와 그 의미가 달라야 한다. 기호를 보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에 저마다의 의미를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고리타분한 사례를들어야겠다. 디지털 사진은 찍힌 대상을 0과 1이라는 코드로 전환해 조작할 수 있게끔 만든다. 디지털 사진에서 지표성은 사라지고, 상징이 남게되는 것이다. - P91

 네이버 Q&A 게시판인 지식in에서 개죽이는 [사진16]과 같이 내공냠냠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합성 소스가 된다. 내공냠냠이란 질문에 대답하면 생기는 포인트인 내공을 얻기 위해 답변의 포맷만 충족한 낚시글을 올렸던 일부 유저가 만든 현상이다. 내공냠냠 자체는 열받는 일이지만 개죽이 사진을 보면 유쾌한 짜증남이 생긴다. 이 낯선 감정은 훗날의 ‘킹받음‘과 비슷하다. - P92

 해외 스타가 방한할 때마다 기자나 리포터가 "두유노 김치?" 등 질문을 하던 관례를 풍자한 밈이다. 두 유 노는 그즈음 유행한 국뽕이라는 유행어와 결합되었다.  - P94

누끼 작업은 상당히 고난이도다. 보통 레이어를 비트 단위로 확대해 섬세히 잘라내는 작업을 거쳐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마추어의 누끼는 그만큼 섬세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오히려 좋다. 누끼가 어설플수록 합성의 흔적이 더욱 역력히 남아 있기에 이미지가 충돌하는 그 자체의 재미가 더욱 살아난다. - P95

깨어나 보았더니 이소룡이 싱하형이 된 건에 대하여
-영상에서 파생한 합성 소스

이제 영상물에서 파생된 합성 소스를 다룰 차례다. 이는 영상을 캡처해 사진으로 가공된 합성 소스로, 영상이 원본인만큼 그 시초인 영화와 영화를 보는 경험을 분석해야 이 합성 소스의 스타일과 개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 P101

열사기은 1초에 24개의 프레임을 빠르게 재생한다.
(중략)
이 때문에 영화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본 철학자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영화가 거짓된 운동faux move-ment이라고 비판한다. 베르그송에게 인간의 삶은 모든 순간이이어져 있는 것이며, 지금의 나는 과거가 축적되어서 생긴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매 순간순간을 쪼개버린 뒤 그것을 하나라고 믿도록 속이기에 거짓된 운동이다. - P101

영화의 기원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매체 중 에드워드 머이브릿지의 활동사진이 있다. 머이브릿지는 말 경주장 트랙에수십 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촬영 버튼에 연결된 실을 바닥에 설치했다. 말이 지나갈 때 실이 끊기면서 버튼이 눌리도록 한 것으로, 말이 트랙을 달리는 순간 1초에 12장의 사진이 찍혔다. - P102

마찬가지로 영화의 원형을 데시항 사진가인 조르주 드므니는 1891년에 Je vous aime‘이라는 문장을 말하는 자신을 크로노포토그래피로 촬영한 작업물을 발표했다. 드므니의 작업은 영상에서 사진 합성 소스가 발굴되는 과정의 원형으로도 볼 수 있다. [사진21] 에서 드므니의 얼굴은 영상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고 뻣뻣하다. 1초에 24프레임으로 찍힌 영화라면 우리는 드므니의 모습을 연속된 것으로 인식하고 Je vousaime‘이라는 문장을 정확히 말하는 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Je vous aime>은 영상을 재생하는 과정이 아닌 1초짜리 영상을 18개의 사진으로 분절한 작업이다. - P103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이 사진을 "그들이 듣거나 읽거나 말하거나 쓴 모든 단어는 다시금 속기 타이피스트의관점에서 각각의 철자들로 해체된"¹⁷다고 분석했다. 인쇄매체에서의 문장이 타자기에서는 20개의 알파벳 배열로 분할된다고 보았던 키틀러의 주장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 P104

17 프리드리히 키틀러, 2019,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현주 ·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p.330. - P104

이전까지 관객은 영화관에서 영화가 재생되는 순간, 좌석에 갇혀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아야만 했다. 관객이 도중에 영화를 멈추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한 셈이었다. 영상의 재생과 정지가 자유롭게 가능해진 관람 환경으로 인해서 우리는 영화를 다르게 경험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사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 P105

싱하형의 탄생도 이미지를 정지할 수 있는 현대적 관람 환경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이소룡을 따라하는 이미테이션 배우가 등장하는 브루스플로이테이션 현상이있긴 했으나 싱하형과 같은 존재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 P105

싱하형(유저 싱하가 자신을 형이라 자칭한 데서 생긴 별명이다.
통상이 합성 소스의 이름으로 쓰인다)은 이소룡으로 불리지 않는다. 나아가 이소룡과 싱하형은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는데, 이는 싱하형이 텅 빈 기표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소을 정지했는데 이소룡으로 보이지 않는 제3의 이미지가 우연히 탄생했다. - P107

10초에 정확히 정지를 누르려 하는 순간 너무 일찍 누르거나 너무 늦게 누르고 만다. 우리는 우리가원하는 이소룡의 표정이 아니라 그것의 근사치에 있는 표정만 우연히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우연이 사진 합성 소스의 우스꽝스러움¹⁸을 탄생하게끔 한다.

18 이 우스꽝스러움은 베르그송의 웃음론과도 이어져 있다. 베르그송은 웃음을 기계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타인에 대한 교정이라고보았다. 이 싱하형의 표정이 기계 장치를 통해서 매개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영화는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의 연속으로 해석될 수도있다. - P108

짤방이 대부분 픽션 영화나 예능에서 발굴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픽션 영화는 보통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담는다. 따라서 픽션 속의 인간은 기계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보다 훨씬 더 풍부한 감정을 드러낸다. - P109

이에 따라 영화가 다양해질수록 우리에게는 다양한 비언어가 생기는 셈이다. 합성 소스는 아니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마침내"라는 대사가 유행하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마침내‘는 ‘그간‘, ‘드디어‘ 등에 비해서 잘 쓰이지 않던 부사다. 탕웨이가 "마침내"라고 말하는 순간 ‘마침내‘라는 부사가 평소보다 두 배 많이 쓰이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¹⁹도 있다. 모두가 ‘마침내‘라는 단어의 존재를 잊고 있다가 ‘마침내‘
라고 말할 상황에 마땅한 언어가 생기게 된 셈이다.

19 부사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내다, 2022.08.11, 조선일보, https://www.
chosun.com/MVROY5RNUVBLXG43WD2AOQMSSM/ - P109

합성 소스가 상대가 지은 적 없는 표정을 발굴하고 비방하는 데 쓰이면서부터다. 2004년 문희준에게 가해진 악플 테러는 짤방으로 대표되는 디시 문화의 악영향을 선명히 드러내는 사례다. - P110

 당시 문희준을 인터뷰한 인터넷 기사에 달린 악성댓글은 30만 건이 넘어가 이례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현재 이 원본 기사는 삭제된 상태이지만 한때 그 기사에수많은 이가 성지 순례를 하기도 했다.
그때 문희준을 조롱하기 위해 쓰인 방식은 그를 합성 소스로 삼는 것이었다. - P110

싱하형이 씨벌교황²⁰과 함께 악플 문화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유저 중 하나이듯이 말이다.
합성 소스는 우리가 평소 드러낼 수 없는 일상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창구이면서도 익명에 숨어서 일상 저편에 숨겨둔 증오를 발산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20 씨벌교황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게시판을 욕설로 도배해 "씨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딴지일보> 테러 사건을 일으키는 등 다시 곳곳에 반말로욕을 뿌리고 다녔다. 씨벌교황을 기점으로 해 디시에서는 서로 존댓말로이야기하는 하오체 문화 대신 악플 문화가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언론에서도 씨벌교황을 악플 문화의 창시자로 이야기하고있다. 씨벌교황의 악플 내용은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거 아무짝에 소용없다. 난 독일 뮌헨 테크니컬 우니벨지테트에서 제발 와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걸 마다하고 지금은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금 26살이고 마누라는하나 있다. 이 마누라를 만나기 전까지 사귄 여자는 60여 명이고 성관계맺은 여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에스페란토와 영어 복합 시험 엘레프, 엘테프에 합격했고 불어, 독어, 영어에 능하며 상해어, 대만어, 일어, 서어를어느 정도는 구사할 줄 알고 이태리어, 영국 황실어, 라틴어를 공부 중이다. 난 토플이나 토익 텝스 같은 허접한 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등의 악플을 달았다. 즉, 엘리트를 사칭하는 것이었다. 이는 학벌주의에 의한 과잉 경쟁과 스펙에 대한 페티시즘 등이 만든 한국의 비정상적인 정상성과 과잉된 능력주의를 자학적으로 드러낸다. 악플에서나마 지위 상승욕구를 극한으로 대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작은 차원에서는 악플에 불과하지만, 큰 차원에서는 정상적인 것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며 정상성의기준을 올린다. 요즘은 이를 평균 올려치기라고 부르는 듯하다. 이는 이창동의 <버닝(2018)>의 대사를 빌려서 말하자면 "개츠비가 너무 많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사칭 글의 기원이기도 하다. - P111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밈은
서부극과 구분되지 않는다
-장르 영화로서의 인터넷 밈

영화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이후의 픽션 영화는 눈앞에 있는 대상을 찍고 그것을 픽션에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그 대상이있는 스크린 속의 세계를 픽션의 세계로 믿게끔 했다. - P143

나아가 마노비치는 이러한 스크린을 액체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필름 사진을 생각해보자.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피사체는 사진에 조작불가능한 물질로 새겨진다. 그러나 뉴미디어 시대에 이르러 모든 것은 스크린 안에서 매끈하게 이어질 수 있다. - P143

스크린이 달라지면 거기에 그려지는 미장센 또한 달라지기마련이다. 마노비치는 뉴미디어에서의 합성으로 인해서 공간에 기반한 몽타주 기법이 생긴다고 보았다. 기존의 영화가 장면과 장면을 앞뒤로 연결하는 시간적 몽타주에 기반했다면,
뉴미디어는 한 공간에 여러 이미지가 공존하는 것을 기반으로한다. 합성된 여러 이미지 사이에 균열이 생기지 않으려면 고도의 기술력과 연출력이 있어야 한다. - P144

반면 톰 후퍼의 <캣츠(2019)>는 배우의 육체 위에 합성한 고양이 CG의 기괴함으로 인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고양이뿐만 아니다. 배경과 인물의불일치는 그 너머에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와 같이 배경과 인물, CG 사이에 불일치가 생긴 사례는 공간적인 몽타주를 실패한 것이다. - P144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운 콜라주와 데칼코마니 등의 기법을 생각해보자. 별다른 기술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만으로 할 수 있던 장난이었다. 밈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예술 행위에 기반해있다. - P145

 영화든, 광고든, 웃긴 영상이든 간에 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인터넷 밈의 배경이 되는 레이어에있는 한 그 이미지는 동등한 합성 소스다. 인터넷 밈은 스크린에 있는 모든 것이 매끈히 봉합되는 뉴미디어의 미학에 따르는 MCU에 저항하여 대안적인 유니버스를 만든다. - P145

밈화는 상대방을 먼저 웃기려고 경쟁하는 ‘드립‘이라는 놀이에 기반한다. 드립은 즉흥적으로 악보에 음을 더한다든지,
각본에 없는 연기를 더하는 애드리브ad lib에서 유래했다. 보통 애드리브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 P145

아재 개그의 핵심은 넌센스가 아니라 서스펜스다. 질문이나 힌트를 건네 상대방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기고 난 다음에, 그 서스펜스를 비논리적으로 해소하면서 상대를 이완시키려 한다. - P146

반면 드립은 누가 먼저 침묵의 틈새를 파고드느냐를 노리는 개그다. 게릴라처럼 빠른 침투와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는드립은 디시 등 남초 커뮤니티의 놀이수단이었다. 드립에 기반한 인터넷 밈도 그곳에서 유래한다.  - P146

 음담패설이나 소수자 비하, 외모 비하 등 맥락을 이해할 필요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직관적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농담이 속출했다. 일베와 디시 문화를 연구하는 여러사회과학자는 일베에 퍼진 극우 사상의 기원으로 드립을 지목하기도 했다. - P146

즉흥적으로 내뱉은 드립에는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다. 보통 웃기는 데 혈안이되어 있어 자신의 말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국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내뱉기 때문이다. - P146

즉 "즉시성의 시대에 ‘합리적 선택‘은 결과는 회피하면서 만족을 추구하는 것"¹⁴이다. 그러나 드립을 태생부터 문제적 수사라며 죄악시하고 금지한다면 우리는 인터넷 밈을 마음 편히 쓰지 못한다. 

14 지그문트 바우만, 2023, 《액체 현대>, 이일수 옮김, 필로소픽, p. 258. - P147

 드립을 시작으로 생긴 합성 소스의 쓰임이 규칙을 생성하고, 그 규칙에 더 많은사람이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는 원본에 깃든 부정적인 뉘앙스를 중화할 수 있다.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로 편입되듯이 말이다.¹⁵

15 프랑스의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는 대중의 상호 모방을 통해 사회의발전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는 모방 과정을 조종받은 꿈이며 활동하고 있는 꿈인 최면 상태로 서술한다. 여기까지는 인간을 문화 요소의 전달자로본 도킨스의 관점과 유사하다. (그는 사회적 사실을 분석하면 그것의 실체가 욕망과 믿음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관점에서 눈여겨볼만한 것은 주류 문화와 대립하며 새 문화를 보편적인 주류 문화로 재창조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긍정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개인이 지니는 하나의 감정, 하나의 원칙, 하나의 의도는 타인과의 교류를 거치는 과정에서점차 확산되고 보편화된다. 그 생각은 보편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고해지고 모인 사람들 각각의 자아와 대립해 성장한다. - P147

한편 장르화는 장르영화의 작법과도 비슷하다. 장르화는 합성 소스가 무작위로 나열되거나 연결되게끔 하지 않는다. 합성 소스로 쓰이는 피사체의 제스처에 따라서 피사체의 서사와 역할을 다시 쓰는 방식이다. - P149

 처음에는 상황극 수준에 그쳤던 심영물은 2017년에 김두한의 사딸라 합성 소스가 발굴되면서 픽션으로 진화했다. 사딸라 합성 소스의 유행은 심영물 팬덤이 대거 유입하는 통로가 되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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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공화당의 제7대 대통령 선거 광고

1971년 4월 11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는 민주공화당의 제7대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박정희의 정치 구호가 담긴 광고가 실렸다.
3번째 출마하는 대통령 선거였다. "공화당과 함께 풍요한결실과 행복한 생활을! 민주공화당 기호 1번 박정희 ‘풍요한결실‘은 ‘풍성한 나락을 보며 미소 짓는 농부의 환한 얼굴‘로,
‘행복한 생활‘은 ‘마포아파트 단지 내 잔디밭에서 아이와 함께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부부의 모습‘으로 직설했다.* - P21

5·16 쿠데타 주도 세력은 1962년에 Y자 모양의 아파트6개 동(棟)으로 1차 준공한 마포아파트 건설을 1962년 정부와대한주택공사의 최대 성과로 자부했다. - P23

5·16 쿠데타 세력이 헌정 중단과 동시에 발표한 「혁명공약」 제5항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국가 프로젝트‘였기에 마포아파트 건설은 대북 선전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혁명공약」 제5항은 "민족적 숙원인 국토통일(國土統一)을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의 배양에 전력을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 P27

 천정환과 정종현은이 무렵 "개발독재의 강력한 억압과 경제성장의 성과가 상호작용하며 부른 망탈리테 (mentalité, 집단심성)의 변화로 사회전반에 속물화와 물신주의가 팽배해져갔다고 평가했다.*** 이를
‘마포아파트 체제‘나 또는 ‘단지공화국에 갇힌 (우리의) 도시와일상‘이 주조하기 시작한 한국인의 내면이라고 해도 크게틀리지 않을 것이다.****

*** 천정환, 정종현, 「대한민국독서사』(서해문집, 2018), 147쪽.

**** ‘마포아파트 체제‘란 박정현,
「콘크리트와 글로 빚은 20세기 한국건축」에서 언급한 ‘정권의 명운, 개인의인생,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입시와교육체제 등 모든 것이 아파트단지를중심으로 회전‘ 한다는 뜻으로, 세계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독특한 사회운영 체제를 의미한다.
담장을 두르고 그 안에 일상을 지원하는모든 시설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당연시하는 ‘단지 중심적 사고‘에대해서는, 박인석, 「아파트 한국사회(현암사, 2013) 참조. - P27

쿠데타 세력의 국가 프로젝트 만들기

5·16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군부가 밀어붙인 대표적국가 프로젝트가 마포주공아파트다. "군부는 자신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스스로 혁명이라 부른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또 2년 뒤 약속한정권 이양을 번복하고 계속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시적인성과를 제시할 필요가 절실했다. (...) 1961년 5월 20일부터 1963년 12월 17일까지 2년 6개월가량의 국가재건최고회의시절, 군부가 완성한 프로젝트는 국립원호원, 새나라자동차공장, 워커힐 호텔 등이 있다. - P29

장동운 총재의 친필서명이 담긴 준공식 초청장이 USOM에 정중하게 전달되었다.
USOM에 접수된 이 문건을 담당한 인물은 이탈리아계미국인으로 USOM의 주택국장이었던 귀도 낫조(GuidoNadzo)였다.*

* 귀도 낫조는 마포아파트준공식 초청장 검토 이전인 1962년9월 21일 박임항 건설부장관으로부터건설부 주택자문위원회(HousingAdvisory Committee) 위원으로위촉되었는데 이때 USOM의 직함은수석주택고문관(Senior HousingAdvisor)이었다. 그가 한국의주택정책과 주택공급에 대해 막강한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다양한 기록을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1963년 2월에는대한주택공사 제2대 박기석 총재명의로 "한국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기본적 사항"에 대해 「주택」 제10호에담길 원고를 청탁하기도 했다. 극히예외적인 일이었다. 한편 박기석은육사 5기로 대한주택공사 총재와건설부장관 등을 지냈다. 마포아파트2단계 최종 준공(1964.11.20, 분양192호) 당시 주택공사 총재였으며,
공직에서 물러난 뒤 마포주공아파트가마포삼성아파트로 재건축할 당시 삼성건설 최고경영자였다. - P33

많은 것들의 시작점, 마포주공아파트 1차 준공식

정치적 수사나 홍보에 비해 행사는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만약 USOM의 킬렌 대표가 초청을 받아들여 준공식에참석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랬을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 전반에 상당한 발언권을 지닌 미국 대표가 참석했다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자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참석했을 것이 분명하다. - P35

참석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상황은 한국의 기대와 달랐고,
박정희의 치사 (致辭)를 김현철 내각수반이 대독하는 것으로마무리되었다. - P35

즉 우리나라 구래 (舊來)의 고식적이고 봉건적인 생활양식에서탈피하여 현대적인 집단공동생활양식을 취함으로써 경제적인면으로나 시간적인 면으로 대단한 절감을 가져와 국민생활과문화의 향상을 이룩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인구의 과도한 도시 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초래하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 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입니다. - P36

단층 한옥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마포아파트 1단계 준공은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알리는 상징과 같았다. 1960년대 초중반 군사정권은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춘 개발계획을 밀어부쳤고,
지표상으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다.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시작하고 이듬해인 1963년 경제성장률이 9.2퍼센트로 뛰어올랐고, 1972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2퍼센트를 기록했다. - P37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기간인 1962~1966년 사이주택투자는 국민총생산의 1.7퍼센트에 불과했고(선진국의경우는 6~8퍼센트), 전체 투자 중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비중도 8.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 공동주택연구회,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세진사, 1999), 37쪽 - P37

민간 중심으로 건설산업을 육성해 주택을공급한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이었다. 공공주택 보급은처음부터 고려 사항이 아니었고, 융자를 지원해 민간 주도로주택을 공급하고자 했다. - P39

1962년 1차 준공식에 참여한 이들 중 한국 사회가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재편되리라고 상상한 이는 아마 없었을것이다. 이들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어 아파트단지는 도시재개발 방식, 주택 공급 정책, 공동주택의 유형, 생활 습속 등지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나간다. 그 시작점에마포아파트가 있다. - P39

4 마포아파트의
이데올로기 - P90

마포주공아파트는 "우리의 살림터는 아담하고 살기 좋은마포아파트로!"* 혹은 "우아한 현대식 6층 건물 아파트"**라는 임대 광고문이나 슬로건 이상이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잡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집단의 야심찬 실험이자 선전도구였다.

* 1962년에 1차로 공급한마포아파트의 신문광고 문안,
이 광고문에 평면도와 임대 가격, 건설취지와 개요가 함께 게재되었다.
** 이 광고문이 등장했을 때는 이미최초 10층의 아파트 구상이 6층으로낮아진 이후로, 이는 「마포아파트임대 안내」, 『경향신문』 1962년 11월13일자 (6층 5동 366세대, 8호동은 공정지연으로 제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91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부른 이들은 ‘토지의 효율적이용과 현대적 집단생활방식‘의 도입을 한국의 도시와 한국인의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으로 여겼다. - P93

이는 장동운의 정치적인 발상과 대한주택영단의 전문직기술관료를 포함한 당대 건축가 집단의 이해가 일치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모든 욕망을 담았던 최초 구상이 그대로 구현되지는 못했으나 새롭게 등장한 정치권력 집단의 조급하고도 강력한요구를 건축가들이 기회로 포착하고 자신들의 또 다른 욕망해소를 위한 장치로 재포장해 실험을 감행한 결과였다. - P93

장동운은 1,000세대 (가구당 가구원 수 5인 기준으로5,000명 정도)는 되어야 현대적인 공동생활의 기준인 ‘단지‘가된다고 판단했다. 부지 규모를 여기에 견줘보니 대략 10층은되어야 했기에 10층 아파트 건설을 구상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건축가와 기술가 집단은 10층짜리 아파트는불가능하거나 무모하다고 발을 빼면서도 조건이 충족된다면 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는 양가적인 입장이었다. - P93

권력 집단과 기술관료 집단의 이해 일치

앞에서 언급했듯이, 새롭게 등장한 권력 집단의 관심은무엇보다 높이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중앙집중식 난방은층수가 높아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설비였다. 영세민들이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당시 아파트에 대한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주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신 설비 등기존의 예와는 확연히 다른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위대한 세대의 증언 : 주거혁명의기수 장동운」, 『월간조선 뉴스룸』2006년 7월호 참조. - P97

‘인구의 과도한 도시 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초래하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였다.**

** 대한주택공사, 「대한주택공사20년사』, 237~238쪽. - P97

대한주택공사 기술이사 홍사천은 고층화 필요성을땅의 경제성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주장했다. 1964년대한건축학회지인 「건축]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한 교통난과 주택의 절대적 부족 현상을 타파하기위해서는 도시의 입체화(고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펼치며 르 코르뷔지에의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d‘Habitation)의 예를 들어 강조했다. - P99

• 홍사천, 「주택문제 잡감」, 「건축]제8권 제1호 (대한건축학회, 1964), 7~12쪽. - P101

도시를 수평으로 끊임없이 확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단독주택 보급 정책은 교통난과 공원 침탈 등의 문제를일으키기에, 대안은 ‘도시의 입체화‘라는 생각이 1960년대서구와 일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 P101

 슈퍼블록에 의한 입체도시 구현, 그리고대규모 단지화 전략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슈퍼블록중심의 입체적인 개발 계획은 이후 본격화되는 도심 재개발의기본 방침으로 자리 잡는다.**

** 그러나 이 슈퍼블록 개발 방식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도심재개발에서 좀처럼 작동하지 않았고,
1980년대 개별 지구별 개발 방식으로전환된다. 이에 대해서는 박정현,『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4장 참조. - P106

건축가 강명구는 마포아파트 설계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주택 건설의 문제점」을 짚은 바 있다.
그의 주장은 "고층주택이 도시 형태로나 토지의 고도 이용상또는 거주 환경상으로나 시설의 공동 설치로 보아 확실히 큰 이점이 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이해하고 확신할 수 있는 일"이라 단정했다.****


**** 강명구, 「공동주택 건설의문제점」, 「주택」 제9호 (1962년 8월), 49쪽. - P106

1,000세대 10층 아파트 11개 주거동

"1953년 휴전 당시에 미국의 공병학교 고등군사학교 교육을받으러 갔다가 아파트 단지들이 나온 잡지들을 보고는 우리도 땅덩어리가 좁으니까 아파트로 올라가자 생각했고, 단지를 짓는다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엘리베이터와 수세식이런 걸 하고, 전기는 주지만 난방이 안 되는 까닭에 을지로에가서 연탄보일러를 알아봐 설치하면서 젊은 사람들이아파트에 많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장동운 총재의마포주공아파트에 대한 기억과 술회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 장동운과 KBS 백승구 기자의2005년 인터뷰 녹취록 해당 부분발췌 요약. 1962년 6월 22일 작성된장동운의 경력 발췌서 (국가기록원소장)에 따르면, 장동운은1949년 5월 23일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1952년 11월 육군공병학교 II등군사반을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가1953년 11월 미국육군공병학교II등 군사반을 마쳤고, 1958년 3월에경희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 P107

또 다른 궁금함이 있다. 장동운이 젊고 유능한 공병장교였다 하더라도 건축 전문가는 아니었고, 또 고등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가까운 미래에 대한주택영단의 이사장이 될 것이라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A형(一자형), B형(T자형),
그리고 C형(Y자형) 3가지 유형에 10층짜리 11개 주거동으로 5,000명 정도가 집단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적정 밀도를 산출할 수 있었을까? - P111

* 11층짜리 공동주택33동이 지어진 프루이트 아이고공영주택단지는 르 코르뷔지에가 주도하는 CIAM의 유럽식모델을 도입한 대단위 공공주거단지계획으로 초기에는 저소득층의 파라다이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시의 재정 악화로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범죄와 마약의 온상지로 변했다는비판을 받은 뒤 20년 만인 1972년 3월 16일 철거되었다. 건축역사학자인찰스 젠크스(Charles Jencks)가프루이트 아이고 해체를 두고
‘모더니즘의 종언‘이라 비평했던 것처럼 건축사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을 암시하는 사건으로 자주언급된다. 프루이트 아이고의실패와 치유 방법을 도시사회학적관점에서 논한 것으로는 에릭클라이네버그, 『도시는 어떻게 삶을바꾸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9), 85~91쪽 참조. - P111

1961년 12월에 발행한 대한주택공사의 기관지 [주택]제7호에는 10층의 아파트 주거동 11개가 마포형무소 노역장부지를 꽉 채울 듯 들어선 모형 사진이 게재됐다. 같은 잡지화보에 별도로 소개한 ‘마포아파트 조감도‘를 그리기 위해만든 모형이다. - P112

전기나 구조 등 설계 이외 분야는 전체를 전문가의 자문 등으로 해결했고, 주거동은 A, B, C형 등 타입별로 여러 건축가에게나누어 주어진 시간 내에 설계를 마무리하도록 채근한 것으로보인다. 이렇게 서둘러 마무리한 결과를 마포형무소 노역장터에 순서에 따라 부랴부랴 배치한 것이 바로 이 모형이다. - P112

마포아파트 최초 구상: A형, B형, C형

(전략)
따라서 대한주택영단 내부에서는 1961년 9월에 10층의마포아파트 초기 구상안 기본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이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부딪힐 기술적 한계를 심각하게 인식했거나,
USOM과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맞닥뜨린 부정적인 태도 등을 초기부터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P113

대한주택공사의 실무진이 설계를 완성했지만 최종적으로는구현되지 못한 주거동이 있는데 모형 사진의 중간 부분에 자리한 T자 모양의 10층짜리 주거동으로 당시 이를 ‘B형‘으로불렀다. 모형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초기 구상에는 2개 동의 B형 아파트가 단지 중앙에 배치되어 있었으나 1964년 5월14일에 개최된 대한주택공사 제8차 이사회에서 "(B형은)구조상 결함이 있고, 건평이 크므로 분양을 고려하여 A형아파트 3동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하는 바람에 B형 주거동은도면으로만 남았다.*

* 대한주택공사, 「제11차 이사회회의록」 중 의안 제2호 ‘마포아파트건설사업 계획‘(1964.3). - P116

 Y자 모양의 주거동 역시최초 설계와 달리 10층에서 6층으로 축소되면서 마무리됐다.
결국 C형 두 개와 A형이 살아남아 약간의 수정을 거쳐마포주공아파트단지를 채운다.**

** 마포아파트 최초 설계 과정에서 주거동의 각각 다른 형태에 A, B,
C형이라 명명한 것은 좀 더 생각해볼여지가 있다. 일본주택영단의 ‘51C‘ 형표준설계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51C형이란 일본이 패전 후인1951년에 이상적이자 현실적인 보통공영주택을 궁리한 끝에 16평형(A형),
14평형 (B형), 12평형 (C형)을고안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주택영단이 가장 작은 C형을 전국적으로 널리보급하면서 일종의 별칭처럼 굳은용어다. 거실이 없어 흔히 DK형으로불리는데, 식사공간을 갖춘 넓은 부엌을둠으로써 소위 먹는 곳과 자는 곳의공간적 분리(식침분리)를 꾀했다.
이후 DK는 LDK로 진화했고, 이는침실의 수가 몇 개인지를 부기한 DLDK형식의 토대가 됐다. "1962년 설립된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에도 51C의계획 개념이 그대로 적용되었다"고손세관은 해석한다(『집의 시대: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도서출판 집,
2019], 290쪽). 한편 대한주택공사는
"1962년도에 건설한 12평형의 예를들며, 이 경우는 리빙룸이 특이했는데그것은 침실들이 완전 분산 독립되어있는 평면에서 유일한 공공공간이라고했다. 또한 그것이 때론 휴식공간도되고 객실도 되고 식당도 되도록설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평면에서는 부엌과 욕실을 한군데로집중시켜 설비비를 절감하였고반침 등을 두어 별도로 가구가필요 없게 만들었으며 연탄가스를배출시킬 굴뚝의 위치도 적절하게잡았다"(『대한주택공사 20년사』,
360쪽)고 기록하고 있다. 이 설명을따른다면 마포아파트 평면과 일본의 51C형과의 관련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P116

마포주공아파트는 짧은 기간에 무수한 전문가와 기술자가동시에 동원되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마포아파트 설계자임을자처하고 나선 이도 적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마포주공아파트설계자는 과연 누구인가 의견이 분분했다.****


**** 서울역사박물관 의뢰로정재은 영화감독이 기획한 「최초의설계자들」이라는 영상물 촬영 현장에서관련자 증언을 겸한 인터뷰에 초대된대한주택공사 조항구 구조계장(후일기술이사)은 2019년 2월 20일의구술 이후 기억을 다시 정리해 새롭게알려주었다. 마포아파트에 대해주택공사 내부에서는 장동운 총재-엄덕문 건설부장 - 임승업 공사과장-조항구 구조계장이 주로 의사결정과 실무 책임을 맡았으며, 외부자문위원으로는 김희춘(서울대건축공학과 교수), 정인국(홍익대건축과 교수), 나상진(나상진건축설계사무소장), 함성권(한양대건축공학과 교수), 김창집 (홍익대건축과 교수) 등이 있었다. 이들 자문위원은 마포아파트 설계자문위원이후 중앙정보부가 주도했던 워커힐지역개발 사업에 다시 참여했다. 당시일본으로 휴가를 가는 주한 미군들이한국에서 달러를 쓸 수 있도록 유도하기위해 워커힐 주변을 휴양지로 만드는사업이었다. 엄덕문에 따르면 "당시 워커힐 호텔에서 남한산성까지 케이블을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워커힐비자금 사건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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