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CG 위로 개죽이가 걸어다닙니다 -사진에서 파생한 합성 소스
사진을 원본으로 하는 개죽이⁶ 짤방은 (짤방보이보다 먼저 탄생했지만) 그림이나 만화를 원본으로 하는 합성 소스에서 한 차례 더 진보한다. 그림 합성 소스가 원작자의 영향 아래 있는 반면 사진을 원본으로 하는 합성 소스는 더 이상 원본에 구속받지 않게 된다.
6 다른 밈과는 달리 개죽이의 저작권은 이 사진을 처음으로 찍은 권한일(닉네임 Nills)에게 있다. 그는 개죽이가 공공재라고 생각하기에 굿즈를 출시하는 행위를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2022년 12월 26일을 기점으로 디시와 권한일은 협업해 개죽이를 NFT로 지급하기 시작한다. (추억의 ‘개죽이‘, 20년 만에 NFT로 귀환, 2022.12.26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F1WVOQ46, 탄생 8년 ‘개죽이‘ 행방 추척해보니..., 2009.04.25., 머니투데이 https://m.news.nate.com/view/20090425n02191?mid=e02) - P87
이 개 사진을 올린 이미지의 저작권자 권한일은 당시 영화CG 업체인 모션팩토리의 직원이었다. 그는 이 이미지를 촬영할 당시에 개가 대나무를 붙들고 있는 포즈를 취하게 한 뒤에 손으로 받치고 촬영한 다음 손을 지웠다고 이야기했다.⁷
7 개죽이, 나무위키, https://namu,wiki/w/%EA%B0%9C%EC%A3%BD%EC%9D%B4 - P88
(전략)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의의는 CG기술에 있다. 포레스트검프와 1961년도 아카이브 푸티지 속 케네디JFK가 악수하는 장면에서, JFK는 포토샵으로 프레임을 하나하나 그려서 연출된 것이다. 포토샵이 생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JFK와 닮은, JFK를 연기하는 배우가 등장했을 장면이다. - P89
디시 유저였던 남경운은 포토샵으로 [사진14]를 [사진15]속의 웃는 개죽이로 변형했다. 개죽이가 인위적으로 상황을연출한 것이라면, 웃는 개죽이는 대상 자체를 왜곡하면서 탄생했다. [사진15]는 [사진14]를 원본으로 하나 강아지 털 색깔을 제외하면 원본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 P90
오히려 그 사진의 소유자가 지표마저 자의적으로 변환할 수 있다. 즉 지표는 사용자 간의 자의적인 설정으로 의미가 변경될 수 있다는 상징¹⁰이 되는 셈이다.
10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는 기호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는 도상, 하나는 상징, 하나는 지표다. 도상은 대상과의 유사성을 지니는 기호다. 상징은 대상과의 관계가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기호다. 마지막으로 지표는그 대상과의 인접성과 인과성이 생기는 기호다. 도상은 도圖라는 한자어로도 알 수 있듯, 세계 지도나 화장실 문 앞의 남녀 픽토그램 등 대상과 비슷하다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상징은 자의적이기에 기호와 그 의미가 달라야 한다. 기호를 보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에 저마다의 의미를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고리타분한 사례를들어야겠다. 디지털 사진은 찍힌 대상을 0과 1이라는 코드로 전환해 조작할 수 있게끔 만든다. 디지털 사진에서 지표성은 사라지고, 상징이 남게되는 것이다. - P91
네이버 Q&A 게시판인 지식in에서 개죽이는 [사진16]과 같이 내공냠냠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합성 소스가 된다. 내공냠냠이란 질문에 대답하면 생기는 포인트인 내공을 얻기 위해 답변의 포맷만 충족한 낚시글을 올렸던 일부 유저가 만든 현상이다. 내공냠냠 자체는 열받는 일이지만 개죽이 사진을 보면 유쾌한 짜증남이 생긴다. 이 낯선 감정은 훗날의 ‘킹받음‘과 비슷하다. - P92
해외 스타가 방한할 때마다 기자나 리포터가 "두유노 김치?" 등 질문을 하던 관례를 풍자한 밈이다. 두 유 노는 그즈음 유행한 국뽕이라는 유행어와 결합되었다. - P94
누끼 작업은 상당히 고난이도다. 보통 레이어를 비트 단위로 확대해 섬세히 잘라내는 작업을 거쳐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아마추어의 누끼는 그만큼 섬세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오히려 좋다. 누끼가 어설플수록 합성의 흔적이 더욱 역력히 남아 있기에 이미지가 충돌하는 그 자체의 재미가 더욱 살아난다. - P95
깨어나 보았더니 이소룡이 싱하형이 된 건에 대하여 -영상에서 파생한 합성 소스
이제 영상물에서 파생된 합성 소스를 다룰 차례다. 이는 영상을 캡처해 사진으로 가공된 합성 소스로, 영상이 원본인만큼 그 시초인 영화와 영화를 보는 경험을 분석해야 이 합성 소스의 스타일과 개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 P101
열사기은 1초에 24개의 프레임을 빠르게 재생한다. (중략) 이 때문에 영화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본 철학자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영화가 거짓된 운동faux move-ment이라고 비판한다. 베르그송에게 인간의 삶은 모든 순간이이어져 있는 것이며, 지금의 나는 과거가 축적되어서 생긴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매 순간순간을 쪼개버린 뒤 그것을 하나라고 믿도록 속이기에 거짓된 운동이다. - P101
영화의 기원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매체 중 에드워드 머이브릿지의 활동사진이 있다. 머이브릿지는 말 경주장 트랙에수십 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촬영 버튼에 연결된 실을 바닥에 설치했다. 말이 지나갈 때 실이 끊기면서 버튼이 눌리도록 한 것으로, 말이 트랙을 달리는 순간 1초에 12장의 사진이 찍혔다. - P102
마찬가지로 영화의 원형을 데시항 사진가인 조르주 드므니는 1891년에 Je vous aime‘이라는 문장을 말하는 자신을 크로노포토그래피로 촬영한 작업물을 발표했다. 드므니의 작업은 영상에서 사진 합성 소스가 발굴되는 과정의 원형으로도 볼 수 있다. [사진21] 에서 드므니의 얼굴은 영상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고 뻣뻣하다. 1초에 24프레임으로 찍힌 영화라면 우리는 드므니의 모습을 연속된 것으로 인식하고 Je vousaime‘이라는 문장을 정확히 말하는 그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Je vous aime>은 영상을 재생하는 과정이 아닌 1초짜리 영상을 18개의 사진으로 분절한 작업이다. - P103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이 사진을 "그들이 듣거나 읽거나 말하거나 쓴 모든 단어는 다시금 속기 타이피스트의관점에서 각각의 철자들로 해체된"¹⁷다고 분석했다. 인쇄매체에서의 문장이 타자기에서는 20개의 알파벳 배열로 분할된다고 보았던 키틀러의 주장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 P104
17 프리드리히 키틀러, 2019,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현주 ·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p.330. - P104
이전까지 관객은 영화관에서 영화가 재생되는 순간, 좌석에 갇혀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아야만 했다. 관객이 도중에 영화를 멈추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한 셈이었다. 영상의 재생과 정지가 자유롭게 가능해진 관람 환경으로 인해서 우리는 영화를 다르게 경험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사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 P105
싱하형의 탄생도 이미지를 정지할 수 있는 현대적 관람 환경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이소룡을 따라하는 이미테이션 배우가 등장하는 브루스플로이테이션 현상이있긴 했으나 싱하형과 같은 존재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 P105
싱하형(유저 싱하가 자신을 형이라 자칭한 데서 생긴 별명이다. 통상이 합성 소스의 이름으로 쓰인다)은 이소룡으로 불리지 않는다. 나아가 이소룡과 싱하형은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는데, 이는 싱하형이 텅 빈 기표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소을 정지했는데 이소룡으로 보이지 않는 제3의 이미지가 우연히 탄생했다. - P107
10초에 정확히 정지를 누르려 하는 순간 너무 일찍 누르거나 너무 늦게 누르고 만다. 우리는 우리가원하는 이소룡의 표정이 아니라 그것의 근사치에 있는 표정만 우연히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우연이 사진 합성 소스의 우스꽝스러움¹⁸을 탄생하게끔 한다.
18 이 우스꽝스러움은 베르그송의 웃음론과도 이어져 있다. 베르그송은 웃음을 기계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타인에 대한 교정이라고보았다. 이 싱하형의 표정이 기계 장치를 통해서 매개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영화는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의 연속으로 해석될 수도있다. - P108
짤방이 대부분 픽션 영화나 예능에서 발굴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픽션 영화는 보통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담는다. 따라서 픽션 속의 인간은 기계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보다 훨씬 더 풍부한 감정을 드러낸다. - P109
이에 따라 영화가 다양해질수록 우리에게는 다양한 비언어가 생기는 셈이다. 합성 소스는 아니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의 "마침내"라는 대사가 유행하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마침내‘는 ‘그간‘, ‘드디어‘ 등에 비해서 잘 쓰이지 않던 부사다. 탕웨이가 "마침내"라고 말하는 순간 ‘마침내‘라는 부사가 평소보다 두 배 많이 쓰이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¹⁹도 있다. 모두가 ‘마침내‘라는 단어의 존재를 잊고 있다가 ‘마침내‘ 라고 말할 상황에 마땅한 언어가 생기게 된 셈이다.
19 부사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내다, 2022.08.11, 조선일보, https://www. chosun.com/MVROY5RNUVBLXG43WD2AOQMSSM/ - P109
합성 소스가 상대가 지은 적 없는 표정을 발굴하고 비방하는 데 쓰이면서부터다. 2004년 문희준에게 가해진 악플 테러는 짤방으로 대표되는 디시 문화의 악영향을 선명히 드러내는 사례다. - P110
당시 문희준을 인터뷰한 인터넷 기사에 달린 악성댓글은 30만 건이 넘어가 이례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현재 이 원본 기사는 삭제된 상태이지만 한때 그 기사에수많은 이가 성지 순례를 하기도 했다. 그때 문희준을 조롱하기 위해 쓰인 방식은 그를 합성 소스로 삼는 것이었다. - P110
싱하형이 씨벌교황²⁰과 함께 악플 문화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유저 중 하나이듯이 말이다. 합성 소스는 우리가 평소 드러낼 수 없는 일상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창구이면서도 익명에 숨어서 일상 저편에 숨겨둔 증오를 발산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20 씨벌교황은 1500페이지에 달하는 게시판을 욕설로 도배해 "씨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딴지일보> 테러 사건을 일으키는 등 다시 곳곳에 반말로욕을 뿌리고 다녔다. 씨벌교황을 기점으로 해 디시에서는 서로 존댓말로이야기하는 하오체 문화 대신 악플 문화가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언론에서도 씨벌교황을 악플 문화의 창시자로 이야기하고있다. 씨벌교황의 악플 내용은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거 아무짝에 소용없다. 난 독일 뮌헨 테크니컬 우니벨지테트에서 제발 와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걸 마다하고 지금은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금 26살이고 마누라는하나 있다. 이 마누라를 만나기 전까지 사귄 여자는 60여 명이고 성관계맺은 여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에스페란토와 영어 복합 시험 엘레프, 엘테프에 합격했고 불어, 독어, 영어에 능하며 상해어, 대만어, 일어, 서어를어느 정도는 구사할 줄 알고 이태리어, 영국 황실어, 라틴어를 공부 중이다. 난 토플이나 토익 텝스 같은 허접한 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등의 악플을 달았다. 즉, 엘리트를 사칭하는 것이었다. 이는 학벌주의에 의한 과잉 경쟁과 스펙에 대한 페티시즘 등이 만든 한국의 비정상적인 정상성과 과잉된 능력주의를 자학적으로 드러낸다. 악플에서나마 지위 상승욕구를 극한으로 대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작은 차원에서는 악플에 불과하지만, 큰 차원에서는 정상적인 것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며 정상성의기준을 올린다. 요즘은 이를 평균 올려치기라고 부르는 듯하다. 이는 이창동의 <버닝(2018)>의 대사를 빌려서 말하자면 "개츠비가 너무 많은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사칭 글의 기원이기도 하다. - P111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밈은 서부극과 구분되지 않는다 -장르 영화로서의 인터넷 밈
영화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이후의 픽션 영화는 눈앞에 있는 대상을 찍고 그것을 픽션에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그 대상이있는 스크린 속의 세계를 픽션의 세계로 믿게끔 했다. - P143
나아가 마노비치는 이러한 스크린을 액체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필름 사진을 생각해보자.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피사체는 사진에 조작불가능한 물질로 새겨진다. 그러나 뉴미디어 시대에 이르러 모든 것은 스크린 안에서 매끈하게 이어질 수 있다. - P143
스크린이 달라지면 거기에 그려지는 미장센 또한 달라지기마련이다. 마노비치는 뉴미디어에서의 합성으로 인해서 공간에 기반한 몽타주 기법이 생긴다고 보았다. 기존의 영화가 장면과 장면을 앞뒤로 연결하는 시간적 몽타주에 기반했다면, 뉴미디어는 한 공간에 여러 이미지가 공존하는 것을 기반으로한다. 합성된 여러 이미지 사이에 균열이 생기지 않으려면 고도의 기술력과 연출력이 있어야 한다. - P144
반면 톰 후퍼의 <캣츠(2019)>는 배우의 육체 위에 합성한 고양이 CG의 기괴함으로 인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고양이뿐만 아니다. 배경과 인물의불일치는 그 너머에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와 같이 배경과 인물, CG 사이에 불일치가 생긴 사례는 공간적인 몽타주를 실패한 것이다. - P144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운 콜라주와 데칼코마니 등의 기법을 생각해보자. 별다른 기술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만으로 할 수 있던 장난이었다. 밈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예술 행위에 기반해있다. - P145
영화든, 광고든, 웃긴 영상이든 간에 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인터넷 밈의 배경이 되는 레이어에있는 한 그 이미지는 동등한 합성 소스다. 인터넷 밈은 스크린에 있는 모든 것이 매끈히 봉합되는 뉴미디어의 미학에 따르는 MCU에 저항하여 대안적인 유니버스를 만든다. - P145
밈화는 상대방을 먼저 웃기려고 경쟁하는 ‘드립‘이라는 놀이에 기반한다. 드립은 즉흥적으로 악보에 음을 더한다든지, 각본에 없는 연기를 더하는 애드리브ad lib에서 유래했다. 보통 애드리브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 P145
아재 개그의 핵심은 넌센스가 아니라 서스펜스다. 질문이나 힌트를 건네 상대방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기고 난 다음에, 그 서스펜스를 비논리적으로 해소하면서 상대를 이완시키려 한다. - P146
반면 드립은 누가 먼저 침묵의 틈새를 파고드느냐를 노리는 개그다. 게릴라처럼 빠른 침투와 즉흥성을 기반으로 하는드립은 디시 등 남초 커뮤니티의 놀이수단이었다. 드립에 기반한 인터넷 밈도 그곳에서 유래한다. - P146
음담패설이나 소수자 비하, 외모 비하 등 맥락을 이해할 필요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직관적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농담이 속출했다. 일베와 디시 문화를 연구하는 여러사회과학자는 일베에 퍼진 극우 사상의 기원으로 드립을 지목하기도 했다. - P146
즉흥적으로 내뱉은 드립에는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다. 보통 웃기는 데 혈안이되어 있어 자신의 말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국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내뱉기 때문이다. - P146
즉 "즉시성의 시대에 ‘합리적 선택‘은 결과는 회피하면서 만족을 추구하는 것"¹⁴이다. 그러나 드립을 태생부터 문제적 수사라며 죄악시하고 금지한다면 우리는 인터넷 밈을 마음 편히 쓰지 못한다.
14 지그문트 바우만, 2023, 《액체 현대>, 이일수 옮김, 필로소픽, p. 258. - P147
드립을 시작으로 생긴 합성 소스의 쓰임이 규칙을 생성하고, 그 규칙에 더 많은사람이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는 원본에 깃든 부정적인 뉘앙스를 중화할 수 있다.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로 편입되듯이 말이다.¹⁵
15 프랑스의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는 대중의 상호 모방을 통해 사회의발전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는 모방 과정을 조종받은 꿈이며 활동하고 있는 꿈인 최면 상태로 서술한다. 여기까지는 인간을 문화 요소의 전달자로본 도킨스의 관점과 유사하다. (그는 사회적 사실을 분석하면 그것의 실체가 욕망과 믿음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관점에서 눈여겨볼만한 것은 주류 문화와 대립하며 새 문화를 보편적인 주류 문화로 재창조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긍정한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개인이 지니는 하나의 감정, 하나의 원칙, 하나의 의도는 타인과의 교류를 거치는 과정에서점차 확산되고 보편화된다. 그 생각은 보편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고해지고 모인 사람들 각각의 자아와 대립해 성장한다. - P147
한편 장르화는 장르영화의 작법과도 비슷하다. 장르화는 합성 소스가 무작위로 나열되거나 연결되게끔 하지 않는다. 합성 소스로 쓰이는 피사체의 제스처에 따라서 피사체의 서사와 역할을 다시 쓰는 방식이다. - P149
처음에는 상황극 수준에 그쳤던 심영물은 2017년에 김두한의 사딸라 합성 소스가 발굴되면서 픽션으로 진화했다. 사딸라 합성 소스의 유행은 심영물 팬덤이 대거 유입하는 통로가 되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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