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가즈마는 카운터 너머로 시선을 내달렸다. 요코와 똑같은 소매 달린 앞치마 차림의 여자가 서 있었다. (중략). 아버지는 저 두 사람을 보려고 찾아왔었다. 33년 전에 자신이 범한 살인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남편과 부친을 잃은 두 사람을. - P204
생맥주를 내왔을 때 아메미야가 요리를 주문했다. 닭 날개, 된장어묵 등의 아이치현 향토 요리를 선택해주었다. (중략). 잔을 맞부딪치고 하이볼을 입에머금었다. 무심코 카운터 쪽을 보다가 가즈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사바 오리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 P205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건가. 아니면 그 전부터 그녀가 가즈마를 보고 있었던 건가.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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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어제 검찰청에 가서 담당 검사를 만나고 왔어요." 사쿠마가 말했다. "공판 전 정리 수속은 별문제 없이 잘 진행되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피해자 참여에 관련해 변호인 측에서 피고인이 크게 반성한다는 것을 유족분들께 확인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 P206
3일 전에 사쿠마에게서 받은 자료였다. 검사가 갖고 있던 증거 등의 기록을 등사한 것이다. 범행에 이른 동기, 범행의 구체적 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중략). 그 기록을 통해 미레이와 아야코는 마침내 이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천만뜻밖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까마득한 옛날의 살인사건에서부터 일이 시작된 것이다. (중략). 구라키다쓰로는 자신이 그 사건의 진범이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 P207
실은 서류를 읽어본 뒤에 두 사람이 똑같은 느낌을 가졌던 것이다. (중략). "이건 남편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아야코가 말했다. (중략). "그러니까 그게……." 아야코는 파일을 펼쳐 해당 페이지를 가리켰다. "속죄하는 방식에 찬성할 수 없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라고말했다는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이건 남편답지 않은 얘기예요." - P207
옆에서 미레이가 말을 끼웠다. "아버지에게 이런 사고방식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런 식으로 무턱대고 정의를 내세우는 사고방식, 이건 전혀 우리 아버지답지 않아요. 물론 사망한 뒤에야 유산을 증여한다는 속죄 방법은 제 생각에도 만만한 짓이에요.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한다, 라는 게 정론이겠죠. 하지만 그걸 못하는 게 인간이라는 거, 아버지는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구라키라는 사람을 몰아붙였다는 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 P208
"검사에 의하면,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놓고 다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에요. 쟁점은 아마 계획성이 될 거예요. (후략)." 하지만, 이라고 사쿠마는 미레이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이어갔다. "방금 그 말씀을 들어보니, 당일의 시라이시 씨의 태도 이전에 구라키 피고인의 상담에 대한 반응 자체가 시라이시 씨답지 않다, 라는 얘기인 것 같네요." - P209
"하지만 편지 얘기도 이상해요." 미레이는 말했다. "편지로도 몇 번이나 아버지가 추궁을 했다고 나와 있던데요." - P209
"검사도 그게 미심쩍다는 얘기는 했었어요. 심리적으로 코너에 몰린 것을 강조하려고 자의적으로 지어낸 얘기인지도 모른다고. 다만 그 편지가 증거로 제출될 리는 없기 때문에 따로 문제 삼을 생각은없다고 했습니다." - P210
"누명을 쓰고 자살한 사람의 유족에게 사죄하려는 건 나름대로올바른 감정이겠죠. 게다가 고생스럽게 찾아내 일부러 아이치현에서 정기적으로 상경했었다니,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근데 그만큼 남을 배려해줄 줄 아는 사람이 어째서 이런 살인을 저질렀는지…………. 충동적인 것이라면 그렇다 쳐도 이번 일은 계획적이었잖아요. 정말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 P211
사쿠마는 말했다. "유족인 아사바 씨 모녀 말인데, 딸 오리에 씨가 마흔 살 전후의 나이에 독신이에요. 구라키 피고인이 연애 감정을 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죠." - P211
미레이의 물음에 사쿠마는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들어봤자 실감이 안 난다. 구라키 씨는 우리에게는 항상 좋은 손님이었고 정말 잘해주셨다는 마음밖에 없다, 라고 아사바 요코 씨가 대답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검사는 아사바 씨 모녀를 법정에 불러낼 마음이 싹 사라졌대요. 검찰 측에 도움이 안 되는 증인은 부를 필요가 없으니까요."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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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즉각 근처 서점에서 《주간세보》를 사 들고 카페에 들어가 읽기시작했다. 꽤 큰 기사였다. 제목은 ‘공소시효 만료, 처벌할 수 없는 살인자들의 그 후‘라는 것이었다. 작성자는 난바라라는 프리랜서 기자였다. - P214
그 다음 기사는 문단을 바꾸어 이어진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010년 4월 27일에 폐지되었다. 하지만 이 개정법률은 그 시점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까지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즉 1995년 이전에 살인을 저질러 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인들은 일반인과 똑같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는, 범행일이 1995년 4월 28일이라면 앞으로 범인을 체포해 처벌할 수 있지만 그 전날인 27일의 살인자라면 영구히 처벌할 수 없다. 이런 부조리한 일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거기까지 읽고, 이걸 들고 나섰구나, 라고 고다이는 당황스러웠다. - P215
그다음에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과거의 살인 사건에 대해 취재한 내용이 등장했다. (중략). 취재에 응한 유족이 있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뒤에 ‘공소시효 만료로 범인을 처벌할 수 없는 다른 한편에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유족이 존재한다. 그들의 깊은 상처에 공소시효따위는 없는 것이다‘라고 역설하고 있었다. - P216
‘(전략). 이번에 그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조용히 지내게해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나 진범 대신 억울한 누명을 쓰고오랜 세월 동안 범죄자 가족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온갖 고통을겪어왔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후략).‘ - P217
"예전 직장 동료에게서 얘기를 들었다던데요." "그런 모양이지. 구라키의 과거 사건이 살인 범죄라고 추측했다면 기사에도 나온 것처럼 1995년 이전이라는 얘기잖아. 그렇게 시기를 잡고 당시에 구라키와 교류했던 사람을 훑어봤겠지. 그것도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텐데 이 프리랜서 기자, 대단한 행동파인 것 같아." - P218
흥, 하고 고다이는 코웃음을 쳤다. 사마리 "상식적으로 피의자 가족이 이런 취재를 받겠냐고, 대부분 노코멘트지." "조금이라도 아버지의 재판에 유리해진다면, 이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요?" - P219
"범인이 잡혔는데도 이래저래 꼬리를 길게 끄는 사건이군요." 나카마치가 우울한 어조로 말했다. "살인 사건은 항상 그래. 그렇다고 우리까지 질질 끌려다니다가는형사 노릇은 못 해. 이제는 입 다물고 재판의 향방을 지켜보는 것밖에 없어."고다이는 비어버린 나카마치의 유리잔에 맥주를 따라주면서 말했다. - P220
(전랴기. 가자, 라면서 고다이가 발길을 돌리려고 했을 때, 빌딩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나이는 50세 이전인 것 같았다. 약간 퉁퉁하고 키는 그리 크지 않다. 각진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카마치가 고다이의 귓가에 입을 바짝 댔다. "저 사람, 구라키의 변호인이에요." (중략) "그래? 근데 무슨 볼일이 있어서 여기에……………." 우연일 리는 없다. - P221
소매 달린 앞치마 차림의 아사바 요코가 달려와 "아이구, 미안한데 마지막 주문이 ・・・・・・"라고 얘기한 참에 말과 발을 동시에 멈췄다. 고다이의 얼굴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마지막 주문이 11시였지요? 그거면 됩니다." 고다이는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석 쪽에 두 팀의 손님이 남아 있었다. "가능하면 카운터석으로 부탁합니다." - P222
고다이는 테이블석 쪽을 살펴보았다. 손님 두 팀이 각자 얘기로 흥이 올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카운터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조금 전에 이 건물에서 호리베 변호인이 나오는 걸 봤는데요." 고다이는 오리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P223
"우리 가게를 감시했어요?" 오리에가 물었다. 이고다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감시를 하겠습니까, 이제 그럴 이유도 없는데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봤어요. 그래서 잠깐 들러보기로 한 거고." 오리에는 요코를 돌아보았다. 형사의 말을 믿어도 될지, 눈으로 상의하는 것이리라. - P224
"편지를 들고 오셨어요." 도마에 몸을 숙인 채 오리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편지?" "구라키 씨한테서 받은 편지를 전해주러." "아, 그런 거였군요." 구치소에서 외부에 편지 우송도 가능하지만, 변호사가 대신 전해주는 경우도 많다. - P224
• "고다이 형사님은 다 알고 있었지? 구라키 씨가 히가시오카자키사건의 진범이라는 거. 그걸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우리 얘기를 들으러 왔었던 거야. 어때, 그렇지?" "위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왔거든요." 변명 같은 말투가 되는 것을 고다이는 자각했다. - P225
"그렇다고 구라키 씨가 미웠느냐 하면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 우리한테는 정말로 잘해줬고, 참 좋은 사람이었어. 아니, 지금도 난 그렇게 생각해. 모두 다 뭔가 말 못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겠지. 본바탕이 악한 인간이었으면 누명 쓰고 자살한 사람과 그 가족을 그렇게까지 걱정했겠어? 우리 찾아내는 것도 엄청 힘들었을 텐데? 검사님은 내가 구라키 씨 욕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눈치입니다만." - P225
기사에는 ‘조용히 지내게 해달라‘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와는뉘앙스가 크게 다르다. "구라키 씨가 이 식당 단골이었던 것을 그 기자도 아는 눈치였습 "니까?" "글쎄, 그건 물어보질 않아서 모르겠네. 근데 알았다면 훨씬 더 철썩 들러붙었을걸." 그건 그렇다고 고다이도 동의했다. - P226
"충격받고 식당 문 닫은 건 아닌지, 이상한 소문에 손님이 끊긴 건아닌지, 구라키 씨가 이래저래 걱정을 했던 모양이야." (중략). "그래서 내가 그 변호인한테 말했어, 구라키 씨에게 이렇게 전해달라고, 우리는 괜찮으니까 부디 건강 조심하고 제대로 죄 갚음을 하시라고." 그렇게 말하는 요코의 얼굴을 보면서 고다이는 흠칫했다. - P227
남자는 고다이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조용히 옆의 테이블석에앉았다.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들여다보고있었다. 고다이 씨, 라고 요코가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다음에 또 오셔잘 살펴 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얼른 돌아가라, 라는 뜻이라고 눈치를 챘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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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거실 테이블을 끼고 마주 앉자 "우선 문의하셨던 것부터 얘기하지요"라면서 호리베는 가방에서 《주간세보》를 꺼냈다. "아까 오후에 편집부 쪽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흠, 하고 호리베는 마뜩잖은 표정으로 턱을 끄덕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정정 기사는 낼 수 없다는군요." - P229
"난바라라는 기자의 휴대용 녹음기. 거기에 가즈마 씨와의 대화를녹음했다는군요. 편집부로서도 대충 지어낸 기사라면 실을 수 없고, 가해자 가족의 발언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녹음 내용으로 팩트 체크를 했다는 모양이에요." "거기에 내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고요?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는?" - P230
"......짐작되는 게 있는 모양이군요." 호리베가 딱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유도질문에 걸려들어 튀어나온 말이지 제 진의는아니었어요." - P230
"그게 인터넷일 경우에는 어떻게 하지요? SNS로 해명하면 될까요?" 가즈마의 질문에 호리베는 눈이 둥그레져 아니, 아니, 라고 손을내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뿐이에요.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상의 방책입니다. 재판에도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으니까." - P231
그렇다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야마가미는 말했다. "변호인과 상의해서 출판사에 항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호리베에게 연락했다. "알겠습니다. 기사를 확인해보고 출판사에 항의하도록 하지요." - P232
호리베는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들었다. "영업시간 중이라서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두 분 다 구라키 씨의 건강을 몹시 걱정하고 있고,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편이 되어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편?" - P233
호리베는 슬쩍 몸을 내밀며 말했다. "아니, 누명을 쓴 것 자체는 구라키 씨와는 관계가 없어요. 어디까지나 경찰의 실수였습니다. 구라키 씨가 자수할 기회를 놓친 것도 그 탓이라고 할 수 있죠. 혹시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봤나요?" - P234
"지난번 그거, 아버지에게 물어보셨는지……………." "그거, 라면?" "히가시오카자키 사건에 대한 거요. 가족에게 평생 숨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언젠가는 털어놓을 생각이었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봐주십사고 부탁드렸었는데요." "아, 그거?" 호리베는 금테 안경을 손끝으로 쓰윽 올렸다. "구라키씨 본인에게 확인했어요. 대답은 이렇습니다. 밝힐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갈 생각이었다……………." - P235
"아버지는 아직도 나를 만날 마음은 없는 거네요" "계속 설득하고 있는데, 마주할 면목이 없다. 인연을 끊어도 좋다. 오히려 끊어주기를 바란다, 라는 말만 되풀이하시는군요." 가즈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피잉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 P236
그러면 나는 이만, 이라면서 호리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변호인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호리베는 입을 딱 다물고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더니, 팔을 내밀어 가즈마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은 그저 오로지 견디는 것뿐입니다." - P237
25
약속 장소는 아카사카 호텔의 라운지였다. 약속 시간보다 10분쯤 일찍 도착했다. 상대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점원이 인원수를 물어서 두 명입니다, 라고 미레이는 대답했다. "되도록 구석 자리가 좋은데요." (중략). 스마트폰에서 마음에 걸리는 뉴스를 발견한 것은 오늘 아침 이른시간이었다. 《주간세보》의 기사에 대한 논평으로 인터넷에 비난 댓글 쇄도,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에서 논객으로 활약하는한 시사평론가가 이번에 발매된 《주간세보》의 ‘공소시효 만료, 처벌할 수 없는 살인자들의 그 후‘라는 기사에 대한 논평을 SNS에 올리자 그 내용을 비난하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P239
《주간세보》의 기사는 미레이도 봤었다. 난바라라는 기자 이름도기억났다. (중략). 하지만 기사를 읽고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다. - P239
유일하게 시선을 끈 것은 구라키 아들의 발언이었다. 아버지의 과거 사건에 대한 처벌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족으로서 당연한, 그야말로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 P240
시사평론가의 그 글을 읽고 비난이 쇄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웃기는 법 제도 덕분에 처벌을 면한 살인범을 옹호하는 것이냐, 유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라는 비판이 속속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 P240
"하지만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은 아버지의 행동이 이러니저러니, 자기들 마음대로 상상하고 판단하겠죠. 시사평론가가 SNS에 올린 글에 비난이 쇄도한다고 해도 저는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사쿠마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 P242
담당 검사는 넓은 이마와 높은 코가 특징적인 인물이었다. (중략). 직접 느낀 대로 얘기하는 게 좋다, 라고 사전에 사쿠마가 알려주었기 때문에 미레이는 수사 기록의 등사본을 살펴보고 가졌던 의문, 즉 시라이시 겐스케의 언동으로 알려진 부분이 전혀 아버지답지 않다고 느낀 것 등을 이마하시에게 솔직히 말해보았다. - P242
"아뇨, 말투 같은 게 아니라 애초에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대응할리 없다는 거예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람의 과거를 추궁했다느니 폭로하려고 했다느니, 저는 그게 무슨 얘긴지 전혀 납득이 안 돼요" 흐음, 하고 이마하시는 신음 소리를 냈다. - P243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에요." - P244
"아니, 달라지지 않아요. 과정이 어찌 됐든 공소시효가 만료된 과거의 살인을 깜빡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고 입막음을 하기 위해 살해했다, 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습니다. (후략)." 이해하셨습니까, 라고 이마하시가 물었다. - P245
"아사바 씨 모녀에 관한 건 어때요? 피고인을 그리 미워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그 모녀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은 없습니다. 어쩌면 변호인 측에서 희망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모녀가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하건 구라키 피고인이 과거 사건을 반성한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후략)."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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