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확실한 것을 갈망한다. 굳이 뇌과학의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확실히 알아 두어야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생긴 습성이다. - P65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중략), 뉴욕 양키스는 1998년 시즌만큼 좋은 성적을 다시는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00퍼센트 확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만 - P66

불의의 시나리오에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항상 스토리가 필요하다. 예상을 깨는 일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 P66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도 소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편적인 정보, 미묘한 개념, 단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라 해도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 익숙한 현실 세계에서 흥미롭고 궁금한 ‘만약‘의 세계로 우리를 순간이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P67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최초의 별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가 될 만한 ‘만약에‘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쉬울것 같지 않은가? - P67

이 장에서는 소설의 시발점이 될 ‘만약에‘ 질문을 밋밋하게 만들면 왜 위험한지 짚어 본다.  - P67

 성실한 작가가 수년간 열과 성을 다해 써냈으나, 그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에 불과한 원고가 수두룩했다. 바로 출판에이전트들이 주저없이 거절하는 96퍼센트에 해당하는 그 원고들이기도 하다. - P68

다들 똑똑하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유능한 작가들이 왜 하나같이 똑같은 잘못을 그리도 크게 저지르는지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스토리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그 답을 어느정도 알게 됐다. 
(중략)
알고 보니 학생들은 스토리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이라는 관념을 유치원 때부터 주입받아 머릿속에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 P68

놀라면 호기심이 일어나는 법이니, 위의 제시문들은 스토리의 출발점으로 완벽할 것만 같다. 그러나 위의 예들은 놀랍기는 하되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어서 제대로 된 스토리가 나올 수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그 요소는, 바로 ‘매락‘이다. - P70

우리는 일단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머릿속에 그 패턴에관한 스토리를 만든다. 그런 패턴이 ‘왜‘ 생기며,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말해 주는 스토리다. 그런 다음 그 모든것을 의식 속에서 까맣게 잊어버린다. - P72

예컨대, 어젯밤에 ‘내일 해가 꼭 떠야 할 텐데. 내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해가 안 뜨면 깜깜해서 어쩌나‘ 하며 잠자리에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해가 진짜로 뜨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익숙한 패턴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니, 딱 스토리의 소재가 될 만하다.  - P72

프레디가 성을 발견했으면,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메리가 책상 위의 커다란 상자를 발견하고, 제인이 편지가 든 병을 발견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 P73

언뜻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무한히열려 있으면 오히려 멍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다. - P74

 그런 제시문은 세대로 된 스토리를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이 쓰는 스토리가 걸핏하면 "모든 것이 꿈이었다"로 끝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 P75

 필연적으로 플롯의 초점이 그 이상한 사건에만 놓이고 그 사건이 인물에게 미칠 영향에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거듭 말하지만,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들의 나열일 뿐이다.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지름길이 따로 없다. - P76

맥락 없는 제시문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집단 글짓기의식 속에 꽤 깊이 뿌리박혀 있다.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한 가르침은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 P77

 모든 스토리는 어떤 요점을 전한다는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그 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첫 페이지를 쓰기 한참 전부터 그 요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 P77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이 스토리를 통해 말하려는 요점‘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일러 주었다. - P78

요점이 있다면 밋밋한 ‘만약에‘도 스토리를 빚어 나가는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출발점‘이다. - P79

 예를들어 당신이 전하려는 요점이 " 해묵은 원한은 뜻밖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하자.
그 요점을 확실히 전해 줄 ‘만약에‘ 질문을 만들어 보면 다음과같다. "만약에 두 10대 남녀가 불같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두 집안이 철천지 원수 사이라면?" 맞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살짝 가져온 것이다. - P80

사족을 달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아는 고전적 스토리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지 않게, 스토리의 핵심을 담은데다가 전하려는 요점까지 암시하는 ‘만약에‘를 짧고 강렬하게 뽑아낼 수 있다.  - P81

우리는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완성작만 보아와서 그런 작품도 한때 미숙하고 어설픈 단계를 거쳤다는 것을 잘 상상하지 못한다. 소설가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옛날 아주먼 옛날에"라는 첫 문장부터 시작해 마지막 문장까지 한번에 원고를 써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P82

무릇 스토리란 한꺼번에 나오는것이며 게다가 곱게 다듬어진 문장들로 처음부터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듯한 첫 문장조차 떠오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만다. 그러지 말자. - P82

이 책에서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다. 매끈한 외양에 숨겨진 속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빚을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 P83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형식이나 장르와 관계없이 스토리는 스토리"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유형이 있어서, 끌리고 공감 가는 장르가 있다.  - P83

1단계 :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

(중략)

 모두 잠시 잊어 주기바란다. 시간을 되돌려, 스토리의 어렴풋한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던 순간을 복기해 보자. 심호흡을 하고 온몸의 감각에 집중하자. 눈을 감아도 좋다.
생각나는가?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이? - P84

혹은 무언가 전하고 싶은 요점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작가 스티븐 킹은 소설 《언더 더 돔》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소설이 오늘날 세계가봉착한 심각한 생태적 문제를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다."² - P85

과제

지금 구상 중인 스토리에 당신이 왜 관심을 쏟는지 한 페이지 이내로 적어 보자. 정답은 없다.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를 적으면 된다. 유치해 보여도 좋다. - P89

3단계: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여기서 생각해 볼 질문은 한마디로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는가?‘이다. 당신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장래에 큰코 다치지 않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가?  - P89

요점이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에서 다룰 문제를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그 문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은 대략적으로 단순하게 잡아도 좋다. - P90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엥, 그건 클리셰잖아!
그런 걸 작가 모임 동료들에게 보여 줬다간 비웃음만 살 거야.‘ 사실 작가들이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 P90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 왜냐고? 사랑이라든지 우정, 신뢰 같은 흔하고 일상적인 주제야말로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깨달음을 늘 갈구하기 때문이다. - P91

"그러니 안심하자. 사실 거의 모든 스토리는 클리셰에서 출발한다. 클리셰란 진부한 주제, 너무 익숙해서 고리타분하게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그걸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게 스토리의 역할이다.  - P91

과제

당신의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단 몇 줄로 잡아보자. 처음에는 좀 산만하고 어수선해 보여도 괜찮다.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단 하나의 요점을 계속 압축하면서 찾자. 진짜 핵심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 P92

4단계: ‘만약에‘ 써 보기

이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고, 전하려는 요점이 있으니,
그 둘을 가지고 ‘만약에‘를 써 보자. 첫 시도에 완벽히 써내는게 목표가 아니다. 아니, 그러려고 하면 오히려 해롭다. 작가들이 글쓰기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 P92

빙고! 맥락도 있고, 놀라움도 있고, 갈등으로 인해 초래될결과도 있어서 소설의 ‘전깃줄‘, 즉 인물의 내적 투쟁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투쟁이 과연 무엇인가? 머릿속에 질문이 바로 쏟아진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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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세상‘을 일그러진 대상으로 본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세상‘ 자체를 기본값으로 봐야 긍정적이고, 일반적 통념에도 맞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삶을 누리고 법과 질서가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 그런 세상. - P87

범법을 계획하거나, 공간의 범위를 넓히면 지구 또는 태양계를 떠나겠다는 얘기다. 그 뜻이 아니라면 ‘세상속으로‘로 바루어야* 마땅하다.


*바루다 :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도록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 - P87

(전략), 많은 사람들이 옥석玉石구분區分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옥석은 구분區分할 수 없다. ‘옥석구분‘은 전혀 다른 뜻이다. - P89

그러므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린다는 의미를 표현할 땐 ‘옥석을 구분하다‘가 아니라 ‘옥석을 가린다‘라고 하면 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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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페의 유산 안에는 수많은 보석과 몇몇 액세서리가 있었다. 그중에서 귀중한, 스태미나 최대치를 늘려주는 반지와스태미나 회복속도를 높여주는 반지를 냉큼 장비하고, 남은것은 아무 생각도 없이 팔아치우기로 했다. - P71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날치기가 나타날 것만 같아 흠칫거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내 상자를 노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마키를 비웃을 수가 없었다. - P72

참고로 고냥고냥의 세계에서 상품의 매매에는 <엘레멘츠〉라 불리는 마력통화(魔力通貨)가 쓰인다. 전용 크리스탈에 담은 마력을 돈으로 삼아 물건을 사거나 거래를 하는 것이다 - P72

지폐나 동전 같은 현금이 사라지기 시작한 요즘 시대에, 새삼 게임 속에서 일일이 금화니 은화를 헤아려 물건을 사는 것도 고통이 아니겠는가. - P73

이로써 내 재산은 17만 5천E(엘레멘츠), 초기 소지금이500E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발전이다.
퀘스트의 보수는 원래 퀘스트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 P73

"이제야 장비를 살 수 있겠・・・・・・지만, 그 전에 튜토 할아버지에게 가봐야겠네."
튜토 할아버지는 은퇴한 모험자인데, 이름 그대로 도움용튜토리얼 캐릭터였다. 플레이어에게 모험자의 자세를 가르쳐주고, 동시에 모험자의 필수 아이템을 거저 주는 고마운 캐릭터이므로 가지 않을 이유는, 일단은 없다. - P74

그 설교쟁이 수다쟁이 고집쟁이에다 자기에게 불리할 때만 가는귀를 먹는 할아버지는 정말 질색이지만, 가지 않을수도 없었다. 아니, 아이템을 받는 처지에 불만을 늘어놓는것도 뻔뻔하지만…………. - P76

다만 단숨에 강한 장비를 얻는 것도 방법에따라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역시 거기밖에 없겠네." - P77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 내가 도착한 곳은 마을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평범한 주택.
그러나 언뜻 보기엔 아무 특징도 없는 이 집에, 개인 집계최강 무기 랭킹 베스트 3에 들어갈 유니크 무기 <시라누이(不知)>가 잠자고 있다. - P77

 고냥고냥은 온라인 게임이 아니므로 까놓고 말해 똑같은 무기가 몇 자루 있어봤자 낭비이며,
유니크하다는 점만으로는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 P77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랭이라는 노인장이며, 튜토 할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다. - P78

하지만 동레벨 최강 무기임이 분명한 시라누이가 아니라해도 이 퀘스트에는 한 번 해볼 가치가 있다. 고냥귀고냥의 퀘스트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나리오가 괜찮기 때문이다. - P78

다만 동시에,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역시주저하게 되는 퀘스트이기도 하다.
우선랭 할아버지와 친해지기까지가 최고로 괴롭다. 편지를 맡을 만큼 친해지려면 최소 다섯 번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 P79

랭 할아버지는 깐깐하지는 않지만 말수가 매우 적은 사람이며, 맞장구를 잘 쳐주지 않으면 이야기가 끝나고 만다. 그리고 이야기가 끊어지면 이벤트도 그 순간 중단.
"또 오시게."라는 말과 함께 사실상 집에서 쫓겨나, 다음날에 또 똑같은 대화를 들어야만 한다.  - P79

"아니, 아니지!"
약한 마음은 금물이다. 메리페의 유산도 손에 넣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분명 괜찮을 것이다.
"・・・・・ 스으읍, 하아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 - P80

"실례합니다~! 여기에 명검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제게 팔아주시지 않겠어요?" - P80

그리고 몇 분 후.
내 앞에는 한 자루의 검이 있었다.
(중략)
야, 돈의 힘이란 정말 위대하네요!! - P81

"어라? 이거 어떻게 장비하면되지?"
이 세계에 온 후로는 메뉴 화면이 열리지 않았다. 전화기능이나 시각표시 기능이 있는 범용 메뉴도, 스탯을 보거나 세이브 및 로드를 하는 게임 메뉴도. - P81

내 딴에는 장비했다고 반지를 끼었는데, 게임 시스템의 관점에선 이건 장비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니, 하지만 그거야말로 잠깐. 반지 크기가 손가락에 맞춰지는 건 장비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잖아. 그럼 장비도가능한 거 아냐?"
어쩐지 혼란스러웠다. - P82

심호흡을 해 숨을 고르면서 나는 손맛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연속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스킬의 횟수가 늘어났다.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면 스태미나 소비량도 줄어들지만, 이 현상은 그것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반지는 효과를 내고 있어!"
그리고 그것을 알았으니, 다음에 시험해볼 것은 단 하나. - P85

"・・・・・스킬 쓸 수 있네."
시라누이를 들고 스킬을 쓸 수 있다. 이것은 메뉴 화면을거치지 않아도 무기를 장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 세계가 현실로 바뀌면서 메뉴를 쓸 수 없게 됐으니,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완한 걸까?" - P85

"・・・・・ 그걸 해 볼까?"
스킬 캔슬이란 스킬 발동중에 다른 스킬을 겹쳐 발동하는테크닉인데, 아무 때나 되는 것이 아니다. <캔슬 포인트〉라고 하는, 스킬에 미리 설정된 특정한 타이밍에만 입력을 받아들인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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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마음의 역설
05 이스털린의 역설
Easterlin paradox

시대가 다른 경우 같은 소득 수준을 누리는 사람이라도행복도는 같지 않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1974년에 주장한 개념으로, 그는 1946년부터 30개국의 행복도를 연구하여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 P81

초창기 경제학은 거의 돈 버는 문제만을 다루었다. 사람들이 경제학의 목표를 이야기할 때 경제학은 돈을 더 많이 벌 수있는 방법을 찾는 학문이라고 이해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돈이 전부일 리는 없다. - P82

사람의 삶에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 중에는 돈으로 간단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많다. 그렇다면 자원과 가치를 따지는 경제학이 그런 문제까지도 더 폭넓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소위 말하는 행복경제학 Happiness Economics 분야가 탄생했다. - P82

행복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해 살펴볼 용어로 GDH(GrossDomestic Happiness)라는 말이 있다. GDH와 비슷하지만 한글자가 다른 GDP(Gross Domestic Product)라는 말은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 P83

 그런데 GDH는 얼마나 비싼 상품을얼마나 많이 만들어 냈는지의 문제보다, 1년간 그 나라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을 느꼈느냐를 따진다. GDP가 국내총생산이라면, GDH는 ‘국내총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83

GDH 같은 용어가 깊이 연구되어 완벽하게 정리가 이루어진 결과로 탄생한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초점의 차이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한번 생각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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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일시적으로라도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바람은 열등감(스스로가 층분히 예쁘지 않다거나 똑똑히지 않다거나 강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되기만 하면 그열등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P239

그도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 새로운 옷을 입듯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체험해보거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이면 어떨지 궁금한 것일 수도있다. - P240

셰이프시프터 인간에서 동물로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면서도 인간의 의식은 유지할 수 있는사람으로 정의하는 원론주의자라면 이러한 방법이 진정한 의미의 셰이프시프팅이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하면 자발적이면서도 의식은 유지하는 상태에서 변신할 수 있다. - P240

오늘날 표범 코스튬을입고 표범처럼 행동하는 코스튬 플레이어 역시 그들과 같은 셰이시프터일 수 있다. - P240

가면을 종교의식이나 세속적 의례에 사용한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때 가면을 쓴 사람은 신의 대리인이 되거나 권력을 갖게 된다. 원시문화 중에는 주술사가 가면을 쓴 다음 치료사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 P241

이러한 의식들은 곧 전통을 이루고,
그 전통은 미래 세대들은 인도하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초자연적인 가면 뒤에 있는 인간의 변신 능력 덕분에 일어난다. - P241

그리피스는 우리가 ‘퇴폐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 P242

 현대 심리학에서는 드라마 치료(역할 체험 등 극적인 기법)을 통한 심리 치료 방와 같은 심리 치료에서 가면을 자주 활용한다. 가면을 쓰면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 P243

 14세기 일본에서 발달한 연극 노のう는 음악극이자 가면극으로 정해진 형태의 가면들을 사용해 관객에게 등장인물의 특징(여성, 어린이, 노인, 유령 등)을 알려준다. 특히 셰이프시프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 P243

가장무도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겉모습만큼은 자신이 흉내 내고자 하는 존재로 완벽하게 변신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보면 가면 착용이 가장무도회로 발전한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자연스런 수순이라 할 수 있다. - P244

사람들은 가면 덕분에 평소와 달리 틀에 얽매이지않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었고, 가면의 얼굴이 할 법한 행동들에 빠져들 수 있었다. - P244

 사육제는 금욕과 절제를 실천해야 하는 40 일간의 사순절이 시작되기전 마지막으로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가면과 의상을 차려입고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흥청거리며 익명의 평등을 만끽했다. - P244

 평민들은 처벌의 두려움 없이 군주를 조롱할 수 있었고, 이성의 귀에 은밀한 유혹의 말을 속삭일 수 있었다. 가장무도회는 특히 상류 계급 사이에서 유행했다. - P246

17~18세기에는 북아메리카 일대에서도 가장무도회가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유럽에서는 가장무도회를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가장무도회 도중 부도덕하고 금지된 행동들이 지나치게 난무했기 때문이다. - P246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계급이나 성별, 민족과 상관없이 사회규범에 반하는 행동들은 그게 무엇이든 권력자들에게 위협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가장무도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 P246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가장무도회는 위험하고 문란한 일로 여겨졌다.
가장무도회에 다녀온 여성은 손가락질 받았으며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저지른 것과 같은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당시의 이중 기준이 허용되어 여성만큼 비난받지는 않았다. - P246

 그러나 당국의 철퇴를맞은 무도회 관련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상류층이 아닌 노동 계급 사람들이었다.  - P247

영국에서 일어난 가장무도회 반대 운동은 당시에 변신이라는 관념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 P247

미국에서 열리는 축제 중 의상이나 장식 등 핼러윈에 소비되는 돈은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많다. 미국소매협회에 따르면 2017년에는 핼러윈 축제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무려 91억 달러가 사용되었다.⁷ - P248

코스튬플레이어들은 만화책,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의 의상을 따라 입고 그 인물처럼 꾸민다. 코스프레라는 용어는 코스튬플레이어들 사이의 하위문화로 여겨지기도하고, 때로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무대 등 특정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의상을 차려입는 롤플레잉role playing 의 개념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 P248

 코스튬플레이어는 핼러윈 의상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 Trick or treat!"라고 외치는 아이들과도 다르고, 카니발 축제 참가자들과도 다르다.  - P249

코스프레는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높은인기를 끌다 점차 전세계로 확산되어왔다. 코스프레 행사는 보봉 ‘OO콘 c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팬 컨벤션 현장에서 자수열린다. - P249

 물론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코스튬플레이어는 아니다. 하지만 코스튬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어찌다 평범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나타나면 군중 사이의 오리만큼이나 색딜라 보인다.
코스튬플레이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재미로 의상을 입는 아마추어와 코스프레로 생계를 꾸리는 전문 직업인이다. - P250

 일본 코스프레 의상 제조사들에 따르면 2008년 한해 동안 350억 엔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아마추어든 전문 직업인이든 코스프레의 핵심 요소는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 P250

성도 코스프레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데, (중략)
 그렇다 보니 몇몇 코스프레 행사에서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음란 행위 처벌 기준을코스튬플레이어가 위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이런 규칙을 어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온라인상에서는 누드 코스튬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 P252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코스튬플레이어가 되는가? 전문직업인이라면 그 답은 명확하다. 돈때문이다. 취미로 코스튬플레이어가 되는 사람은 어떤가? - P252

하지만 코스프레에는 재미를 능가하는 진지한 요소도 존재한다. 코스튬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재창조하기로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그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더라도)가 있다. 그들이 선택하는 가면과 의상은 자신의 결점이나 욕망,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바람을 나타낸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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