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조립할 수 있을까?

환원주의와 편견

우리는 과학을 흔히 사물의 이치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학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 탓에 ‘가‘와 ‘나‘ 두 가지 학문이 있다고할 때,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인지 비교하며 어떤 학문을 다른 학문의 뿌리라고 생각하곤 한다. - P57

물론 진실을 조금 담고 있는 농담이지만, 이처럼 학문들을
‘근원‘과 ‘응용‘으로 나눠 줄 세우려는 시도의 배경에는 근원적인이해를 위한 최선의 과학적 방법은 연구 대상을 지속적으로 더작은 부분으로 쪼개나가면서 각 부분을 더 세세히 살피는 것이라는 환원주의 철학 reductionist philosophy이 있다. - P58

쪼갤수록 이해에서 멀어지는 역설

물론 대상을 계속 잘게 쪼개가면서 탐구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근대과학이 태동하고 성공하는 데 기여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P58

그 능력을 과신했던 천체역학자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Pierre-SimonLaplace (1749-1827)는 "지금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위치와 속력을 알려주면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말해주겠다"라며 자신의
‘신성한‘ 능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 P59

하지만 이렇게 근원적인 과학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서만우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라플라스의 의기양양한 주장은 과학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이 20세기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 P59

대표벅으류 고체물리학 soild-state physics또는 응집물리학 condensed-matter physics에 큰 족적을 남기며 197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필립 W. 앤더슨Philip W. Anderson (1923~2020)은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에세이에서 물리학적 환원주의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원자보다 작은 소립자들을 연구하는 물리학) 전문가들이 만물의 근원을 찾겠다며 원자를점점 더 작게 쪼개면 쪼갤수록 오히려 그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포, 생명체, 인간 그리고 사회와 같은 것들을 이해하는 일로부터는 더욱더 멀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 P60

근원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물론 또 다른 부류의 과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자세로 전문지식과 상식이 (가끔은 아주 기발하게) 결합된 현실적인 방식으로 복합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P61

(전략). 그런데 약 10만 개나 되는 인간 유전자 각각의 역할을 알아낸답시고 유전자 단백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운동 방정식을 풀려는 환원주의자들의 시도는 100이면 100 모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유전자 제거는 이러한 접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물체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없애버린 다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함느로써 그 유전자의 엳할을 역으로 추적하는 철저히 경험주의적 방법이다. - P61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프롤로그

나는 물리학자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나를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물리학자‘로 부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문화 연구를 과연 물리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 P5

물리학과 문화. 나는 두 낱말늬 뜻을 들어다보기만 해도 둘 사이의 연결고리 찾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여겨왔다. 문화란 인류의 삶의 방식과 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의 총체이므로 물리학도 응당 문화에 포함되고, 물리학이란 모든 물체들의 이를 알아내는 학문이므로 문화도 당연히 그것의 탐구 대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 P6

. 하지만 여행에서 즐거움의 태반은 지도에 없는 마을에 도착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기분 좋은 놀라움)에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 P6

그 결과 나는 과학과 문화의 진정한 연결고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깨닫고, 이로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조각의 시공간을 끊임없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7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정도로 광활한 우주에 비할바 없이 작디작은 사람의 몸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을 해내는 힘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 P8

 복합계 과학의 넓은 지평을 몸소 보여주신 미시간 대학교의 마크 뉴먼Mark Newman 지도교수님. 소중한 청춘기에 나에게 배움을 청함으로써 오히려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아람, 도흠, 승규, 세미, 경연, 규현, 동혁, 한라, 소희, 진영, 동주, 민상, 성필, 병휘, 이 길을 갈 기회를 주신 KAIST와 문화기술대학원의 동료 교수님들. 매일같이 하늘을 눈에 담은 채 공상에 빠져 있는 게 일상이던 어린 아들과 동생의 마음이 끝없이 자유로울 수있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과 누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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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가 부족하면 빈혈,
언어가 부족하면 빈어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 P106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단어를 한쪽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빈곤‘ 현상이 있다. 빈어(貧語) 혹은 빈어증(貧語症)이라고 한다.²² - P107

22. 전광진, "애국가 단어 이해력 60점 이하면 당신도 빈어증", <주간조선>, 2016년 4월25일자

증상이 더 심해지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못하니 공부는 물론 일상적 대화에도 깊이 관여하지 못한다.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에 심각한 사고(事故)가 일어난다. - P108

빈어증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의도적으로 우리말을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08

예를 들면 여러분은 글을 쓸 때 반성(反省)과 성찰(省察), 백미(白眉)와 압권(壓卷), 변동(變動)·변화(變化)·변천(變遷), 비난·비판·비평의 차이를 구분해서 쓰는가?²³ 모두가 미묘한 차이를 지닌 유사어다. - P108

23. 최성우(지음), <국어의 고수2>(2009), 커뮤니케이션북스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나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식가를 한자로 쓰면 미식가(味食家)일까 미식가(美食家)일까?  - P109

결국 빈어중은 한자어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자어를 많이 익히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어휘력 향상의 지름길 아닐까? - P110

‘한자‘모르면
어휘력도 한심

빈어중은 외국어 공부를 방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영어의 ‘accomplishment‘를 우리말로 관철(貫徹)이라고 번역하면 관철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중고가 따른다. - P110

‘contribution‘는 기여 혹은 공헌을 뜻하고, involvement‘는관여 혹은 개입이다. 그런데 기여와 공헌, 관여와 개입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면 어떨까?  - P111

"숙고하는 것이 손전등이라면 행동하는 것은 전조등이다."²²
어느 날, 학부 수업시간에 이 말을 보여주면서 숙고와 행동의 차이점을 멋지게 비교한 문장이라고 소개했다. 롤프 도벨리가《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한 말이다.  - P111

22. 전광진, "애국가 단어 이해력 60점 이하면 당신도 빈어증" <주간조선>, 2016년 4월25일자

親舊를 만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未來를 構想하면서 서로의 友情을 나눴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各自의 꿈을 토대로 어떤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그 일이 나에게 던져주는 意味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複雜한 整理해보는 時間을 가졌다."
이렇게 쓸 수 있는 모든 단어를 한자로 써보니, 한국어 단어의 뜻이 더 명료해졌다. 그 체험은 지금까지도 나의 어휘력과 개념 창조 능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 P113

9.
"이 사전 하나가 세상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리타 메이 브라운 - P148

 ‘언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만의 개념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부터 7가지 개념사전을 소개할 것이다. 기존의 개념을 나의 체험적 깨달음으로 재정의하는 신념사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관점사전,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연상사전, 시인의 눈을 키우는 감성사전,
사유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은유사전, 단어의 의미를 파고드는 어원사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사전이 바로 그것이다. - P149

다른 언어를 갖는 게
중요하다

한 사람이 이제까지 없던 내용과 방식으로 사전을 만들고 있었다. 이 사전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사전은 다른 사전과 다르게 첫 번째 항목이 ‘신‘이 아니라 알파벳 순서를 따라 ‘atmosphere‘(대기)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휘를 권위에 따라 배열하지 않고 알파벳 순서대로 평등하게 나열하겠다는 발상은 당시에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³¹ - P150

31. 허연(지음),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2018), 생각정거장

그러나 오늘날 사전은 골동품 취급을 받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온라인 사전을 참고하더라도 거기에서 멈출 뿐,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다듬어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50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 넘게 사전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한 코리 스탬퍼는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단어의 잡초밭에 발이 감겨서 (....)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뼈가 으스러지도록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한 항목을 며칠째 들여다보고 있지만 어디서 실마리를 잡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않고, 어느 순간 제정신을 유지해주는 필라멘트가 쉬익 소리를내면서 끊어지고 만다."³² - P151

32. 코리 스탬퍼(지음), 박다솜(옮김),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2018), 월북

국어사전은 위험하지 않지만, 국어사전의 단어를 재개념화하고 재정의한 개념사전은 위험하다. 만든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담아 기존의 뜻을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 P152

한 단어, 한 단어 쌓아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전이 있다. 가장 많은 것은 국어사전과 영어를 비롯한 어학사전일 것이다. 이러한 어학사전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색다른 사유를 낳는 위험한 사전은 아니다. 그저 일상적인 단어들의 일반적인 뜻풀이가 담겨 있을 뿐이다. - P156

나만의 개념사전은 그 누구의 사전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독창적인 색깔과 스타일이 담겨 있는 인생사전이다. 비교대상은오로지 어제의 내가 만든 사전과 오늘 그리고 미래의 사전뿐이다. 당연히 한 번에 만들 수 없다. - P160

세상은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을 대표하는 2개의 국어사전이 있다. 누계 약 2,000만부가 팔린 야마다 선생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과 누계 약1,000만 부가 팔린 겐보 선생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이 그것이다. 기묘하게 두 사람은 도쿄대 동기였고, 한때 힘을 합쳐 같이《메이카이 국어사전》을 펴냈던 좋은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성격의 국어사전을 내는 일본 사전 출판계의 두거성이다.³⁵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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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나는 인생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무의식과의 대면을 시도했다.
무의식에 관한 나의 작업은 오랜 기간이 걸렸다. 20년쯤 지나서야 비로소 나는 내 환상의 내용을 약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P365

분석심리학은 본질적으로 자연과학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훨씬 더 관찰자의 개인적인 가설에 영향을 받기 쉽다.  - P365

1918~1926년에 나는 그노시스파의 저술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그들 또한 무의식의 원초적 세계와 대면했다. 그들은 본능의 세계에 오염된 것이 분명한 내용과 이미지들을 다루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한 이미지들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말하기는어렵다. - P366

그들이 그 이미지들에 관해 심리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거의 볼 수 없다.  - P366

연금술로써 과거와 현재 사이에 연속성이 생기게 된 셈이었다. 연금술은 하나의 중세 자연철학으로서 한편으로는 과거 즉 그노시스주의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즉 현대 무의식의 심리학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무의식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에 의해 한편으로는 전형적인 그노시스적 성주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나쁜 아버지의 권위와 더불어 개시되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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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oughout history, people have argued about what kindof government is best for their societies. - P13

This chapter will explain some of the different kindsof governments in the past - from the very beginning ofsomething called democracy in Ancient Greece, to rebelsin America who helped to elect the first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 P13

Ancient democracy

(중략)

The political system was made up of two main bodies: the Boule (or Council) andthe Ecclesia (or Assembly). - P14

Everyone who attended the Ecclesiahad the chance to speak. It didn‘tmatter who you were (although menover 50 were allowed to go first,
so it did matter a bit). - P15

The word ‘idiot‘ comes from the Greek word idiotes, which means
‘private citizen‘. It was used as aninsult for someone who wasn‘t interested in politics. - P15

The Roman Republic

Meanwhile, in Italy, Rome was becoming a great city, ruled by kings.
In 509BC, wealthy families, known as patricians, rebelled against thelatest king. They set up a new form of government, called a republic,
which means a government without a king or queen. - P16

Empires and emperors

The Romans became more and more powerful, conquering land beyond Rome and building up an empire under Roman control.
But in Rome itself, the system began to collapse, and in 27BC,
the republic was replaced by rule under an emperor. - P18

China: from empire to meritocracy

Meanwhile, large parts of Asia were ruled by an emperor, too. Emperors often gained power through military might, but the actual work ofgovernment was done by highly trained people called civil servants.
From the 7th century, civil servants were chosen by exam. Only thevery best passed the exams - this system is known as a meritocracy. - P20

Feudalism

In 1066, a ruler named Harold was crowned king of England. - P21

William had to find a way to rule England, a foreign country where no one hadany reason to be loyal to him. His answer was feudalism. This was a version ofmonarchy - rule by king or queen - that continued in England for hundreds ofyears. This is how it worked: - P21

Absolute monarchy

Absolute monarchy or absolutism describes a government where all of the power is in the hands of a king or queen, a style of politics common in 17th and 18th century Europe. - P22

Loyal advisors

In the past, the king‘s advisors came fromnoble families - rich and powerful people.
Instead, Louis hired less wealthy people.
That meant they relied on the king fortheir position in society, so were less likelyto disagree with him. - P22

Divine justification

When Louis was born, his parents hadbeen trying to have a baby for 23 years.
So people thought he was a gift from God,
and Louis believed it too. He claimed that God had given him the right to rule. - P22

Self-government

Around 300 years ago, the government in Britain controlled colonieson the east coast of North America. - P24

Britain controlled 13 regions, known today as states. After the Boston Tea Party,
Patriots in each state started making their own alternative governments, andrefused to obey British rules. The 13 states declared themselves independent fromBritain in 1776, and the War of Independence began. - P24

A new constitution

During the war, each state had its own constitution, which was a set of rulesto organize how their state government would be run. - P25

-The Bill of Rights made sure the rightsof individual people and the states- were respected, unless those peoplewere slaves, or Native Americans... - P25

Representative democracy

The United States‘ new constitution created a system of government called representative democracy. But it wasn‘t very similar to how democracy had looked when it first started, in ancient Athens. - P26

The perfect representative?

You might not know who they are, but you probablyhave representatives. You could think of them a littlelike a servant you‘ve sent to buy you things you needfrom a shopping list...

...but many people - including the Founding Fathers -said representatives ought to do more. They should bewise enough to make decisions for you better than youcan yourself. That‘s the theory, anyway...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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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본질을 파고드는 사유
:은유사전

진부한 은유는 진부한 생각을 낳는다.
율라 비스 - P232

예를 들면 국어사전에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이것만 봐서는 실제로 내가 하는 공부의본질이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학문‘이나 ‘기술‘이 무엇인지 모르면 ‘공부‘의 개념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233

관계없는 두 단어
연결하기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문득‘이라는 말은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을 지칭한다. 그런데 ‘문득(聞得)
‘은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이고, 문득(問得)은 ‘물어봐서 알게 되는 것‘이다 - P234

강민혁 작가는 <자기배려의 책읽기>⁵⁶에서 읽기를 ‘정신의 관절‘에 비유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뼈와 뼈를 잇는 관절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정신의 관절은 독자의 정신세계와 저자의 정신세계를 이어준다. 이것이 바로 메타포(metaphor), 즉 은유의 위력이다. 메타포는 사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 P235

56. 강민혁(지음), 《자기배려의 책읽기》 (2019), 북드라망

이성복 시인은 어느 시에서 ‘스스로 비유를 만들 수 있는 것만이 자신의 앎‘이라고 했다.
‘남이 만든 비유를 차용하는 것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⁵⁷ - P236

57. 이성복(지음), 《무한화서》 (2015), 문학과지성사

일단 여러분의 앎의 범주를 벗어나야 메타포가 시작된다. 인식의 범주 안에서는 아무리 연결해보려고 애써도 무릎을 칠 만한놀라운 메타포가 나오지 않는다. 경계를 넘나들며 전혀 다른 분야와 ‘잡종교배‘를 할 때 색다른 배움과 놀라운 사유가 일어난다. - P236

메타포는
배움의 대포

의인화와 역지사지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먼저 추상명사 하나를 정한 다음,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욕망을 동사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 하면 어떤 동사가 떠오르는가? - P237

마찬가지로 아이디어 역시 익숙한 기존의 것을 낯선 방식으로조합해볼 수 있다. 흔한 것의 흔치 않은 결합이라는 점에서 은유와 비슷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 메타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연결할 재료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타포나 아이디어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기 때문이다. - P239

4
대충 보니까
대충 생각할
수밖에

내 아이들에게 당연히 컴퓨터를 사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다.
빌 게이츠 - P78

‘읽기‘와 ‘보기‘는 다르다. 읽기는 사유를 가능하게 하지만 보기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언어, 즉 나의 사유체계에 없는 언어와 만날 때 우리는 그 언어의 의미를 해석해본다.  - P79

나는 산만하고
너는 바쁜 세상이다

종이로 읽는 것과 스마트폰 SNS로 읽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종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이미 많은 연구 - P80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한 결과였다. 대학원생 50명에게 단편소설을 읽히고 나서 테스트한 결과, 종이책 쪽이 킨들 쪽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소설의 전반적인 틀이나 개요를 묻는 질문에는 두 집단의 차이가 미미했지만, 사건의 발생 시점이나 세부사항은 종이책 쪽이 2배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 P80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를통해 무언가를 읽을 때 딴짓으로 이어질 확률이 무려 85%로 종이 매체 (26%)보다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SNS는 그만큼 독자를유혹하는 요소가 많고, 한 번 잘못 누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 - P81

디지털 읽기는 뇌가 정보를 분류하는 위치 단서(locationalcues)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에 딥 리딩(deep reading)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¹⁴ - P81

14. "수시로 광고 뜨고 문자 오고... 디지털 읽기, 이해력 떨어뜨리는 요소 많아", <조선일보>, 2016년 3월 19일자

‘F자형 읽기‘는
리딩이 아니라 스캐닝

덴마크 출신 전산학자인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 박사는 디지털 읽기의 특징을 ‘F자형 읽기‘라고 말했다.¹⁵ - P82

15. "디지털 읽기 특징은 F자형 읽기 - 창간 96 특집/ 읽기 혁명‘, <조선일보>, 2016년5월 21일자

닐슨 박사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한 줄 한 줄 문장 끝까지 읽는 사람도 디지털 매체에서는 빨리 읽기 위해 페이지 왼쪽에만 시선을 둔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로 100단어를 읽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4초에 불과했다. - P82

더욱 심각한 것은, 어느새 F자형 읽기에 익숙해져 종이책을 읽을 때도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사실이다. 피상적 이해에서 그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는 좌절감을 느끼고 종이책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 P83

사색의 종말

30년간 뇌의 정보처리와 사고방식에 대해 연구한 호주의 교육심리학자 존 스웰러(John Sweller)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뇌는 장기 기억력과 단기 기억력이라는 2가지 기억력에 의존하는데, 인터넷으로 읽을 때는 단기 기억력에 폭발적인 정보가 들어가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산만해진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의 뇌는 고차원적인 이해와 사고력을 담당하는 장기 기억장치가 활성화된다." - P84

온갖 방해기술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원하는 정보를 찾아 읽고 구조화할 수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의지와 집중력을 발휘해야 탐색하고 사색해 지식을 창조할 수 있을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 P84

이미지와 영상이 텍스트를 압도해버린 세상이다. 이러한 시대에 왜 우리는 여전히 책, 특히 종이책을 읽어야 할까? - P85

띄엄띄엄 읽거나 훑어보면 사고가 얕아지고 단절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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