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조립할 수 있을까?
환원주의와 편견
우리는 과학을 흔히 사물의 이치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학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 탓에 ‘가‘와 ‘나‘ 두 가지 학문이 있다고할 때,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인지 비교하며 어떤 학문을 다른 학문의 뿌리라고 생각하곤 한다. - P57
물론 진실을 조금 담고 있는 농담이지만, 이처럼 학문들을 ‘근원‘과 ‘응용‘으로 나눠 줄 세우려는 시도의 배경에는 근원적인이해를 위한 최선의 과학적 방법은 연구 대상을 지속적으로 더작은 부분으로 쪼개나가면서 각 부분을 더 세세히 살피는 것이라는 환원주의 철학 reductionist philosophy이 있다. - P58
쪼갤수록 이해에서 멀어지는 역설
물론 대상을 계속 잘게 쪼개가면서 탐구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근대과학이 태동하고 성공하는 데 기여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P58
그 능력을 과신했던 천체역학자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Pierre-SimonLaplace (1749-1827)는 "지금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위치와 속력을 알려주면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말해주겠다"라며 자신의 ‘신성한‘ 능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 P59
하지만 이렇게 근원적인 과학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서만우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라플라스의 의기양양한 주장은 과학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이 20세기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 P59
대표벅으류 고체물리학 soild-state physics또는 응집물리학 condensed-matter physics에 큰 족적을 남기며 197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필립 W. 앤더슨Philip W. Anderson (1923~2020)은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에세이에서 물리학적 환원주의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원자보다 작은 소립자들을 연구하는 물리학) 전문가들이 만물의 근원을 찾겠다며 원자를점점 더 작게 쪼개면 쪼갤수록 오히려 그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포, 생명체, 인간 그리고 사회와 같은 것들을 이해하는 일로부터는 더욱더 멀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 P60
근원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물론 또 다른 부류의 과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자세로 전문지식과 상식이 (가끔은 아주 기발하게) 결합된 현실적인 방식으로 복합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P61
(전략). 그런데 약 10만 개나 되는 인간 유전자 각각의 역할을 알아낸답시고 유전자 단백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운동 방정식을 풀려는 환원주의자들의 시도는 100이면 100 모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유전자 제거는 이러한 접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물체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없애버린 다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함느로써 그 유전자의 엳할을 역으로 추적하는 철저히 경험주의적 방법이다. - P61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프롤로그
나는 물리학자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나를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물리학자‘로 부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문화 연구를 과연 물리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 P5
물리학과 문화. 나는 두 낱말늬 뜻을 들어다보기만 해도 둘 사이의 연결고리 찾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여겨왔다. 문화란 인류의 삶의 방식과 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의 총체이므로 물리학도 응당 문화에 포함되고, 물리학이란 모든 물체들의 이를 알아내는 학문이므로 문화도 당연히 그것의 탐구 대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 P6
. 하지만 여행에서 즐거움의 태반은 지도에 없는 마을에 도착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기분 좋은 놀라움)에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 P6
그 결과 나는 과학과 문화의 진정한 연결고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깨닫고, 이로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조각의 시공간을 끊임없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7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정도로 광활한 우주에 비할바 없이 작디작은 사람의 몸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을 해내는 힘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 P8
복합계 과학의 넓은 지평을 몸소 보여주신 미시간 대학교의 마크 뉴먼Mark Newman 지도교수님. 소중한 청춘기에 나에게 배움을 청함으로써 오히려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아람, 도흠, 승규, 세미, 경연, 규현, 동혁, 한라, 소희, 진영, 동주, 민상, 성필, 병휘, 이 길을 갈 기회를 주신 KAIST와 문화기술대학원의 동료 교수님들. 매일같이 하늘을 눈에 담은 채 공상에 빠져 있는 게 일상이던 어린 아들과 동생의 마음이 끝없이 자유로울 수있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과 누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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