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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요의 사상

반항과 살인

어쨌든 지금 유럽과 혁명은 그 생명의 원천에서 멀어지며처절하게 경련하는 가운데 소진되어 가고 있다. 지난 세기에 인간은 종교적인 속박을 타파했다. 하지만 거기서 벗어나자 인간은 견딜 수 없는 새로운 속박을 스스로 지어낸다.  - P481

두 번에 걸친 대살육 사이에, 다수의 처형대가 땅 밑 깊숙한 곳에 세워진다. 휴머니스트 고문자들이 침묵 속에서 그들의 새로운 예배를 올린다. 그 무슨 외침이 그들을 방해하겠는가? 시인들까지도 그들의 형제가 살해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자기들의 손은 깨끗하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 P482

유럽의 정신은 인류 전체와 합세하여 신과 투쟁할 수 있을것으로 오랫동안 믿고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죽지 않으려면 도리어 인간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과 대적하여 떨쳐 일어나 인류에게 도도한 불멸의 탑을 세워주려던 반항인들이 오히려 그들 자신 살인을 하지 않을 수 없음에 치를 떤다. - P482

반항은 전 인류의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고자 했는데이제 반항의 몫으로 남은 것은 오직 통일성을 향해 나아가는고독한 자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한 사람 한 사람 모아 간다는 희망뿐이다.
그렇다면, 일체의 반항을 포기하고, 명맥을 유지한 사회를그 불의들과 함께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파렴치하게 인간과 맞서서 역사의 광포한 행진에 봉사하기로 결심해야 할 것인가? - P483

반항의 운동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는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추문도 기만도 없이 살인과 타협할 수 있는 것일까? 만인에게 공통되는 존엄성의 출발점이 곧 압제의 한계점이라는 것을 명시함으로써 반항은 최초의 가치를 설정한 바 있다. - P484

반항은 이렇게 하여 부조리한세계와 부둥켜안고 싸우는 정신으로 하여금 첫걸음을 내딛게 했다. 이러한 진보로 인해 반항은 이제 살인과 맞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한층 더 걱정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 P484

. 이제 겨우 고독을 극복하고 난 참인데 모든 것을박탈하는 행위를 정당화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고독 속으로 되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제 막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깨닫게 된 사람에게 고독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에 반하는 결정적 범죄가 아닐까?
논리적으로 볼 때 살인과 반항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라고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484

반항하는 인간이 살인을 하면 그 즉시 그는 세계를 둘로나눈다. 반항하는 인간은 인간과 인간의 동일성을 부르짖으며 일어섰었는데 그는 지금 동일성을 희생시키고 피를 흘리며 차이를 기정사실화한다. 비참과 억압의 한복판에서 반항하는인간의 유일한 존재 가치는 바로 이 동일성에 있었다. 인간 존재의 긍정을 목표로 삼았던 바로 그 운동이 인간이 존재하기를 그치게 만든다. - P485

(전략). 그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살인은 불가능한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죽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사실상 ‘우리는 존재할 것이다.‘보다
‘우리는 존재한다‘를 선호함을 입증한다. 감옥에 갇힌 칼리아예프의 조용한 행복과 단두대를 향하여 나아가는 생쥐스트의 평온은 이렇게 하여 설명된다. 이 극단의 경계를 넘어서면모순과 허무주의가 시작된다. - P486

허무주의적 살인

비합리적 범죄와 합리적 범죄는 사실 둘 다 마찬가지로 반항의 운동이 표방하는 가치를 배반한다. - P486

반항은 그 이유들을 선언했고 그것들에 봉사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반항은 허무주의와 맞서서 하나의 행동 규범을 정했다. 역사의 끝을 기다리지 않아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밝혀 줄. 그러나 형식적인 것은 아닌 행동 규범을 말이다. - P487

. 불의는 인간 상호 간의 암묵적 공감에 의해 세상에 생겨날 수 있는 그 얼마 되지 않는 것마저 말살해 버린다. 마찬가지로, 거짓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문을 닫아 버리므로, 거짓은, 그리고 좀 더 낮은 단계에서, 결정적 침묵을 강요하는 살인과 폭력은 추방의 대상이다. 반항에 의해 발견된 암묵적 공감과 소통은 오직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 P488

그리고 섬광 같은 한순간, 그 세 가지 재앙은 인간들 사이에침묵만이 지배하게 만들고, 인간들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해하게 만들며, 인간들을 허무주의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가치, 다시 말해 운명을 부둥켜안고 씨름하는 인간들 상호 간의 저 오랜 공모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 P489

 반항하는 인간이 전적인 자유의 불가능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상대적 자유 그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ㅡ를 그 자신을 위하여 요구할 때, 그것은 권력이 아닌 다른 어떤 가치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 P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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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민주주의 개념이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매우 특별한 생각-노예제를 인정하고 여성을 엄하게 탄압하는 것이 포함된 민주주의을 가졌다는 사실은 별개로 하더라도, 서구 민주주의가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왔다는 견해를 입증하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헌법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라는 무계급사회의 개념은 당시 유럽에는 완전히 생소한 내용이었으며,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 P94

이렇게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부분적으로는 프랑스대혁명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프랑스 혁명가들이 미국 민주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대혁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루소가 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에 대한 보고서들을 읽고 영향을 받아 저술한 것이었다.³² - P95

32) Csikszentmihalyi, 1992. - P411

또 절대다수의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는 분명 가부장적이지않았다. 여성은 상당한 권위가 있었고, 실제로 많은 경우 여성이 정치문제에 관해 남성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가졌다. 여성은 새로운 족장을 지명하는 일을 도맡았으며,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유럽인들 사이에 협정이 맺어지면 문서에는 종종 여성들이 서명해야만 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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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N선을 둘러싼 과학 사기극

개성의 충돌은 과학 사상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마땅히 특별사례가 아니라 규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 규칙이 생물학의 역사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 것이다.
마이클 기셀린(Michael Ghiselin, 1939-2019) - P393

1903년에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원인 르네 블론로(René Blondlot, 1849~1930)는 1897년 영국 물리학자 러더퍼드가 발견한 알파선과 베타(B)선, 프랑스 물리학자 폴 울리히 빌라르(Paul Ulrich Villard,
1860~1934)가 발견한 감마선 이후로 N선을 발견했다고 아카데미 정기간행물에 발표했다. - P393

로버트 레이지먼(Robert Lagemann)은 N선 발견에 지나치게 열심이었던 블론의 조수가 이런 상황에 ‘촉매‘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고의로 사기를 쳤다고 의심하지는 않더라도 그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 N선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관점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P394

블론로는 경험이 풍부하고 인지도 있는 전자기학 방면의 전문가였다.
헬름홀츠가 세상을 떠난 후 블론로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되어 헬름홀츠의 빈자리를 채웠다. N선을 발견하기 전 그는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 P394

그는 실험 기술이 뛰어난 물리학자였고, 1891년 그가설계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거울과 비슷한 기술은 전자기의 복사 전파 속도를 297,600km/s로 측정했다. 나중에 그는 다시 X선의 전파 속도가 광속과 같다는 것을 확정했다. 그로부터 X선이 전자기 복사의 일종이라고 믿었다. - P395

이번 실험에서 블론로는 이상한 현상을 느꼈다. 불꽃간극(스파크겝)을지나간 X선을 석영 프리즘에 통과시키자 굴절 현상이 생겼다. 당시 사람들은 X선이 석영 프리즘을 통과해도 굴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때문에 블론로는 이런 결과에 깜짝 놀랐다. 이어 그는 ‘재난에 가까울 만큼 심각한 사고의 비약‘을 일으켰다. 굴절된 방사선은 X선일 리 없다. - P395

 블론로는 새 실험 설비를 이용해 새로운 방사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그는 N선의 특성과 방사선의원천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1903년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제출해 아카데미 간행물에 실었다.
이어 여러 관련 학과의 과학자들이 N선 연구 영역에 뛰어들었다. 푸앵카레, 장 베크렐(Jean Besquerel, 앙리 베크렐의 아들), 폭넓게 존경받는 생리학자 마르크 앙투안 샤르팡티에(Marc-Antoine Charpentier) 등 프랑스최고의 과학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블론로의 위대한 발견을 칭송했다. - P396

 물리학자들은 N선이 투과할 수 있는 물질을 거의 모두 찾아냈다. 가시광선이 투과할 수 없는 나무, 종이, 얇은 쇠, 운모암 등을 N선은 투과할 수 있었고, 물과 소금은 이 방사선을 막을 수 있었다.
생리학자들도 빠질 수 없었다. 그들도 규모가 작지 않은 연구 작업을벌였고, 그 선두에 선 인물이 낭시대학교 의과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 카펜티에(Carpentier)였다. (중략). 그는 인체의 신경과 근육에서 강한 N선이 방출된다고 했으며, 심지어 시체에서도 N선이 나오는 것을 측정했다. - P397

한 작가가 59쪽짜리 글로 간략하게 3년 동안 벌어진 N선과 관련된 발견을 정리한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중대한 과학적 발견과 마찬가지로 관련 연구가 이어질수록 N선 발견의 우선권 논쟁이 격렬해졌다는 점이다. - P397

프랑스에서 N선 연구 열기가 걷잡을 수 없게 될 무렵, 외부물리학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략) 그런데 N선은 그런 가장 기본적인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했다. 영국의 윌리엄 톰슨(켈빈 남작), 윌리엄 크룩스(William Crookes), 독일의 오토 룸머(Otto Lummer), 하인리히 루벤스(Heinrich Rubens), 파울 드루데(Paul Drude), 미국의 로버트 우드(RobertWood)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물리학자가 프랑스에서만 발생하는 N선에 관심을 보였고 블론의 논문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스럽게 실험을 거듭해도 N선을 얻을 수 없었다. 이 일이 그들에게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였다. - P398

1904년 여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재직하던 로버트 우드 교수가 유럽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 참가하면서, (중략) 우드는 미국의 유명한 실험물리학자로, (중략)
그의 주요한 과학적 공헌은 물리 분야 중에서도 특히 스펙트럼 이론에서 이뤄졌는데, 그의 실험은 원자물리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 P398

우드는 "내 눈이 밝기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니 내가 손가락으로 N선을 막을 때 불꽃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당신들이 말해달라"라고 은근히 부탁했다. 방이 어두웠기 때문에 우드가 몰래 손을 뻗거나 거둬들여도 프랑스 학자들은 그것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중략). 우드가 손을 움직이지 않는데도 그들은 불꽃이 밝아졌다거나 어두워졌다고 설명했다. 우드가 손으로 N선을 막느냐 아니냐는 불꽃 밝기에 아무 영향도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했다. - P399

 우드의 글이 발표되자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 과학자들은 N선 연구에 흥미를 잃었으며, 소수의 프랑스 과학자만이 여전히 블론로를 지지했다. 1905년이 되자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간행물에도 N선에 관한 글이 더 이상 실리지 않게 되었다. - P400

많은 사람이 과학 연구에서는 정확한 계산, 정밀한 실험, 조금의 허점도 없는 논리적 증명, 이루 말할 수 없는 객관성이 요구된다고 생각해왔다. 감각, 정서, 동기, 기질 등 심리적 요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사실상 편견에 불과하다. - P400

카펜티에는 어떨까. 그가 N선 사건에서 사기극을 펼쳤다는 것도 들어맞지 않는다. 카펜티에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생물물리학자였다. N선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과 흥미는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그의
‘성과‘ 역시 놀라울 정도였다. - P401

 시각에 대해 이처럼 풍부한이론을 가지고 실험 연구를 해왔던 의학과 교수인 카펜티에를 두고 로버트 레이지먼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흔들리고 약한 광원에서 오류가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예방할 사람이 있다면 카펜티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런데 카펜티에가 바로 허구의 N선 연구에서 ‘중대한 발견‘을 해낸 것이다. - P402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관성적 사고라고 부른다. 관성적 사고는과학 연구 과정에서 쉽게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관성적 사고는 과학연구에 타성과 장애를 가져온다. 과학 연구의 정상적인 진행을 느리게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보통의 과학자에게는관성적 사고에 더해 권위에 대한 숭배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다.
N선 사건을 일으킨 심리적 요인에는 과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감정‘도 있다.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감정이다. - P403

자연법칙은 과학 연구에서 법률, 법령과 같다. 과학적 창조를 해내려면 열정과 끈기가 꼭 필요하지만, 어떤 때라도 냉정한 이성을 유지해야하며 냉혹한 법령조차 멸시해서는 안 된다.
이와 비교할 때 이탈리아 물리학자 페르미는 블론보다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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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권력이다 - P12

카스트 계급보다 중요한 시험 점수

시험은 신분상승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처절한 증거가 여기에 있다. 2015년, 인도 비하르 주의 고교졸업 검정시험장의 풍경을 담은 한장의 사진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학부모와 주변인들이 시험장 건물 벽을 타고 창문으로 학생에게 커닝페이퍼를 전달하는 사진이었다. - P16

최근 몇 년간 5~10퍼센트대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인당 GDP가 인도에서 가장 낮은 주로, 북한 GDP의 3분의 1정도밖에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비하르 주에는 인도의 전통적인 신분 제도인 카스트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하는 불가촉천민 인구가 많다. 인구가 많고 가난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곳처럼,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 P16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계급을 뛰어넘어 인도의 최고 자리에 오른, 그들의 살아 있는 영웅이다. 세습적이고 차별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는 비하르 주뿐 아니라 인도 전역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 P17

시험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새로운 카스트‘를 획득할 수 있는유일한 길이 된 상황에서, 경쟁은 과열되고 부정행위는 넘쳐난다. 부정행위만이 인도 교육의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오직 시험에 특화된 학원이 등장하고, 교육의 목표가
‘교육적 목적‘이 아닌 ‘선별적 목적에 집중된다. - P19

왜 누구는 시험을 잘 보고, 누구는 망칠까?

2007년부터 6년에 걸쳐 의문의 해답을 찾아나선
대만대학교의 창춘옌 교수

시험 결과의 원인을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유전적인 요인에서 찾다! - P69

2013년 <뉴욕타임스> 1면에 창 교수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시험 잘 보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시험 잘 보는 유전자인
콤트 유전자

콤트 유전자의 세 가지 유형
전사형, 걱정쟁이형, 그 사이에 있는 중간형

실력 외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 P70

긴장이 시험을 떨게 만든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긴장을 덜 할 수 있을까? 시험 공부를 충실하게하면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해서 덜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다양한 팁들도 시험 당일의 긴장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이 존재할까? 시험 당일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시험에서의 긴장 처리‘에 관한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가존재한다. 그 비밀은 유전자에 있다. - P72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시험 잘 보는 유전자

 2007년, 대만의 창 교수는 이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같이 부담이큰 시험에서 수험생의 유전적 특징이 시험 성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었다. 다른 흥미롭고 위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사소한 계기가 이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 P73

창 교수는 대만의 4개 중학교에서 BCT를 준비 중인 3학년 학생779명의 혈액을 추출했다. 창 교수는 이러 혈액에서 DNA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렇게 추출한 DNA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학생들의 BCT성적을 분석했다. 이렇게 하면 유전자가 시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 P74

운동 신경과 감정 조절에 깊이 관여하는 도파민은 뇌의 연료라 할수 있다. 인체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그러하듯, 너무 적은 것도 문제가 되고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된다. - P75

콤트 유전자의 세 가지 유형

전사형 콤트 유전자는 시험 등의 이유로 강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경우, 스트레스 때문에 과다하게 분출되는 도파민을 걱정쟁이형보다4배 빠르게 분해한다. - P75

걱정쟁이형 콤트 유전자는 과다 분출된 도파민을 제거하는 데 전사형보다 4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뇌의 도파민 과부하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극도의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서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P76

흥미로운 사실은, 평상시 환경에서는 걱정쟁이형의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우월하다는 점이다. 평소에 걱정쟁이형은 전사형보다 사고능력도 우수하며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걱정쟁이형은 도파민을 천천히 분해하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는 뇌에 충분한 연료가 잘 유지되어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 P76

 창 교수는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단 하나의 시험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착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측정하고 평가하고자 하는 시험에는 어떤 오류가 숨어 있을까. - P78

시험이 학생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 P105

시험에 기술이 통용될 여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제 실력과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시험 점수가 곧 아이들의 실력이라는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 P106

가장 간편하게 책정된 방법

시험의 핵심은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그 사람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한다. - P108

영어 실력이 필요한 직업에 열 명이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명의 영어 실력을 복합적으로 판단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열 명의 영어 실력을 판단한다는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된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가지고 열 명을 순서대로 줄세워 가장 잘하는 한 명을 뽑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시힘은 이 과정을 편하게 도와준다. - P108

수능은 수험자들이 이전의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알고 있고, 사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대학의 수가 아주 적고, 대학의 지원자 역시도 적은수라면 수능이라는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시험 대신 그들을 직접 대면하여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쪽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P109

평가와 일관성, 그리고 패턴

이러한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험의 일관성과 타당성이다.
만약 어떤 영어 시험이 문법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여, 문법 문제 배점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어휘력과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문법만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에서 좋은점수를 받을 수 있다. - P110

이런 식으로 시험이 시험자의 전체적인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그 시험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시험은 자기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관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 P110

시험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똑같은 문제를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유사한 경향성을 가졌지만 내용은 다른‘ 문제를 내는 것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다. 바로 이것이 시험의 ‘패턴‘이다. - P110

 패턴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사실상 같은 시험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시험으로서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잃게 될것이다.
하지만 패턴은 급변하지 않는다. 패턴이 급변하게 되면 시험이 가지는 일관성과 타당성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11

패턴 파악과 실력은 정비례할까

사실 패턴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시험뿐아니라 일상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패턴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토익강사 유수연 씨는 "해외 직구 사이트를 사용할 때 거기 있는 모든 글을 다 읽고 해석해서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 몰라도 하다보면 저절로 뭐가 뭔지 알게 된다. 이런 것도 일종의 패턴이다"라고 이야기한다 - P112

 문제를 풀 때 다독의 경험이나 이를 통해 얻은 배경 지식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어떤 문제들은 일부러 머릿속의 배경 지식을 활용하면 틀리도록함정을 만들어놓은 문제라고 한다.  - P112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시험이 요구하는 기능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시험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한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므로 실력보다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해 기술을 갈고 닦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 P113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다. 수능은 대학 교육을 잘 학습할수 있는 종합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수능 점수만 높고 사고력은 부족하여 대학 교과 과정을 잘 따르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것은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기술‘에 집중한 결과다. - P114

표준화 시험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 - P126

창 교수의 ‘시험 잘 보는 유전자‘ 발표 이후
대만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대만은 2014년부터, BCT를 CAP로 바꿨다
변화의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

"시험의 목적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험은, 과거에 행했던 선별의 목표보다
어떤 식으로든 학생의 학업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P128

표준화 시험은 왜 생겨났을까

(전략). 하지만 현재의 시험 시스템은 다양한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한 실력보다 시험 자체를더 잘 보는 사소한 기술이나 시험의 패턴에 대한 익숙함이 점수에 더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돈이나 유전자 같은 ‘개인의 노력 범위외의 선천적인 변수‘가 시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P130

표준화 시험의 시초는 1900년 대 초반, 미국에 유입된 대규모의 이민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탄생하게 되었다. 유럽 등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미국에 살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와 규정이 필요했고 이런 조치들 중 하나가 바로 표준 검사였다. - P130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시험을 적용하는 것은 많은 편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표준화 시험은 대체로 다지선다형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서술형 주관식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쉽게 표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논란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 P132

표준화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험의 기술과 관련된 문제는 표준화 시험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물론 모든 종류의 시험에는 시험의 기술이 개입될 수 있지만, 표준화시험의 경우에는 시험의 기술이 개입될 여지가 더 크다. 표준화 시험은 인간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 P133

또한 이 시험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파악할 수 없다. 창의성은 표준화 시험이 판별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대한 가치다. - P133

(중략)

표준화 시험의 비판자인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의 말이다. 그는 시험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문제는 ‘우리가 활용하는 시험이 어떤 시험인가가 중요하다. 실제 삶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량은 분석적이고 기초적인 지식 외에도, 창의성, 상식, 지혜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은 그러한 것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 P134

또한 표준화 시험은 개별성을 무시한다. 인간의 역량은 단순하게 평가내릴 수 없다. (중략). 하지만 표준화 시험은 시험을 본 모든 학생들을 몇 가지 임의적이거나 획일적인 틀 안에 가두어 평가한다. - P136

더 나은 시험을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

지식은 현재에도 중요하지만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지식을 탐험할 수 있게 하려면 아이들 스스로가가능한 일을 수행하고 입증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시험으로 그들을줄 세우는 것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 P137

 현재 대만의 고등학교들은 BCT의 시험 점수를 등수별로 줄 세우기 위한 목적이 아닌 참고기준으로만 사용하며, 중학교 내신 성적과 교외 활동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창 교수의 ‘시험 잘 보는유전자 연구‘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 P138

지금 당장 표준화 시험을 완전히 폐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시험은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화 시험 독점 체계는 극복되어야 할 문제다.  - P139

Part 4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춥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1년

우리는 대한민국 고3입니다

대학 입시, 하나만을 바라보며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들.
앞으로 준비해야 할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보상을 가져다줄지 긴장되기만 하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 P214

긴장되고 치열한 생존의 1년

한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인 열아홉. 하지만 고3에게는 공부외에 다른 활동은 사치로 다가온다. 몇 년 동안 봉사활동을 빠지지않고 해왔던 새미는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봉사활동뿐만 아니다. 건강달리기 대회, 소풍이나 체육대회 등 당연히 여겨왔던 활동도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 P217

여름방학은 마지막 승부처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대한민국 고3은 학원과 독서실로 향한다. - P218

그래, 우린 최선을 다 했다

정성스럽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학생부를 토대로 소신껏 가고 싶은대학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아이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동건이. 하지만 동진이는 지원한두 대학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 동건이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 보인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다. - P219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열심히 달려온 것일까요?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 P223

수능, 혹독한 레이스

봄 학기를 지내고 나면,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6월 모의평가를보게 된다. 모의평가 성적표와 함께 시작하는 여름방학은 수능의 마지막 승부처가 된다. 모자란 부분을 집중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학원가가 붐빈다. 지방 학생들의 경우, 서울이나 지역의 거점 도시 학원가에 상경해서 아예 그쪽에 집을 구해서 수능 준비를 시작하기도 한다. - P224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 이 시험의 경쟁 대상이다. 취미 활동을 하기는커녕 친구와 잠깐 편한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다. 절대 시간 자체가 모자라게 느껴진다. - P225

또한 수능만이 입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수시 입학 제도 초기 30퍼센트도 되지 않던 수시 비중은 이제 70퍼센트 정도가 되었다. 수능 한 번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생활 전반이중요해졌다. 비록 수능이 1년 앞으로 남은 고3이지만 내신을 소홀히할 수 없고, 수능과 내신 모두를 공부하면서 수시모집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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