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권력이다 - P12

카스트 계급보다 중요한 시험 점수

시험은 신분상승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처절한 증거가 여기에 있다. 2015년, 인도 비하르 주의 고교졸업 검정시험장의 풍경을 담은 한장의 사진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학부모와 주변인들이 시험장 건물 벽을 타고 창문으로 학생에게 커닝페이퍼를 전달하는 사진이었다. - P16

최근 몇 년간 5~10퍼센트대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인당 GDP가 인도에서 가장 낮은 주로, 북한 GDP의 3분의 1정도밖에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비하르 주에는 인도의 전통적인 신분 제도인 카스트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하는 불가촉천민 인구가 많다. 인구가 많고 가난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곳처럼,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 P16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계급을 뛰어넘어 인도의 최고 자리에 오른, 그들의 살아 있는 영웅이다. 세습적이고 차별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는 비하르 주뿐 아니라 인도 전역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 P17

시험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새로운 카스트‘를 획득할 수 있는유일한 길이 된 상황에서, 경쟁은 과열되고 부정행위는 넘쳐난다. 부정행위만이 인도 교육의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오직 시험에 특화된 학원이 등장하고, 교육의 목표가
‘교육적 목적‘이 아닌 ‘선별적 목적에 집중된다. - P19

왜 누구는 시험을 잘 보고, 누구는 망칠까?

2007년부터 6년에 걸쳐 의문의 해답을 찾아나선
대만대학교의 창춘옌 교수

시험 결과의 원인을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유전적인 요인에서 찾다! - P69

2013년 <뉴욕타임스> 1면에 창 교수는
놀라운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시험 잘 보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시험 잘 보는 유전자인
콤트 유전자

콤트 유전자의 세 가지 유형
전사형, 걱정쟁이형, 그 사이에 있는 중간형

실력 외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 P70

긴장이 시험을 떨게 만든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긴장을 덜 할 수 있을까? 시험 공부를 충실하게하면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해서 덜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다양한 팁들도 시험 당일의 긴장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이 존재할까? 시험 당일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시험에서의 긴장 처리‘에 관한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가존재한다. 그 비밀은 유전자에 있다. - P72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시험 잘 보는 유전자

 2007년, 대만의 창 교수는 이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가설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같이 부담이큰 시험에서 수험생의 유전적 특징이 시험 성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었다. 다른 흥미롭고 위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사소한 계기가 이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 P73

창 교수는 대만의 4개 중학교에서 BCT를 준비 중인 3학년 학생779명의 혈액을 추출했다. 창 교수는 이러 혈액에서 DNA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렇게 추출한 DNA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학생들의 BCT성적을 분석했다. 이렇게 하면 유전자가 시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 P74

운동 신경과 감정 조절에 깊이 관여하는 도파민은 뇌의 연료라 할수 있다. 인체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그러하듯, 너무 적은 것도 문제가 되고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된다. - P75

콤트 유전자의 세 가지 유형

전사형 콤트 유전자는 시험 등의 이유로 강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경우, 스트레스 때문에 과다하게 분출되는 도파민을 걱정쟁이형보다4배 빠르게 분해한다. - P75

걱정쟁이형 콤트 유전자는 과다 분출된 도파민을 제거하는 데 전사형보다 4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뇌의 도파민 과부하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극도의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서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P76

흥미로운 사실은, 평상시 환경에서는 걱정쟁이형의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우월하다는 점이다. 평소에 걱정쟁이형은 전사형보다 사고능력도 우수하며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걱정쟁이형은 도파민을 천천히 분해하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는 뇌에 충분한 연료가 잘 유지되어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 P76

 창 교수는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단 하나의 시험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착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측정하고 평가하고자 하는 시험에는 어떤 오류가 숨어 있을까. - P78

시험이 학생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가 - P105

시험에 기술이 통용될 여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제 실력과 차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시험 점수가 곧 아이들의 실력이라는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 P106

가장 간편하게 책정된 방법

시험의 핵심은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그 사람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한다. - P108

영어 실력이 필요한 직업에 열 명이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명의 영어 실력을 복합적으로 판단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열 명의 영어 실력을 판단한다는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된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가지고 열 명을 순서대로 줄세워 가장 잘하는 한 명을 뽑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시힘은 이 과정을 편하게 도와준다. - P108

수능은 수험자들이 이전의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알고 있고, 사고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대학의 수가 아주 적고, 대학의 지원자 역시도 적은수라면 수능이라는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시험 대신 그들을 직접 대면하여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쪽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P109

평가와 일관성, 그리고 패턴

이러한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험의 일관성과 타당성이다.
만약 어떤 영어 시험이 문법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여, 문법 문제 배점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어휘력과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문법만 열심히 공부하면 시험에서 좋은점수를 받을 수 있다. - P110

이런 식으로 시험이 시험자의 전체적인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그 시험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시험은 자기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관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 P110

시험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똑같은 문제를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유사한 경향성을 가졌지만 내용은 다른‘ 문제를 내는 것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다. 바로 이것이 시험의 ‘패턴‘이다. - P110

 패턴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사실상 같은 시험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시험으로서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잃게 될것이다.
하지만 패턴은 급변하지 않는다. 패턴이 급변하게 되면 시험이 가지는 일관성과 타당성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11

패턴 파악과 실력은 정비례할까

사실 패턴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시험뿐아니라 일상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패턴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토익강사 유수연 씨는 "해외 직구 사이트를 사용할 때 거기 있는 모든 글을 다 읽고 해석해서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 몰라도 하다보면 저절로 뭐가 뭔지 알게 된다. 이런 것도 일종의 패턴이다"라고 이야기한다 - P112

 문제를 풀 때 다독의 경험이나 이를 통해 얻은 배경 지식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어떤 문제들은 일부러 머릿속의 배경 지식을 활용하면 틀리도록함정을 만들어놓은 문제라고 한다.  - P112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시험이 요구하는 기능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시험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한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므로 실력보다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해 기술을 갈고 닦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 P113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인 손실이다. 수능은 대학 교육을 잘 학습할수 있는 종합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수능 점수만 높고 사고력은 부족하여 대학 교과 과정을 잘 따르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것은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기술‘에 집중한 결과다. - P114

표준화 시험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 - P126

창 교수의 ‘시험 잘 보는 유전자‘ 발표 이후
대만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대만은 2014년부터, BCT를 CAP로 바꿨다
변화의 주된 이유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

"시험의 목적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험은, 과거에 행했던 선별의 목표보다
어떤 식으로든 학생의 학업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P128

표준화 시험은 왜 생겨났을까

(전략). 하지만 현재의 시험 시스템은 다양한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한 실력보다 시험 자체를더 잘 보는 사소한 기술이나 시험의 패턴에 대한 익숙함이 점수에 더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돈이나 유전자 같은 ‘개인의 노력 범위외의 선천적인 변수‘가 시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P130

표준화 시험의 시초는 1900년 대 초반, 미국에 유입된 대규모의 이민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탄생하게 되었다. 유럽 등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미국에 살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더 엄격한 조치와 규정이 필요했고 이런 조치들 중 하나가 바로 표준 검사였다. - P130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시험을 적용하는 것은 많은 편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표준화 시험은 대체로 다지선다형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서술형 주관식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쉽게 표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논란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 P132

표준화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험의 기술과 관련된 문제는 표준화 시험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물론 모든 종류의 시험에는 시험의 기술이 개입될 수 있지만, 표준화시험의 경우에는 시험의 기술이 개입될 여지가 더 크다. 표준화 시험은 인간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 P133

또한 이 시험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파악할 수 없다. 창의성은 표준화 시험이 판별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대한 가치다. - P133

(중략)

표준화 시험의 비판자인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의 말이다. 그는 시험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문제는 ‘우리가 활용하는 시험이 어떤 시험인가가 중요하다. 실제 삶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량은 분석적이고 기초적인 지식 외에도, 창의성, 상식, 지혜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은 그러한 것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 P134

또한 표준화 시험은 개별성을 무시한다. 인간의 역량은 단순하게 평가내릴 수 없다. (중략). 하지만 표준화 시험은 시험을 본 모든 학생들을 몇 가지 임의적이거나 획일적인 틀 안에 가두어 평가한다. - P136

더 나은 시험을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

지식은 현재에도 중요하지만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지식을 탐험할 수 있게 하려면 아이들 스스로가가능한 일을 수행하고 입증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시험으로 그들을줄 세우는 것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 P137

 현재 대만의 고등학교들은 BCT의 시험 점수를 등수별로 줄 세우기 위한 목적이 아닌 참고기준으로만 사용하며, 중학교 내신 성적과 교외 활동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창 교수의 ‘시험 잘 보는유전자 연구‘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 P138

지금 당장 표준화 시험을 완전히 폐기할 수는 없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시험은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화 시험 독점 체계는 극복되어야 할 문제다.  - P139

Part 4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춥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1년

우리는 대한민국 고3입니다

대학 입시, 하나만을 바라보며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들.
앞으로 준비해야 할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보상을 가져다줄지 긴장되기만 하다.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 P214

긴장되고 치열한 생존의 1년

한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인 열아홉. 하지만 고3에게는 공부외에 다른 활동은 사치로 다가온다. 몇 년 동안 봉사활동을 빠지지않고 해왔던 새미는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봉사활동뿐만 아니다. 건강달리기 대회, 소풍이나 체육대회 등 당연히 여겨왔던 활동도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 P217

여름방학은 마지막 승부처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대한민국 고3은 학원과 독서실로 향한다. - P218

그래, 우린 최선을 다 했다

정성스럽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학생부를 토대로 소신껏 가고 싶은대학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아이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한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동건이. 하지만 동진이는 지원한두 대학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 동건이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 보인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다. - P219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열심히 달려온 것일까요?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 P223

수능, 혹독한 레이스

봄 학기를 지내고 나면, 여름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6월 모의평가를보게 된다. 모의평가 성적표와 함께 시작하는 여름방학은 수능의 마지막 승부처가 된다. 모자란 부분을 집중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학원가가 붐빈다. 지방 학생들의 경우, 서울이나 지역의 거점 도시 학원가에 상경해서 아예 그쪽에 집을 구해서 수능 준비를 시작하기도 한다. - P224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 이 시험의 경쟁 대상이다. 취미 활동을 하기는커녕 친구와 잠깐 편한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다. 절대 시간 자체가 모자라게 느껴진다. - P225

또한 수능만이 입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수시 입학 제도 초기 30퍼센트도 되지 않던 수시 비중은 이제 70퍼센트 정도가 되었다. 수능 한 번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생활 전반이중요해졌다. 비록 수능이 1년 앞으로 남은 고3이지만 내신을 소홀히할 수 없고, 수능과 내신 모두를 공부하면서 수시모집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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