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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872년 4월 초에 열린 조지 메리트 살인 사건 공판 때 가서야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의 병 상태가 분명히 드러났다. 킹스턴아시지즈에 있는 법원²의 재판장 앞에 선 20명의 증인 가운데 세 명이 이 서글픈 대위에 대해 아는 바를 털어놓자 법정은 깜짝 놀랐다.

2) 당시 이곳랑 런던이 아닌 서리 관할의 재판정이었다. - P32

윌리엄슨 형사는 마이너가 그런 주장을 몇 차례나 했다고 진술했다. 크리스마스 직전, 마이너는 미국 뉴헤이번의 경찰 국장을 설득해서 런던 경시청에 편지를 보내게 했다. 마이너가 느끼는 두려움에대한 내용이었다.  - P33

오늘날 같았으면 이런 마이너의 행동은 도움을 구하는 전형적인 절규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윌리엄슨 형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다만 일지에 마이너가 ‘돌았음‘이분명하다고 적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증인이 나섰다. 그는 미국인 마이너가 홀스몽거 레인교도소 감방에서 구류를 살 때 지켜본 바를 밝혔다. - P33

. 그는 정신병원인 ‘베들레헴 병원‘에 고용되어 일했다. 그곳은 어찌나 무시무시한 곳이었든지 병원 이름 자체가 우리에게 오늘날의 bedlam (미친 짓, 발광)‘이라는 어휘를 떠오르게 한다. - P34

경찰 조사 기록에는 범죄 동기를 상상해서 적은 내용과 함께 마이너가 명백히 비정상적이라는 대목이 나와 있다. 매일 밤, 마이너는심문하는 경관들에게 자기가 잠든 사이 모르는 사람들이 방에 왔다고 했다. 그들은 대개 하류 계층 사람들이거나 아일랜드인이었다.
사내들은 자기를 괴롭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 P34

법정은 침묵 속에서 그의 진술을 들었다. 집주인인 피셔 부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열쇠가 없으면 아무도 밤에 집에 들어올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그날 밤 식구 모두 곤히 잠들지 않았다고 했다. 침입자가 있었을 리 없다고 했다. - P35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간단하지만 슬픈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교육받은 문화인이었고 외국인이며 애국자였다.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차례에 걸쳐 재판정에 서는 다른범법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법은 피고가 처한 상황과 정황에 관계없이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했다. - P36

재판장은 배심원단에게 이번 사건에는 유죄보다는범죄의 책임을 판단하는 맥노튼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죄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인지라 지금까지 들었듯이 망상에 사로잡혀서 조지 메리트를 살해했다면, 배심원단은 영국 법률 사상 특별히 관대한 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평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심원단은 정신 이상을 근거로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에게 무죄를 선언하고, 그에 대한 사후 처리는 재판장에게 맡겨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대로 결론을 내렸다. - P36

그러나 재판장은 그에게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오늘날도 이따금 선고되는 판결로, 굉장히 무서운 내용을 함축하는 내용인데도 말로 들을 때는 그럴 듯하게 들리는 문장이었다.
「귀하는 여왕 폐하께서 호의를 베풀어주실 때까지 안전한 보호 아래 구금될 것입니다. 닥터 마이너.」재판장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했다. 이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전혀 예기치 못한 앞날을 암시하는 판결이었다. 오늘날까지도 그 효과는 영국 언어학계에 반향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P37

닥터 윌리엄 C. 마이너, 의사, 미국 군인, 유서 깊고 명망 높은 뉴잉글랜드 가문 출신의 오만한 그는 이후 공식적으로 브로드무어 742번 환자가 되어 영국에 억류당했다. 즉 정신병자로 영원히 구금 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다. - P37

2. 소떼에게 라틴어를 가르친 사람

비석 만한 크기의 책 열두 권으로 된 사전을 만드는 데 70년도 넘는 세월이 걸렸다. 이 사전이 나중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되는 사전의 초판이었다. 영웅적이고 충성스런 헌신이 빚어낸 이 학문상의 걸작은 1928년 『새 영어 사전 New English Dictionary』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지만, 1933년 처음으로 증보판이 발간되었고 그것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되었다


1) 여기서 언급되는 『새 영어 사전』은 후일 『옥스퍼드 영어 사전』으로 이름이 바뀌어 정착되므로 이후에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으로 표기하겠다. - P40

영어가 대단히 방대하고 복잡한 언어인 것처럼 옥스퍼드 영어 사전 또한 대단히 방대하고 복잡한 책이다. 이 사전에 수록된 어휘는50만 개가 넘는다. 2천만 개의 문자가 나와 있으며, 최소한 초판본에 실린 인쇄 글자 수만 해도 쭉 펴놓으면 대단한 거리다.  - P40

대부분의 사전과는 달리,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영어 출판물이나 영어로 쓴 문서에서 인용을 발췌해 어휘의 뜻을 정의하는 방식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즉 인용문을 도입해서 각 어휘마다 어떤 의미로 어떻게 쓰이는지 그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 P41

출판된 인용문을 골라서 수집함으로써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각 어휘의 성격을 대단히 정확하고 폭넓게 보여줄 수 있다. 인용문은 그 어휘가 수세기 동안 어떻게 쓰였는지, 세세한 의미나 철자, 발음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 P41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날 옥스퍼드영어 사전은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고 판매가가 가장 비싼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비싸기는 해도 가격을 훨씬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인쇄되고 있으며 여전히 잘 팔린다. 따라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어느 도서관에서든 기본 장서로서 첫 손가락에 꼽히며, 참고 자료로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책이다. - P42

. 일부에선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문체가 구식이고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너무 거만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bloody (빌어먹을)‘ 같은 평범한 욕설을 다루면서도 사전 편집자들이 얼마나 신경질날 정도로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냐고 반문한다. - P42

하지만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발췌와 철자법의 선택면에서 유별난 데가 많다는 점은 그들도 인정한다. 최근 규모는 작지만 나날이발전해가는 학문 관련 산업 부문에 몸담고 있는 현대의 학자들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발견되는 남녀 성차별주의, 인종 차별주의 및야단스럽고 케케묵은 제국주의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다. - P44

앞으로 읽게 될 이 이야기에는 두 명의 protagonist(주인공)‘가 나온다. 둘 중 한 사람은 마이너라는 미국 출신의 살해범인 군인이고, 그 외에 주인공이 한 사람 더 있다. - P44

하나의 이야기에 프로타고니스트가 둘, 혹은 셋이나 열이라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옥스퍼드영어 사전 편찬 당시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라는 단어의 사용을 둘러싸고 사전 편찬의 논쟁이 떠들석하게 벌어졌다.  - P45

protagonist라는 단어는 이야기나 대회, 경쟁 등에서 ‘최고의 인물‘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휘이다. 다른 익숙한 단어들처럼, 1928년에 발행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초판에 이 단어에 대한 정의가 충분히 그리고 적절하게 내려져 있다. - P45

protagonist를 예를 들어 보면 처음에 나온 3개의 인용구는protagonist란 어휘가 어떻게 문자 그대로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은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지 보여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3개의 인용구는 protagonist란 어휘가 약간 다른 의미로 ‘어느 대회에서 앞서나가는 인물‘을 뜻하는 경우를 보여준다. - P45

첫번째 의미인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은 사람‘의 의미로 쓰인 글가운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진이 찾아낸 가장 오래된 인용구는1671년 존 드라이든¹의 글이다. 인용구는 이렇다.
"타락한 자들 ・・・ 나의 프로타고니스트들 혹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만든 책임은 모두 내게 있나니."

1) 1631-1700 영국의 시인 극작가, 비평가 - P46

프로타고니스트의 인용구는 다른 것들과 달리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 인용구에서 드라이든은 새로 만든 어휘의 의미를 문장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어휘가 쓰인 시기와 그 의미를 단 한 명의영국 작가가 밝혀주었으니, 사전 편집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었다. - P46

이 단어가 새로운 인용문을 덧붙이고 다시 나타난 것은 1933년 개정판이었다. 이 사전의 원본이 출판된 이후 수십 년 사이에 축적된새 단어와 새로운 의미로 쓰인 예문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으므로 개정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즈음 ‘프로타고니스트‘의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었다. 즉 ‘어떤 게임이나 운동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었다. 1908년에 발간된 잡지 『더 컴플리트론 테니스 플레이어 The Complete Laun Tennis Player』에서 위의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문장이 나타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영어 관련 저서라 할수 있는 헨리 파울러의 『현대 영어 용법 Modern English Usage』이 1926년 처음 발간되었는데, 이 책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인용된 드라이든의 용법과는 반대로 ‘프로타고니스트‘란 어휘가 오직 단수로만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48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프로타고니스트‘가 필요에 따라 단수 혹은 복수로 쓰일 수 있는 어휘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새 인용구를 예시한다. 즉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조지 버나드 쇼는 1950년 "배우들은
‘프로타고니스트들‘이 대화하는 동안 자기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되어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고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쓰고 있다. - P48

이 책의 주인공 이야기를 하다가 좀 다른 쪽으로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의 프로타고니스트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이미 앞에서 밝혔듯이, 닥터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로 정신병에 걸린 미국인 살인범이다. 또 한 사람의 프로타고니스트는 우연히도 평생 마이너와 이리저리 얽히게 되었으나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산 제임스 오거스터스 헨리 머리다. 두 남자의 일생은 오랜 세월에 걸쳐 표현하기 힘들 만치 묘하게 얽히게 된다. - P49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연구 생활로 되돌아갔다. 지식 추구의 방향을 새로이 해서 매일 통근길에 힌두스타니어(Hindustani)³와 아케메네스 왕조⁴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고,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런던 경찰이 된 사람들의 사투리를 듣고 스코틀랜드의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또 캠버웰 조합교회에서 ‘인체와 그 구조‘에 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3) 힌디어에 아라비아어 페르시아어기 혼입된 말로 인도의 공용어.
4) B.C. 550~331년경 고대 오리엔트의 거의 전역을 지배한 이란인 왕조 - P54

매기가 세상을 뜨고 1년 후 머리는 다른 젊은 여성과 약혼했고,
다시 1년 후 결혼했다. 그가 매기 스코트를 사랑하고 존중한 것은사실이지만, 두 번째 부인 에이더 루스번을 무척 사랑하고 존중한것 또한 사실이었다. - P55

만약 두 사람의 우정이 없었다면, 머리의 언어학에 대한 관심은아마추어로 열심히 노력하는 정도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도움을 준 친구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알렉산더 엘리스였고, 또 한 친구는 옹고집에다가 불손하기로 악명 높은 음성학자 헨리 스위트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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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것을 읽어도 좋아하게 될 일은 요원해보인다.








(2) 심미적 사고와 상상력의 세련

그렇다면, 심미적 사고의 특징은 무엇인가? 심미적 사고는 형상으로 이루어진 언어 예술 작품에서 깊은 미적 감정을 느낌으로써 이루어진다. 형상은 개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실감나는 감각의 이미지를 의미한다.¹⁴ - P53

또한 심미적 사고는 칸트(Kant, ID)가 말한 일종의 무목적적 목적성에 따른 반성적 사고이다. 곧, 기존 개념의 틀을 참조하여 이루어지는 판단이 아니라 주관적 관조에 의한 미감과 직관, 정동의 형식적인 통일로 이루어지는 사고이다.¹⁵ 기존의 지식과 이념을 단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작품 속에 들어가 자신의 과거 기억과 경험, 정서 등을 떠올리며 작품과 대화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구성하는 일련의 반성적 활동을 수행한다.

15) Crawford, D. W., 김문환 역, 『칸트 미학 이론』, 서광사, 1995, 제4~5장. - P53

 그렇지 않고 작품을 대상화하여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심미적 사고가 이루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작품과 관계를 맺고,¹⁶ 응답적(responsibility)으로 의미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심미적 사고는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다. 곧, 독자는 문학 독서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식을 바꾸기도 하고, 존재론적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 독특한 힘은 바로 이 심미적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새로운 길을 찾은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6) 김대행 외 『문학교육원론」에서는 문학적 사고의 특징으로 지적한 ‘전이적 사고‘가 바로 이에해당한다. 김대행 외, 앞의 책, 2000, 제2부 1~3장.
Harvard University Press, 1963, p.58. - P54

▪ 상상력의 유형

우한용 외, 『문학교육론」에서는 상상력은 그 작용에 따라 인식적 상상력을 조응적 상상력, 초월적 상상력으로 나누었다. 인식적 상상력은 세계를 형상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능력을,
조응적 상상력은 문학을 통한 세계 비판과 관련된 구성 능력을,
초월적 상상력은 세계에 대한 비전을 마련해 마련하는 가능한 모델 창조의 능력을 의미한다. - P54

비이러한 심미적 사고는 상상력을 세련시킨다. 상상력은 일차적으로 대상의 현존 없이도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상력을 통하여 독자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마음 속의 비전 혹은 모델을 구축‘¹⁷하게 된다. 그것은 현실의 경험을 대안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한다는 인식론적 의미를 지닌다. 물론 상상력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또 일상생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17) Frye, N., Developing Imagin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1965, p.58. - P54

(3) 삶의 총체적 이해와 전인적 인간 성장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함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가능케 한다. 총체성은 ‘사물들이 갖는 질적인 관계‘를 설명하는 철학개념으로, 본질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규정들의 총합을 가리킨다. 리얼리즘미학론에 의할 때, 문학에서 다루는 사회 역사적 총체성은 개개의 인간들과 사회 역사적 상황들을 전체적인 연관 아래 예술적으로 결합하는 것을뜻한다. - P55

루카치(Lukacs, G)에 따르면, 문학은 삶의 일면만을 비추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단편에 대해 결정적인 의미를 객관적으로 지니는 여러 규정들, 즉 전체적 삶의 과정 속에서의 그것의 존재와 운동, 그것의 특질과 위치 등을 결정하는 여러 규정들을¹⁸ 자체 내적인 연관 관계를 통해 그려낸다.

18) Lucas, G., 이주영 · 임홍배 · 반성완 역, 『(게오르그 루카치) 미학』, 미술문화, 2000. - P55

한편 문학은 인간 존재의 총체성 회복을 꿈꾸며, 또 재건하고자 한다. 문학은 다양하고도 통합된 인간을 탐구한다. 곧, 근대의 파편화된 삶과 제한된사회적 역할 속에 구속된 부분적인 인간이 아니라 가능성을 지닌 전체로서의 인간이다.  - P56

또한 문학 작품은 허구 세계 내에서 경험을 유기적 총체성으로 다룬다.¹⁹ 1작품은 ‘의도적으로 가다듬어진‘ 구조이기에 독자(학습자)들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²⁰

19) 구인환 외, 앞의 책, 2012.
20) Dewey, J., 이재언 역, 「경험으로서의 예술』, 책세상, 2003.

이러한 총체성은 독자들의 일상적 삶에 질서와 원리를 부여한다. 이제 독자는 주어진 일상의 삶에만 기계적으로 충실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총체적 이상으로 현실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이상으로 기억과 희망을 연결하고, 자신의 에너지와 현실 환경 조건을 관련지어 총체적 이상을 실현하는 삶이 그것이다.²¹ 이를 통해 독자는 개별적 고립감에서 나아가 세계와 하나가 되어 있음의 총체적 세계 인식을 경험할 수 있다. - P57

공감(sympathy)
공감은 상대방의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문학과 예술은타자에 대한 공감적 이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중요한 매체이다.
공감에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그 사람이 될 수 있는상상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바,
소설의 예를 들면 작가와 작중인물, 서술자와 작중 인물, 인물과 인물, 독자와 인물의 다층적인 공감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 P58

3. 문학교육의 목표

(1) 문학 능력의 향상

교육 목표는 관찰 가능한 학습자의 변화를 드러낼 수 있는 표지이다. 문학교육의 목적이 일종의 포괄적인 상위의 목표라고 한다면, 문학교육의 목표는그 목적을 교육적 실천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실행 목표 개념에 가깝다. 문학교육 목적론이 ‘A를 길러서 / 함양하여서 B를 추구한다‘라고 할 때,
‘A‘에 해당되는 내용이 바로 문학교육 목표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목표는교육 내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목표와 내용이 뚜렷한 경계로 나누어지지않기도 한다.³²

32) 김창원, 「문학교육과정 설계의 절차와 원리」, 『국어교육』 77, 한국어교육학회, 1992, 345~347면. - P62

원래 능력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후천적으로 배워서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분된다. 문학 능력은 양자를 모두 포함한다.  - P62

 구조주의자 컬러(Culler, J.)가, "교양 있는 독자가 지닌 내면화된 문학적관습에 관한 지식"³⁴이라고 하여 언어 능력에서 유추한 ‘문학 능력‘을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일련의 학습 과정을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문학교육은 바로, 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문학 능력을 교육적 절차를 통해 정교화, 확장, 발전시키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34) Culler, J., Structural Poetics: Structuralism, Liguistics and the study of Literature, London:Routledge & Kegan Paul, 1975. - P63

교육과정에서 문학 능력을 문학교육 목표로 제시한 것은 7차 교육과정이다. 이에 따르면, 문학 능력이란, ‘학습자가 문학 현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문학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하고, 그 하위 요소로 ‘문학적 소통 능력‘, ‘문학적 사고력‘, ‘문학 지식‘, ‘문학 경험과 문학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진술은 문학 능력을 문학교육의 상위, 하위 목표의 중심에 두되, 단순 병렬적 구조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된 구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 P64

(2) 문학 능력의 요소와 구조

그렇다면, 문학 능력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론가에 따라 다양한 입론이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인 능력 교육과 마찬가지로 지식, 수행, 태도의 요소로 분리해 볼 수 있다. 지식이란 ‘~에 대하여 아는 것‘으로, 정보, 명제, 지식, 사상과 같이 지적 자신감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문학에 대한 지식은 문학의 수행과 태도를 형성하는 필요조건이다. - P64

가치 및 태도는 동기, 태도, 판단, 의지와 같은 정의적 요소이거나 가치관,
사고방식, 사회 풍조 등의 의식 구조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긍정적 태도와 관심, 가치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능력 중에서도 가장 심층적인 요소에 자리 잡는다.⁴⁰ 그리하여 구체적인 활동으로 당장 드러나지는않지만 문학 수행과 지식 등의 표층적인 능력의 활성화에 적극적인 영향을미친다는 점에서 실행을 중시하는 역량 계발론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⁴¹

40) 박인기, 「국어교육 내용으로서의 ‘태도‘」, 『한국초등국어교육』 50,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2012, 391면.
41) 윤정일 외, 「인간 능력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고찰」, 「역량기반교육』, 교육과학사, 2010. - P65


문학 능력이 다층적 구조라고 할 때, 그 구조는 표층적 요소와 심층적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문학 능력의 표층적 요소는 경험과 기능적 숙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학에 대한 지식 관련 능력, 수행 능력이 이에 속한다. 반면, 심층적 요소는 가치, 태도 등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서서히 변화하지만 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러한 표층, 심층의 능력 요소는 고정된 것은 아닐 터이다.  - P66

제8장
교재론

문학교실을 구성하는 세 인자는 교사, 교재, 학습자이다. 교사나 학습자의 경우는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그 주체가 서로 뒤바뀌기도 하지만 교재는 주체의 변화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내용을 담고 있는 매개물로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나 학생들에게 문학 교재는 문학 수업의 주된 잣대가 되는 실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구성된 문학 교재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가치 있는 문학 작품이 실렸는지, 제제나 학습활동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구성되었는지, 지금 이곳의 사회적, 문화적 요구를 잘 수용하고 있는지 등의 각종 주문들이 그러한 비판의 예들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문학 교재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문학 교재를 바라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이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장은 정전의 문제, 문학 교재의 개발과 재구성의 문제,
문화 교재의 경계와 확장, 그리고 활용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미래의 문학적 주체가 될 여러분이 구상하는 새로운 문학 교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 장을 공부해 보기로 하자. - P255

1. 문학 교재란 무엇인가

교재는 ‘교수·학습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표상적이고 물리적인 실체‘(Gall, M. D.)로 정의된다. 이는 교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지적한 것으로 교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물체의 형상을 입어야 하며, 그 물체가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그 물체는 자체가 가지는 어떠한 특성이 교육의 내용으로 표상되어 있거나 표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¹ - P256

. 문학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작가의 생애나 시대와 관련된 여러 자료, 비평문이나 해설서 등도 문학 교수·학습 과정에 동원된다면 여기에 해당된다. 텍스트로서의 문학 교재는 문학 교수·학습 과정에 사용되는 언어적 실체로서의 문학텍스트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 P256

학교에서 사용되는 문학 교재에는 문학교과서와 그에 준(準)하는 독본류 문학 교재들이 있을 수 있다. 문학 교과가 국어교과에서 분리되지 못하였을 때는 국어교재가 문학 교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현존하는 문학 작품의 수나 양을 고려할 때 문학 교재가 그것을 제대로 수용해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여러 종류의 문학교과서는 물론이고 그 보완재격인 다양한 문학독본류 교재를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 P257

교과서와 독본

교과서는 각 교과가 지닌 지식경험의 체계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선정. 조직한 교재의 가장 정형화된 형태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목표 및 내용을 상세화하여 그것을 교수·학습의 절차와 방법에 따라 체계화한 것이다. 반면 독본(本)은 모범이 될 만한 읽기의 자료를 모아놓은 책이라할 수 있다. 문학독본, 문장독본,
농민독본, 여자독본 등이 그 예들이다. - P257

 ‘무엇‘은 정전(正, canon)의 문제이고 ‘어떻게‘는 교수·학습방법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편의상 구분해서 다루기도 하지만 교재 내에서 서로 유기적 관계 아래 결합되어야만 한다. - P257

2. 정전의 문제와 문학 교재
(1) 정전, 교육 정전, 정전화

정전(正典, canon)은 측정의 도구로 사용된 ‘갈대나 ‘장대‘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kanon‘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 후 ‘kanon‘은 ‘규칙‘ 혹은 ‘법‘이라는의미를 갖게 되었다. 문학비평가들에게 중요한 그 말의 의미는 서기 4세기에처음 나타났는데, 그때 정전은 텍스트나 작가의 목록, 특히 성서와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의 책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P258

일반적으로 정전이란 위대하다고 간주되는 작품들의 총합으로, ‘고전(古典,
classics)‘이라는 명백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를 대체하는 것으로 본다. 때에 따라 정전과 실라버스(syllabus)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때 실라버스는 특정한 제도적 맥락에서 학습용 텍스트를 선별한 것을 말한다.⁵

5) 정채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역락, 2004, 97면 - P258

정전화는 독자나 학습자들이 읽을 만한 모범이 되는 고전적인 작품,
즉 정전이 선택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전화는 문학선집을 기획하는문학비평가나 교재를 편찬하는 문학교육학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전집, 또는 한 작가의 대표작 선집이나 특정 시기의대표문학전집 등을 기획할 때 주로 기획자나 편찬자의 문학관 또는 당대의문화권이 가진 지배적인 이념에 따라 정전이 선택되기 마련이다. 문학 교재에 수록되는 학습용 텍스트들도 마찬가지이다. - P259

(2) 정전에 대한 도전과 해체


첫째는 정전옹호론자들의 시각인데, 정전 자체가 갖는 속성과 힘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정전 텍스트 자체가 다른 텍스트보다 우위에 있는, 존경받을 만한 가치와 속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정전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 P260

둘째는 정전 비판론자들의 시각으로, 정전의 형성이 권력 투쟁, 또는 지배계급의 사회통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지배 계급의 가치와 이념이 정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전적인 텍스트 자체가 우수한 속성이나 존경받을 만한 가치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권 내의 정치적인 이유 내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정전 선택에 개입하여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 P260

정전은 지배 계급 사이에서 생산, 교환, 분배, 소비되는 문화자본으로, 독자들의 직접적인 반응보다도더 복잡한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전은 출판, 구입, 보존, 인용, 낭송, 번역, 공연, 인유, 모방되는 갖가지 가치 평가 행위들을 통해재생산되고 전수되는 텍스트들이라는 것이다.  - P261

문학 교재에서 한 번 정전의 지위를 차지한 작품은 쉽사리 정전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는다. 여러 세대를 걸쳐 재생산되고 재독되고, 다시 가르쳐지는 제도적 맥락 속에서 정전은 더욱 완강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 P261

대안 정전(alternative canon)

새로 등장하는 정전은 기존 정전과 서로 경쟁하면서 자리를 확보한다. 대안 정전은 ‘기존 정전을 보완하거나 대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대안으로서의 정전‘을 말한다. - P262

‘대안 정전‘의 등장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정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정전의 해체와 탈신비화는가속화된다. 기존 정전에 대한 이러한 탈신비화 작업은 기존 정전을 해체시키거나 정전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정전 열어놓기⁸의 관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전 열어놓기‘는 정전에 대한 자유주의 비판의 일종이다.

8) Lentricchia, F., & McLaughlin, T., 1996, 306. - P262

교재는 고정불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것에 담긴 교육내용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 교재에 수록되지 않았던 문학 텍스트들이 한동안 기존 정전과 정전의 지위를 다투다가 새로운 대안 정전으로 채택되기도 하는 것이다. - P262

(3) 정전 구성의 양상과 문학 교재

국어교재가 신식 출판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계몽기 이후라할 수 있다. 근대계몽기 이후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등 격동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국어교재는 다양한 변천과 명멸의 과정을 겪었다. 우리 국어교욱은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군정청 학무국에서 발간한 『초등국어교본』, 『중등국어교본』 이후 지금까지 국어교재는 변천을 거듭하였다. - P263

정전 구성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큰 사회·문화적 변동이나 교육과정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록 문학 텍스트만을 중심에 놓고 볼 때 7차 교육과정 이후 만들어진 문학교과서는 이전 문학교과서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것은기존 정전의 권위에 대항하거나 새로운 정전의 추가로 완강한 정전 구성의벽을 깨뜨리려는 시도와 관계 있다고 하겠다. - P264

 그런데 일제강점기 소위 카프 작가들의 작품은 이들 문학교과서에 거의 선택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1930년대 후기 시인인 백석이나 이용악의 경우는 별개로 하더라도 정지용이나 박태원, 이태준 등은 1930년대 초, 중반 오히려 카프와 그 작품 경향을 달리 하던 인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P264

이들은 해방 직후의 행적 때문에 문학사적 평가와는 별도로 1950년대 이후 국어교재 또는 독본류 문학 교재에서 배제되었다. 그렇지만 7차 문학교과서로 넘어오면서 그들의 작품은 문학교과서의 주된 정전으로 자리 잡는다.¹⁰ 그들의 복원은 30년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그들과 그들 작품이 가진 위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0) 문학 텍스트의 선택, 배제, 검열, 복권의 과정에 대해서는 박용찬, 국어교재에 넘나든 현대시텍스트의 경계와 검열」, 「국어교육연구」 54, 국어교육학회, 2014, 53-75면 참고 - P265

이들이 모두 정전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기존 정전에대항하면서 정전의 탈신비화 내지 해체를 주도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전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는 기존의 정전 텍스트만으로는 수용자인 독자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과 관계 깊다.
컴퓨터 통신의 발달로 다른 어느 시기보다 글쓰기가 자유로워진 지금, 고전적인 정전만으로는 독자들의 욕구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 P266

 영문학에서 이러한 정전 구성에 대한 의문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엘리어트와 파운드의 70년도 넘은 시가 마치 우리와 동시대의 작품인 것처럼 여전히 문학연구에서널리 교수되고 있는 사실"¹²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우리 문학교육 현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홍길동전』, 『춘향전』류의 고전문학 작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전히 김소월, 한용운, 김영랑, 이상, 서정주, 이육사, 윤동주, 이광수, 현진건, 염상섭, 김유정, 채만식 등의 작품 중심으로 구성되는 문학교과서의 정전화 양상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12) Easthope, A., 임상훈 역, 『문학에서 문화연구』, 현대미학사, 1994, 208면. - P266

제9장
평가론

문학교육평가의 현실과 이념 간의 부조화 현상은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학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이다. 제도적 이론적 차원 모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있는데, 단기간에 문제점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교육 평가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제는 바람직한 문학교육의 실현에 필수적이므로 이를위해 제도적 개선과 이론적 탐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문학교육 평가의 이상적 관점, 문학교육 평가 방법, 문학교육 평가결과의 보고와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차례로 학습한다. 이 장을 통해 문학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을 점검하여 문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길잡이가되어 주는 문학교육 평가론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자. - P285

평가 관련 기본 개념 1
•검사 : 측정을 위한 도구
•척도 : 측정을 위한 일정한 단위
•측정: 사물의 크기, 인간의 능력 등을 수치화하는 행위
•평가: 측정 결과에 가치 부여를 하는 행위
•총평: 다양한 검사 도구를 활용하여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행위 - P286

1. 문학교육 평가의 이해

(1) 문학교육 평가의 탐구사

문학교육 평가에 관한 원론적 성찰은 문학교육 평가가 왜 필요한가, 문학교육 평가의 이념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탐구를 주제로 한다. 이러한 탐구를 통해 ‘문학교육 평가론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학교육 평가의 본질에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평가 생태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평가 이론을개발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부각하였다. - P286

특히 문학 능력의 의미 규정에 관한 논의로부터 문학 능력에대한 평가 방향 탐구, 고전 문학교육에서의 문학 능력의 특수성, 문학 능력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는 정의적 특성에 대한 평가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² 이러한 탐구를 통해 문학 능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평가 범주와 요소는 어떻게 상세화해야 하며 문학 능력 중 정의적 특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가 발전되어 왔다.

2) 김상욱, 『소설교육의 방법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6, 김성룡, 「고전 비평과 문학능력」,
『문학교육학」 제28호, 한국문학교육학회, 2009; 김정우, 「문학 능력 평가의 방향- 학습과 평가의 연계를 중심으로」, 『문학교육학』 제28호, 한국문학교육학회, 2009, 김창원, 「문학교육 평가른의 자기 성찰」, 『국어교육학연구 제47집, 국어교육학회, 2013. - P287

문학 교육과정 및 문학수업 평가론⁴은 문학교육의 목표와 내용 체계 등에관한 메타적 평가, 문학수업의 이상적 모형이나 문학교사의 전문성 등에 관한 연구를 뜻한다. 이들 연구들은 학생을 평가 대상으로 하지 않고 문학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육과정이나 문학교육의 실천가로서의 교사의 전문성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 구별된다. 종래의 문학교육 평가는학생 평가가 주를 이루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 P288

(2) 문학교육 평가의 관점


첫째, ‘문학교육 평가의 관건은 참신하고 타당한 문항 제작‘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문학교육 평가 연구를 문항 제작 기술의 차원에 한정하여 문학교육 평가의 학문적 성숙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288

둘째, 문학교육 평가는 학생의 성취 여부를 분류하는 데 한정되지 않는 평가, 문학교육에 관한 학생의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케 할 수 있는 평가, 인성 발달에 기여할 수 있는 평가를 지향하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⁵ - P289

셋째, 문학 행위 자체에 내포된 평가적 속성과 조응하는 문학교육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 문학 행위 그 자체에는 평가적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 P289

평가 관련 기본 개념 2
•목표 지향 : 상대평가와 대비되는 절대평가로서의 문학교육 평가를 지칭
•비형식적 평가: 특정한 시간에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형식적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평가.
•능력 평가: 제한된 시간 내에얼마나 많은 문항을 해결할 수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속도평가와 달리, 피험자의 실제적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하에서 실시되는 평가
•환원론적 평가 : 평가 결과와교수·학습 간의 유기적 송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평가체제 - P289

(3) 문학교육 평가 이념의 제도화

문학교육 평가 주체가 이상적 관점에 입각하여 평가를 시행하고자 할지라도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여기, 지금의 문학교육 평가 체제를 지양할 수 있는 이상적 체제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⁶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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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함양하기

에우다이모니아의 증진에서 덕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생각하면,
삶을 좀더 유덕하게, 그리하여 좀더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품성의 덕 중 그어떠한 것도 우리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¹² 대신에 우리는습관을 통해 덕을 획득하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올바른 행위를 함으로써 올바르게 되고, 자제력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제력이 생기며, 용감한 행동을 함으로써 용감해진다."¹³ - P79

 도둑질하지 말라에서 호머가 지역 케이블 TV 회사의서비스를 훔쳐보는 것에 대해 리사가 항의하자, 마지는 "누굴 사랑할때는 그 사람이 결국에 가서는 옳은 일을 하리라고 믿어야 해"라는 충고와 함께 레모네이드를 건네며 리사를 격려한다. - P80

마지의 영향력은 바트의 비교적 느리고 흐리멍덩한 도덕적 발달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일례로 바트가 폭행죄로 기소된 프레디 큄비의재판에서 증언하고 학교에 무단결석한 벌을 받느냐의 문제를 놓고 갈등할 때, 마지는 바트에게 "네 머릿속의 목소리를 듣지 말고 네 마음에 귀를 기울이렴" 하고 충고핮다(<바트의 선택>).¹⁴ - P80

신명론에 반대하는 마지

스프링필드에서 네드 플랜더스는 종교가 윤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한 가지 방식을 예로 보여준다.¹⁵ 네드는 철학자들이 일컫는 신명론자로 보인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도덕이란 하나님이 내린 신명의 단순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란 단순히 "하나님이 명하신 것"이고 "도덕적으로 그릇된 것"이란 단순히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¹⁶ 그래서 네드는 자신이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러브조이 목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하나님에게 직접 기도한다. - P81

. 러브조이 목사는 "아, 그놈의 게임 그냥 하세요, 네드"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산으로 간 호머>). 또 네드는 새로 위탁 자녀가 된 바트, 리사,
매기에게 세례를 주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자기 집 지하실에서 기차 모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 러브조이 목사에게 비상 전화를 걸기도 한다(<심슨 가족의 위기>).¹⁷ - P82

마지가 하나님을 믿는 건 확실하다. <바트 심슨 혜성>과 <리사와 천사화석>에서 마지는 스프링필드의 임박한 파괴를 막아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호머가 교회를 저버렸을 때는 "내 남자와 내 하나님 중 하나를 택하게 만들지 마, 왜냐면 당신은 여기서 이길 수 없으니까"라고 경고한다(<호머와 하나님>). 심지어는 <결혼의 위기>와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에서 두 번이나 러브조이 목사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도움을 청하기까지 한다. - P82

많은 도덕철학자는 (심지어 종교적 도덕철학자들도) 신명론에 대한 마지의 의구심을 공유한다.¹⁸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아테네의 아카데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은 이 전통에 특히 큰 영향력을 끼쳤다. - P84

도덕철학은 신의 명령이 어떤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 만들어준다는 견해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어떤 자질이 그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따라서 (아마도) 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행동으로 만들어주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 P84

결론: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하면 돼"
마지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의 본보기일까? 그렇지는 않다. 《심슨가족》의 다른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마지도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항상 호머나 바트의 개그를 받쳐줄 뭔가를 행하거나 말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때로는 그것이 캐릭터와 완전히 어긋나기도 한다.  - P84

오늘날의 많고 많은 사람처럼, 마지도 기독교가 가미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로 묘사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 P85

4. 마지와 훌륭한 인간의 기준

12 NE 1103a19.
13 NE1103b1-2.
14 하지만 바트에게는 애석하게도, 일이 항상 그렇게 명확한 건 아니다. 실제로 바트의 도둑질에서 바트의 양심은 ‘해골폭풍Bonestorm‘ 비디오게임을훔치라고 그를 꼬드긴다. - P413

15 플랜더스의 도덕철학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이 책의 14장을 보라. 윤리학의 종교론에는 신명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성 토머스 아퀴나스의자연법론도 종교적 도덕철학이지만 이는 신명론과는 매우 다르다. - P413

16 신명론에 대한 이 같은 소개는 레이스의 『도덕 철학의 기초 4장 2절「신명론」의 설명을 따랐다. - P413

17 또 네드는 러브조이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자기 아내를 탐내는것이 걱정되는데 더 정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쑤시개를 삼켰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도덕과 무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14

안녕하신가, 이웃사촌:
네드 플랜더스와 이웃 사랑
데이비드 베시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마태오의 복음서」 19:19)"는 기독교 윤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의미와 그것이 요구하는 바는많은 훌륭한 도덕 원칙이 그렇듯이-모호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의 본을 보여주는 네드 플랜더스의 모든 행동 중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예는 <심슨 가족의 위기>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 P293

그러니 내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 의무가 있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결과가 (영원한 고통을 포함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나는 타인들의 영원한 고통을 막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의무에는 그들에게 세례를 주는 일도 포함된다. 하지만 네드는, 자기 보호하에 있는 아이들과 관련되었을 때만 빼면 그러려고 들지 않는다. - P294

철학과 허구의 인물
우선 이것이 괴상한 과제임을 인정해야겠다. 허구의 인물의 (그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신앙에 대해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9294

사회, 정신이상, 다른 사람으로 오인함, 피해자를 겨누어 장전된 총의 방아쇠를 당김, 총알, 몸에 난 구멍, 뇌의 산소 부족, 그리고 물론 어디에나 임하는 설명인 하나님의 뜻.
이 중에서 무엇이 정말로 행동을 설명하고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인지도 불분명하다. 어쨌든 이상의 답변들은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그리고 심지어 신학적!) 설명임에 유의하자. 여기서 우리의 주제는 무엇이 행동을 정당화하는가이다.  - P296

생명을 구할 책임
우리는 <심슨 가족의 위기>에서 네드 플랜더스가 보여준 행동들에 관심이 있다. 어떤 행동일까? - P296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는 이것이다. 세례 없이는 영생을 얻을수 없다고 믿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네드는, 어째서 세례받지 않은 이들에게 사랑의 행동으로서 세례를 주려고 항상노력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의 세속적 생명을 구하기 위해 행동해야-혹은 적어도 구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 P297

 확실히 이는 플랜더스 부부가 심슨네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려고 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질문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중심 원칙으로부터 논지를 유도하여, 이 주장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여기서의 의무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 유의하자. - P298

더 중대한 문제는,
세례가 영생의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좋음의 가능성이 수단의 비도덕성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상대에게 세례를 주어 그의 구원을 촉진하려 노력하는 일을 과연 어떤 조건하에서 도덕적으로 삼갈 수 있을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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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나만의 공간

뉴캐슬 지역에 거주하는 레슬리 맥기네스Lesley McGuiness는 30대에 요절한 남편을 기리며 생전에 그가 가장 아낀 축구팀의 셔츠 모양과 색상을 본떠 묘석을 제작했다. 이 묘석은 가업을 이어받아 조셉 리치먼드 앤드 선Joseph Richmondand Son 사에서 근무하던 사이먼 리처드Simon Richard가 제작한 것으로, 화강암 재질에 뉴캐슬 유나이티드Newcastle United 팀을 대표하는 검은색과 흰색이 칠해졌다. - P179

이처럼 날이 갈수록 남들과 차별되는 독특한 묘석을 찾는 이들이 늘고있다. 오늘날 조셉 리치먼드 앤드 선 사에서 제작하는 묘석 중에 고인의이름만 새겨 넣는 단순한 형태의 묘석은 전체 물량의 20%에 불과하다. - P179

오늘날 아크라 근교의 떼시 Teshi 지방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관을 직접 제작해보는 워크숍이 성행하는데, 자동차와 배, 새, 물고기를 비롯하여 고인이 특별히 여기던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그 모양을 본떠 만들어볼 수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와 코카콜라 병 모양으로 제작한 관도 볼 수 있다. - P180

반면에 최상위 부유층이나 권력 계층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먼 옛날부터 고인을 으리으리한 무덤이나 영묘에 안치했고, 규모나 외관 면에서 압도적인 기념비를 세움으로써 아끼던 이를 기리고자 했다. - P180

(전략) 그러나 역사가들이 진시황의 장례가 치러진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항우 장군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와, 황릉에 매장된 보물을 약탈해가 버렸다고 추정하므로 보물의 존재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황제와 함께 매장된 대상이 금은보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당시 법령에 따라 왕자를 낳지 못한 황제의 부인들은 모조리 생매장되어야 했고, 공사나 내부 장식에 참여한 인부를 비롯한 모든 건설관계자도 처형되었다. 이처럼 황릉 주변에는 순장된 이들의 묘 터도 많이발견된다. - P182

투탕카멘도 울고 갈 제 무덤입니다

왕위에 오르지 못한 범인이라면 토병 7천 명이 호위하는 영묘를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최근 재력가 사이에서는 화려한 무덤을 마련하는 추세가 부활하는 듯하다. 2004년 뉴욕 주 버펄로에 위치한 포리스트론 공동묘지 측은 "미국 최고의 건축가가 잠든 곳에 동참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이 광고는 다름 아니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블루스카이 영묘 내 납골당알 선전하는 것이다. - P182

블루스카이 영묘는 2004년 완공되었다. 본래는 다윈 D. 마틴Darwin D.
Martin이라는 한 기업가가 1925년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나 1929년 주식 시장 붕괴와 더불어 재산을 탕진하자 곧 발을 뺐다. - P183

경제적으로 더 여유 있고 사후의 안식에 더 비중을 두는 이들이라면,
아예 개인 영묘를 사두는 방법도 있다. 콜드스프링 사는 2005년 한 해에만 개인 영묘 2,000여 곳을 판매했다. 이는 연간 평균 판매 실적이 65군데에 불과했던 1980년대와 비교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 붐 세대의 사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영묘 판매 수치도 덩달아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 P184

그런가 하면 영국의 실업가 니콜라스 반 후그스트라텐 Nicholas vanHoogstraten은 레머런드보다 한층 야심만만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 인물로 회자된다. 그는 20여 년에 걸쳐 6,500 달러를 투자하여 이스트서식스 주어크필드Uckfield 근방에 웅장한 대저택을 세웠는데, 이곳은 한 세기 동안 영국에서 건립된 사유 저택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호화로운 장소로 알려졌다 - P185

19세기와 달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이상 매주 일요일을 할애해 묘지를 찾지 않는다. - P188

 2006년도에 발표된 한 신문 기사에는 지방 의회에서 파견한 건물 점검반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지붕에서초목을 발견한 사연과 저택의 벽면을 등고선 지도처럼 만들어버린 습기문제가 거론되고 있다.⁷⁶ 해밀턴 궁이 이토록 급속히 붕괴된다면 반 후그스트라텐은 과연 본래 의도한 대로 5,000년 동안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있을까? - P188

최후의 만찬: 족내 식인

와리 족은 1956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수렵민으로 공동생활을 했으며 인척끼리 서로 잡아먹는 풍습, 즉 인류학자들이 ‘족내 식인‘으로 칭하는 관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와리족 외에도 남아메리카의 여러 부족이 내 식인을 행해왔으나 내 식인문화에 대한 와리 족의 유별난 개방성과 자부심은 이들을 타 부족과 차별화했다. - P187

 인류학자 제임스 W. 다우James W. Dow의 견해에 따르면, 내 식인 풍습은 ‘망자에 대한 추모는 물론 고인의 영혼과 남은 후세의 결합을상징하는 동시에 육신과 영혼을 확실히 구분 짓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 P187

한편, 와리 족은 절대로 육친 외의 시신은 먹지 않았다. 즉 내 식인풍습의 범위는 인척 사이로 한정되었고,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 사항으로 간주되었다. 혹여나 인척의 시신 섭취를 거부하는것은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리 족의 풍습은 종종꽤 불쾌한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P188

오늘날에는 와리 족도 인척이나 적의 시신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
1962년까지 고무와 약용 식물을 찾아 이 지역으로 흘러든 외부 세력과와리 족이 접촉하면서 인플루엔자와 백일해, 유행성 이하선염, 홍역,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이 유입되어 와리 족 전체 인구의 60%가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약 2천 명가량의 부족민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애초에 선교사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각종 약품을 비롯한 물자를 미끼로 와리 족을 유혹해 이들이 부족 고유의 전통을 버리고 매장 풍습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다.  - P188

한편, 내 식인 풍습으로 특정한 폐단이 유발되기도 한다. 1976년도 노벨상 생리 의학 부문 수상자인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Daniel Carleton Gajdusek박사가 발표한 바로는 영양 섭취 및 특유의 상징성 재현을 위해 내 식인을 행해온 뉴기니 포레Fore 족은 쿠루Kuru 병, 즉 포레 족 언어로 ‘떨림병"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 P189

그렇다면 식인 풍습이 있는 타 부족은 무사한 가운데 유독 포레 족만이 쿠루병에 잠식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분적으로는 단순한 불운의 작용으로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플랜더즈와 스완Flanders and Swan‘의 곡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건 나쁜 일Eating People is Wrong>에 포함된 노랫말처럼 ‘그가잡아먹은 사람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즉 부족민 중 일부 부주의한 사람이 도살된 고깃점과 접촉하면서 스크래피(양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의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는 곧 크로이츠펠트야코프 병으로 발전한다. - P189

2006년, 44세의 독일인 컴퓨터기사였던 아민 마이베스Armin Meiwes는 베른트 유르겐 브란데 Bernd Jurgen Brande라는 사람을 잡아먹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일반적인 식인 사례로 쉽게 분류될 수 없었다. 피해자인 브란데가 애초에 살해 대상이 될 것을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2001년 마이베스는 ‘처절하게 살해된 후 잡아먹히고 싶은 사람‘을 모집한다는 인터넷 광고를 올렸고, 브란데가 해당 광고를 보고 응하면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 P190

브란데가 발견될 당시, 마이베스는 《스타트렉》 문고본을 읽으며 빈둥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12월경 경찰 조사팀은 마이베스의 냉장고 냉동칸에서 브란데의 시신 일부를 찾아냈는데, 토막난 사체는 여러 묶음으로 나뉘어 봉해진데다 유효 기간까지 표시된 채 피자 상자 아래쪽에 숨겨져 있었다. 마이베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희생자의 절단된 발을 접시에 올려 그 위에 소수를 붓고는 포크를 꽂아서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 P190

76 2006년 4월 4일 판 《데일리 텔레그래프》

4장
뿖불이 흩어진 자취들

유해의 각 부위와 그 활용

1832년 벤담이 사망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스미스는 고인이 생전에 밝힌뜻에 따라 동료 24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 웹 스트리트 해부 학교WebbStreet School of Anatomy에서 그의 시신을 해부했다. 벤담의 머리는 미라로 만들어졌고, 유골은 솜을 채워 천으로 둘러싼 다음 밀랍 머리 모형을 얹어 런던 유니버시티 대학에 전시되었다. 벤담은 생전에 소위 ‘오토 아이콘auto-icon‘이 되고자 희망했으며, 모형을 바짝 말려 보존하면 대리석 동상보다 훨씬 실제적이고 고무적으로 자신을 기릴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 P77

그들이 남긴 것

망자의 사체는 오래전부터 생명과 건강을 부여하는 소재의 근간이 되어왔다.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독특한 방식이 기술된 구약성서 열왕기하13장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오래된 사례를 제시한다. 어느 날 한 남성의 시신이 선지자 엘리사isha가 잠들어 있는 안치소에 매장되었다. 엘리사는 이미 일 년 전에 사망했는데, 생전에 죽은 아이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갖다 대어 아이를 소생시킨 적이 있었다. 이는 분명히 초기 형태의 인공호흡을 시도한 것으로 추측된다. - P78

유물relic이라는 단어는 ‘그만두다‘ 혹은 ‘남기다‘를 뜻하는 라틴어relinquere에서 기원한다. 유명 성인을 비롯한 여러 성자 성녀의 유해(치아나 손가락뼈처럼 작고 대수롭지 않은 유물도 포함)는 수세기 동안 가톨릭교회에서 숭배되었다.  - P79

노일레Novaille 수도원에 있는 성 유니아노St. Junianus의 유물은 한 여성의 상피병(사상충이나 그 밖에 세균 감염으로 피부와 피부밑 조직에 림프가 정체하며 결합 조직이 증식하여 환부가 부풀어오르고 딱딱해져 코끼리의 피부처럼 되는 병으로, 다리 · 음낭 · 여자의 바깥 생식 기관에서 많이 볼 수 있다)을 낫게 한 바 있으며, 기타 열병의 치유에도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르모Palermo에 있는 성 로살리아stRosalia의 유골은 전염병 퇴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지질학자 윌리엄 버클랜드William Buckland가 이 유골은 사실 염소의 해골임을입증한 후에도 그 신비한 힘에 대한 믿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³⁸

유물 숭배는 교구민의 물질적 풍요만큼이나 교회의 경제적 풍요와도 연관되었다. 참배객들은 관례에 따라 돌아가는 길에 얼마간의 돈을 교회에 기부했으므로 성인의 유물이 안치된 교회는 꾸준한 수입원을 확보할수 있었다. - P80

성 니콜라스는 그가 행한 수많은 기적으로도 유명한데, 한 가지 극적인 사례로 잔인하게 학살된 후 소금물에 절여진 어린 아이 세 명을 되살려낸 일화를 꼽을 수 있다.  - P80

성 니콜라스의 유골이 이장된 이탈리아 동부 해안 도시 바리Bari는 널리알려진 성 니콜라스의 유명세 덕을 톡톡히 보았다. 1087년 성 니콜라스의 유골을 훔친 선원들은 바리의 한 예배당에 유골을 다시 묻었는데, 이곳에는 오늘날까지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 P81

앓는 부위에 만나를 갖다 대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추종자들로 하여금 성 니콜라스의 성스러움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는 만나의 습기 때문에 성 니콜라스의 유골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다. - P81

주임 사제들의 수호성인 성 요한 비안네St. John Vianney의 놀라울 정도로 보존이 잘 된 심장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자 수천명에 달하는 숭배자들이 이것을 보려고 뉴욕과 보스턴을 방문했다. 이보다 몇 개월 앞선 2006년 3월에는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사망한 발렌시아 출신 순교자 233명의 유물 2천여 점이 30개국 이상에 산재하는 교회와 신앙 공동체, 각 가정에 보급되어 예배에 활용되었다. 가톨릭 보도기관에 따르면 이처럼 널리 보급된 유물 대부분은 순교자들의 작은 뼛조각이라고 한다.³⁹ - P82

 일례로 2007년 6월 루르드의 성베르나데트St. bernadette of Lourdes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300달러로 경매에오른 것을 비롯해 소위 ‘희귀하고도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유물‘이 들어 있는 순은 로켓(사진이나 머리카락, 부적 등을 넣어 금이나 은으로 만든 작은 상자로, 펜던트처럼 목에 걸 수 있음)이 온라인 경매에 올라왔다. - P82

기증품의 출처
19세기 당시 런던 빈민들은 사후 해부학자와 조우하는 것을 꽤 두려워했다. 그런가 하면, 21세기에도 예외 없이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수 있다. 주로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체가 해부되거나 짭짤한 수익원으로 매매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P83

"주치의와 장의사가 같을 수는 없다"는 오랜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속담을 수정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장기와 기타 신체 부위가 이식 수술 및 의학연구용으로 전락하는 꼴을 보고싶지 않다면 절대로 장의사가 생의학 조직 공급 업체를 운영하도록 방치하지 말라는 것이다. - P83

2000년 2월과 2001년 3월, 마이클은 자신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던 시신 최소 300여 구의 뼈와 인체 여러 부위를 그러모아 대형육류용 냉동고 6대에 저장해두고,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생명공학회사를 통해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은 약 4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 P84

 2006년 3월에는 치과 전문의와 방부 처리 전문가를 비롯한 4명이 쿠크를 포함한 시신 1,077구의 피부와 뼈, 심장 판막 및 기타조직을 적출해서 시술에 이용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장례식장에 안치된 시신들은 흔히 냉동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는데, 장례식장에 소속된 ‘절단사들이 가장 값나가는 인체 부위를 약탈해갔다. 앞서 쿠크의 경우에도그러했듯이, 절단사들은 유족의 눈을 속이기 위해 사망자의 뼈대를 PVC관으로 대체하고 생의학 업체 측에는 날조된 동의서와 혈액 검사 결과를 제공했다. - P84

상처 치료에 활용되는 피부는 제곱피트(약0.09제곱미터)당 최대 1,000달러의 값어치가 있었고, 심장 판막은 최대7,000달러에 거래되었다. 반면에 뇌는 600달러 정도로 저렴한 선에서 매매되었다. - P84

 전신은 15만 달러까지 호가하므로, 적어도 암시장에서라면 많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더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는 셈이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의 1만 6,800여 가정이 가족의 유해 일부가 불법 갈취되었다고 주장하며 여러 법률 회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⁴¹ - P85

반면 조직은행은 굳이 FDA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므로 엄격한 검사와시험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로 의학연구 업체나 교육 기관에 소속된 바이어가 동의서를 확인하거나 조직이나 특정 인체 부위의 출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법령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불법 갈취한 사체라할지라도 비교적 손쉽게 거래될 수 있는 것이다. - P85

출처가 불분명한 장기 이식에 따르는 위험은 여러 비극적 일화를 통해 강조된다. 브라이언 리킨스Brian Lykins는 미네소타 출신의 23세 학생으로 2001년 당시 선택적 무릎 관절 수술 도중 사체에서 조달된 연골 조직을 이식받았다. 연골 조직 자체는 불법적 경로로 확보된 것이 아니었으나 기증자의 시신이 냉동되지 않은 상태로 19시간가량 방치되었고, 연골 조직역시 적절한 세척과 소독을 거치지 않은 탓에 리킨스는 이식 수술을 한지 4일 후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 P86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자극을 받은 미네소타 주 공화당 하원의원 존 클라인John Kline은 ‘브라이언 리킨스 인체 조직 이식 관련 안전 법안‘을 주창했다.  - P86

불법 조달된 인체 부위에 대해서는 훨씬 끔찍한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2006년 8월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St. Louis Post-Dispatch 지기사에 보도된 바로는 중국에서는 간과 심장 등 핵심 장기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식 수술용으로 거래되며, 간과 심장의 매매가는 각각 13만 달러와 16만 달러에 달했다. 기자 데보라 L. 셸턴 Deborah L. Shelton은 중국의 장기기증자들이 다름 아닌 파룬궁 영성 운동을 지지한 혐의로 처형된 죄수들이었음을 보도했다.  - P87

19세기 제임스 매카트니 James Macartney 교수가 《더블린 신문》을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당시 해부학자의 수술대로 가차 없이 보내져 해부용으로전락한 더블린 빈민층의 희생이 있었기에 중상류층의 건강과 안위가 유지되었다면, 21세기는 파렴치한 장의사들과 중국의 무자비한 처형 집행자들이 장기 이식이 필요한 일부 환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 P88

관능적 입굴의 실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소와 돼지에서 추출한 동물성 콜라겐을 이용하여 수술용 봉합사(상처나 짼 부위를 꿰매는 실)를 제작해왔다. 그러던 중 1976년 스탠퍼드 대학의 생화학자들과 의사들이 정제된 동물성 콜라겐으로 손실된 조직을 대체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그 후 성형외과 의사들은 여드름 흉터 충전이나 주름 완화, 입술 확대 등 미용 시술에 콜라겐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 P88

연인의 입술에 죽은 이의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 불쾌해질 수도 있겠으나 이식 재료가 자발적으로 기증된 것임은 물론 의학적으로 안전한 물질이라는 사실은 안도감을 준다. 한편, 모든 콜라겐 시술이 의학적 안전성과 기증자의 동의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P89

송장 약제

 로버트 제임스Robert James는 1747년 자신의 저서 「범용 약전Pharmacopoeia Universalis」에서 인체는 수많은 약제의 원료가 된다고 밝혔다.
17, 18세기 약제사의 서랍장에는 인체에서 생산되거나 분비되는 사실상 모든 물질이 보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산물이 약제로 활용되었다. - P90

미라의 다리 사이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원전 155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의학서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 기록된 바로는 인간의 뇌를 잘라내어 안과 질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파피루스에는 또한 모유를 대신 사용해도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철학자 켈수스Celsus는 저서 「의학에 관하여 De Medicina」를 통해 죽은 검투사의 피를 마시면 간질병이 치유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P91

 1785년에 전기 작가 제임스 보즈웰JamesBoeswell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범죄자의 땀에 젖은 손‘을 자기 몸에 문질러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기록했다. 잉글랜드 동부 소택지에서는 죽은 이의 손을 피임제로 간주하여 여성이 최근 사망한 사람의 손을 2분 동안 잡고 있으면 2년간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었다. - P91

17세기 후반에는 뉴잉글랜드 출신의 목사 에드워드 테일러 Edward Taylor가 ‘신선하고 따뜻한 사람의 피를 마시면 간질이 치유된다고 주장했고, 영국의 다른 여러 의사들도 18세기 중반까지 ‘갓 뽑은 사람의 따끈한 피 한 모금씩‘을 처방하기도 했다. 17세기 파리에서는 류머티즘 환자들이 의사 대신 교수형 집행인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교수형 집행인이라는 직업에 부여된 특전이 있다면 바로 시신에서 체지방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ㅡ - P92

38 (The Life and Corresondence of William Buckland) (London: John Murray, 1894).pp. 94-6, EO

39 2001년 7월 1일 (선데이 미러(Sunday Mirror)), ‘성인 발자취 찾기 투어, 인기몰이(Saint‘s Relics Tour ReachesFever Pitch)‘. 앤드루 부시
2006년 10월 8일 판 <뉴욕 타임스>, ‘성인의 심장 앞에서 힘과 은총의 기도, 마니 페르난데스,
2006년 3월 13일 판 (가톨릭 뉴스 에이전시(Catholic News Agency)). ‘Relics of Spanish Civil War Martyres Sentto Over Thirty Countries‘

41 2006년 4월 27일 판 (USA 투데이(USA Today)>, ‘유족을 두 번 울리는 불법 사체 거래(Illegal Trade in BodiesShkes Loved Ones)‘, 스테판 아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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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큄비는 단지 위선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쟁이에사기꾼이며, 의지가 약하고, 편견이 심하고, 성차별적이고, 잘 속아 넘어가고, 야비하고, 비록 약간의 정치적 감각을 갖추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멍청하다. 그의 위선을 이러한 다른 도덕적·성격적·지적 결함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 P263

정치에서 위선은 필요악이므로 정치인인 큄비 시장을 너무 비난하는 건 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는 냉소적인 시각이다.  - P263

사이드쇼밥 옆에 붙여놓으면 그나마 나은 시장 후보이지만, 그의 위선은 사이드쇼 못지않게 지독하다.
정치적 위선은 취임 선서나 좀더 협소하게는) 당의 노선에서 표명하는 내용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 P263

번스 사장도 복잡한 사례다. 그는 흔히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부도덕을 드러낸다. 이윤 동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많은 결과자체는 잘못도 아니고 크게 칭찬할 일도 아니지만, 위선적인 홍보는그렇지 않다. 특히 번스는 전혀 환경주의자가 아님에도 자신을 환경주의자로 여러 번이나-포장함으로써, 이러한 위선적 홍보의 예를 그허약한 육체만큼이나 강인한 의지로 보여준다. 물론 이는 훌륭한 홍보이지만 여기서 번스의 위선은 너무나 명백하다. - P264

‘꼬마 리사의 특허 동물 슬러리‘의 예는 더없이 훌륭한 사례로 비칠수 있지만, 여기서의 번스는 자신이 내세운 대외적 겉치레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른 에피소드에서 그가 보여주는 계산된 홍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P265

문학적 관점에서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종류의 위선은 종교적 위선일 것이다. 그 가장 유명한 예인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는 한 부유한 가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단히 경건한 종교인 행세를 한다. 그는 가난의 가치를 내세워 그들의 집에서 공짜로 숙식하며 결국 가족의 모든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교묘히 갈취한다. - P265

 그렇다고 러브조이가 (이해가 가는 염세적태도와 다소 체념적인 신앙에도 불구하고) 위선자임을 가리키는 모종의 암시들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 P265

지금까지 스프링필드와 기타 사례들을 통해 위선의 중요한 특징들을 많이 예시했다. 위선적인 사람은 자신이 옹호하는 원칙에 고의로위배되는 행동을 한다. 혹은 번스 사장이 잘하는 것처럼, 자기가 명백히 행한 일을 축소하거나 은밀히 행한 일을 은폐할 목적으로 과거의행동이나 장래에 계획한 행동에 고의로 위배되는 원칙을 주장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비일관성이다. 흥미롭게도,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심슨 가족 중 누구도 그렇게 위선자는 아니다. - P267

위검 서장의 예

많은 철학자가 위선을 이해하는 방식은 일상의 개념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있다. 이는 이해할 만하고 심지어 자연스러운 착오라도 어찌됐건 착오임에는 분명하며, 위검 서장의 유머러스한 사례들은 그 이유를보여준다.
여기서의 착오는 위선의 본질이 기만적 deceptive 성격을 띠며, 일종의 가식이나 눈속임만으로도 위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² - P267

나는 많은 위선자가 이 설명에 부합하며 위선의 목적이 기만이나 변명일 때가 많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 설명이 위선의 본질을 포착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가 뭔지를 의식적으로알지 못할 때도 있고, 우리 자신이 겉으로 내세우는 가치를 망각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 P268

현대적 개념의 위선자는 거짓 전달할 내면의 가치를 품고 있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위선이 본질적으로 기만이라는 관념은 시대착오이자,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 말뜻으로의 퇴행이다. 현재의 언어 용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상식에서 불필요하게 벗어나는 일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문학적으로 두드러진 특정 사례들이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위선의 옛 말뜻을 외견상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69

위선의 요점이 기만에 있다면, 무익한 위선은 기만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일상적인 개념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떨어지고 남을 기만하려는 목적이 작용하지 않는 사례가 필요하다. «심슨》 가족은 위검 서장의 뚱뚱한 모습을 통해 그 이상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위검 서장의 행동은 그가 스프링필드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내세우는 원칙을 위반한다. - P270

 경찰들이 한 벌씩 챙긴 청바지를 입으며 지퍼를 올리고 서장이 "보기 좋은데 제군들!"이라고 고전적인 클로징 멘트를 날릴 때 그의 자가당착은 중인환시리에 훤히 펼쳐진다. 여기에 기만은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굳이 기만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위검은 별로 그럴 생각도 없다.
위검의 벌거벗은 위선을 보면, 그의 악덕은 좀더 지능적인 사례들과는 달리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개념과 훨씬 더 잘 맞아떨어짐을 알수 있다. - P273

스프링필드의 위선이 그토록 웃기는 건 그 위선이 (좀더 지적인 사례들과는 달리) 무익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이걸 동시대 문화에 대한정교한 탐구로 인정하지만, 실은 독한 약에 더 가깝다. 웃느라 바빠서그 쓴맛을 거의 느낄 수는 없지만. - P273

쉿!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혁은 한 노예의 탈출을 교사하는데, 그의 행동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는 이것이 비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믿는다. 좀더 대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신들러는 자신을 나치로 여기면서도 속임수와 기타 술책을 동원하여 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다. 핀과 신들러의 사례처럼 위선이 가치 있는 도덕적 목표를 위해 필요한 수단일 때 그 위선은 칭찬할만하다. - P274

바트가 "분필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반성문을 칠판에 반복해서 적는 장면은(<내 아들이 천재라고>) 공감은 못하더라도 용납할 만한 위선의 예로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건 벌이고, 분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기 위해 분필을 낭비하는일에는 명백한 모순이 존재한다.  - P274

호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여기서 건드리지 않은 먹음직스러운철학적 이슈가 많이 있다. 그래도 몇 가지 간단한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자신이 옹호하는 이상에 못 미친다면 위선자가 되는가? - P276

. 위선은 항상 나쁜가?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거나, 도덕적 행동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면 그러하다. 진실성integrity은 위선의 반대인가? - P278

(전략),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위선자로서 진실성을 띠는 일도 가능하다.⁴ 그렇다면 다시금 위선은 무엇인가? 형식적 악덕, 의도적 행동과 암묵적 혹은 명시적으로 신봉하는 가치 사이의 의도된 혹은 의도치 않은 불일치. 음...... 먹음직스럽군.⁵ - P276

12. 스프링필드의 위선

2 이 주제에 의한 변주는 다음의 문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Gilbert Ryle,
The Concept of Mind (London: Hutchinson, 1949), p. 173, Jonathan Robinson,
Duty and Hypocrisy in Hegel‘s Phenomenology of Mind (Toronto: University ofToronto Press, 1977), p. 116, Béla Szabados, "Hypocrisy," Canadian Journalof Philosophy 9 (1979), p. 197, Eva Kittay, "On Hypocrisy," Metaphilosophy13 (1982), p. 278, Judith Shklar, Ordinary Vices (1984), p. 47(1012디스 슈클라 지음, 사공일 옮김, 『일상의 악덕』, 나남출판, 2011), Jay Newman,
Fanatics and Hypocrites (Buffalo: Prometheus Books, 1986), p. 109, ChristineMcKinnon, "Hypocrisy, With a Note on Integrity," American PhilosophicalQuarterly 28 (1991), p. 321, Ruth Grant, Hypocrisy and Integrity (Chicago: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7), p. 67, Béla Szabados and Eldon Soifer,
"Hypocrisy After Aristotle," Dialogue 37 (1998), p. 563. 이상은 완정한 목록이 아니라 대표적인 글 몇 개만 추린 것이다. - P427

4 진실성이 항상 선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하라,
Robert A. Epperson, "Seinfeld and the Moral Life," in William Irwin, ed.,
Seinfeld and Philosophy. A Book about Everything and Nothing (La Salle: Open Court, 2000), pp. 165-166. - P427


5 초고를 읽고 논평해준 론다 마텐스와 편집자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 활발한 토론을 나누고 바 이탈리아‘에 잠입해준 칼 매시선과 애덤 멀러에게 뒤늦게나마 감사를 표한다. - P428

4. 마지와 훌륭한 인간의 기준
제럴드 J. 어리언, 조지프 A. 제커디

 바트는 자기가 옳고 그름의 차이를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악마와 서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거래하는 사이다. 호머는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계획에 줄줄이 뛰어들며, 심지어 주일날 교회를 빠지고 미식축구를 보는 일의 가치를 하느님에게 납득시키려 들기까지 한다. 한편 플랜더스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것부터 패션과 아침식사 시리얼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면하는 모든 딜레마를종교적 권위와 성서에 의지하여 해결한다. - P70

 마지와 플랜더스가 다른 점은,
플랜더스는 그렇게 하는 게 실제로 자기한테 옳은지 여부와 상관없이 종교가 명하는 대로 따른다는 데 있다. 마지도 신앙심이 있지만 그가 품위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 할 만한 일만을 하게끔 이끌어주는 건그의 잘 발달된 양심이며 심지어 그것이 종교적 권위의 지침과 충돌할 때도 있다. - P71

(전략). 따라서, 바니 검블이 술이여 안녕에서 이따금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고 <스프링필드 영화제>에서 예술작품을 만들어냈으며 <우주비행사 호머>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알코올의존증 환자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마지의 전반적 행동 패턴 또한 아리스토텔레스 도덕철학의 특별히 생생한 입뮨서 구실을 할 수 있다.² - P71

덕과 성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이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덕한 성격 특질의 긴 목록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덕을 두 극단 사이의 중용으로서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게다가 그는 유덕한 삶을 정당화하려 시도하며 나아가 자신의 삶을 더 유덕하게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제안을 하기까지 한다. - P72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열거한 많은 덕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용기 2. 절제 3. 통 큼(특히 대규모의 지출과 관련하여) 4.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자부심 5. 온유함 6. 우애 7.
진실성 8. 재치 9. 수치심.⁴ 물론 이것이 목록의 전부는 아니며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자들도 여기에 다른 덕들을 추가했지만, 이것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성품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성격 특질의 종류를 잠정정으로 파악하시에는 부족함이 없다. - P72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열거하면서, 각각의 덕을 지나침과 모자람이라는 두 악덕한 극단 사이의 중간 또는 균형으로 설명했다.⁵ 일례로 유덕한 용기는 호머의 앞뒤 재지 않는 무모함과 그의 악덕한 비겁함사이 어딘가에 있다. 마찬가지로 유덕하게 자제하는 사람은 바니의 방종도, 플랜더스의 육체적 쾌락에 대한 무관심도 아닌 그 둘 사이의 무언가를 지녔다. - P73

절제에 관해 말하자면 마지는 방종하기보다 검소한 경향을 보인다.
툭하면 실직하고 유치장에 갇히고 4차원으로 빠져버리는 남편을 둔아내로서 마지의 경제적 여력은 빠듯한 편이다. 그는 할인 상품이 있을 만한 곳에서만 쇼핑하고, <심슨 가족, 뉴욕에 가다>에서는 "내가 이미 구두 한 켤레를 가지고 있지만 않았어도"라고 살짝 한탄하면서도 불필요한 새 구두에 가족의 현금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 P74

심슨 가족의 널뛰는 가계소득을 감안하면 마지가 가족의 돈을 자선기관에 기부하기를 주저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바트의 우상>에서는 리사가 상속받은 100달러를 공영방송국에 기부하는 것을 ‘낭비‘라며 불허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썼듯이 "가진 재산이 적은 사람은 [남보다] 적게 주어도 더 후할 수 있"으며, 마지는 가족의 불규칙한 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후하다고 볼 수 있다.⁷ - P75

덕 있는 삶을 정당화하기

덕은 좀처럼 달성하기 힘든 자질일 수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찾는 이에게 상당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믿는다. 이는 덕이 성공한 삶의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 P76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머가 삶의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해가며 좇는 일종의 단순한 육체적 만족이 인간 삶의 목표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염두에 둔 것은 좀더 장기적인 행복 내지는 전반적인 번성이다. 테런스 어윈은 ‘잘 행하는doing well‘을 ‘에우다이모니아‘의 좀더 나은 번역어로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종류의 행복을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로 확립하면서, 덕이 바람직한 것은 덕을 지닌 사람의 장기적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P77

 확실히 마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자녀들의 안녕이며, 그것은 실로 마지가 그 자체로서 중시하는가치다. 마지의 말을 빌리면, "내가 중독된 게 있다면 그건 아들딸에 대한 사랑 Love for my Son and Daughters뿐이에요. 그래요, 내게 필요한 건약간의 LSD *뿐이라고요(심슨 가족의 위기)." 따라서 마지는 가족의행복을 통해 자신의 에우다이모니아를 성취한다. 빨래를 하고, 미트로프를 사람 모양으로 빚어서 굽고(리사, 워싱턴에 가다), 집에서 제작한 자동차에 안전벨트를 뜨개질해서 다는 등의 심슨 가족, 뉴욕에 가다) 단순한 살림 과제도 그에게는 달갑잖은 집안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일들은 마지가 그토록 아끼는 가족의 좋음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에게 행복을 준다.¹¹

*LSD는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마이드 Lysergic Acid Diethylamide의 준말로 맥각균에서 합성한 무색 무취의 환각제를 이르기도 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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