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큄비는 단지 위선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쟁이에사기꾼이며, 의지가 약하고, 편견이 심하고, 성차별적이고, 잘 속아 넘어가고, 야비하고, 비록 약간의 정치적 감각을 갖추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멍청하다. 그의 위선을 이러한 다른 도덕적·성격적·지적 결함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 P263

정치에서 위선은 필요악이므로 정치인인 큄비 시장을 너무 비난하는 건 심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는 냉소적인 시각이다.  - P263

사이드쇼밥 옆에 붙여놓으면 그나마 나은 시장 후보이지만, 그의 위선은 사이드쇼 못지않게 지독하다.
정치적 위선은 취임 선서나 좀더 협소하게는) 당의 노선에서 표명하는 내용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 P263

번스 사장도 복잡한 사례다. 그는 흔히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부도덕을 드러낸다. 이윤 동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많은 결과자체는 잘못도 아니고 크게 칭찬할 일도 아니지만, 위선적인 홍보는그렇지 않다. 특히 번스는 전혀 환경주의자가 아님에도 자신을 환경주의자로 여러 번이나-포장함으로써, 이러한 위선적 홍보의 예를 그허약한 육체만큼이나 강인한 의지로 보여준다. 물론 이는 훌륭한 홍보이지만 여기서 번스의 위선은 너무나 명백하다. - P264

‘꼬마 리사의 특허 동물 슬러리‘의 예는 더없이 훌륭한 사례로 비칠수 있지만, 여기서의 번스는 자신이 내세운 대외적 겉치레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른 에피소드에서 그가 보여주는 계산된 홍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P265

문학적 관점에서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종류의 위선은 종교적 위선일 것이다. 그 가장 유명한 예인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는 한 부유한 가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단히 경건한 종교인 행세를 한다. 그는 가난의 가치를 내세워 그들의 집에서 공짜로 숙식하며 결국 가족의 모든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교묘히 갈취한다. - P265

 그렇다고 러브조이가 (이해가 가는 염세적태도와 다소 체념적인 신앙에도 불구하고) 위선자임을 가리키는 모종의 암시들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 P265

지금까지 스프링필드와 기타 사례들을 통해 위선의 중요한 특징들을 많이 예시했다. 위선적인 사람은 자신이 옹호하는 원칙에 고의로위배되는 행동을 한다. 혹은 번스 사장이 잘하는 것처럼, 자기가 명백히 행한 일을 축소하거나 은밀히 행한 일을 은폐할 목적으로 과거의행동이나 장래에 계획한 행동에 고의로 위배되는 원칙을 주장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비일관성이다. 흥미롭게도,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심슨 가족 중 누구도 그렇게 위선자는 아니다. - P267

위검 서장의 예

많은 철학자가 위선을 이해하는 방식은 일상의 개념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있다. 이는 이해할 만하고 심지어 자연스러운 착오라도 어찌됐건 착오임에는 분명하며, 위검 서장의 유머러스한 사례들은 그 이유를보여준다.
여기서의 착오는 위선의 본질이 기만적 deceptive 성격을 띠며, 일종의 가식이나 눈속임만으로도 위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² - P267

나는 많은 위선자가 이 설명에 부합하며 위선의 목적이 기만이나 변명일 때가 많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 설명이 위선의 본질을 포착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가 뭔지를 의식적으로알지 못할 때도 있고, 우리 자신이 겉으로 내세우는 가치를 망각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 P268

현대적 개념의 위선자는 거짓 전달할 내면의 가치를 품고 있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위선이 본질적으로 기만이라는 관념은 시대착오이자,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 말뜻으로의 퇴행이다. 현재의 언어 용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상식에서 불필요하게 벗어나는 일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문학적으로 두드러진 특정 사례들이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위선의 옛 말뜻을 외견상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69

위선의 요점이 기만에 있다면, 무익한 위선은 기만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일상적인 개념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떨어지고 남을 기만하려는 목적이 작용하지 않는 사례가 필요하다. «심슨》 가족은 위검 서장의 뚱뚱한 모습을 통해 그 이상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위검 서장의 행동은 그가 스프링필드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내세우는 원칙을 위반한다. - P270

 경찰들이 한 벌씩 챙긴 청바지를 입으며 지퍼를 올리고 서장이 "보기 좋은데 제군들!"이라고 고전적인 클로징 멘트를 날릴 때 그의 자가당착은 중인환시리에 훤히 펼쳐진다. 여기에 기만은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굳이 기만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위검은 별로 그럴 생각도 없다.
위검의 벌거벗은 위선을 보면, 그의 악덕은 좀더 지능적인 사례들과는 달리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개념과 훨씬 더 잘 맞아떨어짐을 알수 있다. - P273

스프링필드의 위선이 그토록 웃기는 건 그 위선이 (좀더 지적인 사례들과는 달리) 무익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이걸 동시대 문화에 대한정교한 탐구로 인정하지만, 실은 독한 약에 더 가깝다. 웃느라 바빠서그 쓴맛을 거의 느낄 수는 없지만. - P273

쉿!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혁은 한 노예의 탈출을 교사하는데, 그의 행동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는 이것이 비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믿는다. 좀더 대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신들러는 자신을 나치로 여기면서도 속임수와 기타 술책을 동원하여 많은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다. 핀과 신들러의 사례처럼 위선이 가치 있는 도덕적 목표를 위해 필요한 수단일 때 그 위선은 칭찬할만하다. - P274

바트가 "분필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반성문을 칠판에 반복해서 적는 장면은(<내 아들이 천재라고>) 공감은 못하더라도 용납할 만한 위선의 예로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건 벌이고, 분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기 위해 분필을 낭비하는일에는 명백한 모순이 존재한다.  - P274

호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여기서 건드리지 않은 먹음직스러운철학적 이슈가 많이 있다. 그래도 몇 가지 간단한 언급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자신이 옹호하는 이상에 못 미친다면 위선자가 되는가? - P276

. 위선은 항상 나쁜가?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거나, 도덕적 행동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면 그러하다. 진실성integrity은 위선의 반대인가? - P278

(전략),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위선자로서 진실성을 띠는 일도 가능하다.⁴ 그렇다면 다시금 위선은 무엇인가? 형식적 악덕, 의도적 행동과 암묵적 혹은 명시적으로 신봉하는 가치 사이의 의도된 혹은 의도치 않은 불일치. 음...... 먹음직스럽군.⁵ - P276

12. 스프링필드의 위선

2 이 주제에 의한 변주는 다음의 문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Gilbert Ryle,
The Concept of Mind (London: Hutchinson, 1949), p. 173, Jonathan Robinson,
Duty and Hypocrisy in Hegel‘s Phenomenology of Mind (Toronto: University ofToronto Press, 1977), p. 116, Béla Szabados, "Hypocrisy," Canadian Journalof Philosophy 9 (1979), p. 197, Eva Kittay, "On Hypocrisy," Metaphilosophy13 (1982), p. 278, Judith Shklar, Ordinary Vices (1984), p. 47(1012디스 슈클라 지음, 사공일 옮김, 『일상의 악덕』, 나남출판, 2011), Jay Newman,
Fanatics and Hypocrites (Buffalo: Prometheus Books, 1986), p. 109, ChristineMcKinnon, "Hypocrisy, With a Note on Integrity," American PhilosophicalQuarterly 28 (1991), p. 321, Ruth Grant, Hypocrisy and Integrity (Chicago: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7), p. 67, Béla Szabados and Eldon Soifer,
"Hypocrisy After Aristotle," Dialogue 37 (1998), p. 563. 이상은 완정한 목록이 아니라 대표적인 글 몇 개만 추린 것이다. - P427

4 진실성이 항상 선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조하라,
Robert A. Epperson, "Seinfeld and the Moral Life," in William Irwin, ed.,
Seinfeld and Philosophy. A Book about Everything and Nothing (La Salle: Open Court, 2000), pp. 165-166. - P427


5 초고를 읽고 논평해준 론다 마텐스와 편집자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함께 활발한 토론을 나누고 바 이탈리아‘에 잠입해준 칼 매시선과 애덤 멀러에게 뒤늦게나마 감사를 표한다. - P428

4. 마지와 훌륭한 인간의 기준
제럴드 J. 어리언, 조지프 A. 제커디

 바트는 자기가 옳고 그름의 차이를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악마와 서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거래하는 사이다. 호머는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계획에 줄줄이 뛰어들며, 심지어 주일날 교회를 빠지고 미식축구를 보는 일의 가치를 하느님에게 납득시키려 들기까지 한다. 한편 플랜더스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것부터 패션과 아침식사 시리얼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면하는 모든 딜레마를종교적 권위와 성서에 의지하여 해결한다. - P70

 마지와 플랜더스가 다른 점은,
플랜더스는 그렇게 하는 게 실제로 자기한테 옳은지 여부와 상관없이 종교가 명하는 대로 따른다는 데 있다. 마지도 신앙심이 있지만 그가 품위 있고 합리적인 사람이 할 만한 일만을 하게끔 이끌어주는 건그의 잘 발달된 양심이며 심지어 그것이 종교적 권위의 지침과 충돌할 때도 있다. - P71

(전략). 따라서, 바니 검블이 술이여 안녕에서 이따금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고 <스프링필드 영화제>에서 예술작품을 만들어냈으며 <우주비행사 호머>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알코올의존증 환자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마지의 전반적 행동 패턴 또한 아리스토텔레스 도덕철학의 특별히 생생한 입뮨서 구실을 할 수 있다.² - P71

덕과 성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이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덕한 성격 특질의 긴 목록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덕을 두 극단 사이의 중용으로서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게다가 그는 유덕한 삶을 정당화하려 시도하며 나아가 자신의 삶을 더 유덕하게 만드는 데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제안을 하기까지 한다. - P72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열거한 많은 덕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용기 2. 절제 3. 통 큼(특히 대규모의 지출과 관련하여) 4.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자부심 5. 온유함 6. 우애 7.
진실성 8. 재치 9. 수치심.⁴ 물론 이것이 목록의 전부는 아니며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자들도 여기에 다른 덕들을 추가했지만, 이것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성품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성격 특질의 종류를 잠정정으로 파악하시에는 부족함이 없다. - P72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열거하면서, 각각의 덕을 지나침과 모자람이라는 두 악덕한 극단 사이의 중간 또는 균형으로 설명했다.⁵ 일례로 유덕한 용기는 호머의 앞뒤 재지 않는 무모함과 그의 악덕한 비겁함사이 어딘가에 있다. 마찬가지로 유덕하게 자제하는 사람은 바니의 방종도, 플랜더스의 육체적 쾌락에 대한 무관심도 아닌 그 둘 사이의 무언가를 지녔다. - P73

절제에 관해 말하자면 마지는 방종하기보다 검소한 경향을 보인다.
툭하면 실직하고 유치장에 갇히고 4차원으로 빠져버리는 남편을 둔아내로서 마지의 경제적 여력은 빠듯한 편이다. 그는 할인 상품이 있을 만한 곳에서만 쇼핑하고, <심슨 가족, 뉴욕에 가다>에서는 "내가 이미 구두 한 켤레를 가지고 있지만 않았어도"라고 살짝 한탄하면서도 불필요한 새 구두에 가족의 현금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 P74

심슨 가족의 널뛰는 가계소득을 감안하면 마지가 가족의 돈을 자선기관에 기부하기를 주저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바트의 우상>에서는 리사가 상속받은 100달러를 공영방송국에 기부하는 것을 ‘낭비‘라며 불허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썼듯이 "가진 재산이 적은 사람은 [남보다] 적게 주어도 더 후할 수 있"으며, 마지는 가족의 불규칙한 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후하다고 볼 수 있다.⁷ - P75

덕 있는 삶을 정당화하기

덕은 좀처럼 달성하기 힘든 자질일 수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찾는 이에게 상당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믿는다. 이는 덕이 성공한 삶의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 P76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머가 삶의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해가며 좇는 일종의 단순한 육체적 만족이 인간 삶의 목표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염두에 둔 것은 좀더 장기적인 행복 내지는 전반적인 번성이다. 테런스 어윈은 ‘잘 행하는doing well‘을 ‘에우다이모니아‘의 좀더 나은 번역어로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종류의 행복을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로 확립하면서, 덕이 바람직한 것은 덕을 지닌 사람의 장기적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P77

 확실히 마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자녀들의 안녕이며, 그것은 실로 마지가 그 자체로서 중시하는가치다. 마지의 말을 빌리면, "내가 중독된 게 있다면 그건 아들딸에 대한 사랑 Love for my Son and Daughters뿐이에요. 그래요, 내게 필요한 건약간의 LSD *뿐이라고요(심슨 가족의 위기)." 따라서 마지는 가족의행복을 통해 자신의 에우다이모니아를 성취한다. 빨래를 하고, 미트로프를 사람 모양으로 빚어서 굽고(리사, 워싱턴에 가다), 집에서 제작한 자동차에 안전벨트를 뜨개질해서 다는 등의 심슨 가족, 뉴욕에 가다) 단순한 살림 과제도 그에게는 달갑잖은 집안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일들은 마지가 그토록 아끼는 가족의 좋음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에게 행복을 준다.¹¹

*LSD는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마이드 Lysergic Acid Diethylamide의 준말로 맥각균에서 합성한 무색 무취의 환각제를 이르기도 한다.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