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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평점 :
태어나서 이사만 서른 여섯번, '길 위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에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옮겨다니는 중.
처음 버스를 탄건 다섯살때, 서울을 벗어난 건 일곱살.
한글보다 혼자 버스 타는 법을 배웠고 구구단보다 버스노선을 먼저 익혔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에 놀라울뿐이었다. 나는 이사도 두번정도 그것도 동네에서 동네로 한번. 결혼해서 그나마 멀리 온거 한번.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른과 동행하지 않고는 버스를 타본 적이 없는것 같다.
버스노선또한 어른이 되어서나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사를 서른여섯번이나 하고 길 위에서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우리의 취향>은 어느 특정한 장소의 여행산문집이 아니다.
그녀가 최초로 여행을 시작한 다섯살부터 서른까지의 여행이 담겨있다.
그러기에 꼭 세계여행부터 시작된 여행은 아니다. 그녀가 기억하는 장소로의 여행, 그안에 세계의 곳곳도 담겨있다.
그리고 그녀는 남들이 다 하는 여행이 아닌 그녀만의 스타일대로 그러기에 소박한 그러면서 조금은 불편한 여행.
남들은 보지 못한 것들, 남들은 볼 것이 없다는 곳들, 그녀는 그걸 마음에 담았다.
어떤사람들은 '거기서 2주일동안 뭘해?'라는 질문을 할 만큼 볼 것이 없고 갈 곳이 없는데도 그녀는 그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한 도시에는 적어도 2주일 이상은 머무를 정도로 그녀에게는 마음에 넣어둘 곳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라마다 자신의 사람을 만들도록 애쓴다.
물론 친구를 만드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잠시 머물러 가는 여행객이기에 그들또한 마음을 여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튼 나는 그녀의 여행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게 되었다.
여러나라를 여행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라오스, 터키, 중국, 오스트리아, 몰타, 스위스, 이스라엘,
스페인, 포르투칼, 태국. 이렇게 많은 곳을 여행했고 곳곳에 나라마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보통 사람들은 유럽 여행을 많이 좋아할 것이고 더 많이 기억할 것 같지만 그녀는 달랐다.
유럽보다는 오히려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들. 그 곳에 더 정을 붙인것 같았다.
그 안의 사람들 속에서 매력을 찾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불편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독특하지만 어쩌면 이해할 것도 같았다.
물론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것 같다. 그런 나라들을 좋아하고 마음에 담지 못했을 것이다.
편하고 빠른걸 좋아하고 지루하고 기다림이 있는걸 싫어한다. 그렇기에 여유없이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이름, 나이, 하는일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르다. 그들이 누구인지, 하는일이 무엇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랑 잘 통하는지,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은 어떤 것인지, 그녀는 그런 것이 궁금할뿐이다.
상대도 묻지 않기에 그녀도 애써 묻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국적이 아닌 지금 여행 전의 여행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게 자신이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거의 평생을 여행자로만 살아간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녀도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것 같은데 그 사람이야 말고 진정한 여행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지치고 외로운 마음에 여행지에서 잠깐 사랑도 해보고 이별을 하기도 한다.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해가지 않은 부분들을 애써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
너무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보려고 한다.
진짜 여행이란 그런게 아닐까?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그 안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보는 것.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만나는 것. 그것이 비록 반짝일지도 모르지만 진심을 다하는 것.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녀에게는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한국을 그리워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한국에 대한 깊은 향수를 느끼지는 않는다.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지냈기에 한국에서 추억할만한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롭다면 그 외로움을 그대로 느끼는 것. 그것도 여행자가 안고가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고독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꼭 똑같을 필요는 없다. 같은 생각을 가질필요도 없다.
공감하면 좋겠지만 다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것도 괜찮은것 같다.
그녀는 여전히 길 위에서 방황을 하고 여전히 옮겨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많은 장소와 많은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다닐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