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 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들꽃 같은 이야기들
정인경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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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사랑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사랑. 살면서 꼭 필요한 감정.

쑥쓰러워서, 왠지 모르게 낯간지러워서 자주 해보지 못했던 말. 

나는 그 말을 사랑을 하고 난 후 아주 소중한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직접 깨닫게 되어야 하는것 같다.

사랑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남녀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와의 우정같은 사랑도 있고 부모와 자식,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 등

많은 사랑이 주위에 있는 것 같다. 그 종류를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주변의 사랑이야기이다.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사랑.

 

 

육교에서 늙은 거지가 나타났다. 그것은 3년쯤 되었다. 

육교의 북쪽에는 부유한 많은 사람들과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그리고 남쪽에는  대학병원 영안실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이 육교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왔다갔다 한다. 

북쪽에 있던 사람들이 남쪽으로 건너갈때는 거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쪽에 있던 사람들이 북쪽으로 넘어갈때는 거지에게 관심을 가지고 돈을 주었다.

남쪽의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보고 왔을때 그 거지가 보이는 것이다.

가난하고 늙고 병들지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때는 공손히 동전보다는 지폐를 그 자리에 두고 가는 것이다.

영리하고 똑똑한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추운겨울날도 더운 여름날도 왠만한 폭설과 장마가 아니라면 그는 나와 구걸을 했다.

추운날에는 따뜻한 옷자락하나 제대로 걸치고 나오지 못한 그 거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는 그냥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든 늙은 거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낮은 자리에서 외롭고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힘든 순간도 이겨내려고 애쓰고 견디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울에 꿈을 꾸웠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 할아버지가 나타나 웃는 얼굴로 변산반도에서 쉬어갈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잠이 깼다. 

수위할아버지는 친절하고 책임감이 넘친다. 그래서 그 도를 넘어서 사람들은 간섭으로 여기기도 한다.

나도 되도록 선을 넘어서지 않는 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그가 꿈에 나타난것이다. 

잠에서 깨었을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관리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꿈에서 나온 그 경비 할아버지가 어젯밤 돌아가셔서 조의를 표하고 싶은 분은 관리실로 문의해달라는 방송이었다.

조의를 표하려 관리실에 가서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독거노인이었던 할아버지가 늘 부지런했고 일찍 나오셨는데 연락이 안되서 큰일이 난듯 싶어 집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는 비록 고독하게 혼자 죽었지만 편안하게 잘 죽었다고들 말했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낸 친절은 삶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신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해본다.

할아버지가 눈이 내리는 변산반도에 무사히 가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내 차 앞에 대형 세단이 평행주차 되어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버팀목을 받쳐놓지 않아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약간의 내리막길이어서 생각보다 무거웠던 차는 빠른속도로 후진을 해버렸다. 이대로 가면 차가 다른 차를 박을 것이다.

비싼 차이기에 보험처리도 안될 것 같아 나보다는 차가 중요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 두 차가 부딪히기 직전 오른쪽 다리만 가까스로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너무 아팠다. 서럽게 엄마만 불렀다. 

엄마에게 딸은 늘 철이 없는 아이같았다. 딸이 집에 들렀다 갈때도 딸이 차를 타고 나갈때까지 베란다에서 배웅을 했다.

딸은 유난을 떤다며 하지 말라고 늘 얘기한다. 혹시라도 보이면 전화를 걸어 야단을 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배웅을 하지 못했다. 딸이 나가고 막내가 집에 온다기에 오이지를 담그느라 배웅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는데 경비실에서 전화와 딸아이가 다쳐서 엄마만 찾는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와 딸은 그 상황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매일같이 배웅을 하다 그날 배웅하지 못한 것을 엄마는 잘 된 일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만약 그 모습을 보았다면 심장마비에 걸려 오히려 엄마가 더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하지만 딸은 엄마가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사고가 난거라고 얘기한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힘든순간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지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는듯하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 마지막. 

그가 좋게 죽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사자만 아는것 아닐까? 이웃을 둘러보며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딸은 마냥 엄마에게는 어린아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은 그렇게 해도 항상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고 있었던것 같다. 이런 모습에서 엄마와 딸의 사랑을 느껴본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배운다.

작가는 주변의 곳곳에서 그런 사랑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버린 일들이 사람들마다 머리속에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웃간의 사랑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흔히 만날 수 있는 내 주변의 그런 따뜻한 이야기. 그래서 읽고나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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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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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이사만 서른 여섯번, '길 위에서' 태어나 여러 나라에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옮겨다니는 중.

처음 버스를 탄건 다섯살때, 서울을 벗어난 건 일곱살.

한글보다 혼자 버스 타는 법을 배웠고 구구단보다 버스노선을 먼저 익혔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에 놀라울뿐이었다. 나는 이사도 두번정도 그것도 동네에서 동네로 한번. 결혼해서 그나마 멀리 온거 한번.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른과 동행하지 않고는 버스를 타본 적이 없는것 같다.

버스노선또한 어른이 되어서나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사를 서른여섯번이나 하고 길 위에서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우리의 취향>은 어느 특정한 장소의 여행산문집이 아니다. 

그녀가 최초로 여행을 시작한 다섯살부터 서른까지의 여행이 담겨있다.

그러기에 꼭 세계여행부터 시작된 여행은 아니다. 그녀가 기억하는 장소로의 여행, 그안에 세계의 곳곳도 담겨있다.

그리고 그녀는 남들이 다 하는 여행이 아닌 그녀만의 스타일대로 그러기에 소박한 그러면서 조금은 불편한 여행.

남들은 보지 못한 것들, 남들은 볼 것이 없다는 곳들, 그녀는 그걸 마음에 담았다.

어떤사람들은 '거기서 2주일동안 뭘해?'라는 질문을 할 만큼 볼 것이 없고 갈 곳이 없는데도 그녀는 그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한 도시에는 적어도 2주일 이상은 머무를 정도로 그녀에게는 마음에 넣어둘 곳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라마다 자신의 사람을 만들도록 애쓴다. 

물론 친구를 만드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잠시 머물러 가는 여행객이기에 그들또한 마음을 여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튼 나는 그녀의 여행이야기가 궁금했다. 조금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게 되었다.

여러나라를 여행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라오스, 터키, 중국, 오스트리아, 몰타, 스위스, 이스라엘, 

스페인, 포르투칼, 태국. 이렇게 많은 곳을 여행했고 곳곳에 나라마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보통 사람들은 유럽 여행을 많이 좋아할 것이고 더 많이 기억할 것 같지만 그녀는 달랐다.

유럽보다는 오히려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들. 그 곳에 더 정을 붙인것 같았다.

그 안의 사람들 속에서 매력을 찾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불편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독특하지만 어쩌면 이해할 것도 같았다.

물론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것 같다. 그런 나라들을 좋아하고 마음에 담지 못했을 것이다.

편하고 빠른걸 좋아하고 지루하고 기다림이 있는걸 싫어한다. 그렇기에 여유없이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이름, 나이, 하는일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르다. 그들이 누구인지, 하는일이 무엇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랑 잘 통하는지,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은 어떤 것인지, 그녀는 그런 것이 궁금할뿐이다.

상대도 묻지 않기에 그녀도 애써 묻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물으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국적이 아닌 지금 여행 전의 여행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게 자신이 있었던 곳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거의 평생을 여행자로만 살아간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녀도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것 같은데 그 사람이야 말고 진정한 여행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지치고 외로운 마음에 여행지에서 잠깐 사랑도 해보고 이별을 하기도 한다.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해가지 않은 부분들을 애써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

너무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보려고 한다.

진짜 여행이란 그런게 아닐까?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그 안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보는 것.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만나는 것. 그것이 비록 반짝일지도 모르지만 진심을 다하는 것.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녀에게는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한국을 그리워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한국에 대한 깊은 향수를 느끼지는 않는다.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지냈기에 한국에서 추억할만한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외롭다면 그 외로움을 그대로 느끼는 것. 그것도 여행자가 안고가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고독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꼭 똑같을 필요는 없다. 같은 생각을 가질필요도 없다. 

공감하면 좋겠지만 다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것도 괜찮은것 같다.

그녀는 여전히 길 위에서 방황을 하고 여전히 옮겨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많은 장소와 많은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다닐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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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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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류작가로 꽤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꿈꾸는 하와이' 

그녀가 체류한 하와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느날 문득 하와이를 찾게 되었고 그곳과 사랑에 빠진 하와이의 모습을 그녀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배우게 된 춤, 여유로운 모습들. 우리가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하와이었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많이들 하와이로 떠난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휴양지.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왔다가 떠나는 사람들이 왠지 굉장히 많을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오래 머물수도 있지만 또 즐길만큼 반짝 즐기다 갈 것만 같은 곳이다.

 

 

하와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춤 '훌라' 일본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하와이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보곤했다.

유독 일본은 하와이를 좋아하는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영화보다 훨씬 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튼 그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하와이의 춤 '훌라'를 잊을 수 없었다.

보기에는 쉬워보일지 몰라도 막상 배워보면 그냥 흔드는것만으로는 그 혼을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추는 춤과 혼이 담긴 하와이의 전통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바로 다르다는걸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배울 수 있었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해본다.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배우고 싶은 마음도 그만큼 강하기도 하다.

옆에서 잘 붙잡아주면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녀는 하와이를 갔다가 다시 일본에 왔다가를 반복한다. 

같은 섬이기에 일본과 닮은 듯한 하와이. 일본은 이제 제법 많은 발전으로 그런 때들이 묻어있을지 모르지만 하와이는 여전하다.

그래서 더 하와이에 대해 동경을 했던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전통이 더 많이 살아 숨쉰다고 해야하나? 물론 어딜가나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 전통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와이도 아주 예전의 모습보다는 보기좋게 관광하기에 편리한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사람을 강하게 끄는 무언가는 변하지 않는것 같다.

뜨거운 태양과 넓고 푸른바다. 그 모습만큼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하와이를 찾았던건 아닐까?



그곳에서의 일상도 현지인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게으르고 싶은날은 게을러지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글을 쓸때도 집에서 써도 되는데 왠지 이런곳에 나오면 더 잘 써질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하와이로 가보는 것이다.

늘 하고 있는 일도 늘 하던 장소에서 하다보면 지루해지곤 한다.

조금은 변화를 가져보면 좀 더 색다른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의 변화를 주면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건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이 주는 맛이라는게 그런게 아닐까?



무튼 그녀는 하와이를 꿈꾼다.

너무나 편안하고 너무나 행복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낸 날.

아이를 낳고 함께 하와이를 돌아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에게도 본인에게도 더 많은 추억을 담아가게 하고 그 시간으로 인해 또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하와이의 화려한듯 평온한 모습으로 그녀가 하와이와 사랑에 빠진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도 그런 하와이를 꿈꿔본다. 

더 많이 변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이 멈춰서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만나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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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긴 생각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이어령 지음 / 아이스크림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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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어령은 언론인으로 글을 연재한다는 것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짧은 이야기, 긴생각>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생각. 우리는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짧막한 글들을 읽을 기회가 있고 요즘은 지하철 화장실에도 생각하게끔 하는 짧은 글들이 있다.

그런 글들은 짧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또한 그 글들로 인해서 많은걸 배우게 되기도 한다.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은 담아놓은 책들이다.

그냥 스쳐지나 버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짧은 글들은 그냥 스쳐지나 버리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80년을 살아온 그는 살아오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오래 살아봐야만 아는 지혜들을 젊은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정말 오래살아봐야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인것 같다.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내게 닥친일이 아니라 그냥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고 청춘들이 잘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 책속에 담겨있다.

또한 이야기 중간중간에는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보는 내용들이 있다.

그 내용들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가 생각지못했던 부분들까지도 생각해주게 하는 이야기들이라 정말 짧은 이야기인데도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콩 세 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 콩을 심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손자가 판 흙구멍에 콩을 세알 넣어두었다. 

그게 이상했던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왜 한알을 넣지 않고 세알이나 넣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하나는 하늘의 새가 먹고 하나는 땅의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하려고 했다고 말해준다.

콩 세 알을 뿌리는 마음은 하늘, 땅, 사람의 세 힘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어려워도 무엇이든 나눠먹으려는 마음. 그만큼 자연을 사랑했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금은 하늘을 나는 새를 쫓아버리고 땅속의 벌레는 농약으로 죽이고있다.

우리가 많은걸 성장시킨만큼 또 많은걸 잃게되어 이렇게 인위적으로 없애버릴 수 밖에 없는 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인간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의 세상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수염을 찾아라'에서는 뜻밖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생 긴 수염을 달고 살아온 할아버지에게 어떤 아이가 잠을 잘때는 그 수염을 이불속에 넣고 주무시는지 빼고 주무시는지 여쭈었다.

별거 아닌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는 선뜻 대답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집에가서 오늘밤 자보고 대답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수염을 이불속에 넣어도 불편했고 빼도 불편했다.

오래 길러온 수염이었는데도 정작 어떻게 하고 자는지 몰랐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있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를 잘 알아야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또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내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때는 참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런일은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철없는 아이의 질문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을 해주는 이야기었다.

 

 

'창조의 지팡이'라는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해주었다.

나무꾼은 산속에서 산신령님을 만났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나무꾼에게 산신령님은 금덩어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나무꾼은 다시 소원을 빌었다. 금덩어리가 아닌 산신령님의 지팡이를 달라고 말한다.

여기서 산신령님의 지팡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지팡이었던 것이다.

금덩어리는 그냥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쓰고 나면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산신령님의 지팡이는 무엇이든 뚝딱 해낼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 하는 법을 가르쳐주어라'라는 말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금덩어리는 당장의 달콤함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곧 없어진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배우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인것 같다.

물질적인 것을 제공해주기보다 그 물질을 얻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밖에 일흔다섯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생각들은 어쩌면 그냥 지나쳐버렸을지도 몰랐던 이야기들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짧막한 글들을 통해 책을 읽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들은 감동과 지혜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길을 가다가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글들을 많이 보았을것이다. 

이제 그 글들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 읽어보면서 깊은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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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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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복잡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반정도 읽어야 '아..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심한 이야기인듯 그런데도 생각하게끔 하는 이야기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인것 같다.

<등 뒤의 기억>의 중심은 쉰네살의 히나코에서 시작된다. 처음 이책을 읽기 시작했을때의 히나코가 쉰이나 먹은 아줌마인줄 몰랐다.

혼자 살고 있는 모습에 막연하게 서른중반의 독신녀로 생각했던것 같다.

 

 

히나코는 도심에서 떨어진 실버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녀에게도 가족이 있다. 첫남편은 일찍 죽었고 그 사이에 아들 마사나오가 있다.

그리고 히나코는 다른 남자와 재혼을 했다.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마사토가 있다.

그런데 히나코는 마사토가 어렸을때 다른 남자와 함께 도망을 치고 집을 나왔다.

마사나오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고 어렸던 마사토는 이해관계를 떠나 엄마를 기억할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남자와 떠났던 히나코의 남자는 그 후로 자살을 했다.

히나코는 그 뒤로 가족을 찾아가지도 않았고 지금은 그렇게 실버타운에서 살고 있었다.

가끔 그녀를 찾아오는 이웃남자가 있다. 그녀보다도 더 나이가 있는 남자는 종종와서 히나코에게 말을 걸곤 한다.

그래서 그녀가 감추고 싶어하는 과거의 이야기까지 꼬치꼬치 캐물어 가끔은 귀찮아 하기도 한다.

 

 

히나코는 집에서 혼잣말은 한다. 하지만 그건 히나코가 가상의 여동생과 나누는 이야기이다.

젊었었던 시절. 히나코는 여동생에게 많이 의지를 했었다.

그래서 히나코의 동생이 처음 실종되었을때 히나코의 남편은 히나코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실종신고도 해보고 찾기위해 애썼다.

하지만 히나코는 동생이 남자와 함께 도망쳤다는걸 알았다. 그랬기에 동생을 찾지 않았다.

그 뒤 바로 동생은 남자와 헤어졌다. 가정이 있었던 남자가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갔기때문이다.

그 뒤로 소식이 끊긴 여동생은 지금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히나코를 찾아와 항상 히나코와 대화를 나눈다.

 

 

히나코가 혼자있을때든 이웃남자가 왔을때든 언제나 그녀의 옆을 맴돌면서 그녀에게 말을 건다.

사람이 있을때는 대답하지 않지만 히나코는 혼자 있을때 늘 동생과 대화를 나눈다.

어렸을적의 동생일때고 있고 스무살이 갓 넘은 동생일때도 있었다. 그렇게 늘 연령대를 바꿔 동생은 그녀 앞에 찾아왔다간다.

그녀의 아들 마사나오는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다. 하지만 그녀를 찾아온 적은 없다.

그건 다른 남자와 함께 집을 나가버린 엄마에 대한 배신일 것이다.

친아빠가 아니어도 아빠가 다른 나이차이 많이나는 동생이어도 마사나오는 가족을 잘 챙긴다.

전에 모델이었던 아내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딸까지 있어 그는 행복하다.

히나코는 아들의 소식을 뜨문뜨문 듣곤하다. 

자신이 할머니가 되었다는 사실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렇다고 만나러 나서지는 않는다.

 

 

이렇게 히나코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평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히나코의 여동생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여동생은 캐나다에 가 있다.

이름을 바꿨고 거기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히나코의 동생은 자신의 언니와 비슷한 제자를 만난다.

그래서 그 제자와는 이야기도 잘통하고 친구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일본에 있었던 추억들을 들춰보곤 한다.

물론 히나코는 자신의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히나코가 여동생을 찾지 않는 이유는 아마 여동생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것이다.

그녀의 전남편집을 알고 있고 조카들도 알고 있기에 만나려면 충분히 만날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찾아오지않는다는건 그녀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기때문이다.

 

 

히나코를 둘러싼 인물들은 또 그 각자의 나름대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해준다.

히나코가 기억하는 인물들의 어떤면들. 그리고 진짜 그 인물들의 각각 가지고 있는 면들.

그건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각자의 모습일 것이다.

같은 공간속에 있었도 각자 그 기억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히나코는 주변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관계는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은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그 연결고리들이 있는것 같아보인다.

혼자인것 같지만 알고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들. 그안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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