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집 우리 아이 마음 성장 그림책 3
탁소 지음 / 꼬마싱긋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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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탁소의 그림책. 전작 <코끼리 방귀>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기대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아이들과 책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아이들은 배가 바다에 둥둥 떠있다고 표현한다. 탁소의 책은 그림이 시원해서 좋다. 색깔의 섞임 없이 그대로의 색을 썼다고 해야 하나? 풍경 같은 느낌이 아니라 원색으로 이뤄져서 시원한 느낌이 난다.

대충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보면 나무 위에 다람쥐 집이 있다. 다람쥐가 먹이를 구하러 가는 사이 나무 위에 있는 집에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거세져서 집이 날아가게 된다. 그리고 돌부리에 걸려 빙글빙글 돌며 지나가는 새를 만나고 또 빙글빙글 돌며 토끼도 만나고 또 빙글빙글 돌며 두더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래 등 위로 떨어지고 거기서도 굴러 바다에 안착하게 된다. 그런데 구르는 동안 집은 뒤집히게 되었다. 고래는 자신을 잡으러 온 배인 줄 알았지만 집은 고래에게 '뒤집어서 나를 봐'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래는 뒤집어서 집을 바라보니 배가 아니라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집을 고래 '뿌'를 이용해 원래 있던 나무 위로 돌려보내 준다. 나무 위로 올라간 집은 반짝반짝해졌다. 먹이를 구하고 돌아온 다람쥐는 누가 우리 집을 청소했나? 놀란다.

이런 내용의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집이 굴러가지? 왜 다람쥐가 집보다 작지? 집을 왜 튼튼하게 짓지 않았을까? 등 첫 표지만 보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얘기해보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집의 모양을 보며 아이들도 함께 어지러워했다. 집이 굴러갈 때마다 바뀌는 표정들도 귀여웠다. 아이들이 만약 저렇게 빙글빙글 돌아갔다면 표정이 어땠을까?라고 이야기도 해보았는데 아이들은 코끼리 코 열 바퀴만 돌아도 끄떡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데굴데굴 굴러도 어지럽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여러 동물을 거쳐 데굴데굴 집은 고래 등에 올라타게 되었다. 고래는 눈앞에 떨어지는 집을 보고 뒤집혔단 생각을 안 하고 나를 잡으러 온 배냐고 묻는다. 집은 나는 다람쥐 집인데 거꾸로 봐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고래는 거꾸로 집을 바라본다. 고래와 배가 뒤집힌 모습에도 아이들은 재밌다고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조그만 배가 고래를 잡으러 올 수 있냐며 그림을 보며 참 재밌어한다.



고래는 다람쥐 집을 도와주었다. <코끼리 방귀>책에서 코끼리 방귀로 절벽에서 올라올 수 있듯이 고래도 바닷물 속에서 바닷물을 머금고 등에 난 구멍으로 분수를 뽑아내 다람쥐를 원래 있던 제자리로 날려보낸다. 아이들은 이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그 먼 곳까지 정확하게 날려보낼 수 있지? 고래가 참 대단하다며 고래 칭찬을 한다. 이 모습을 보고도 코끼리 방귀가 생각난다며 자기들끼리 웃는다.



무사히 다람쥐 집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람쥐는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집이 너무 깨끗해졌다면 신기해한다. 누군가 청소해놓은 것처럼.. 아이들은 "어 근데 다람쥐 집의 얼굴은 어디로 갔지? 뒤집어졌나?"하며 다람쥐를 피해 얼굴이 감쪽같이 없어졌다며 신기해한다.

사실 그림책에서는 처음부터 될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그림책의 동물들은 말을 하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동물은 말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동물을 통해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림책도 그렇게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알아간다. <데굴데굴 집>은 상상력을 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집이 뒤집혀서 배가 되었지?', '집이 다람쥐보다 더 작지?' 등 아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그것을 통해 생각을 배우게 된다. <데굴데굴 집>이 그렇다. 깔끔하고 시원한 색채로 아이들이 집중하게 되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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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성교육 사전 세트 : 여자아이 몸 + 마음 - 전2권 - 초등 여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53가지 성교육 이야기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원정민 그림 / 다산에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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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읽으면 참 좋은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자아이 몸/마음 편 전에 남자아이 몸/마음 편이 먼저 출간되었다. 딸아이가 이제 7살이고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단 생각에 읽어보았는데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큰 글씨와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 한글만 잘 읽는다면 조금 어린 여자아이들도 스스로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글을 서툴게 읽는 우리 아이에게는 직접 읽어주거나 아이가 질문할 때 책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여자아이의 몸/마음 편에서는 아이가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 중 많이 하는 질문들을 간추려 저자가 답변해 준다. 내 몸의 주인공은 '나'다. 아이가 자랄수록 자기 스스로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부모는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경우가 많다. 아이를 믿지 못해서 그렇게 말하는데 어리더라도 어떤 것이든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질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알려줘야겠다.

우리는 정해놓은 틀을 바뀌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고정관념이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여자는 애교가 많아야 하고 남자는 씩씩해야 하며, 여자는 약하도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울어도 되고 남자는 울면 안 되고 등 어디에도 누가 정해놓은 것이라고는 없는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려고 할 때가 있다. 내가 자라왔던 시절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시대에는 부모가 자라온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마다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것은 누가 잘못되고 잘 됐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 스스로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어른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 아이의 성격을 인정해 주자. 아이가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 스스로 생각이 자랄 수 있도록 아이를 믿고 지지해 주자.

부모, 가족이어도 아이 스스로 내 몸, 내 마음의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알려주자. 귀엽다고 엉덩이를 톡톡한다든지, 동의 없이 안거나 뽀뽀를 하는 행동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엄마 아빠의 자식이어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아이를 존중해 주자. 어렸을 때부터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고 아이 또한 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아이가 나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을 배워갈 수 있다. 어쩌면 어렸을 때 거절하는 아이의 행동에 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속상하고 예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에게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알려줘야 한다.

몸 편에서도 여자의 몸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예쁘고 싶어 하는 아이, 화장하고 싶어 하는 아이, 남과 다른 내 모습을 누군가와 비교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커갈수록 몸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도록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다른 책에서도 읽었듯 아이에게 자신의 몸의 성기에 대한 올바른 표현도 알려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자. 생리와 임신 과정, 사춘기 때의 몸의 변화 등 자세한 이야기도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엄마도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돌려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를 그림을 통해서 알려줄 수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도 읽으면서 내 몸에 대한 이해와 사춘기가 되면 겪게 될 몸의 변화를 깨닫고 어떻게 임신이 되는지 알게 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어려운 얘기 같지만 쉽게 설명해 주어 엄마뿐 아니라 제목처럼 아홉 살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표현되어 있다. 글과 그림이 함께여서 아이들이 직접 읽어보기에 참 좋겠다. 남자아이 편도 읽어봐서 엄마도 모르는 남자아이의 몸과 마음에 대해 알아두면 아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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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사용설명서 - 든든하고 간편한 한 끼에서 미슐랭 메뉴와 유명 맛집 요리까지
배성은 지음 / 라온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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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다. 바쁜 직장맘도 아니고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갈 때 미리 만들어 놓으면 되지 아이들에게 첨가물이 있는 가정간편식을 먹이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직장 일에 집안일, 아이돌 보는 것까지 다 해야 하는 엄마들은 반찬을 사 먹고 조금 간편하게 먹이는 것도 괜찮지만 전업맘은 엄마가 하는 일이 아이들 밥해주고 돌봐주는 게 주의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가정간편식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식품회사에서 일하며 어떻게 하면 주부가 요리를 편하게 하면서 영양도 챙겨가며 먹을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이다. 가정간편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많아져서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밥을 혼자 먹는데 요리를 하면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든다. 예전에는 간편하게 먹기 위해 라면을 많이 먹었다면 요즘은 좀 더 나를 위해 영양 있는 것을 먹기 위해 가정간편식을 많이들 사 먹고 있다. 요즘 가정간편식은 점점 잘 나오고 있다. 편의점에서 보면 정말 다양한 도시락이 판매되고 있고 마트에만 가도 내가 끓이지 못하는 죽, 국, 찌개, 탕까지 다양한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양념장과 메인 재료와 채소를 1인으로 나누어 소량 포장되어 팔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근데 이런 제품이 우리는 건강에 무조건 해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의 손맛이 들어 있는 집밥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무조건 좋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적당히 잘 이용하면 가정간편식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가정간편식의 종류가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 소개해 준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데워 먹는 것, 불에 익혀 먹는 것 등 종류에 따라 나뉜다. 배달해서 먹는 음식도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의 하나이다. 가정간편식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 시간이 부족한 사람, 혼자 사는 사람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방금 만든 듯한 맛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첨가되는 첨가물이 있다. 첨가물에도 천연첨가물 인공첨가물이 있다. 우리가 먹는 소금, 식초도 첨가물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가정간편식을 만들 때 연구를 한다. 만들어 놓고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서 음식의 질이 달라질 수 있고 용기에 따라 조리법도 달라진다. 우리가 가정간편식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첨가물보다 바로 이점이다. 조리를 해서 먹는 음식이라면 어떤 용기에 담아 조리를 해야 하는지 보관할 때는 어디다 해야 하는지, 유통기한까지 그리고 식품을 살 때부터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음식에 따라서 구매자의 입맛을 당기기 위해 처음부터 많은 첨가물을 사용한 제품이 있기도 하다. 워낙에 말이 많아 첨가물을 빼서 상품을 내놓아도 건강한 맛의 상품은 또 팔리지 않는다고 하니 되도록 맛을 좋게 하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첨가물을 넣으려고 식품 개발자는 노력한다. 물론 첨가물이 적을수록 좋다. 식품을 살 때 재료명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먹고 어떤 영양소가 들어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제품 설명서를 보지 않고 제품명만 보고 그 제품의 회사나 광고 모델을 보고 식품을 고르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잘못 조리하는 것에 따라 영양소가 파괴되고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립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가정간편식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균형 있는 식단이 무엇인지 영양소에 대한 소개도 해준다. 가정간편식을 이용할 때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있는 그대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부족한 것을 조금 첨가해 주면 내가 요리한 것 같은 좀 더 근사한 요리가 됨을 레시피를 통해 소개한다. 바쁜 아침을 챙겨 먹기 위한 아침식사, 아이들을 위한 간식, 간편한 한 그릇 요리, 특별한 날의 나를 위한 요리로 나누어 가정간편식 사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몰랐던 가정간편식에 대한 모든 것. 직접 만들어주는 요리가 물론 정성이 들어가 더 맛있을지 모르지만 요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 조금은 편의를 위해 제대로 알고 가정간편식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바쁜 하루나 자신 없는 요리하느라 끙끙대는 시간에 아이들과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얼굴 보며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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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표 - 며느리 사표를 내고 기적이 찾아왔다
영주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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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며느리를 그만두겠다니..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결혼을 지속하면서 며느리만 그만두는 경우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얼마나 며느리가 힘들었으면 며느리를 그만둔다고 했을까?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저자의 삶이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대가족의 장손의 아내이자 며느리,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그녀가 결혼 2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명절을 며칠 앞둔 그날 시부모님댁에 봉투 한 장을 들고 찾아뵌다. '며느리 사표'라는 이름이 쓰여 있는 봉투. 며느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시부모님은 그녀에게 잘 대해주셨다. 욕을 하면 받을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그때 돌아오라고 따뜻하게 말해주셨다. 시부모님의 너그러운 마음씨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렇게 정중하신 분들인데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을까?

장손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혼 후 계속 시댁에서 함께 살았고 겨우 떨어져 산 것도 아래층으로 이사 간 것이다.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면 좀 나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부모님이야 잘 대해 주셔도 장손의 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을 그대로 따라야 했던 것이다. 남자는 주방에 얼씬도 하지 않으면 손도 까딱 안 하고 살아왔다. 아침 6시마다 기상해서 시부모님, 남편,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가족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친척들이라도 집에 몰려오면 그녀의 일을 끝도 없이 이어진다. 명절뿐 아니라 제사 때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이라도 하면 밥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야 마음이 놓여 제대로 나가서 놀아보지도 못했다. 친척들이 몰려와 식사를 할 때면 식사 준비부터 간식 챙기기까지 제대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밥 먹는 것도 힘들다. 남자들이 먼저 식사하고 그다음 아이들이 식사하고 가장 마지막이 며느리였다. 그 중간중간 일어나서 또 다른 것을 챙기고 겨우 밥 먹고 일어나면 초토화된 밥그릇을 치워야 한다.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그래도 시댁에서의 일은 끝도 없다. 자상한 남편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힘이 날 텐데 장손으로 자라온 남편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말이면 쉬어야 한다고 손도 까딱 안 한다. 자유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주말에는 남편도 축구회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내 마음을 돌봐줄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그렇게 묵묵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녀에게는 그게 당연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며느리 사표를 내며 내가 하고 싶은 것.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며느리 사표를 내기 전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분가였다. 시댁의 아래층이 아닌 좀 더 떨어져 사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남편과 함께 부부 상담을 받는 것이다. 남편은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씩 삶을 바꾸며 그녀는 자신을 찾아간다.

혹시라도 이혼을 대비해 자립할 때 필요한 돈도 생활비를 조금씩 쪼개며 모아두었다. 처음에는 남편 없이 어떻게 살아가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마음먹는 순간 조금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나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고 아이들도 독립할 나이가 되어 독립을 시켰다. 부모의 그늘은 따뜻하겠지만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알려준 것이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다짐을 하며 살았지만 결국 저자도 엄마처럼 살아가고 있었고 아이들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랐다. 처음은 낯설고 두렵지만 내가 짊어진 무게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니 마음도 편해진다.

모아둔 돈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찾아간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발견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싫은 모습, 어쩌면 그게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은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싫은 모습이다. 그래서 좋은 점 보다 싫은 그 모습이 더 눈에 잘 띄어 상대를 더 싫어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나의 모습도 발견하고 새로운 나도 발견하고 나아지는 가족의 모습도 발견하다.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남편, 독립을 통해서 더욱 자립심을 키우게 된 자녀들, 그리고 이제는 집안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며느리가 아닌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만날 수 있는 시부모님까지. 모두가 이제 그녀를 응원하고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모습을 쭉 찾아가고 있다. 다시 새로운 책을 쓰게 된 저자. <며느리 사표>이후의 또 다른 모습이 그려져 있을 것 같다. 시댁에 가면 나도 일을 한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옛날 사람처럼 무조건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남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그런 분은 아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요즘과 맞지 않는 방식을 요구할 때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곤 한다. 지금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나도 내가 자라온 시대에서 살아온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진 않다. 변화된 사회를 인정하며 아이 스스로 자아를 찾기를 바란다. 나 역시 며느리 사표를 낼 만큼 힘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댁이라는 이유만으로 뭔가 답답함이 밀려올 때는 있다.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 역시 늘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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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길은 있다 - 삶의 목적과 방향을 발견하는 법
오프라 윈프리 지음, 안현모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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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목표가 없으면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또 목표를 이루고 난 후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면 역시 나태해진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또 다른 목표를 계속 세워 가면서 우리는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그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서 누군가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알려준다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내 인생의 방향은 내가 정해야 한다.

<언제나 길은 있다>는 그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지혜를 소개해 준다. 작가 '오프리 윈프리'의 삶의 방향에서 깨닫게 된 지혜들을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 그녀가 어렵게 살아오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했다. 변화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에 있어도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고 싶은 인생의 목표가 있었기에 단점도 장점으로 생각하고 변화를 스스로 개척했다.

이 책 속에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믿음이라 하면 종교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믿음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의지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믿음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런 상황에서 나를 믿어주고 나를 지탱해 줄 누군가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 지인일 수도 있겠지만 오로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줄 종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그 정도로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힘든 시절을 이겨냈는가 생각해본다. 그래서 아직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필요한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감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 갖기. 너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는 그 마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 부모가 베푼 것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가르쳐야겠다. 물론 나부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새로 나갈 방법은 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시 목적지를 향해 찾아갈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안된다고 포기하기보다 다시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면 된다.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가는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 방향은 스스로 정해야 하고 잘못된 길은 없다는 것을 알고 목표를 향해 가면 된다.

부정적인 말 의심, 걱정, 불안보다는 가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가능성이 낮더라도 '만약 그렇다면?'이라고 질문하면 내 경험 안의 잠재력이 나를 그쪽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어쩌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르침. 근데 왜 그걸 매번 잊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가 의지가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처음 결혼하고 육아를 할 때는 우울증 비슷한 것이 몰려올 때가 있었다. 그래도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법을 늘 배워가고 있다. 또 가끔 흔들릴 때 그런 나의 마음을 잡아줄 책을 또 한 번 읽어본다. <언제나 길은 있다>도 마음의 혼란이 올 때 도움을 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서전 느낌의 책인 줄 알았다.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전부는 알고 있지 않아 좀 더 세세하게 알고 싶어서 읽었는데 그것보다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느낌의 책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목표를 향해가는 삶의 자세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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