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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p91
지은이는 다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곳은 배울게 없고 커피도 맛이 없다고.. 하지만만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라고 얘기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이 될것 같다. 어렸을때 우리집 근처에도 다방이 여러곳 있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골목 여기저기에 그런 다방들이 많았다. 너무 어렸기때문에 직접 들어가 본 기억은 없고 TV속에서 등장하는 다방을 보았다. 그곳은 한결같이 칙칙한 천의쇼파로 되어있고 곧 쓰러질것 같은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막노동을 하는 어른들, 동네 할아버지들, 주로 남자 손님이 많으며 가끔 여자 손님도 보이곤 한다. 좀더 옛날, 시골에 있는 다방을 또 살펴보면 그 곳에서 맞선을 보기도 한다. 요즘이야 그런 다방에서 맞선을 볼일은 없겠지만 짙은 화장을 하는 마담이 껌을 씹으며 주문을 받는 모습들도 TV속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다방은 하나둘씩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동네에서도 언제부터 없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순간 하나둘씩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동네 저 구석 어딘가에 다방이 있곤 한다. 보기에는 영업을 하는 곳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을까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왠지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까봐 선뜻 용기내어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다방의 커피는 일반 카페와는 다르게 원두가 아닌 프림과 설탕을 섞어 아주 달달한 커피를 만든다. 주문할 때 이야기한다. 프림 한스푼 설당 두스푼 등 자기 입맛에 맞게 주문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너무 단커피. 인스턴트커피를 다방커피라고 부르게 된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방의 커피가 그렇게 달았던건 아니라고 한다. 조금 맹맹한 커피였다면 그걸 맛있게 하기위해 프림과 설탕을 넣게 되었다고 한다.
<다방기행문>은 스쿠터를 타고 전국방방곳곳의 여러 다방을 둘러보며 쓴 기행문이다. 어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을까?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떠나는 여행은 설레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숙소도 정해져 있지 않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할 것 같다. 그는 스쿠터를 타고 다방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는 젊었을적 살았던 동네의 다방이기도 하고, 처음 만나는 다방이기도 하다. 때로는 소문을 듣고 찾는 다방까지. 하지만 점점 그 다방은 사라져가고 있다. 손님이 들어와도 예전만큼 환영해주지 않고 주문을 받는 둥 마는 둥 하는 곳도 여럿있다.
시골의 다방은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곳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 하고 가끔 배달 다녀오는 아가씨들도 있다. 배달 나가는 아가씨는 가끔 돈을 받아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방의 이름도 참 다양하다. 딸기다방, 초양다방, 서부다방, 희다방, 강변다방, 은파다방, 묘향다방, 오우다방 등 이름도 참 화려하고 이쁘다. 무슨 뜻이 담겨있는지는 모른다. 그곳에서 오랬동안 다방을 한 사람들도 있고 원래 있던 다방의 주인이 바뀐경우도 제법많다. 다방에 가면 가끔 마담이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여행다니고 있다고 하면 밥을 챙겨주기도 한다. 확실히 시골이라서 그런지 그런면에서는 인심이 좋은것 같다.
옛날 군인들도 다방을 많이 찾곤했다. 군부대가 시골에 많이 있다보니 외박을 나오거나 면회를 올때 이런 다방을 찾곤한다. 갈곳 없는 군인에게도 다방은 말동무가 되어주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어르신들에게도 쉬어가는 공간이 되고 커피맛은 별로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곳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카페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다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어른들도 카페에 가서 주문을 한다. 다방에서 받았던 서비스는 이제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옛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모습은 왠지모르게 슬프기도 하다. 나쁜습관이나 나쁜 것들은 없어졌으면 하지만 점점 바뀌어가는 현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런 사라지는 기억을 찾아 떠난 다방기행문. 그는 다방의 커피맛때문에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사라져가고 버려지는것들을 찾으러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그런 것들이 많이 있다. 잊지 않으려고 하는것일수도 있고 다시 되돌아보는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