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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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오늘의 인생>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그런지 <그렇게 쓰여 있었다>도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에세이 역시, 만화와 내용이나 분위기는 비슷하다. 다만, 만화를 먼저 읽어서인지, 에세이는 만화에 비해 전달력이 조금은 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을 주는 내용들이 있어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다 미리의 삶은 30,40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전형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것이 마스다 미리의 힘이 아닐까 싶다. 바로, 아기자기한 쇼핑, 소소한 먹방을 위주로 한 이야기이다. 물론,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는 인생에 대한 퍼즐들이 조용히 녹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먹는 것과 사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사고 먹는 일상. 이것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즐거움이 되고 있는 30,40대 세대이다.

 

또 다른 매력은 솔직함과 엉뚱함이다. 여행을 갔는데 다른 여행사의 깃발을 따라갔다던지, 뷔페에 들어가며 전쟁을 치르는 각오를 다진다든지 등.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그리고 그 미소는 바로 공감의 미소.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바로, 어릴 때 나도 어른들의 길고 긴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다. 어릴 적, 도대체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오래 진지하게 하시는 것일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별 이야기 아니었다. 진지하게 오늘 뭐 먹었는지를 이야기하질 않나, 진지하게 어제 있었던 축구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나. 그렇다.

 

밥 계산하는 것도 재밌다. 어릴 적, 어른들이 밥 계산 서로 하겠다고 싸우는 장면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하시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에 나도 간혹 그렇게 계산대 앞에서 티격태격할 때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식당을 예약하고 내가 계산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상대방이 자신이 낸다고 나설 때이다. 마스다 미리가 말하는 것처럼 '멋대로 비싼 횟집을 예약하고는 얻어먹는 뻔뻔한 인간'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옛날 내가 본 어른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 아닐지.

 

마스다 미리는 확실히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오늘 누구랑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엇을 먹었더라'하며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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