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사회과학 -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6
최정운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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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5·18광주 민주화 항쟁을 재조명한 책 <오월의 사회과학>이다. 저자인 최정운 교수는 현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5·18의 특수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5·18이라는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피해의 규모 문제 외에 특이한 차원이 있다. 필자도 서두에서 되풀이해지만 5·18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한다. 5·18은 우리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 사건이며, 아울러 우리 모두에게 각자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단적으로 5·18은 구조주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만든 사건이었고 모든 인간적 사회적 요인들을 다시 배열시킨 사건이었다. 5·18은 우리의 몸에서 출발하여 영혼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5·18은 인구 80만 명의 도시에 무려 3개 여단 3,000명의 최정예 공수특전단이 투입된 사건이다. 또한 놀랍게도 시민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공수부대가 후퇴하기도 했다. 5·18을 통해 광주 시민들은 민족공동체를 경험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반면, 다른 지방의 사람들은 민족을 이질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에 광주 시민들은 경악했고 분노했다. 그리고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인간됨'으로 인해 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자발적으로 자신의 물질, 시간,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 놓으며 민족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광주 시민들이 투쟁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 '인간임'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민족공동체는 지속되지 못했다. 

 

시민들의 손에 무기가 쥐어지면서 그들의 공동체는 균열이 발생한다. 일단 총은 아무나 쉽게 죽일 수 있는 도구였다. 즉, 공동체로 인식하고 정신없이 총을 나눠주다보니 그 총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또한 이어서 무기를 반납하자는 입장과 끝까지 도청을 중심으로 싸우자는 시민들이 생겨난 것이다. 총을 반납하는 것은 굴복하는 것이고 이는 먼저 희생된 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저자에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국민들에 대한 그 같은 행위는 윤리적 열등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륜에 대한 범죄였기 때문이다. 광주 시민들은 '피의 값'을 받지 않고서는 무기를 놓고 국가의 지배 하로 돌아갈 수 없었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공수부대에 의해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고 영원히 '폭도'로 남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군부는 광주를 외부와 단절시키고 미디어를 조종했으며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을 '폭도', '고정간첩', '남파 간첩' 등으로 매도했기에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외딴섬에 고립된 이들이었다. 누구를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죽음을 당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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