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김현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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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목에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투자해야 될까? 모든 투자자의 관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투자자의 2014년 기준 1인당 평균 보유종목 개수가 3.36개였다. 10종목 미만의 종목을 보유한 주주가 94.4%였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추측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개인 투자자들은 몰빵을 하거나, 3-4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많아도 10종목을 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종목 두세 개의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한국의 많은 이들이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투자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렇게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말로 하면 한 종목에 전체 투자금의 20~30%씩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 하는 문제이다. 모든 투자자는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투자는 종목 선정, 투자, 수익실현 이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각 단계마다 수익 극대화에 맞게 설계되고 계획되어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되는 부분은 수익 극대화의 진정한 의미이다. 홀짝을 맞추는 게임에 베팅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내가 이길 확률은 2분의 1인 것이다. 그리고 백만 원을 베팅해서 내가 이기면 이백만 원을 벌게 된다. 이 경우에 수익 극대화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진 돈을 무조건 다 걸면 최단기간 최고 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즉, 전 재산 백만 원을 걸어서 이겨서 이백만 원을 만들고 다시 이백만 원을 걸어서 이백만 원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2의 제곱, 세제곱의 형태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사백만 원을 베팅해서 딱 10판만 이기면 백만 원 X 1024 해서 약 10억 원을 벌 수 있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큰 전제가 깔려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10판을 다 이긴다는 전제이다. 이 중, 한 판이라도 지면 나는 전 재산을 날리게 되고 나의 기대수익률은 0이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자기 전 재산을 이런 방식으로 몰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좀 더 발전적인 생각을 하면 과연 백만 원 중, 몇 퍼센트를 투자할지를 고민해야 되는 것이다. 혹은 몇십만 원씩 정액으로 투자할지를 고민해야 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은 내가 가진 재산(자본)에 비례해서 투자를 하게 되고 두 번째 방식은 나의 재산(자본)과 관련 없이 계속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게 된다.

 

첫 번째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켈리 공식이다. 벨 연구소의 천재 물리학자 존 켈리에 의해 정립된 이 공식은 여러 사람에 의해 증명되었고 실제로 그들은 카지노, 증권시장, 경마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이 공식의 가치를 증명하였다. <머니 사이언스>는 바로 이 켈리 공식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켈리 공식이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간단히 우위 / 배당률로 계산한 값이 곧 우리가 베팅해야 되는 비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대수익률 10%, 기대손실률 10%이고 이길 확률이 55%라고 가정하면 우위는 바로 기댓값/베팅금액이다. 즉 백만 원을 투자하면 기댓값은 백만 원 x0.55*0.1 - 백만 원*0.45*0.1=만 원이 되고 우위는 만 원/백만 원 =0.01이 된다.


다음으로 배당률은 실제로 이겼을 때 내가 얻게 되는 금액인데 백만 원을 투자하면 십만 원을 얻게 되기 때문에 배당률은 십만 원/백만 원=0.1이 된다. 따라서 켈리 공식에 따르면 0.01 / 0.1을 하면 십분의 1이라는 값이 나오는데 이에 따라 전체 재산(자본)의 10분의 1을 투자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주식으로 치면 이 주식에 투자해야 되는 비중은 10%이다. 

 

이렇게만 보면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켈리 공식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나의 승률을 알아야 되는 것이다. 당신은 주식 투자에서 승률이 어느 정도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기대수익률과 기대손실률은 정할 수 있지만 승률을 계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누적된 경험 데이터를 통해서 승률의 근사치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켈리 공식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투자노트를 작성하여 승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일단 기대수익, 기대손실이 똑같다면 승률이 50%가 안되면 투자해서는 안된다. 보수적으로 승률이 52%라고 가정한다면 위 켈리 공식에 따르면 전체 자본의 4%를 한 종목에 투자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총 25종목에 분산투자해야 된다는 말이다. 물론 승률이 100% 라면 당연히 몰빵해도 된다.

 

흔히 투자 종목의 개수를 이야기할 때 20~30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하는데 켈리 공식을 통해서 살펴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코위츠도 '통계학을 이용하여 예를 들어 서로 상이한 분야의 상이한 종목 20~30군데에 분산투자하면 투자자는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위험을 약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즉, 어느 모로 보나 특출난 승률을 가진 투자자가 아니라면 20~30개의 종목에 비슷한 비중으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한 변동성 감소는 수익률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책에서는 켈리 공식은 재투자를 가정하고 있고 단기투자자와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있다. 재투자를 가정했을 때 켈리 공식을 이용한 투자가 수익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블랙잭 같은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게임에는 효율적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에서도 2-3년을 기다리는 투자 방식보다는 단기투자자가 특히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켈리 공식의 또 다른 단점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는 최적이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것은 분산 투자 측면이 아닌 하나의 내기에 계속 베팅할 때를 말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켈리 베팅의 절반을 투자 비중으로 정하는 방식도 많이 쓰이고 있다. 켈리 베팅의 절반을 베팅하면 수익은 4분의 1만 감소시키는데 비해 변동성은 더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켈리 베팅 규모대로 베팅하여 시간단위 당 10%의 비율로 부가 늘어나는 도박이나 투자에서 켈리 베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그 부는 7.5%의 비율로 늘어난다.

전전긍긍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 켈리 전액 베터가 투자금을 2배로 늘리기 전에 반 토막 낼 확률이 1/3이라는 사실은 입증 가능하다. 그러나 겔리 베팅 규모의 절반을 거는 베터가 투자금을 두 배로 늘리기 전에 반 토막 낼 확률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밀러라는 사람은 항상 똑같은 금액을 걸라고 이야기한다. 즉, 수익 극대화보다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똑같은 금액을 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머니 사이언스>에서 켈리 공식 말고도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클로드 섀넌이 이야기하는 균형 복원 포트폴리오, 즉 주기적인 리밸런싱이다. 수수료 문제로 인해 매일 하는 것은 오히려 자본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3개월 혹은 6개월이나 12개월로 리밸런싱 하는 것을 추천한다. 리밸런싱은 주가의 랜덤워크, 즉 불확실성을 이용해 오히려 투자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리밸런싱을 하면 수익률도 좋아지고 변동성도 낮아지는 엄청난 효과가 있음을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머니 사이언스>는 이 외에도 뉴턴의 투자 실패 이야기, LTCM의 설립과 파산 등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특히 LTCM은 과잉 베팅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LTCM의 창업자 메리웨더는 마틴게일 맨이라 불릴 정도로 고액 베팅을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결국 이런 과도한 과잉 베팅은 한순간에 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MIT 수학 교수 출신으로 20년 동안 엄청난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기록한 헤지펀드 매니저 에드 소프는 이 LTCM 펀드에 일체 투자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그 회사의 핵심 멤버인 머턴과 숄즈가 똑똑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의 돈을 투자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것은 이론을 만드는 것과 실제로 돈을 운영하는 것은 도 다른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백테스트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모의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다 하더라도 실제 투자를 하게 되면 대부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여기는 여러 심리적 요소와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달 혹은 1,2년 동안 꾸준히 수익이 나다가도 자칫 잘못하면 하루 만에 그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융 세계이다. 

 

마지막으로 소프는 투자를 할 때 도대체 얼마까지 투자해도 되는지에 대한 아주 정확하고 예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소프는 이 공격적 포지션의 진짜 문제는 "밤에 잠을 잘 수 있느냐"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프는 신경이 너무 쓰일 때에는 포지션 규모를 줄였다."

 

혹, 주식을 매수했는데 너무 많이 매수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당장 일부를 매도해서 포지션을 줄이라는 것이다. 

 

에드 소프가 설립한 프린스턴 뉴포트는 엄청난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20년이 넘게 유지했는데 이는 워런 버핏과 소로스와 견주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심지어 꾸준한 수익 측면에서는 프린스턴 뉴포트가 앞선다고 <머니 사이언스>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그 펀드는 한 해, 심지어 한 분기도 실적이 시장의 수익 이하였던 적이 없었다. 켈리의 공식에 의거한 위험관리를 언급했을 때 소프는 모든 면에서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승리자'로 보였다."

 

"프린스턴 뉴포트의 수익 곡선은 연속적 켈리 베터의 부가 보여주는 상하로 요동치는 그래프와 전혀 닮지 않았다. 분산투자, 부분 켈리 베팅, 만사 불여 튼튼의 철학에 입각해 소프는 위험과 수익의 통상적인 상충관계를 머쓱하게 만드는 안정적인 지수적 성장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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