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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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공동 연구, 우정,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탄생에 대하여 이야기이다.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의 책 <빅숏>, <플래시 보이스>, <라이어스 포커>도 재미있게 읽은 터라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이다. 

책을 읽으며 일단 아모스 트버스키가 천재적인 학자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석학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모든 대학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일 정도였다. 대니얼 카너먼만 아는 상태에서 아모스 트버스키는 단순히 공동 연구자 정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아모스 트버스키가 최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에 반해 대니얼 카너먼은 최근에야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이었다. 

물론, 대니얼 카너먼도 천재였다. 저자는 그가 "3년 동안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교수도 가르칠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을 독학으로 습득"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젊었을 때 이스라엘 군인 중 장교로 성공하거나 훈련에 적합한 사람을 추려내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지금도 약간 수정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학교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지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상장 배경도 그가 인간의 오류를 잡아내는 이론을 만드는데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다만, 천재지만 그는 아주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예민하고 모욕감도 쉽게 느꼈고 늘 확신이 없었다.  

아모스 트버스키의 천재성도 두말할 필요 없다. 울프상(대개 다음에 노벨상 수상)을 수상한 물리학자가 파티에서 아모스 트버스키와 이야기하고 나서 다음 날 "나랑 얘기했던 그 물리학자가 누구예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아모스는 물리학자가 아니고 심리학자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가 심리학자인 걸 알자 그 수상자는 "그럴 리가요. 그 사람은 물리학자 중에 제일 똑똑했어요."라고 답변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하지 않았고 시험공부할 때는 친구 노트를 한 번 읽고는 친구보다 더 잘 이해할 정도였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그들은 늘 빈 강의실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연구 주제를 논의했다. 그래서 그들의 공동 논문은 1저자, 2저자의 개념도 없었다. 논문의 핵심적인 내용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논문에 첫 번째로 들어가는 이름을 번갈아가며 쓰게 된다.  

그들은 인간의 사고가 매우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도 체계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풀어보게 한 결과, 그들은 그들의 생각이 맞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특히, 이성적 사고로 훈련된 과학자들이나 통계학 전문가들조차 같은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 체계적인 실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그들은 표본이 작을수록 큰 모집단을 닮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직관으로 감지하지 못했다. 즉, 통계적으로 정답이 있는 문제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오답을 고른다. 

아이가 여섯 명인 가정에서 아이의 출생 순서가 '남 여 남 남 남 남'일 확률과 '여 남 여 남 남 여'일 확률 중 어느 것이 더 높을까? 대부분 사람들이 '여 남 여 남 남 여'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두 확률은 똑같다. 사람들은 두 번째가 더 무작위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가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영어 단어 중에서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을까? 세 번째 자리에 K가 오는 단어가 많을까? 이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K가 세 번째 자리에 오는 단어보다 K로 시작하는 단어를 기억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틀린 답을 내놓았다. 비슷한 문제를 통해 기억하기 쉬울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결론 내린다. 

이 외에도 이들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사후 판단 편향, 평균회귀, 대표성, 기준점 설정 등의 오류가 있음을 발견한다. 따라서 이런 오류들로 인하여,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인간의 판단과 해석, 나아가 인간의 예측에 허점이 생긴다.  

그들은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 오류가 경제 계획, 과학 기술 예측, 정치적 결정, 의학 진단, 법적 증거 평가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다. 특히, 의료와 같은 영역에서는 이 오류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대니와 아모스는 불확실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 다양한 체계가 가동되는 탓에 사람들의 확률 판단 능력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사람들의 판단에 나타나는 체계적 실수를 새롭게 이해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개선하고 나아가 의사 결정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지적 오류를 인지하여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 후회를 극소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즉, 사람들은 결정을 할 때 항상 후회가 적은 쪽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경품 추천을 하는데 추첨번호가 107358이면 내 번호가 107359일 때 154778일 때 보다 더 불행하게 느낀다. 사실 확률은 똑같은데도 말이다. 이런 심리도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공동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인지 오류를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공동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아모스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이다. 특히, 아무리 아모스가 공동 연구라고 이야기하고 다녀도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니얼은 다음과 같이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아모스 그늘에 상당히 가려져 있는데, 우리 관계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예요. 샘이 나니까요! 정말 당혹스러워요. 샘이 나다니. 그런 감정은 아주 질색인데..." 

10년 동안 대니얼은 거의 아모스가 있을 때 아이디어를 냈다. 둘은 항상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제 대니얼은 혼자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지 못하여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대니얼은 말한다. 이렇게 그들은 갈라졌다. 

그런데 4일 뒤, 아모스는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모스는 암이 온몸에 퍼져 앞으로 잘해야 6개월 살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고 대니얼에게 두 번째로 그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로, 그들은 다시 날마다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모스는 죽고 그 이후 대니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두 천재의 우정, 갈등 그리고 아모스의 죽음과 대니얼의 노벨경제학상과 뒤늦은 스포트라이트는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특히, 그들이 공동 연구한 인간의 체계적 인지 오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키며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오류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과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모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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