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매튜 D. 리버먼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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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뇌>의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간단명료하다. 바로 우리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기울의 발달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각적으로 관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에 따라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한 비밀을 조금씩 풀게 된 것이다. 저자가 밝히는 그 비밀은 바로 뇌는 사회적 관심을 추구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 세팅이 자신과 타인을 생각하는 사회인지에 맞추어 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잠시 쉴 때, 뇌는 기본 세팅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본 세팅 상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쉬면서 자신에 대해 혹은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사회인지에 몰두한다. 즉, 가만히 쉬고 있을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기본 신경망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기본 신경망(기본 세팅 상태)은 사회 인지를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이렇게 진화되고 세팅된 뇌의 기본 구조로 인해, 사회적 세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신생아도 이 기본 신경망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즉, 이는 뇌가 처음부터 이렇게 세팅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먼저 그가 밝혀낸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뇌는 사회적 연결에 대한 위협을 신체적 고통을 경험할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같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고통과 축구하다가 다쳤을 때 느끼는 고통이 뇌에서 비슷하게 처리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두 고통을 혼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적 고통도 신체적 고통만큼 실제 고통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실연당하거나 사회적 고통을 당한 사람을 간과하거나 스스로 알아서 잘 극복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해서는 안된다.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실제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성을 역이용하면 사회적·심리적 고통이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실제 실험에서도 효과를 보여준다. 

 

또 재밌는 사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의 기쁨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느끼는 기쁨에 대해 뇌의 보상체계는 비슷하게 처리한다는 점이다. 고통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기쁨도 사회적 기쁨과 육체적 기쁨을 처리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즉, 다른 사람의 격려와 위로, 감동이 우리에게 주는 보상이 물질적 보상 못지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물질은 한정된 자원에서 소모되는 것이지만 칭찬 같은 것은 계속 사용 가능하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공정함 자체가 우리에게 보상이 된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점은 우리는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는데, 자신이 더 받는 것보다 공정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뇌 보상체계가 더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공정함은 인간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 중 하나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실험을 통해 밝힌 것은, 타인의 안녕에 대한 관심이 사익 추구와 함께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을 때 보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돌보거나 잘 대해줄 때에도 사회적 보상이 발생한다. 즉, 우리가 받는 입장일 때도 우리의 뇌에는 보상체계가 작동하고 우리가 제공하는 입장일 때도 보상체계가 작동한다. 다른 사람의 안녕을 위해 노력할 때에도 내적인 기쁨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본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임을 고백해야만 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인간 동기의 근원이라고 주장해온 홉스, 흄 등의 지적 전통 때문에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이런 잘못된 전통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해는 결국, 인간에게 이기적 동기와 이타적 동기 모두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의 뇌에는 타인의 마음 읽기를 담당하는 신경회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작동원리는 나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보면 나의 뇌가 자동적·본질적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모의하고 있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의 심리를 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음읽기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하고 욕구와 바람을 예상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행동한다. 따라서, 이는 집단이 원만하게 굴러가도록 돕는다. 반면, 이러한 사회적 추론을 하는 신경 체계는 비사회적 추론을 담당하는 신경 체계가 보통 대립적으로 작동한다는 것도 밝힌다. 

 

다음으로, 내측 전전두피질이 우리 자신을 인식하는 것과 우리가 타인의 영향을 받는 것 모두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밝혀졌다. 즉,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내 생각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영향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 사람의 정체성은 아무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몰두한다 하더라도, 대다수는 자신이 속한 여러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나아가, 저자는 우리의 뇌는 오히려 우리가 집단 규범에 순응하고 사회적 조화를 꾀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요즘 예능에서 사람들 웃음소리를 효과음으로 많이 넣는데, 실제로 웃음소리를 들으며 예능을 시청하면 웃음소리가 없을 때보다 훨씬 재밌다고 뇌는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저자는 자제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제력의 특징은 제한된 자원이라서 한 번에 오직 한 종류의 자제력만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근육처럼 자제력도 연습으로 인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자제력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회적 조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성향에 자제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결론적으로 자제력은 개인보다 사회에 더 큰 혜택을 선사한다. 특히, 우리가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이러한 자기통제는 사회적 연결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협소한 사익보다 집단의 선을 우선하도록 작용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조화의 핵심이라고 한다. 

 

간단한 실험으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류 뭉치를 떨어뜨렸을 때, 카메라가 설치된 방에서의 실험자들이 30퍼센트 이상 높은 비율로 도와주었다. 또한, 거울만 설치해도 허용된 사탕 한 개 이상을 집는 아이들의 비율이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반면, 거울이 없는 상황에서는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한 개 이상의 사탕을 가져갔다. 이처럼, 타인이 자신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제력이 발휘되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는 사회의 유익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사회적 뇌의 특성을 말한 다음, 책의 뒷부분은 그렇다면 더 현명하고 행복하며 생상적인 삶을 위해 이러한 뇌의 특성에 맞게 무엇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먼저 돈이나 물질보다 사회적 요인들이 행복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회봉사를 하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 매일 만나는 가까운 친구가 있는 것 등의 사회적 요인이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요인은 신체적 건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뇌가 사회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연결은 우리의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 등은 고통을 감소시키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반면,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약간 기여하거나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회사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투자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로 데이비드 록의 스카프 모형 SCARF model을 소개한다. 바로 지위 status, 확실성 certainty, 자율성 autonomy, 관계 relatedness, 공정성 fairness이다 이런 비금전적인 내재적 동기에 의해 회사는 직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적 자본'만을 강조해왔는데, 이제는 사회적 자본에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음으로 지도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분석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이 모두 뛰어난 지도자를 찾기가 어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연구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지능, 공감, 지도력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지능과 공감을 모두 지도력과 연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흥미롭게도 이 지능과 공감 사이에는 부적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즉, 사회적 사고와 비사회적 사고는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시소의 양쪽'처럼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지도자들 중에, 이 두 가지가 모두 뛰어난 지도자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비사회적 사고가 부족한 사람은 업무 이해 방식이 변화를 통해 보완이 가능한 반면, 비사회적 회로를 선호하는 생물학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사회적 사고를 익히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업무 환경의 사회적 측면을 습관적으로 간과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사회적 사고를 몸에 익히는 것이 성인이 되어 제2의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릴 때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사고라는 것이 어릴 때 대부분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고 성인이 되어서 사회적 사고를 익히려고 하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 사회적 뇌를 바탕으로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에 앞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학업 성취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힌다. 왜냐하면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활성화하는 신경회로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고통에 온 집중을 하기 때문에 수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몸이 아픈 아이들이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듯이 마음이 아픈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본격적으로 학업 성취도를 올리기 위해서 아이들이 소속감을 갖게 해야 한다. 따라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심리 사회적 사고방식을 이용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역사를 공부할 때 '무슨'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왜'에 대한 논의로 옮겨져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과 동기를 포함한 사회적 이야기 형태로 역사를 배운다면 심리화 작용에 기초한 기억 체계를 자극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화 작용을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에는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역사 공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소개한다. 바로, 학생들이 배우는 동안 자신이 교사인 것처럼 여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방식이 전통적 기억체계 대신에 심리화 체계를 사용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사회적 동기만으로 심리화 체계의 기억능력을 활성화하기에 충분하다는 몇몇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다.

 

<사회적 뇌>는 먼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근본 원리와 구조를 밝힌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적 뇌의 속성을 행복한 삶, 직장인의 동기유발, 학생들의 학습 등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뇌와 관련해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들이 많겠지만,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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