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내가 읽은 마스다 미리의 세 번째 책이다. 전에 읽은 것과 달리 이번 책은 한 주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되어 있다. 싫은 사람에 대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아할 수 없고 불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만난 사람은 어떻게 보면 단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맨날 같은 걸 물어보는 사람', '배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 '고맙다는 말도 안 하는 사람' 등등. 저자는 '사소한 일이지만 쌓이다보면 묵직해진다'라고 표현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뭐라고 반응하면 '농담'이라고 넘어가버리는 사람. 나도 자주 느끼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진짜 화가 난다.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유형은 싫은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결혼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물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여기, 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차이. 한 글자 차이밖에 안 나는데 여기에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형이었는데, 사실 처음 1년 동안은 참고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숨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숨기는 것도 불가능했고 그 형의 단점을 못 본 척하기도 힘들었다. 더군다나 같이 살고 있으니 매일 그 단점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친한 척을 하고 잘 대했지만 속에서는 온갖 불만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최소한 사랑할 수 없다면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정신 수양을 해야 했다. 그 형이 나한테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행불일치의 모습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이처럼, 대면 대면한 관계는 사실 미워할 기회도 별로 없다. 그러나 점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면 안 좋은 점이 하나둘씩 보이고 반복되는 행동에 질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정신줄을 꽉 붙잡는 것이다. 자꾸 안 좋은 점이 보이고 싫어진다고 해서 마음 가는 데로 그대로 두면 안 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약한 부분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동시에 약함과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난 돌이 서로를 깎으며 점점 둥글둥글 해지듯이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부딪히기 싫어서 회피하면 깎을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조금씩 부딪히며 그 사람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나의 약함을 인정할 때 모난 부분이 깍이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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