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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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등, 어떻게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제왕절개는 많은 산모와 아이를 살리게 된 매우 유익한 의료 행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제왕절개를 통한 산업화된 출산이 과연 인간에게 진정으로 이로운가 혹시나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화된 출산과 산업화된 농사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라이프 프로젝트>에서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히듯이, 아기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 받은 여러 영향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농부와 산과의사>의 저자 미셀 오당도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초기' 건강연구 자료은행을 한번 훑어보기만 하면 누구라도 우리의 건강이 상당한 범위까지 태내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산업 영농에 관련된 화학물질에 의한 자궁 내 오염이 태속에 있는 아이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태속에 있는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이 다 분석되고 파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예로 PCB 등의 화학물질을 보면, 태내 오염이 모유오염보다 더 아기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11살 아이들의 IQ와 성취도를 검사해보니, 태중 PCB에 노출된 아이들이 IQ 지수가 낮게 측정되었다. 놀랍게도 '태반을 통해서 보다 모유를 통해서 더 많은 PCB가 전달되지만, 결함은 출생 전 오염에 관련해서만 발견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출산과 관련해서 먼저 저자는 산업적 출산의 시대에 산모는 '환자'가 되었다는 표현을 쓴다. 기본적으로 산모에게 에피듀럴 마취제와 옥시토신 촉진제가 주입된다. 아기는 초음파 검사에 의해 주기적으로 체크를 받는다. 그리고 통증이 심해지면 방광을 비워주기 위해 요도로 관을 넣는다. 출산에 엄청난 의료 행위가 개입을 하는 것이다. 사실, 근데 저자도 말하지만 많은 산모들이 마취제와 제왕절개를 선호한다. 처음 유럽에 이러한 방식이 도입되었을 때, 미국에서 원정출산을 갈 정도였다. 당사자들이 이렇게 열광하는데 왜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가?

 

먼저, 인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인체에 질서와 규칙을 정립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호르몬이다. 엔드로핀과 옥시토신 등 '사랑의 호르몬'인 복합물질이 분만과 분만 후에 분비된다. 그러나, 제왕절개를 비롯한 의료 개입은 이 호르몬이 분비를 막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연적 질서에 의료가 개입했을 때 어떤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지 충분히 추적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 부정적 영향 중 하나를 범죄율이라고 이야기한다. 범죄율과 산과적 개입의 비율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왕절개 비율이 천문학적으로 높은 곳은 범죄율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산전관리는 생리적 반응들을 질병으로 간주한다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대사의 일시적 조정작용을 '임신성 당뇨'라고 부른다. 태반이 잘 활동하고 있다는 신호인 혈액량의 증가를, 평소보다 혈액이 묽어졌고 따라서 헤모글로빈 등의 농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빈혈로 본다. 반복된 산전검사들은 왕왕 임신한 여성들의 마음에 불안감을 심어주어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것을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부른다."

 

특히, 마지막 두 문장은 깊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아무리 건강한 산모라도 병원에서 산전 검사를 받았는데 빈혈이 있어서 주사를 맞지 않으면 출산 때 위험하다고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걱정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마음은 실제로 산모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출산을 할 때는 잠을 잘 때와 비슷한데 둘 다 신피질의 활동이 줄어든다. 즉, 뇌의 지적 활동이 줄어든다. 따라서, 출산을 할 때는 잠을 잘 때와 마찬가지로 신피질을 자극하는 이성적인 언어 같은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래서 산모가 진통 중일 때는 남편이든 병원의 관계자든 최대한 질문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이 두뇌 피질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원에서 많은 산모들이 밝은 빛 아래서 아기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프라이버시가 무시되는데 잠을 잘 때 누가 옆에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잠들기 힘든 것처럼 출산 때도 주변에 신경이 쓰이면 온전히 아기를 낳는데 집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출산 과정 중에 계속해서 아기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산모가 더 집중하지 못하게 해서 제왕절개로 갈 확률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출산 장면을 촬영하는 것도 출산을 방해하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병원에서 아기를 낳는 방식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게 만든다.

 

저자는 안전한 후산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그곳이 충분히 따뜻해야 아드레날린(옥시토신에 적대적)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 산모는 오로지 아기와 접촉하며 아기에게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생명역동적(bio-dynamic) 출산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명역동적 태도는 생리학적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초한다. 요점은 어머니와 아기의 생리학적 잠재능력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계속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위적인 의료의 개입이 아닌  오랜 세월을 통해 자리 잡은 인간의 생리학적 능력을 믿고 그 원리에 따라 출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위급상황이 아닌데도 생리학적으로 충분히 아기를 낳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 의료 시스템은 제왕절개를 추천하고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출산 전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며 초음파를 검사하고 산전검사를 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결국 이런 검사를 통해서 혈압, 체중, 빈혈, 임신성 당뇨, 노산, 엽산 부족 등등에서 자유로울 '정상적인' 여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검사 없이도 충분히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 있는데, 병을 부르는 진료가 되고 이는 실제로 노시보효과에 의해 난산의 시초가 된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이제 실내를 어둡게 하고 출산을 진행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고 '자연분만'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셀 오당이 말하는 생명역동적 출산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미셀오당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듯, 우리도 함께 구호를 외치며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

 

"출산을 치유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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