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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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나 '독설'같은 자극적인 주장, 이렇게 하면 확실하다는 논변이 주목받고 

우리의 정신적 혀는 조미료에 길들여진 것처럼 마비되어 버렸다.

이 책은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시원한 물을 한 컵을 내어놓은 것 같다. 


강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내가 많은걸 아는데 이렇게 하면 되니까 의심하지 말고 따라오라 이런 게 아니다.

나도 확실하지는 않아... 그런데 이런게 아닐까? 안타깝다. 너는 어떻니? 

이렇게 물어오고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정도이다.


신문에 기고하신 칼럼으로 보이는 글들이 대다수이다.

a라는 일화에서 시작해서 b라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의견을 살짝 제시하는 형태가 많다.

크게 상관없어보였던 a, b라는 두가지를 엮은 것도 놀랍지만, 

시종일관 느껴지는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씨가 사적으로 만나도 포근한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다소 시의성있는 소재들이 있고, 정치적인 색채가 있지만, 시간의 힘을 견디고 고전적인 수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책을 덮었지만 틈틈이 꺼내어 아름다운 문장을 더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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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이덕일 / 김영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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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대 문제적 인물이라는 송시열의 삶과 그에 얽힌 조선시대 정치역사를 그리고 있다.


나는 읽을때 지루하고 답답했다.

책이 워낙에 정치적 사건들만 다루고 있어서 좁기도 했지만, 이 시대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이 예법에 의한 모함,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상대당을 죽이는 당쟁의 연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은 물고 물리는 정치적 보복이다.

대동법 확산 등 민생 개선을 위한 고민이 있었고 실제 정책적 움직임도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게 포커스는 아니다. 책에서는 지리한 당쟁의 역사가 계속된다. 국가적 이익, 민생 보다는 당파적 이익, 의리가 우선한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책의 말미에서는 조선시대 농업 생산력 증대 및 공인의 등장으로 상공업이 발달하며 조선시대 모습이 변화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사상적으로도 기존 주자학에 대안적인 생각들(양명학, 천주교)이 차츰 퍼지게 된다. 

지리한 당쟁속에서 결국 장기 집권하는 세력은 주자학을 배타적으로 모시고 더욱 보수화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낡은 사상이 지배하고 성리학이 새로운 이념으로 떠올랐던 고려말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치욕적인 일제 지배를 겪지 않았더라도, 내부에서 조선은 고려처럼 붕괴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역사의 씨앗이 이때부터 만들어지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씁쓸했다.

저자는 송시열에 대해 비판적이다. 편협한 주자학을 숭배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상대당을 공존해야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보았다. 실제 그를 숭상하는 노론의 일당 장기독재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벽되지 않지만 소인은 편벽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

송시열은 주자학의 거두로 '송자'라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이 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군자일까 소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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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들
닐 어윈 지음, 김선영 옮김, 조영무 외 감수 / 비즈니스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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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는 아직 1930년 대공황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씨름중이다.
앞으로도 인류에게 계속 회자될 이 역사의 중심에는 중앙은행이 있다.
이 책은 중앙은행의 승리와 도취, 그리고 실패를 다뤘다. 

표지에 나오듯이 Fed, ECB, BoE 이렇게 세곳의 중앙은행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제목 '연금술사들'처럼 마치 요술을 부리듯 돈을 찍어내고, 시장의 붕괴를 막았다.
때로는 시장의 버블을 만들었다고, 이 위기의 근본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전세계 부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가끔은 미국대통령보다 더 거대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들은 정치인들처럼 민주적 절차에의해 뽑힌 것도 아니다.
행정부 수반이 임명하고, 의회의 동의를 받는 선에서 그들은 연금술사의 지위에 오른다.
그들은 전문적인 관료로 행정부에 의해 임명되지만 중립적일 것으로 요구받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큰 파급효과에 비해 그들이 하는 내용이 전문적으로 이해되거나, 견제받지도 않는 독특한 집단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지는데, 우선 1600년대 스웨던의 최초의 중앙은행 부터 연준의 탄생 순간, 20세기 초반 대공황 시기, 2006년 중앙은행의 도취 등을 짤막짤막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부분은 2007년부터 2010년을 길게 다루고 있다. 글은 현장감있고 잘 읽힌다. 저자가 현직 기자이다. 번역도 물 흐르듯이 편안하다. 

위기의 중심인물인 3인에 대한 내 느낌은 다음과 같다.

Fed 버냉키는 저명한 교수출신으로 위기를 잘 인식했고, 정치적, 학문적 반대의견을 설득하며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집행했다. 겸손한 편이고 연준 동료들 및 정치인들의 반대의견에서 귀를 기울였고 잘 설득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해나갔다.

ECB 트리셰는 유럽연합의 이상을 고이 간직한 유럽인으로써 위기시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가 번번히 충돌하는 상황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했다.

BoE 킹은 독단적이고, 민간 은행이 탐욕으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초기 대응이 늦었다. 뒤늦게 나마 위기가 심각한 걸 깨닫고 의견을 바꾸기는 했다. 그리고 매우 당파적이다.

저자의 중앙은행에 대한 시각은 우호적이다. 자칫 대공황으로 올 수도 있었던 세계경제를 과감한 정책으로 구원했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가까스로 회복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관론은 팽배하고 세계는 아직 디플레이션 압력이 만만치가 않다. 

중앙은행이 안정된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Exit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점으로 남는다. 아직 중앙은행의 실험과 역사는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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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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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로 시대를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정약용과 정조의 사이가 이렇게 각별한 줄은 몰랐다. 

우선 정약용이 무척 뛰어난 인물이였다. 논변이 뛰어나 반대파에서도 꼼짝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약용은 도덕적이고 예를 중시하며 한결같이 백성을 사랑했다. 정조가 때로는 엄하게 다루고 도덕적인 시험에 들게 하지만, 정약용은 그런 일을 잘 해내고 당당하게 처신했다. 

노론에 대응하기 위해 남인출신을 중용하고픈 정조의 마음도 있지만, 정약용을 정말 티나게 아꼈다. 역으로 정조가 죽자 정약용은 2번 국문을 받고 기나긴 귀향살이를 한다.

철인군주였던 정조시대에 잠시나마 꽃피웠던 정치와 문화는 정조가 죽고난 후 참 암담해진다. 계파의 이해를 위해 남인에게 천주교를 덧씌워 탄압하는 모습 등을 보면 시대의 아픔이 느껴진다. 쇄국정책과 식민지시대로 가는 운명은 이때부터 형성되어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2차 세계대전에는 좀 무모하긴 했지만 미국에 도전할 정도니, 집권층의 사상과 태도가 한 나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들의 삶을 결정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한다.

정약용이 귀향살이에서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은 참으로 절절하다. 이것도 따로 책으로 엮여져 나와있는데 다시 보고 읽고 싶어진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도 참 아까운 인물이다. 저술을 많이 남긴 정약용이 널리 알려져서 그렇지, 정약전의 학문과 마음은 정약용보다 나은 면이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했더라면 백성들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가슴이 아프다.

참고로 이 책은 김훈의 <흑산>과 함께 보면 좋다고 생각된다. 흑산은 픽션이지만 김훈 특유의 묘사가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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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 중국 편 - 한국경제를 흔드는 중국의 전략과 미래! 글로벌 경제 시리즈 3
임형록 지음 / 새빛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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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근현대 역사를 잘 정리해놨다. 청말기 부터 시작해서 마오쩌둥, 모택동의 개혁개방, 2000년대 이후 까지.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알 필요가 있으니 당연하다.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는 더욱 필요한 일이니 이해가 된다. 

중국 서적을 많이 본 것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 근현사를 정리한 더 좋은 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쓸만하다. 중국 내부 정치구도, 중국 공산당의 형성과 고민 등 을 이해하기 위해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국 양털깎기 삼종 세트, 미국 제조업 부활.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 때 미국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지적 등은 다소 음모론(?)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흘려들을 수 만도 없다.

이 책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나올만하게 다소 산만하다는 점. 갑자기 태백산맥, 조용필, 무협지 이야기로 샌다. 그리고 사족처럼 엉뚱한 감상이나 멘트가 등장. 

둘째는, 인용 및 출처가 없다. 그래도 나름 현지 대학교수님이 쓰신 글인데 다소 무성의해 보인다고 할까.

중국 근현대사 및 2천년대 역사에 대해 자세한 지식이 없다면, 읽고나면 시야가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 책종이는 무겁지만 가볍게 시원시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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