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 펜타곤 출입기자가 파헤친 미국의 본심
김동현 지음 / 부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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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국회나 국방부의 생생하고 내밀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 국영방속 VOA(미국의 소리) 국방부 출입기자. 이 책을 읽고나서 국제정세가 흘러가는 맥락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왜 한일 실시간 정보교류에 집중하는지, 미국은 왜 주한미군을 밖으로 돌리려고 하는지, 왜 북한 핵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최신의 양질의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요즘은 경제나 시장에서도 지정학, 안보, 군사 이슈가 중요하다.


  • 한반도 천동설

    • 저자가 지적하는 것이 이른바 '한반도 천동설'. 한국은 매우 개방된 경제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국내 언론이나 정치인, 대중 시야는 한반도에만 집중되어 한반도 중심으로만 사고한다. 글로벌판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계를 맺고 실력을 축적하고 공부해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외교에서도 객관적이지 않고 자꾸 헛된 희망(wishful thinking)에 빠지고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일이 되풀이 된다.


  • 역사상 처음으로 직면한 현실 - 중국/러시아의 도전

    • 미국이 절대강국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절대적 지위는 다소 흔들리는게 사실이다. 중국이 경제력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 예전엔 절대강자로서의 호의와 여유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시다발적인 도전으로 패권국 미국이 다급하다.

    •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적성국을 견제하는 짐을 좀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 비단 한국에게만 부당하게 가해지는 압력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에서 벗어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특히 중국견제에도 동참해주기를 원한다. 트럼프는 직설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표현방식만 다를 뿐 미국의 기조자체는 이 흐름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

    • 우리나라는 북한 핵무기에만 신경을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이 가열차게 핵무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한국 언론에는 별로 다루지도 않는 내용이다. 우리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훨씬 파급력이 큰 중국 핵무력 증강에 관심이 있다. 북한 핵무력은 상대적으로 큰 관심거리가 안되는게 현실이다. 큰 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 중국은 초한전이라고 다방면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재래식 전쟁은 하지 않더라도 정보전, 심리전, 언론전, 사이버전 같은 비전통적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적이 되어버린 중국이 어느 방식으로 나타나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지 모르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원투입이 방대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미국도 더더욱 동맹이 이런 부담을 나누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군에 대해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펼친다. 제 1 도련선, 제 2 도련선 같은 개념이 그런 것들이다. 한반도는 제 1 도련선 가장 안쪽에 들어와있는 지역이다. 평택이나 몇몇 곳에 뭉쳐있는 주한미군의 경우 중국의 공격에 쉽게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지점이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서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 대규모 병력을 고정적으로 위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미군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 조차도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 하지만 베이징과 직선거리 1,000km도 안되는 한반도의 지리적인 위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전초기지로 전략적 가치는 크다.


  • 전쟁의 양상 변화과 대응

    •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방어망으로 요격하는 시스템이 있다. 최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나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회피기동하는 미사일이 등장해서 방어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래서 등장한 개념이 '발사의 왼편'이다. 상대가 발사할 기미를 보이면 쏘기전에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경보와 정보가 중요하다. 미국이 한일간 사안인 지소미아를 강조하는 이유다. 원할한 정보교류가 가능해야 조기경보 시스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야기가 많았던 나토식 핵공유제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속내도 들어볼 수 있다. 꼭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정말 필요는 있는 것인지, 객관적인 장단점은 무엇인지 따져본다. 미국이 우리나라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준 적이 있는데, 우리가 예뻐서라기 보다는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마지막 챕터에서 기자로서 워싱턴의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을 읽으면 답답해진다. 워싱턴에는 많은 싱크탱크가 있다.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주장과 담론이 오고간다. 여러 세미나에 시아쪽에서는 일본, 대만, 중국인사만 꾸준히 자리를 지키지만 한국 정부관련 인사는 별로 없다고 한다. 일본 관료는 꾸준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고 한다. 한국은 기자도 특파원이 다소 그동안 고생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측면이라 전문성도 부족하고, 워싱턴에서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북한 이야기에만 관심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경제에 이어 문화로 선진국뽕(?)에 취해있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취약하구나 싶다. 워싱턴에 일본 로비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도 만나고 인맥을 쌓아오고 긴안목에서 전문가를 만드는 노력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 책은 출판사의 제공을 받아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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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당신의 모든 선택에서 진짜 원하는 것을 얻는 법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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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작인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구글 검색어라는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속살을 잘 알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을 연구하려면 인위적으로 조작된 실험을 하거나, 서베이, 관찰을 하지만, 내밀하게 자신의 핸드폰이나 컴퓨터에서 검색한 데이터가 정확하게 인간의 내면을 잘 드러낸다. 다방면에 걸친 주제와 새로운 발견들이 흥미롭고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이 좋아서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책이다.

  • 그런 책의 저자가 낸 책이니 큰 기대를 하기 마련이고, 새 책도 흥미롭게 읽었다. 여기서 표방하는건 '인생의 머니볼'이다. 야구에는 '머니볼' 혁명이 있었는데, 변화가 없고 고리타분하던 야구계에 괴짜들이 데이터와 통계를 들과와서 기존 체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각을 적용해서 성공을 거둔 이야기다. 이제 이런 머니볼 스타일의 기법은 거의 모든 야구단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저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덕분에 생성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직관이나 통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한 인생의 전략. 결혼, 육아, 스포츠, 재테크, 기업경영, 행운, 외모, 행복과 같은 분야에서 빅데이터로 진실이 뭔지 찾는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 제목은 <Don't Trust Your Gut>이다.

  • 우리의 직관은 틀린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낙관적일 때가 많다. 쉽게 기억된 이야기들의 중요도를 과대평가하고,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에 매달린다. '인지편향 목록'을 보면 우리의 직관과 인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데이터가 제시하는 해법을 따르라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확률적인 타구 방향에 따라 내야 시프트를 하듯이 인생의 결혼, 육아, 스포츠, 재테크 등에서도 데이터가 제시하는 전략을 취하는게 살아가는데 유리하다.

  • 이걸 거의 종교의 차원까지 끌어올리는데, 노아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우리가 18세기 이후로 "굉장한 종교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로운 종교는 '데이터주의Dataism'이다. 18세기 '인문주의 혁명'으로 종교에서 인간으로 내려왔다면 이제 불완전한 인간에서 데이터로 가라고 한다.

  • 다음은 각 분야에서 데이터가 제시하는 새로운 발견 및 통찰에 대한 정리.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니 실제 책을 읽어봐도 유익할 듯. 어떤 데이터를 써서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는지도 설명해준다.


< 결혼 >

  • 동양에서는 인륜지대사이고, 서양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생의 최대 이벤트. 그러나 대부분 직관이나 주변 몇몇의 조언에 의존해서 상대를 고른다. 빅데이터 분석으로는 "두 사람의 어떤 특성이 좋은 관계를 예측할지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맥빠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데이트앱의 발달로 데이트 세상에서 어떤 특징들이 매력적으로 여겨지는지 가려내기는 쉽다고 한다.

  • 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연애상대로 선호하는 특징으로는 '신뢰감'이 꼽혔다고 한다. 그러나 데이터로 보면 외모가 훌륭하고, 남자의 경우 키가 크고, 백인이고, 소득이 높고,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선택받을 확률이 높았다. 이건 그냥 상식적인 이야기.

  • 다만, 어떤 사람과 만나서 행복할지는 오히려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지, 우울하지 않았는지, 긍정적 정서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관계가 높다. 따라서, 외모는 과대평가되었다. 따라서 저평가된 사람을 시간을 두고 만나는게 오히려 잠재력 매력을 발견하고 행복이 가능하다.

  • 삶에 대해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할 줄 알고, 신뢰를 받으며, 관심과 애정을 편안하게 표출하고, 다른 사람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 성실하고 성장마인드가 있는 좋은 사람과 연애하는 것이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데이터가 주는 시사점

< 육아 >

  • 저자는 부모의 역할이 과대평가 되었다고 함. 즉, 육아의 비중이 지나치게 고평가. 실제로는 아이가 어느 '동네'에서 동네에 어떤 어른들을 보며 자라는 지가 훨씬 유의하게 중요하다고. 데이터로 그렇다고 함. 일종의 롤모델로서 동네 어른들.

< 운동 >

  • 유전자가 탁월한 운동능력의 대부분을 설명. 피나는 노력은 부분적. 이걸 쌍둥이가 연계된 데이터로 검증. 그나마 운동 중에서 승마, 역도, 다이빙은 유전적 요소가 적은 종목이라고. 농구는 유전자 영향이 가장 높은 운동축에 속함

< 미국의 숨은 부자 >

  • 부자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 근로 소득으로 부자가 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함. 부자 중에도 제도, 브랜드, 규모의 경제, 지역밀착형 이든 경쟁을 통해 이윤을 0으로 갉아먹지 않을만한 완전경쟁이 아닌 업종에서 부자가 될 확률이 높음. 미국에서 데이터로 검증.

< 창업 >

  • 일반적으로 주커버그나 잡스처럼 20대에 아웃사이더로써 창업해서 성공을 거둘거 같지만, 데이터는 40대즘에 느즈막히 업계 경력을 쌓고 창업한 경우가 더 성공확률도 높고, 수익성도 훨씬 나았다고. 상식적으로 경험이 많고 인맥이 많아서 창업하면 잘 될꺼 같지만 오히려 주커버그나 잡스 같은 몇몇 특출난 스토리텔링이 직관을 방해한 경우. 데이터는 오히려 직관을 지지하고 있음.

< 행운을 붙잡는 비결 >

  •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이 좋은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통념이 있는데, 성공한 기업은 자신이 얻은 행운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얻은 행운은 다른 모든 기업이 기대할 수 있는 행운과 다르지 않았음(p.212).

  • 스포츠와 달리 예술의 세계에서는 자질을 평가하기 어려운데, 예술가들이 평가받는 과정을 분석해보면서 "행운의 패턴"을 분석해볼 수 있음. 화가들의 전시와 경매 정보를 모아놓은 매그너스라는 앱을 바탕으로 예술적 성공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분석한 결과 비주류 화가에서 보증수표 화가로 성공적으로 이행한 화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은 "초창기부터 집요하고 끈질기게 탐색했다". 즉, 많은 지역과 화랑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지역과 갤러리에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예술가로 성공하려면 재능만으로는 안된다. 누군가가 당신을 발견할 확률을 높힐 수 있다면 기꺼이 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해야 한다.

p.229

  • 또, 다작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품을 많이 생산하는 작가들이 그만큼 행운을 잡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때때로 예술가들은 자신이 언제 걸작을 생산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베토벤도 자신이 작곡한 곡이 형편없다고 편지에 썼는데 그 곡이 걸작으로 인정받은게 여덟번 이상이였다고 한다. 데이터에서도 이런 전략을 적용해보면, 많이 구애를 하면 성공확률이 높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다.

  • 이건 도시를 다루는 다른 책에서 언급한 '도시'가 살기 좋은 이유와도 유사하다. 도시에 나가야 사람이 별로 없는 농촌이나 소도시에 비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양쪽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이야기를 예술이나 데이트에서도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것이다. 구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원을 많이 해보는게 매우 중요하다.

< 외모 >

  • 외모는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p.247). 선거에서도 외모는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절망하고 있을수만도 없는 게, 외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 저자는 자신의 외모로 실험을 하는데, FaceApp으로 여러가지로 자신의 외모에 변형을 준다. 안경을 쓴다던가, 턱수염을 기른다던가,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식의 다채로운 변형으로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앱을 사용해 점수를 매긴다. 원본에 비해 몇몇 개선으로도 큰 향상을 불러일으키는 변형들이 있다. 점수를 갉아먹는 변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적절한 변형을 잘 적용하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얼굴로도 성공과 데이트가 가능할 정도로 개선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FaceApp 같은 인공지능 앱과 신속한 시장조사앱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결합하면 우리는 꽤 나아질 수 있다. '수비 시프트'를 가동해 볼 수 있다.

< 행복 >

  • 마지막은 근본적 이슈인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의 행복 연구는 사람들의 기억과 인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고통과 행복에 대해 인지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방대한 행복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지금 현 시점에 무얼하고 있고, 그때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서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6만명이 넘는 사람에게서 300만개 이상의 행복 측정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 결과를 보면 가장 행복한 활동은 '친밀한 접촉/섹스'다. 그리고 '연극/무용/음악회', '전시회/박물관/도서관', '스포츠/달리기/운동', '원예', '노래/연기', '대화/수다/사교' 순서다.

  • 과소평가되는 활동은 스포츠나 전시회, 박물관, 원예, 장보기 같은 상대적으로 액티브한 활동들이다. 이런 활동들은 생각보다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 반대로, 과대평가되는 활동은 수면, 휴식, 게임, TV시청, 인터넷 서핑 같은 수동적인 활동 들이다. 이런 활동들은 생각보다 우리를 덜 행복하게 한다. 행복을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행동을 피하려는 본능을 피하는 것이다. 이게 인생의 '내야 시프트'중 하나이다. "인생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날 때 바뀐다"가 이 챕터의 제목이다. 행복해지려면 활동적이 될 필요가 있다.

  •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부유해짐에도 행복해지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현대인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같은 행복하지 않은 활동에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할때 덜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은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것'이 있고 두번째는 '재택근무'라고 한다. 진짜로 일을 할만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친구로 간주하는 사람들과 함꼐 일하는 거다. 이러면 마이너스였던 행복도가 혼자 느긋하게 긴장을 풀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점수와 비슷할 정도로 올라온다고 한다.

  • 또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인 가족, 친구나 애인과 시간을 보내야 행복하다.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과 상호작용할 바에야 오히려 혼자 있는게 더 행복하다고 한다. 소셜미디어도 비슷한데,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별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건 아니다.

  • 날씨도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에 비하면 미치는 영향도는 낮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중심으로 본 인생 해법'은 "섭씨 26도의 화창한 날에, 아름다운 강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소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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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코드 - 고통의 근원을 없애는 하루 10분의 비밀
알렉산더 로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시공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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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상황 속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행동한다. 그런게 성격이나 가치관이라고 쉽게 얘기한다. 왜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 꼭 어떤 한가지 방식으로 반응할까?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예전부터 의문점을 가져왔다. 세상에는 결코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 어떤 식으로 반응하기에는 그에 해당하는 원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근거를 찾아보면 반드시 과거의 어떤 순간과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라는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새겨놓은 프로그래밍대로 반응한다. 그게 자기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 이 책의 저자는 기억의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다룬다. 사람의 기억이라는건 객관적일 수 없고, 해석이나 감정과 결부되어 있는데, 그런 기억은 마치 렌즈와도 같아서 현재 상황도 왜곡한다. 왜곡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저마다의 렌즈를 달고 살 수 밖에 없다. 굴절도가 얼마나 심하냐, 먼지가 얼마나 끼어있느냐 차이점은 있더라도 개체로 살아가는 한.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여섯 살인데, 새로 산 흰색 카펫에 포도주를 흘려서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면, 무언가 흘리는 것에 대해 90퍼센트 두려움에 기반한 기억을 갖게 될지 모른다. 즉 무언가를 흘리는 기억이 생존 파일로 들어가고, 부정성 등급이 9가 된다. 이제 무언가를 흘리는 것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확고하게 프로그래밍 된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했든 다른 사람이 했든 상관없이 평생 뭔가를 흘리는 상황에 직면할때 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 반면에 내가 무언가를 흘려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어머니가 그럴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며 아주 너그럽게 다정하게 대했다면, 이런 상황에 관련해 90퍼센트 사랑에 기반한 기억을 갖게 된다.

(......) 이 사례는 관계가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부정적인 기억, 긍정적인 기억, 그리고 중립적인 기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차이점은 내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어머니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가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경험의 바탕에는 어머니의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이 깔려있다.

pp.100~101

- 따라서 현재 뭔가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억이 반드시 과거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그걸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식하는 한 그건 이미 현재의 일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식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줄리아 쇼가 개인적인 기억이라고 부른 것을 나는 원천기억이라고 부른다. 원천기억은 마음에 저장된 이미지로, 그 안에는 오류가 있어서 평생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들은 책 후반부에서 배울 기억 엔지니어랑 과정으로 치유할 수 있다.

p.82

- 살아가는 게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고 싸우는 사람이라면 결코 편하게 살 수 없다. 큰 싸움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던지, 공허하다던지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치료도 받아보고 긍정의 힘으로 헤쳐나가러 한다던지 하지만, 대부분은 눈에 나타나는 증상을 원화하는 수준이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모습과 습성이 다시 드러난다. 근본적으로는 기억과 기억에 얽힌 감정, 해석을 해결해야 한다. 책에는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는걸 잘 안 써놨지만 이게 매우 어렵다.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는 "메모리 엔지니어링"이라는 기법을 책 후반부에 소개한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삶이 변화한 사례들도 소개한다.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거나 불만족스럽다면 이 책을 읽고 나와있는 프로세스대로 해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사실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깊은 상처나 오해는 치유되기는 어렵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든 걸 마냥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깊이와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다.

- 기억이라는건 뇌도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도 기억을 한다는 점을 책에서는 지적한다. 그래서 심지어 조상들의 잘못된 기억들이 전수된다는 얘기까지 한다. 끔찍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기억하는데 저 멀리 자식, 손자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다. 이런게 불교에서는 '업보'라고 하는걸지도 모른다. 저자도 책 초반부의 자기가 태어났을때 일화를 들려준다. 그의 어머니는 저자를 가졌을때, 낳으면서 죽을꺼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저자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저자가 태어났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태어나자마자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고 먹지도 못했다. 그냥 자기가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고 한다. 탯줄로 연결된 어머니의 기억과 생각이 그대로 전수되었다는 얘기다. 책에는 현재 삶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과 상담을 해보니 조부모 또는 그 윗대의 조상의 끔찍한 기억이 내려와서 지금까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손의 삶을 괴롭게 만드는 사례도 들려준다.

- 책 한권을 일고 사람 인생이 바뀌기도 하지만, 분명 이 책은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문제제기를 한다. 하지만 현대 과학적으로 증거와 실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데 약점이 있다. 현대 의학이나 심리학 부분에서 주류적인 관점은 아니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원인은 잘 짚었지만 실제적으로 성공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그렇다고 과학적인 증거에서 뒷받침 되면 좋은데,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여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부분은 저자의 문제제기와 원인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는 충분히 귀담아듣고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것만 해도 이 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은 삶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길에 있어서 단지 겉이 아닌, 근본적이고 속까지 고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분명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더 발전시키고 각자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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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 팬데믹 이후 회복과 성장을 위한 생존지도
리차드 데이비스 (Richard Davies) 지음, 고기탁 옮김 / 부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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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은 먹고 사는 일에 관한 학문으로, 그 중에 한 분야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두루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자유시장과 경쟁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게 주류 경제학 아닌가 싶다. 학계에서는 정교하게 이론을 만들고 국가 정책에도 이런 식으로 접근이 이루어지는게 대부분인 것 같다.

- 기존의 틑에서 말고 제로 베이스에서 어떻게 경제를 운용해야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을텐데, 극단적인 상황들을 연구하는게 도움이 될거라는 아이디어에서 나온게 이 책이다. 기존의 틀로 케이스들을 해석하기 보다는 귀납적인 방법으로 사례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에 가깝다.

- 이 책의 또하나의 목적은 미래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곳을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를 알아보려 한다(제목의 ‘2030년’은 그래서 붙인 듯). 고령화, 디지털화,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구 상의 세 곳을 방문해서 연구한다.

- 미래를 알아보기 위한 세 곳을 포함해서 극단적인 성공 사례 세 곳, 실패사례 세 곳, 총 아홉 군데를 탐방한다. 문헌조사만 한게 아니라 실제 방문해서 그곳의 경제, 사회, 역사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많은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한다. 저자가 영국에서 주로 공부한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스트> 경제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글 자체가 이론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여행기처럼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잘 읽히는게 장점.

- 책 초반에 나오는 케이스들에서는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상태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면서 시장을 만들어 낸다. 마치 거대한 사회학 실험장 같다. 시장이라는게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수 없다는걸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비공식 상거래’라고 부르는데,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위해선 중요한 기능이라고 한다.

- 자연발생적이라고 모든 시장이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간의 신뢰와 협동의 가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꼭 필요한 시장이라도 해도 아예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다리엔의 예). 사회 구성원들간의 신뢰가 두터워 비공식 경제가 활발하더라고 하더라도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정부의 신뢰도 자체가 바닥일 경우에는 이게 너무 큰 비용을 발생시켜 발전과 성장이 없다. 즉, 비공식 상거래만으로만 경제를 꾸려갈 수는 없다(콩고의 킹샤사) 또한,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다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아즈라크 난민촌).

- 가장 초반에 나오는 ‘아체’와 ‘자타리 수용소’ 케이스가 제일 흥미로웠다. 쓰나미로 모든 걸 잃어버린 아체에서 사람들이 다시금 집을 짓고 상거래를 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이야기. 여기서 저자는 인적 자본의 중요성과 비공식 화폐 시스템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회복에 필수적이다. 몸에 금을 지니고 있는 전통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 장사 밑천이 되었는데, 이런 비공식 화폐 시스템도 사회의 회복탄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예물이나 돌에 예물이나 반지를 주는 관습이 있는데, 극한상황에서 쓰라고 비상용으로 주는거라는 얘길 들은적이 있다.

- 자라티 수용소는 시리아 내전때문에 발생한 난민들이 요르단에 하나둘씩 모여살다가 만들어진 난민수용소다. 여기에는 계획을 세우고 세금을 거둬 재정을 집행하거나 통화정책을 하는 중앙정부도 없다. 그냥 사람들끼리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필요한 물건들을 조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경제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일례로 ‘창업률(새로운 기업숫자/기존 기업숫자)’이 40%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이 대략 20~25%사이라고 하니 매우 역동적인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상품들도 고객들의 기호에 맞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비하려고 하고, 겉으로 느껴지는 시장의 외관도 알록달록하다. 잘 운영되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는 자연을 닮아서 개성있고 발랄하지 않을까 싶다.

- ‘시장’의 극단화로 밀어붙인 칠레 산티아고 케이스가 나온다. 여기는 사회주의로 된통 당하고 쿠데타를 통해 아예 반대로 극단적 시장주의로 넘어간 케이스다. 시장주의를 접목하면서 절대적 빈곤은 사라지고 OECD에 가입하는 등 경제성장의 우등생으로 칭송받기도 하지만, 내부를 보면 불평등이 OECD 1위라고 한다. 성장을 하면서 생기는 불평등은 부수적인 부분으로 볼 때도 있었지만, 결국 극심한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 저자가 이러한 케이스들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은, 경제학이 놓친 비공식 경제를 통한 소득과,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뿐더러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다소 사회적적인 개념들이 경제의 많은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도 방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 낯선 국가나 사회를 볼 때 어떤 부분을 봐야 이 곳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데 저자의 개념들이 도움이 될 듯 하다. 아마도 한국은 지금까지는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잘 해왔기 때문에 이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고령화, 디지털화, 양극화를 앞두고 회복 탄력성있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참고: 이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고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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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 불공정한 시대의 부와 분배에 관하여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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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기점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특징적인 부분은 세계화 퇴조와 '큰 정부'의 컴백이다.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믿음과 반대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정부의 비효율성과 무능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미국의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도 '작은 정부'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 '작은 정부'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뒤바뀌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 코로나와 중국과의 체제경쟁이라는 두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것이 총성없는 전쟁에 준하는 나머지 국가의 개입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확진자 검출하고 격리시키고, 락다운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몫이 커진다.

두번째는 중국과의 경쟁이다. 중국은 '너무나 큰 정부'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갖은 합법적, 불법적 정책을 사용해서 자국 산업을 육성시킨다. 미국은 '작은 정부'가 좋다고 너무 넋놓고 앉아있다가 단기적으로 위협을 받고있다. 물론 '작은 정부'로 인한 민간의 자발적 활력이나 혁신동력이 장기적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일정부분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힘을받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지금은 코로나와 중국의 두가지 전쟁 국면이다. 미국에서도 정부가 많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게 시대의 흐름이다. 소련이 무너져 체제경쟁이 끝나고,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작은 정부' 시대가 열렸다. 세금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기(팍스 아메리나)'와 '작은 정부', '세계화', '감세' 이런 모든게 같이 물려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고, 이 책은 거기에서 '감세'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재기와 대안제시를 하고 있어 시의적절하다. 최근 바이든의 부자 증세 논의가 있었고, 앨런 미국 재무장관은 OECD에서 글로벌 법인세 최저레벨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리는게 선이라는 인식이 시대정신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과거 미국은 사뭇 달랐다.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 얘기를 들으면 정말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사회주의적이고 과격했다. 누구든 일정 수준이상의 소득은 가져갈 수 없을정도로 세금을 혹독하게 뗐다. 즉, 엄청나게 누진적이였다. 유럽의 구체제에서 민중들에게 많은 세금을 지우는데 질린 나머지 미국 건국초기에는 유럽보다는 진보적인이고 누진적인 세금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돈많은 사람들이 세금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있었고 소득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지는 구간이 등장하곤 했다. 그래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다시 세금이 높아지는 때가 분명히 있었다. 요즘처럼 전쟁같은 국면에서 특히 그랬다.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미국만 세금을 올리면 어차피 부자들은 다 해외쪽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실제 세금을 올려봤자 이득이 없다는 거다. 앞서 앨런 장관의 OECD 최저 세율논의를 언급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방향에 대해서 범국가적인 정책이 하나둘 진행중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탈세를 하는 주요 방법은 법인세가 낮은 곳에 세워진 곳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몰아주는 방법이다. 빅4라고 불리는 회계법인에서 이런 컨설팅 사업을 주관하고 있고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최근에는 규제가 생겨서 대기업이 국가별로 올리는 이익과 세금에 대해 보고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세무당국에는 이 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세무당국이 최저 세율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진전이 많이 되어 있는 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저자들은 버클리 대학 경제학 교수들인데, 이 세금의 문제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것. 그리고 레이건 정부이후 자본대비 임금이 세금에 대해 너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었고, 이게 부자들이 더 부를 축적하게 만들었다. 이게 빈부격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는 거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대비 자본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 즉, 소득의 원천에 관계없이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세는 정부에서 얼만큼 맘먹고 탈세를 잡아내느냐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레이건 정부 이후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가 대중화되면서 '탈세'가 미덕이고 적법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최근에 코로나 국면 등을 거치며 탈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FANG같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독점적이기 때문에 문제의식도 많고 탈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있고,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만국이 겪고 있기 때문에 세금 징수에 대한 의미가 글로벌하게 진행중이다.

차츰 증세에 대한 뉴스 플로우도 많아질 것이고 사회에 이슈가 될 거라고 본다. 세금에 대한 여러가지 쟁점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 참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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