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직설 - 일본의 오늘에서 한국의 내일을 읽다 일본직설 1
유민호 지음 / 정한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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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한국만 일본을 우습게 본다고 한다우리에게 반일 정서는 뿌리깊게 박혀있다단일 사안에 대해 이것만큼 전국민을 단결시키는 게 없다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야스쿠니 신사 참배축구 한일전때 우리는 감정적이 된다평소에도 쉽게 흥분하는 한국 언론은 감정을 더 부추긴다.

 

그러나 감정에 휩싸이면 현실을 제대로 못 본다현실 판단이 어설프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적으로 현실을 오판하면 그 결과는 참혹할 수도 있다외교나 대외전략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냉정하리라 믿지만반일 감정에 휩싸인 여론과 정치와 연결되면 행동의 여지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올바른 행동을 한다면 후유증을 남기고 비용을 치른다.

 

개방된 소규모 경제지정학적으로도 4강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해외 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근대에 들어 특히 한반도의 운명은 다른 강대국의 결정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이 해외 동향에 깊은 이해가 없다. (물론 나도 포함된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즉흥적인 감정적 대응이 판을 치고막상 별로 관심도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감정과 무지가 합쳐져서 언론에서 아베는 이상한 인물로 희화화되고아베노믹스는 매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은근(?)고소해한다과연 얼마나 진실일까?

 

저자에 따르면, 16년 봄 일본 경제는 호황이다. 15년 실업률은 3.5%에 그쳤고유효 구인 비율은 1.09이다일자리 찾는 사람 100명이 있다면 109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대졸자들은 직업을 골라서 간다청년 취업난으로  헬조선’ 이야기가 떠도는 한국과 대조적이다아베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기본적으로 경제 활력에 기반하고 있다.


아베는 07년도에 수상직에서 한차례 실패한 이후, 절치부심했고 준비를 많이 한 인물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꺼려했던 국방이나 외교 같은 이슈에 대해 결단력있게 대응한다. 아베노믹스의 기획과 집행도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2015년 초 일본인이 중동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된 사건 때도 대응은 신속했고 단호했다. 일부 정신나간 우익으로 아베가 집권한게 아니다. 적지않은 젊은이들도 아베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처럼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센사쿠 열도에 대한 횡포에 대해 맞서는 한자와의 분신이 아베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잃어버린 20’ 동안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으며 일본 경제는 살아남았고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앞으로 길게 이어질 고통스러운 세계적 불황에 일본이 가장 먼저 적응해 맹위를 떨칠 준비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일본의100엔샵은 진화를 거듭해서가성비가 대단한 기업이 됐다유니클로와 니토리 가구도 유명하다.

 

아베가 무기 수출을 가능하도록 하면서미쓰비시 중공업은 16 2월 자체적으로 스텔스 비행기를 선보였다.미국의 F35를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미쓰비시는 미국 진주만 공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제로센’ 전투기를 만들었던 전범 기업이다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벼운 제로센의 기술은 전후 고속철 신칸센 탄생에 적용됐다.

 

일본의 소프트파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워싱턴의 미술관박물관에서도 중국과 한국을 압도하고 있고서구 엘리트 층에서 지속적인 선호를 받고 있다최근 한국내 중국 관광객이 주춤한 반면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단순히 엔화 약세라고 보기에는 관광상품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관광객을 배려하는 에스컬레이터 배치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세심한 일본이 돋보인다일본 관광에는 체험형 상품이 많고관광지와 물품마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 made in Japan 물품만 들여놓는다.

 

일본을 찬양하는 거냐고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저자도 그 점을 경계한다그러나 감정적 대응만 하다가 나중에 당하는 것 보다는상대를 제대로 보고 미리 준비를 해야 후환을 덜 수 있지 않을까일본에 대해 깊고 밝은 눈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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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흔적 2017-02-2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이 책의 후속작이 나왔네요.
<일본직설2>입니다.
전편에서 일본에 대해 풍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 책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