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이덕일 / 김영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 최대 문제적 인물이라는 송시열의 삶과 그에 얽힌 조선시대 정치역사를 그리고 있다.


나는 읽을때 지루하고 답답했다.

책이 워낙에 정치적 사건들만 다루고 있어서 좁기도 했지만, 이 시대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이 예법에 의한 모함,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상대당을 죽이는 당쟁의 연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은 물고 물리는 정치적 보복이다.

대동법 확산 등 민생 개선을 위한 고민이 있었고 실제 정책적 움직임도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게 포커스는 아니다. 책에서는 지리한 당쟁의 역사가 계속된다. 국가적 이익, 민생 보다는 당파적 이익, 의리가 우선한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책의 말미에서는 조선시대 농업 생산력 증대 및 공인의 등장으로 상공업이 발달하며 조선시대 모습이 변화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사상적으로도 기존 주자학에 대안적인 생각들(양명학, 천주교)이 차츰 퍼지게 된다. 

지리한 당쟁속에서 결국 장기 집권하는 세력은 주자학을 배타적으로 모시고 더욱 보수화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낡은 사상이 지배하고 성리학이 새로운 이념으로 떠올랐던 고려말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치욕적인 일제 지배를 겪지 않았더라도, 내부에서 조선은 고려처럼 붕괴하고 말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역사의 씨앗이 이때부터 만들어지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씁쓸했다.

저자는 송시열에 대해 비판적이다. 편협한 주자학을 숭배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상대당을 공존해야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보았다. 실제 그를 숭상하는 노론의 일당 장기독재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벽되지 않지만 소인은 편벽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

송시열은 주자학의 거두로 '송자'라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이 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군자일까 소인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