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들
닐 어윈 지음, 김선영 옮김, 조영무 외 감수 / 비즈니스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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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는 아직 1930년 대공황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씨름중이다.
앞으로도 인류에게 계속 회자될 이 역사의 중심에는 중앙은행이 있다.
이 책은 중앙은행의 승리와 도취, 그리고 실패를 다뤘다. 

표지에 나오듯이 Fed, ECB, BoE 이렇게 세곳의 중앙은행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제목 '연금술사들'처럼 마치 요술을 부리듯 돈을 찍어내고, 시장의 붕괴를 막았다.
때로는 시장의 버블을 만들었다고, 이 위기의 근본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전세계 부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가끔은 미국대통령보다 더 거대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들은 정치인들처럼 민주적 절차에의해 뽑힌 것도 아니다.
행정부 수반이 임명하고, 의회의 동의를 받는 선에서 그들은 연금술사의 지위에 오른다.
그들은 전문적인 관료로 행정부에 의해 임명되지만 중립적일 것으로 요구받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큰 파급효과에 비해 그들이 하는 내용이 전문적으로 이해되거나, 견제받지도 않는 독특한 집단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지는데, 우선 1600년대 스웨던의 최초의 중앙은행 부터 연준의 탄생 순간, 20세기 초반 대공황 시기, 2006년 중앙은행의 도취 등을 짤막짤막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부분은 2007년부터 2010년을 길게 다루고 있다. 글은 현장감있고 잘 읽힌다. 저자가 현직 기자이다. 번역도 물 흐르듯이 편안하다. 

위기의 중심인물인 3인에 대한 내 느낌은 다음과 같다.

Fed 버냉키는 저명한 교수출신으로 위기를 잘 인식했고, 정치적, 학문적 반대의견을 설득하며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집행했다. 겸손한 편이고 연준 동료들 및 정치인들의 반대의견에서 귀를 기울였고 잘 설득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해나갔다.

ECB 트리셰는 유럽연합의 이상을 고이 간직한 유럽인으로써 위기시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가 번번히 충돌하는 상황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했다.

BoE 킹은 독단적이고, 민간 은행이 탐욕으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초기 대응이 늦었다. 뒤늦게 나마 위기가 심각한 걸 깨닫고 의견을 바꾸기는 했다. 그리고 매우 당파적이다.

저자의 중앙은행에 대한 시각은 우호적이다. 자칫 대공황으로 올 수도 있었던 세계경제를 과감한 정책으로 구원했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가까스로 회복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관론은 팽배하고 세계는 아직 디플레이션 압력이 만만치가 않다. 

중앙은행이 안정된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Exit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점으로 남는다. 아직 중앙은행의 실험과 역사는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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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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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로 시대를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정약용과 정조의 사이가 이렇게 각별한 줄은 몰랐다. 

우선 정약용이 무척 뛰어난 인물이였다. 논변이 뛰어나 반대파에서도 꼼짝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약용은 도덕적이고 예를 중시하며 한결같이 백성을 사랑했다. 정조가 때로는 엄하게 다루고 도덕적인 시험에 들게 하지만, 정약용은 그런 일을 잘 해내고 당당하게 처신했다. 

노론에 대응하기 위해 남인출신을 중용하고픈 정조의 마음도 있지만, 정약용을 정말 티나게 아꼈다. 역으로 정조가 죽자 정약용은 2번 국문을 받고 기나긴 귀향살이를 한다.

철인군주였던 정조시대에 잠시나마 꽃피웠던 정치와 문화는 정조가 죽고난 후 참 암담해진다. 계파의 이해를 위해 남인에게 천주교를 덧씌워 탄압하는 모습 등을 보면 시대의 아픔이 느껴진다. 쇄국정책과 식민지시대로 가는 운명은 이때부터 형성되어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2차 세계대전에는 좀 무모하긴 했지만 미국에 도전할 정도니, 집권층의 사상과 태도가 한 나라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들의 삶을 결정한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한다.

정약용이 귀향살이에서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은 참으로 절절하다. 이것도 따로 책으로 엮여져 나와있는데 다시 보고 읽고 싶어진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도 참 아까운 인물이다. 저술을 많이 남긴 정약용이 널리 알려져서 그렇지, 정약전의 학문과 마음은 정약용보다 나은 면이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했더라면 백성들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가슴이 아프다.

참고로 이 책은 김훈의 <흑산>과 함께 보면 좋다고 생각된다. 흑산은 픽션이지만 김훈 특유의 묘사가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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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 중국 편 - 한국경제를 흔드는 중국의 전략과 미래! 글로벌 경제 시리즈 3
임형록 지음 / 새빛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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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근현대 역사를 잘 정리해놨다. 청말기 부터 시작해서 마오쩌둥, 모택동의 개혁개방, 2000년대 이후 까지.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알 필요가 있으니 당연하다.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는 더욱 필요한 일이니 이해가 된다. 

중국 서적을 많이 본 것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 근현사를 정리한 더 좋은 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쓸만하다. 중국 내부 정치구도, 중국 공산당의 형성과 고민 등 을 이해하기 위해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국 양털깎기 삼종 세트, 미국 제조업 부활.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 때 미국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지적 등은 다소 음모론(?)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흘려들을 수 만도 없다.

이 책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나올만하게 다소 산만하다는 점. 갑자기 태백산맥, 조용필, 무협지 이야기로 샌다. 그리고 사족처럼 엉뚱한 감상이나 멘트가 등장. 

둘째는, 인용 및 출처가 없다. 그래도 나름 현지 대학교수님이 쓰신 글인데 다소 무성의해 보인다고 할까.

중국 근현대사 및 2천년대 역사에 대해 자세한 지식이 없다면, 읽고나면 시야가 조금은 넓어질 수 있다. 책종이는 무겁지만 가볍게 시원시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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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제 -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손성원 지음, 황숙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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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나오는 손성원 교수 인터뷰를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경제상황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전망에 대한 근거도 합리적이고 잘 맞는다.


이런 분이 책을 냈으니 궁금증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명성(?)에 비해 저작이 너무 없지않나 싶다. 이 책은 번역이 있는걸보면 영어로 씌여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에서 출간되지는 않은거 같다. 원제라고 할 수 있는 영어제목이 안 보인다. (설마 NEW ECONOMY는 아니겠지...)


시야는 장기적이고 글은 간결하다. 270여 페이지정도 되는 작은 책이지만, 핵심을 짚으며 세계를 전망하고 있다.

전세계 경제가 큰 성장세를 이어가지는 못한다는 결론이다. 

1) 역사적으로 큰 금융위기에 이은 경제침체에서 회복하는데는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했음.

2) 21세기 들어 생산성이 증가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

3) 선진국 및 중국의 인구노령화는 생산성 하락과 결합되어 강한 성장이 불가능.

4) 어느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의 정치는 너무 양극화되어 있어,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은 어렵다. 통화정책 마저도 카드를 소진. 금리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런 불확실성은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

5) 경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기업에 대한 대출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움 : 수요부진으로 인한 소기업 부실화로 은행의 소극적인 태도, 정부의 강한 규제등으로 지역과 밀착한 소형 은행 퇴출, 자본이 부족한 유럽 은행.


인상적인 것은,

은행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 부분에 있어 상업은행, 대출의 역할과 매커니즘에 대해 잘 이야기하고 있음.

뒷부분에 경제보다 경영적인 측면을 언급한 부분도 재밌다. 감원 등을 통한 원가절감보다는 경영진의 혜안과 미래를 개척하는 능력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원화가 엔화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는거는 확실해보인다며,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대응해나갈 것을 주문해나가는 부분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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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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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박해를 다룬 소설이다.


우연히 이 책을 보기 전에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읽으며 고려 말 상황을 보았다.

'박민'으로 표현되는 세상은 조선 말이라고 별반 다를바가 없다. 

위정자들은 세금과 노역으로 민초들을 쥐어짜고 삶의 터전을 떠나 화전민이 되거나 떠돌아 다닌다.

그런 현실 앞에 지식인들은 무기력하다.

담담하고 세밀한 묘사는 그런 시대상황을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그린다. 이전 작품들처럼.


천주교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을까.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한가닥 빛줄기로 여겼을 것이다.

심한 고문속에서 배교를 한 사람도 있고, 순교를 한 사람들도 있다.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는 판단을 내리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그린다. 

고문의 모습을, 그로 인한 고통들.. 고민들, 또는 희망을.


김훈 소설을 보면 자주 느끼는 거지만, 과연 역사는 진보하는 걸까 반문하게 된다.

몸뚱이를 가져서 뚜렷한 한계를 가진 인간이 참 무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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