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잘 나가는 지인이

과거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 이렇게 대답했다.

"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때의 난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그저 학생 중 하나일 뿐이야. 지금의 난 안그렇잖아?"

재수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리는 있다.

지금 그는 자본주의의 최정상에 올라선, 감히 내가 올려다볼 수 없는 인물이지만,

학생 때의 그는 담임한테 야단도 맞고 나같은 사람이 말도 붙일 수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과거로 가기 싫어하는 그와 같은 이유로

난 과거가 그립다.

과거의 난, 무척 평범하고 잘하는 거라곤 없었던 나는(아, 말 오래 안하고 버티는 거 하나는 잘했다)

그 친구와 같이 '학생들'로 분류될 수 있었으니까.

이렇듯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기보다

주위 사람들이 현재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뭐 하세요?"

특별히 궁금해 하는 것 같진 않지만, 사람들의 인사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그냥 놀아요"라고 말하고 나면

'아픈 곳을 건드려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앞으로 나랑 놀지 말아야겠다는 듯 당황하기도 한다.

모두가 다 일하러 나가는 시대에 나같은 백수는 이단적인 존재이며

절대로 '그들'과 같은 그룹에 낄 수가 없다.

그들 역시 로또라도 되어 놀고 먹는 삶을 살길 동경하지만

나같이 그저 그런 백수는 백안시한다.

그리고는 나처럼 백수가 될까봐

회사에서 안잘리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백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진다면 그렇게까지 초조해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리고 그런 사회는 그 자신부터 백수에 대한 편견-게으르다 안씻는다 양식만 축낸다-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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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진라면 2007-03-2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푸하 2007-04-16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동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