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기요사키는 대단한 사람이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는 부자아빠가 더 좋은 아빠라는 진리를 설파하는 훌륭한 책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는 그걸 우려먹는 내용일 게 뻔한 후속작들을 줄줄이 냈다.







더 대단한 사람이 있다.
존 그레이, 그는 내가 아는 저자 중 우려먹기라는 분야에서 최고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나름의 의의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 우려먹는 내용일 게 뻔한 후속작들을 줄줄이 낸 걸 보면
돈독이 올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나마도 난 남녀가 다른 별에서 왔으며 나름의 차이가 있다는 그의 말에 절반만 동의한다.
대학 다닐 때 난 친구와 방을 같이 썼다.
돈을 아껴보자는 취지였지만 그 동거는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그의 수많은 점-예를 들면 소주병에 재를 떠는 버릇-이 마음에 안들었고
그는 나의 수많은 점-예를 들면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다.
일년도 안되서 난 나 혼자만의 자취방을 구했다.
그 친구와 난 안만난지 오래다.
어쩌면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었을 그를
난 방세 몇푼과 바꿨다.(몇푼이라지만...그때 그 돈은 내게 컸다....)
혼자의 편함을 즐기면서 깨달았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아주 많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남자와 여자만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고향별을 가지고 있다(참고로 난 천왕성이 내 별고향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았기에
같이 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자신의 기준에 상대가 맞추기를 바라는 데서 생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만 실천할 자신이 있다면
존 그레이의 저 수많은 저작들을 읽지 않아도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가지 더 말하자면
난 남자와 여자를 뭉뚱그려서 특성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여자는 감성적이고 남자는 논리적이라는 식의.
삼십사해의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난 징그럽게 감성적이어서 화만 내는 남자를 숱하게 만났고
매사에 이상적인 여자도 숱하게 만났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면
남자와 남자도 다 다르고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책을 낸다면 그 제목은
<난 천왕성에서 왔는데 니들은 어느 별 출신이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