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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천국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10
에밀 졸라 지음, 티모테 르 베엘 그림, 윤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을 이끈 에밀 졸라의 단편소설 <고양이들의 천국>이 아름다운 그림과 만나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법 커다란 판형이라 그림을 보는 맛을 더욱 크게 느껴볼 수 있는데요, 표지 가득 채운 파란 털의 고양이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입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어느 겨울날의 눈 내리는 밤의 모습이 먼저 펼쳐집니다. 그림이 정말 너무 예뻐 한참 보게 되더라고요. 조용한 겨울밤의 차가운 모습과 대조적으로 따뜻한 벽난로의 불빛이 인상적인 집 안에는 표지 속 파란 고양이가 보이는군요. 숙모가 남겨 준 앙골라 고양이. 이 고양이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에요. 뭔가 멋진 모험이라도 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조금은 웅크린 모습으로 보이는 파란 고양이의 뒷모습이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이 뒤태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양이의 표정. 너무 리얼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잔뜩 불만이 가득 찬 저 표정을 보니 할 말이 더욱 많아 보입니다.
숙모의 고양이는 주인의 사랑과 배려로 풍족하고 안온한 삶을 누렸고, 그로 인해 피둥피둥 살이 찐 모습이 되었지요. 온종일 행복한 것이 지겹다는 이 고양이.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지만 종일 집 안에 갇혀있다면 그것 또한 슬픈 일일 것 같네요.
파란 고양이의 눈에 바깥 풍경에 속해있는 날렵하고 자유분방한 저 고양이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그렇게 파랑 고양이는 육즙이 흐르는 고기와 따뜻하고 푹신한 침대를 버리고, 미지의 세계 이상향을 찾아 도망치게 됩니다.
과연 파란 고양이는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누리며 행복해질까요? 점점 고양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삶과 별다를 바 없는 고양이들의 삶과 생각들을 통해 에밀 졸라가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중반쯤 이르자 이런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 바깥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고양이는 지붕도 물받이도 모두 아름답게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은 찰나에 불과했어요. 곧 자유를 누리기 위해 감당해야 할 것들과 직면하게 됩니다. 무리에는 계급이 존재했고, 원하는 일을 다 할 수 있지 않았어요.
게다가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속하는 먹는 일도 쉽지 않았지요. 늦은 밤이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은 분명 고양이가 상상한 자유 속에 포함된 그림은 아닐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양이를 꼬챙이에 꿰어 잡아먹는다는 무서운 사람을 피해 도망가야 하기도 했어요. 내리는 비를 맞고 오한 마저 들던 고양이는 그제야 안락했던 집이 그리워집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이 단 하루만의 일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단 하룻밤만에 그토록 그리던 자유를 포기하게 된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이 고양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파란 고양이를 잘 대해주었던 늙은 고양이는 이런 파란 고양이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집으로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파란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에게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 늙은 고양이는 자유를 포기하는 것을 당당히 거부합니다.
이 두 고양이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에밀 졸라는 노예처럼 사는 제약된 삶이지만 안온하고 평안한 것을 택할 것인지, 힘겹고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며 사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떠오르는 햇빛을 받으며 빛나는 날렵한 모습의 고양이는 정말 멋져 보입니다. 하지만 그 삶이 절대 쉽지 않음을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이에서 잘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19세기 당시의 프랑스 상황이라면 아마 더했을 테지요. 빈부와 계급에 따른 격차로 인한 삶 자체의 차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주어진 삶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 더 낫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또 그저 주어진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게 맞을까요? 파란 고양이와 늙은 고양이의 선택, 어느 쪽이 고양이들의 천국일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당신은 어느 삶을 선택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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