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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세계제국 - 아시아총서 제7권
임대희 / 신서원 / 1999년 3월
평점 :
몽고 하면 떠오르는 것. 초원, 유목민, 그리고 칭기즈칸. 사람들은 몽고제국이 엄청난 규모였다는 것, 서구인들에게 아직도 최대의 악몽으로 기억될 만큼 대단한 정복자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들의 침략을 받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정작 몽고가 어느 정도의 제국이었는지, 어떤 식으로 그 제국이 이루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막연히 대단했나보다고 생각하거나, 중국과 고려를 침공한 야만적이고 파렴치한 나쁜 놈들로 생각할 뿐.
몽골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 얼마 안되는 유목민족들이 이룬 제국은 유사 이래 가장 넓은 -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 이상의 제국은 생기기 힘들 것이다 - 땅을 정복했다. 오랜 세월동안 실개천이나 다름없는 정도의 교류만을 지속해오던 동서양에 단숨에 엄청난 물꼬를 터, 양쪽 세계 모두에 변혁을 일으킨 것 또한 몽골이다. 이른바 근대 세계를 이루는 많은 나라들이, 몽고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들이 존재했던 방식으로 존재하지 못했을 세력들이다.
후대의 사가들 - 특히 중국 - 은 몽골에 대해 많은 것들을,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하고 때로는 왜곡하거나 무시했다. 정주민 - 농경민족의 잣대로 유목민족을 평가하는 것은 언제나 왜곡의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유목인들에게 있어 땅이나 성, 소유는 농경민들과 다른 의미를 지님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상 진짜 세계 제국이라 할만한 판도를 휩쓴 정복자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유독 몽고의 영향은 크고 길었다. 저자는 그 이유, 단순히 정복과 파괴가 아니라 몽골이 진짜 '세계 제국'으로 여러 민족과 나라를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종교적 관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책들. 중국에서도 몽고 지배하의 원나라에서 뛰어난 서민 문화가 꽃피었음을 상기해 보라. 이 책은 그런 모든 면을 다루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몽골 제국의 '세계성'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이 책만으로 몽골에 대해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입문서나 참고용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인이 쓰는 역사교양서에는 다 비슷한 분위기가 실리는 건가 생각했었다. 로마와 이탈리아사를 쉽고 재미있고 자기 취향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