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종합선물세트(과자)를 받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네모넓찍한 상자 속에는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들어있다. 그 상자를 받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무엇을 먹을까, 이것 아니면 저것?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종합선물세트에 들어있는 모든 과자가 맛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들어있기 때문에 마지 못해 먹는 경우가 있었으니깐.
이번 파스텔 레이블이 준비한 이 앨범이 마치 그런 경우와 같다고 하겠다. 8개의 트랙으로 두 장의 CD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특집 앨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두 장의 CD로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고, 이러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곡들을 빼버리고 한장에 넣는 것은 어땠을까. 가격도 좀 낮추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외로운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위한 웰메이드 앨범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로 웰메이드인지는 의문이다. 어젯밤 두 장의 앨범을 연달아 두 번 들었다. 첫 번째 앨범은 그나마 들어줄만했다. 하지만 두번째 앨범은 짜증이 밀려들어 왔다. 한 두 곡을 제외하곤 그다지 별로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궁금하다면 직접 들어보시라.)
이 정도 수준의 앨범으로 외로운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를 과연 위로할 수 있을까? 따뜻하고 훈훈해야 할 빨간색의 크리스마스를 어설픈 회색빛으로 칠해놓으려 하는 시도가 웰메이드인지는 과연 의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맘 때면 어김없이 수많은 캐롤들 혹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앨범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다수의 앨범들은 올해가 지나면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앨범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며 앨범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제발 그러길 바란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 웰메이드만을 표방하지 말고 정말로 괜찮은 정성어린 앨범을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 성탄절 분위기를 내고 있는 동물들이 한 가득 담겨 있는 앨범자켓을 보며, 역시나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따스한 온기의 사람이 아닌 동물이 최고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요건 살짝 무리수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건 장난이자 역설이다)
개인 앨범도 아니고 옴니버스 앨범에 좋은 노래와 정성스런 자켓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스텔 레이블을 좋아하는 팬으로써, 파스텔이라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 기대를 갖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좀더 좋은 음악 들려 주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