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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정신질환자 2명, 차량을 탈취해 탈출. 1명 검거
지난 17일 오후, 정선군 소재 H병원에 수용된 정신질환자 이모씨(24)와 류모씨(24) 등 2명이 종이봉투를 수거하러 온 봉고차 기사를 폭행 감금하고 차량을 탈취해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 (중략) .......
- <강원일보> 2004년 9월 18일자 사회면
시신 없는 정황상 자살, 자살방조죄 성립될까?
지난 9월, 정선 H병원을 탈출한 후 실종된 류승민 씨에 대해 경찰이 정황상 자살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폭행 감금과 차량 탈취 및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동행 환자 이수명 씨에 대한 첫 심리가 이달 18일 오후 강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략).....
- <강원매일> 2004년 10월 18일자 사회면
* 위 신문기사 내용은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세상에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시각들이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의견과 견해의 차이가 발생한다. 오늘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두 인물, 즉 주인공인 수명과 승민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두 사람의 상태와 정황을 파악하게 되면 이 두 사람이 한 행동이 수긍되어지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허나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의 신문기사와 같이 생각할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 심장을 쏴라!'는 소설 속 승민의 대사이다. 세상은 자신을 가두려 하지만, 자신은 결코 죽지 않는 한 그 속에 갖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한 말이다. 왜 이런 말을 하게 된걸까.
자,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승민에 대해 좀 살펴보자. 소설 전체 내용을 두고 승민을 판단해 보면 분명히 그는 세상이 우려할 만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과거 어떤 물류창고의 방화범 용의자였으며, 또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런 이유들로 그를 규정화하고 판단내려버린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거기에는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지 애물단지 혹은 골치거리로만 바라볼 뿐! 그래서 세상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이다. 이는 좋게 말해 입원이지, 골치거리로 여겨지는 그를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둔 것이다. 세상은 그의 사정에 대해서 관심가져 주지 않는다. 세상은 그를 도구다루듯 다루려고만 하지 결코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갑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자신을 가두려고만 하는 세상에 저항할 수 밖엔 없었던 것이다.
결론으로 가보자. 좀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을 바라볼 때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혹은 희망적으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 그의 과거가 어찌되었든 말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따스한 시각, 즉 사랑만이 그 존재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한 내용이 좀 이상적이었기에 이번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금더 이야기를 심화시켜보면, 범죄자와 정신적 문제를 가진 이들의 '인권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같은 것들이 오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명과 승민에게 있다면, 그것을 타인에게 해가되지 않는 이상은 적극적으로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가 범죄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정신적 문제를 가진 이들에 대해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효율이라는 문제도 있겠지만, 한 곳에다 몰아넣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과연 인격적인 것일까? 그 고민을 나와 우리, 그리고 사회가 해나가야 할 것이다.
p.s)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특히 초반부분은 지루한데, 이는 그 소설 속의 상황으로 빠져들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또한 한번씩 지겨울 때가 있는데,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계속해서 읽어나간다면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감상문이 지루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깐...
p.s 2) 이 소설은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