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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서중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임용공부는 하기 싫은데 마냥 놀 수는 없고 해서, 억지 공부가 아니라 교양 쌓는다는 기분으로 한국 현대사 책을 봤다. 이 책『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예전에 학부 수업 청강하려고 샀던 건데, 마침 임용학원에서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무슨 책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역사 분야의 책은 저자의 이력과 행적 및 사상을 꼼꼼히 잘 따져봐야한다. 역사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고로 어떤 사람에 의해 쓰여지느냐가 그 책에 담긴 내용을 크게 좌우한다.
이 책을 쓰신 서중석 교수는 한국 현대사 관련 개론서를 집필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추신 몇 안 되는 권위자이시기도 하고, 중도적 성향을 지니신 분이기에 어느 극단에 치우침이 없으신 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충분히 믿고 읽어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은 1945년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핵심 내용들만 잘 간추려서 설명해놓았다는 것이다. 딱히 어려운 표현이나 용어가 없어서 술술 잘 읽히고, 각종 사진과 그림 및 도표들이 삽입되어 있어 문자로 인한 피로감을 덜어준다. 게다가 3장과 6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치사에만 치우치지 않고 경제와 사회 문화 부분도 함께 조명하고 있으며, 한국 현대사 속의 여성에 대해 따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단점을 꼽자면 너무 핵심 사건들 만을 추려놓은 탓에 가지치기 당한 부분들이 제법 많다는 거다. 한국 현대사 입문서로는 좋을 수 있으나, 나 같은 임고 준비생처럼 더 깊이 알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책들로 따로 보충해주어야겠다. 또 아무리 균형을 잘 지키신다고 해도 예순을 훌쩍 넘기신 저자 본인께서 살아낸 격정의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까닭에, 불필요한 감정적 표현들이 다소 섞여있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책을 읽을 때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늘 그렇지만 한국 현대사는 접할 때 마다 빡쳐서 건강에 별로 이롭지 않다. 어차피 '과거는 먼 외국'이기에 고조선,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정도까지만해도 그냥 객관적 학문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근현대사를 접할 때는 그게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들이 결정된 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사를 알면 우리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왜 좁은 땅덩어리에서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도 나뉘어 있는 건지, 왜 정부와 의회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시민들이 사사건건 촛불들고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건지, 등등.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당장 해결하기엔 좋은 현대사 대중교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