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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시계 이야기
데이바 소벨 / 자작나무 / 1996년 2월
평점 :
품절
시계 제작자이자 수리공이었던 존 해리슨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해상시계를 제작하였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해상시계가 무슨 특별한 다른 종류의 기발한 어떤 것인줄 알았다. 물론 그 당시로서는 엄청 기발한 발명품이었고, 또한 특별하였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냥 우리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와 다를게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18세기에는 제대로 시계가 맞게 돌아가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기였다. 육상에서조차 말이다. 그러니 습도와 배의 움직임 등으로 인하여 해상에서는 보다 특별한 시계제작이 필요했다. 왜냐고?
바로 문제는 경도였다. 위도는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적도에서는 태양이 바로 내 머리위에 있다. 하지만 경도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정확한 해상시계 또는 천문학으로 경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가 정말 끝까지 힘겹게 경쟁하게 되었고, 결론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해상시계가 영국왕실의 상금을 받으면서 승리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세상을 주름잡던 영국으로서는 경도를 몰라 조난사고가 잇달았고 엉뚱한 곳으로 가기 일수였기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경도문제해결이 시급한 과제였다. 그래서 상금을 걸었고, 존 해리슨이 결국 그 상금을 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늘 이런 영웅을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그런 영웅을 모함하고 질시하고 방해하는 인물들이다. 존 해리슨을 힘들게 했던 인물은 당시 해상시계와 경쟁을 벌인 천문학을 통한 경도찾기의 권위자인 메스켈린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지독히도 존 해리슨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이 영국왕립과학회인가의 수석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말이다. 자존심도 꽤 상했을 것이다. 지독히 인간적인 모습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존 해리슨이 어떻게 해상시계를 만들었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지, 또한 주위의 어려움에도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에 자신의 집념을 불태우는지, 그리고 결국 멋진 결말을 맺는지에 대한 얘기다. 어떻게 보면 그저 뻔한 한 영웅의 스테레오타입으로도 보인다. 솔직히 그렇다. 특별히 매력적인 구석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이 책이 오랫동안 영국의 베스트셀러였다고는 하나 그건 자신들의 선조 얘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청난 감동같은 것도 없었고, 어찌 보면 대단히 평범한 것 같지만, 그저 그 당시 경도문제가 정말 심각한 문제였고, 나는 그런 사실에 대해 일자무식이었기 때문에 그런 나 자신의 무식을 깨기 위한 정도로 밖에는 이 책이 나에게 준 의미는 없다. 결국 책을 다 보고 남은건 '아, 경도를 알기가 힘든 거구나. 그래서 오랜 시간 그렇게 힘들게 생활했구나.' 정도였다.
사실 이런 집념을 가지고 자신의 일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많다. 다만,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대상이 세상에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경제성에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솔직히 그 시기에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제국주의의 표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경도문제가 심각했을까 반추해보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 그렇기에 존 해리슨이란 인물이 지금 시기에 이런 책으로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나에게는 여전히 과연 그가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는 그저 습기와 움직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당시 기준으로는 정확한 시계를 제작한 인물일 뿐이다. 시계라는 물건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에 처음으로 그것을 제작한 이도 아니다.
나는 아직도 누가 시계라는 물건을 처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그걸 발전시킨 인물이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영국에서는 확실히 영웅이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아마 18세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런 해상시계가 만들어 졌다면 그래서 영국이라는 제국주의가 다른 나라를 해상을 통해 침략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면 그 당시 해상시계를 만든이가 이처럼 유명해 졌을까?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