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스튜 -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권지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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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죽여 보지 못한 사람은 무언가를 사랑할 수도 없다는 거야. 이렇게 죽어 있는 닭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닭을 다시 키운다고 해도 애정 따윈 생겨나지 않지.' 이런 대사 혹은 묘사 따위를 볼 때마다 그 작가가 얼마나 깊은 사유를 했는지 깨닫게 된다. 대상작인 뱀장어 스튜는 그런 점에서 대상을 받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작품이다. 비유와 상징이 아마도 심사위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으리라. 다만, 여러 다른 분들도 지적하듯이 최근 이상문학상의 수상작들의 흐름이 다분히 우울한 분위기를 띈 것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이 고통속에서 피어난다고는 하나, 그 고통을 형상화하는데 촛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고통을 보다 담담하게 그려내고 다른 희망의 메세지를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지.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중에 단연 나의 눈을 끈 작품은 김인숙의 밤의 고속도로와 천운영의 눈보라콘이었다. '빔의 고속도로'는 분명 이상문학상의 대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였으나 마치 왕가위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하여 인상 깊게 보았다. 하지만, 다음해에 나온 '바다와 나비'의 경우,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기 위해 일년간 그런 쪽으로 노력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의 원래의 소설에서 주던 느낌이 솔직히 나는 더 좋다. 이혼녀의 모습 혹은 삐걱거리는 부부.....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의 진실을 보여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아픔속에 진실이 보다 명확히 보일 것은 분명하나, 앞에서도 말했듯 최근에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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