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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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책의 제목을 보거나 내용을 읽고 회사에서 당장 이렇게 써야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려주고 싶다. 왜냐면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전혀 모르던 사람에게 - 물론 상대방도 이 사람을 모른다. - 1장짜리의 기획서를 통하여 그 사람의 흥미를 끌어들여 새로운 비지니스를 시작하게 한다. 바로 여기에 1장짜리 기획서의 필요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뻔히 다 아는 상관에게 그리고 뻔히 앞으로 회사가 추진할 비지니스가 뭔지도 아는 상황에서 1장짜리 기획서를 제출한다는건 기름을 안고 불길로 뛰어드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이다, 경제불황이다 말들이 많은데, 한방에 가고 싶으면 뭔 짓인들 못하랴......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뛰어 넘어 1장짜리 기획서가 먹히는 상황이 있는 법이다. 피차간에 알지도 못하고 전혀 관심도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모르는 이가 찾아와서 100장 짜리 기획서를 던져준다면 과연 그 사람이 그걸 읽을까? 당연히 안읽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하직원이 회사의 비지니스에 관계되는 일에 대하여 100장짜리 기획서를 꼼꼼히 써왔다면 상관은 당연히 읽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그 사람의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 1장짜리건 30장짜리건 그냥 각자 상황에 맞게 쓰면 그만이다. 과거 한국의 회사들이 화려한 모양새와 두꺼운 기획서, 그리고 멋진 파워포인트를 갖춘 환상적인 슬라이드쇼를 선보여 왔다고 비난할게 못된다. 왜냐면 그런 기획의 방식 자체가 서양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에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했나?  또한, 미국에서 MBA등에서 미국물 먹은 인간들이 앞장서서 내용도 하나도 없는 기획서를 파워포인트로 멋지게 만들어서 설래발치기 시작했다. 그걸 우리도 멋지니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다시 1장짜리 기획서가 유행한다고 해서 그걸 또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나중에 또 그것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게 마련일 것이다. 그냥 자기 주관대로, 그리고 회사의 분위기에 맞춰 살아가길 바란다. 쓸데없는 모험은 화를 재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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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4-3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부정적인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리뷰가 좋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뻔하고 상투적인, 그래서 기분나쁘지만 맞는 말인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