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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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이 잘못을 저지를 권리가 있는가? 시아버지는 그런 이들을 용기있는 자들이라 말하지만, 글쎄....나는 결국 이 소설을 읽고는 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버렸다. 단순히 이 소설속에서처럼 편안한 삶을 위하여 사랑을 외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만약 그가 사랑을 택하였다면 그는 지금 과거를 돌이키며 후회하지 않을까....사면초가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굴레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시아버지는 사랑을 쫓아 가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하지만, 틀림없는 남겨진 자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극복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이런 현재의 대우가 온당하지 못하다고..? 혹은 공주처럼 대접받아야 한다고....? 우린 미래를 아무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모든 걸 뛰어넘는 어떤 힘을 주지 않을까 하는.....그렇다면 시아버지가 과거에 느꼈던 그것은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니...사랑이 아니다. 그저 그것도 자신의 부인과의 결혼을 가능케 했던 풋사랑일런지도. 나이가 먹어서 한 사랑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그건 흔히 불륜 드라마에 나오는 말처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확률이 높다.

애초에 인간은 스스로의 마음조차도 알 수 없는 동물이다. 결국 인간이 알 수 있는건 현재의 불명확한 느낌과 그것으로 인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뿐이다. 감정과 느낌은 사라지고 자신의 행위와 그에 대한 책임만이 남는다. '누구 아이인데?' 라고 묻는 시아버지의 말이 결국 그의 모든걸 대변해 준다고 바도 무방하다. 우린 그것으로서 스스로의 마음조차 깨달을 수 있다.

그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네....아마도 그 자신은 사랑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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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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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시간속의 여행이라 본다면, 제이미 제파라는 여성은 참으로 멋진 여행을 해왔고 또 해나가는 중일 것이다. 원시 자연과 그런 자연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한 모습으로서의 인간들. 그런 그들의 첫모습에서의 갑갑함은 사라지고 그녀는 진정으로 그 세계에 빠져든다. 그런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부탄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이곳 생활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우린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간다는 걸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이곳이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더군다나 이 나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이잖아요.'

이런 말도 일리가 있고, 사실이다. 한정된 모든 것은 그것 자체로도 가치가 부여되는 법이니까.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정성. 그것으로 인하여 그 가치가 부여되고 그래서 아름답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이 과연 진실한 것일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공을 초월해서 말이다. 자연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다. 그녀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여행이 진실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부탄이라는 나라에 마치 가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이유도 그녀의 진실된 마음이 글로써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그렇기에 여행을 위한 여행가이드도 아니다. 이건 삶 그 자체이고, 그리고 진실이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최근 이토록 책을 보면서 많이 미소지을 수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속의 장면들, 혹은 풍경들을 머리속으로 상상할 때마다 터져나오는 미소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전문작가가 아니라 글 자체의 맛은 전문작가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이 책은 다른 어떤 명작보다도 진실되게 느껴졌다.

아.....오늘도 다시금 생각해본다. 과연 '나'라는 인간은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아무에게나 이런 행운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통상 나같은 일반적인 부류는 행운이 다가와도 그걸 모르고 지나칠 테니까.....그런 점에서 제이미 제파가 참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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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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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과감히 별 다섯개를 준 이유가 뭘까. 그건 작품이 함유한 대단한 주제의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가의 뛰어난 역량도 아니다. 오직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에 대한 연정이라고나 할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그 대상은 바로 미도리였다. 진정으로 지구상에 두발을 힘차게 딛고 서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미도리. 뭔가 몽환적이고 딴 세상을 살아가는듯한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확실히 비견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참으로 엉뚱하기 까지하나 자신에게 현재,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자다. 참으로 매력적인 여자라 아니 말할 수 없다. 대체 누가 이런 여자를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대체 누가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난 수년전 읽었던 이 책의 미도리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나의 진정한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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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1 - 생명연습 외 김승옥 소설전집 5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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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무진기행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분. 이 소설전집이 나오자마자 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번 탄복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소설들을 그가 60년대에 쓴게 맞는건가 라는....나에게는 일종의 우상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지금은 비록 종교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소설을 준비한다고 하나, 어째던지간에 그가 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그는 나의 우상이다.

한때는 문학소년이었던 적이 있었다. 되지도 않는 허황된 꿈이라는걸 일깨워준 이도 바로 김승옥이었다. 그가 60년대에 쓴 이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한계를 바로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과연 죽을 때까지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하는....만약 쓴다고 하더라도 그건 일종의 카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꿈은 그저 헛되기만 했다.

난 소설을 사랑하고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의 소설을 일독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깊은 감수성도 느껴보기를 원한다. 특히 그의 단편을 읽다보면, 이건 확실히 최근의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오랜시간동안 가슴속에 남는다. 왜 요즘 소설에서 나는 60년대 소설에서 느끼는 그런 감성을 느끼지 못할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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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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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말이다. 내용은 솔직히 별거 없다.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시대상황 잘못 만나서 처벌받고 그렇게 파멸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결국 이 작품의 주는 농담이 아니라 그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걸 농담이라는 것으로 극화한 것에 불과하다. 난 정말 이런 시대의 어두움을 그린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다 생각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이게 문학작품으로서 대체 얼마만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아마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명작으로 남아있다면 그건 순전히 어두웠던 과거에 대한 교훈으로서의 모습 밖에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차라리 논픽션으로 쓰여졌다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뒤집어봐도 문학작품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안네의 일기가 순전히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해도 이것보다는 좋은 평점을 줄 수 있을거 같다. 하지만 이건 좀 지나치다. 물론 어떤 다른 이가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똑같은 시대배경 상황에서 다른 소설을 썼다면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나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라는 소설을 소설적 가치가 별로 없는 작품으로 볼 뿐이다. 참으로 지루하고 짜증이 나기까지 하다. 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읽어봤지만 확실히 그는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없다. 그가 앞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건 말건 그건 상관없다. 과연 그의 소설이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만한 가치라도 있는가. 또는 당연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이지만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근방이라도 가는가?

솔직히 이런 얘기해서 뭐하지만, 그가 만약 앞으로 더욱 작가로서 원숙해지고 유명해진다고 해도 그는 그저 헤밍웨이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헤밍웨이도 그저 그런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는 그것보다도 훨씬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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